← 홈으로

정신과 의사가 차마 못다 한 이야기

유행하는 약과 치료, 혹은 과열된 세간의 관심에 대해 — 진료실 안에선 차마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정신과 전문의가 솔직하게 풀어놓습니다.

못다 한 이야기

남의 비밀을 잔뜩 안고, 저는 매일 저녁을 먹습니다

처음 만난 사람이 배우자에게도 안 한 이야기를 몇 분 만에 꺼내는 순간이 있습니다. 정신과 의사는 그 비밀들을 혼자 안고 퇴근합니다.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쌓여가는 이 직업의 이상하고 무거운, 그러나 이상하게 영광스러운 무게에 대하여.

2026-06-23
못다 한 이야기

"이런 걸로 와도 되나요…?" —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가장 아프게 듣는 말

정신과 문을 열고 들어온 분들이 가장 먼저 하는 말은 증상이 아니라 사과입니다. 아픔에도 자격이 필요하다고 믿는 분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 그리고 첫 치료까지 평균 몇 년이 걸리는지, 넷 중 하나가 겪는데 왜 여덟은 오지 않는지에 대해.

2026-06-13
못다 한 이야기

"별일 없으시죠?" — 3분 만에 끝난 진료실에서, 변명 좀 하겠습니다

처방전을 뽑아 건네고 "다음에 뵐게요" 하는 데까지 3분. 문이 닫히고 나면 저도 압니다, 방금 그건 진료라기보다 발급에 가까웠다는 걸.…

2026-06-07
못다 한 이야기

솔직히 말하면, 저는 어떤 환자를 더 좋아합니다

정신과 의사도 사람이라 어떤 만남은 반갑고 어떤 만남은 버겁습니다. 그 감정을 없는 척하는 대신 알아차리는 일이 왜 치료의 일부인지, 진료실에선 차마 못 한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2026-04-16
못다 한 이야기

가르치는 척은 제가 했지만, 배우는 쪽은 늘 저였습니다

명함에는 '치료'라고 적혀 있지만, 진료실에서 실제로 더 많이 배우는 쪽은 저입니다. 병을 안고 사는 법, 견딘다는 게 뭔지, 회복이 어떤 얼굴인지 — 교과서에 없던 걸 환자분들이 저에게 가르쳐준 이야기.

2026-04-14
못다 한 이야기

"진단서 한 장이면 이기는 거죠?" — 법정에서 진단서가 갖는 실제 무게

소송을 앞두고 진단서를 떼러 오시는 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진단서는 판결문이 아니라 출발점입니다. 법원이 보는 것은 병명이 아니라 기능 손상과 전체 치료 기록이고, 치료하는 의사와 법정에서 감정하는 의사의 역할도 다릅니다.…

2026-04-02
못다 한 이야기

'상세 불명의 우울병'이라는 병명을 받았습니다

내 병명이 '상세 불명'이라 불안하신가요. 정신과 진단명은 생각보다 헐겁고, 세계 최고 연구소장도 못 믿겠다고 했고, 때로는 보험 코드 사정으로 붙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괜찮은 이유를, 진료실에서는 다 못 한 말로 적었습니다.

2026-03-30
못다 한 이야기

고백하자면, 저도 진료실에서 몇 번 목이 멘 적이 있습니다

의사는 감정에 휘둘리면 안 된다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어떤 이야기 앞에서는 저도 목이 메고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그 울컥함을 참아야 하는지 보여도 되는지, 그 사이에서 매번 흔들리는 마음을 진료실에선 차마 못 한 채로 적어 둡니다.

2026-03-20
못다 한 이야기

의사 가족이라 든든하시겠어요 — 정작 내 식구가 아프면 저는 제일 쓸모없는 사람입니다

사람들은 의사 가족이면 든든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제 식구가 아플 때, 저는 진료실의 그 침착한 의사가 아니라 겁먹은 보호자가 됩니다. 다 알기에 오히려 더 불안한 역설과, 그래서 제가 배운 이상한 처방에 대해.

2026-03-19
못다 한 이야기

오지 않은 당신의 자리를, 저는 한동안 비워둡니다

예약을 잡고 오지 않은 사람, 두어 번 오다 발길을 끊은 사람. 진료실에선 붙잡을 수도 다음을 기약할 수도 없어 못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 빈 의자가 의사에게 무엇을 남기는지, 그리고 언제든 다시 와도 된다는 이야기.

2026-03-05
못다 한 이야기

사랑하는 사람이 마음이 아플 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곁에 있고 싶은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얼어붙는 분이 많습니다. 완벽한 위로의 말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곁에 있는 법의 작은 원칙들.

2026-02-27
못다 한 이야기

'살 만해지니까 겁이 나요' — 좋아지는 게 두렵다는 사람들

좋아지고 싶어서 온 사람이, 정작 좋아지려는 문턱에서 멈칫할 때가 있습니다. 다 나으면 뭐가 남느냐고, 이러다 또 무너질 바엔 차라리, 하고요. 한때 저는 그게 이해가 안 됐는데 이제는 압니다.…

2026-02-12
못다 한 이야기

진료실에서 제일 배우기 어려웠던 건, 입을 다무는 일이었습니다

초년 시절의 저는 진료실의 정적이 무서워 자꾸 말로 그 틈을 메웠습니다. 침묵을 견디는 법, 아니 침묵을 기다리는 법을 배우기까지 꽤 오래 걸렸어요.…

2026-02-09
못다 한 이야기

"약은 안 먹고 싶어요" — 그 말에, 저는 반박하지 않습니다

그 마음을 나약함으로 여기지 않는 이유, 그럼에도 제가 진짜로 걱정하는 것, 그리고 '약이냐 아니냐'라는 소음 사이에서 함께 정할 수 있는 길에 대해 적었습니다.

2026-02-03
못다 한 이야기

가장 반가운 이별 — 좋아진 당신이 진료실 문을 나서던 날에 대하여

정신과 의사의 일은 좀 이상합니다. 잘하면 잘할수록, 제 앞의 사람이 저를 떠나게 되거든요. 오래 봐온 분이 "이제 안 와도 될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웃을 때, 저는 기쁘면서도 조금 서운한, 그 이상한 마음에 대해 오래 생각해 왔습니다.…

2026-01-31
못다 한 이야기

더는 해드릴 게 없다고 느끼는 날 — 낫게 하지 못하는 의사의 고백

낫게 하는 게 의사의 일이라 배웠는데, 배운 걸 다 쓰고도 더 내밀 카드가 없어지는 날이 있습니다. 그 무력감과, 솔직히 도망치고 싶던 마음과, 그럼에도 제가 겨우 다시 앉는 자리에 대해 적었습니다.

2026-01-06
못다 한 이야기

세상에서 당신에게 가장 모진 사람은, 혹시 당신 자신 아닌가요

친구에게는 절대 하지 않을 말을 우리는 매일 자신에게 합니다. 자책이 습관이 된 분들에게, 자기 연민(self-compassion)이 왜 나약함이 아니라 회복의 힘인지 적었습니다.

2025-12-29
못다 한 이야기

확신에 찬 얼굴로 앉아 있지만, 사실 저도 자주 흔들립니다

정신과 의사는 답을 다 아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진료실 안에서 저는 자주 흔들립니다. 확신보다 함께 있어 주는 일이 왜 더 중요한지에 대한, 조금 부끄러운 고백.

2025-12-01
못다 한 이야기

"저 완치될 수 있나요?" — 회복은 완벽한 복구가 아닙니다

마음의 병에서 완치라는 말은 자주 어긋납니다. 그런데 그게 절망할 이유는 아닙니다. 회복은 증상이 0이 되는 일이 아니라 삶에 생명력이 돌아오는 일이라는 것을, 담담하게 적었습니다.

2025-11-02
못다 한 이야기

"약까지 먹어야 할까요…?" — 정신과 약을 두려워하는 당신에게

약을 써보자고 말하면 많은 분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습니다. 중독될까 봐, 평생 먹을까 봐, 진짜 내가 사라질까 봐. 그 오해와 두려움에 대해 좋은 점도 정직한 한계도 숨기지 않고 적었습니다.

2025-10-29
못다 한 이야기

"괜찮아질 거예요" — 목까지 올라온 그 말을, 저는 자주 삼킵니다

환자가 "저 나을까요"라고 물을 때, 제일 하고 싶은 말이 제일 조심스러운 말이 됩니다. 근거 없는 안심은 당장의 위로가 되지만 언젠가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고, 그렇다고 "모르겠습니다"만 던지는 건 잔인합니다.…

2025-09-14
못다 한 이야기

정신과 진료실은 울음바다일 거라는 오해 — 실은 저희, 오늘도 웃었습니다

사람들은 정신과 진료실을 티슈와 침묵과 무거운 조명의 방으로 상상합니다. 그런데 그 방에서 저는 생각보다 자주 웃습니다.…

2025-09-10
못다 한 이야기

사실은 저도, 반대편 의자에 앉아 봅니다

남의 마음을 매일 듣는 사람도 자기 마음 앞에서는 서툽니다. 정신과 의사인 제가 상담을 받고, 때로는 약도 먹는다는 이야기. 아는 것과 나아지는 것은 다르더라고요.

2025-09-06
못다 한 이야기

"언제쯤 좋아질까요"라는 질문에, 제가 정말 하고 싶은 대답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에 저는 보통 두 문장으로 대답합니다. 하지만 정말 하고 싶은 대답은 훨씬 깁니다. 회복은 한 덩어리로 오지 않고 순서대로 온다는 것, 그리고 좋아지고 있는데 본인만 모르는 구간이 있다는 것.…

2025-08-30
못다 한 이야기

소진된 채로 소진을 진료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번아웃이라는 단어를 발음하면서, 정작 제 것은 못 알아보던 때가 있었습니다. 남의 소진은 십 분 만에 찾아내면서 제 소진은 몇 계절을 놓친 이야기, 그리고 그 뒤로 바꾼 것들에 대한 고백입니다.

2025-08-18
못다 한 이야기

대기실 의자에 대하여

진료실 문 안쪽 이야기는 여러 번 했으니, 오늘은 문 바깥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서로 모르는 척해 주는 예의, 화면이 멈춘 휴대폰, 나란히 앉아 다른 곳을 보는 두 사람. 정신과 대기실이라는 조용한 풍경을 의사 쪽에서 오래 바라본 기록입니다.

2025-07-31
못다 한 이야기

용량을 올리자는 말을 꺼내기 전, 저는 잠깐 멈칫합니다

처방 프로그램에서 용량을 바꾸는 건 클릭 두 번이면 끝납니다. 그런데 그 클릭 앞에는 잘 보이지 않는 저울질이 하나 있습니다. 효과와 부작용과 생활과, 그리고 "약이 늘었네요"라고 말할 때의 그 표정까지 올라가는 저울.…

2025-07-15
못다 한 이야기

첫 진단이 늘 맞지는 않았습니다

의사가 자기 오진 이야기를 하는 건 흔치 않지만,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진단이 왜 한 번에 끝나는 사진이 아니라 여러 번 찍는 동영상인지, 틀렸음을 인정하는 일이 왜 진료의 일부인지에 대한 고백입니다.

2025-06-29
못다 한 이야기

무거운 말을 매일 듣는 직업에 대하여

죽고 싶다는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 일에 대해 적어 봅니다. 그 말에 무뎌지지 않으려는 애씀, 무뎌짐과 단단함의 차이, 그리고 그 말을 꺼내 준 사람에게 오히려 고맙다는 이상한 역설까지.

2025-06-19
못다 한 이야기

마트에서 당신을 만나면, 저는 먼저 인사하지 않습니다

진료실 밖에서 환자를 마주친 의사는 왜 모르는 사람처럼 지나갈까요. 그 몇 초의 눈맞춤 뒤에 어떤 계산이 돌아가는지, 그리고 모른 척이 실은 무례가 아니라 인사라는 이야기를 처음으로 적어 봅니다.

2025-05-25
못다 한 이야기

명절 연휴 앞의 진료실은 조금 붐빕니다

달력의 빨간 날이 다가오면 진료실 예약이 슬며시 찹니다. 다들 좋다는 연휴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왜 시험 기간이 되는지, 연휴 전 진료실의 공기와 처방전의 산수, 그리고 명절을 건너뛰어도 된다는 말에 대하여.

2025-04-29
못다 한 이야기

저는 오늘도, 잠부터 물었습니다

마음이 힘들어서 왔는데 의사가 다짜고짜 잠 얘기부터 꺼내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기분보다 정직한 계기판이 하나 있고, 저는 매일 그 바늘부터 확인합니다. 잠을 묻는 일이 실은 안부를 묻는 일이라는 이야기.

2025-04-03
못다 한 이야기

차트에 쓰다 지우는 문장들에 대하여

진료가 끝나면 저는 차트를 씁니다. 그리고 거의 매일, 한 번쯤은 쓰다 만 문장을 지웁니다. 정확해야 하는 기록과 요약되지 않는 사람 사이에서, 의무기록의 건조한 언어가 미처 담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2025-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