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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아니라 함께 — '공유 진료'는 중독 치료에 도움이 될까
중독 치료는 외롭고 힘든 싸움입니다. 재발에 대한 죄책감, 사회적 낙인, 혼자라는 고립감이 회복을 더 어렵게 만듭니다. 그래서 최근 주목받는 방식이 **'공유 진료(SMA, Shared Medical Appointments)'** 입니다. 여러 환자가 한자리에 모여 집단으로 상담과 지지를 나누면서도, 각자 개별적인 의학적 관리(약 처방 등)를 함께 받는 방식입니다. 혼자 진료실에 들어가 5분 만에 나오는 대신,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경험을 나누며 더 긴 시간 지지받는 것입니다. 이 연구는 공유 진료가 실제로 중독 치료에 도움이 되는지, 기존 연구들을 체계적으로 종합해 살폈습니다. 연구진은 정해진 절차(PROSPERO 등록)에 따라 2025년 9월까지의 연구를 다섯 개 주요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색했습니다. 무작위 대조시험뿐 아니라 관찰 연구, 질적 연구까지 폭넓게 포함해, 성인 중독 환자를 다룬 **14편(약 578명)** 을 최종 분석했습니다. 이 중 대부분(12편)은 **아편류(오피오이드) 사용장애** 를 다뤘습니다. 결과는 조심스럽지만 긍정적이었습니다. 치료 유지율을 보고한 6편에서 **6개월 치료 유지율의 중앙값은 약 72.9%** 로 비교적 높았습니다. 중독 치료에서 '치료를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계속 받는 것'은 회복의 핵심 조건이기에, 이는 의미 있는 수치입니다. 세 편의 연구는 실제 물질 사용이 줄었다고 보고했고, 두 편은 우울·불안이 개선됐다고 했습니다. 특히 질적 연구들에서는 일관되게 **높은 환자 만족도, 동료의 지지(peer support), 서로에 대한 책임감** 이 도움이 됐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또한 이 방식이 다양한 외래 환경에서 **실제로 시행 가능(feasible)** 하다는 점도 확인됐습니다. 다만 연구진은 분명한 한계를 짚습니다. 근거의 **상당수가 관찰 연구이고 설계·결과의 편차가 커서**, '공유 진료가 개별 진료보다 확실히 낫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또한 참여 인원이 578명으로 아직 적고, 대부분 아편류 중독에 집중돼 알코올 등 다른 중독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럼에도 이 연구가 주는 메시지는 따뜻하고 실질적입니다 — **중독 회복은 혼자 이를 악물고 버티는 것보다, 함께하는 구조 속에서 더 잘 이루어질 수 있다** 는 것입니다. '함께'가 치료의 한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이 연구는 근거로 보여줍니다. 낙인과 고립이 회복의 가장 큰 적인 중독에서, 이 점은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 연구가 우리에게 주는 실질적 함의도 생각해 볼 만합니다. 한국에서도 중독은 여전히 큰 낙인이 따르는 문제이고, 그래서 많은 사람이 도움을 청하는 것 자체를 주저합니다. 하지만 이 연구가 보여주듯, **회복의 열쇠 중 하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입니다. 이미 익명의 자조모임(예: 단주모임·단약모임)이 오랫동안 이 원리 위에서 운영돼 왔고, 공유 진료는 여기에 의학적 관리를 결합한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중독으로 고생하는 본인이나 가족이 있다면, 개인 치료와 더불어 이런 집단 지지 프로그램이 있는지 의료진이나 지역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에 문의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중독은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도덕적 실패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며, 그 치료는 함께할 때 더 큰 힘을 냅니다. 정리하면, 이 연구는 중독 치료에서 '연결'과 '소속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근거로 뒷받침합니다. 물론 공유 진료가 모든 이에게 정답은 아니며, 사생활을 중시하거나 집단이 부담스러운 사람에게는 개별 치료가 더 맞을 수 있습니다. 핵심은 '한 가지 방식'이 아니라, 환자마다 다른 필요에 맞는 다양한 선택지를 갖추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지 안에서, 함께하는 치료가 분명한 한 자리를 차지할 만하다는 것이 이 연구의 메시지입니다. 회복은 고립이 아니라 연결 속에서 자라기 때문입니다.
온천이 잠을 돕는다? 몸속 변화까지 들여다본 연구, 그 진실은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면 잠이 잘 온다는 이야기는 오래된 경험담입니다. 특히 온천은 예로부터 피로 회복과 숙면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온천이 잠을 개선할까요? 그렇다면 몸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이 연구는 그 궁금증을 **수면 문제를 겪는 성인 30명** 을 대상으로, 잠의 변화뿐 아니라 혈액·장내 미생물 같은 몸속 지표까지 함께 들여다본 흥미로운 예비 연구입니다. 참가자들은 **10일간 온천 시설에 머물며 하루 두 번(오전·저녁), 40~42도의 온천에 30분씩** 입욕하는 프로그램을 마쳤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들이 같은 장소에 머물며 동일한 식사를 하는 통제된 환경에서 지냈다는 것입니다. 수면의 질은 표준 설문(피츠버그 수면의 질 지수, PSQI)과 손목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로 객관적으로 측정했습니다. 결과는 여러 면에서 긍정적이었습니다. 온천 요법 후 **수면의 질 점수가 좋아졌고**, 웨어러블 기기로 잰 총 수면 시간과 야간 수면 시간이 늘었으며, **깊은 잠(숙면)의 양과 비율이 증가** 하고 잠의 연속성도 개선됐습니다. 혈압과 불안·우울 점수, 스트레스 지표도 함께 좋아졌습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몸속 변화입니다. 혈액 검사에서 **마음을 안정시키는 물질(GABA, 세로토닌)과 뇌 건강에 관여하는 BDNF, 항염증 물질(IL-10)이 늘고**, 반대로 몸의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IL-1β, IL-6, TNF-α)은 **줄었습니다.** 아미노산 대사와 장내 미생물 구성에도 변화가 관찰됐습니다. 즉 '온천 입욕 → 신경·면역·대사·장내 미생물의 동시 변화 → 수면 개선'이라는 다층적 그림이 그려진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이 연구의 가장 큰 한계는 **비교할 대조군이 없는, 30명짜리 소규모 예비 연구** 라는 점입니다. 참가자 모두가 온천을 받았을 뿐, '온천을 안 받은 그룹'과 비교하지 않았기 때문에, 개선이 정말 온천 때문인지 아니면 **규칙적인 생활, 충분한 휴식, 일상에서 벗어난 편안함, 통제된 식사** 같은 다른 요인 때문인지 구분할 수 없습니다. 열흘간 스트레스 없이 쉬면 온천이 아니어도 잠이 좋아질 수 있으니까요. 따라서 이 결과는 '온천이 수면에 좋다'는 확정이 아니라, **'온천 요법과 함께 몸속에서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난다'는 가설을 제시한 첫걸음** 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수면을 신경·면역·장내 미생물이 함께 얽힌 '온몸의 현상'으로 바라본 시도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연구를 위한 의미 있는 밑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렇다면 잠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은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온천이나 목욕은 즐거운 이완 습관으로 곁들이되, 근거가 탄탄한 **수면 위생** 부터 챙기는 것이 우선입니다. 매일 같은 시각에 자고 일어나기, 잠자리에서 스마트폰 멀리하기, 자기 전 카페인과 과식 피하기, 낮에 햇빛과 활동 늘리기 같은 기본이 의외로 큰 차이를 만듭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자기 한두 시간 전 따뜻한 물에 목욕하면 이후 **체온이 서서히 떨어지면서 잠이 잘 오게 된다** 는 점입니다. 이는 온천 연구의 결과와도 통하는 원리입니다. 다만 이런 노력에도 몇 주 이상 불면이 지속되고 낮 생활이 힘들다면, 혼자 애쓰기보다 전문적 평가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잠은 의지가 아니라 관리와 치료의 문제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리하자면, 이 연구는 '온천이 만병통치약'이라는 과장도, '효과가 전혀 없다'는 냉소도 아닌 균형 잡힌 시선을 요구합니다. 온천은 검증된 불면 치료를 대신할 수는 없지만,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는 하나의 건강한 습관으로서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연구는 '잠'이 뇌만의 일이 아니라 온몸의 신경·면역·대사가 함께 빚어내는 결과임을 일깨워 줍니다.
꾸준한 운동이 ADHD 아이의 '자기조절력'을 키운다 — 어떻게, 얼마나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나 자폐가 있는 아이들은 **'실행 기능'** 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행 기능이란 충동을 참고, 계획을 세우고, 상황에 맞게 생각을 바꾸는 뇌의 '관리자' 역할을 말합니다. 숙제를 시작하지 못하거나, 하고 싶은 말을 참지 못하거나, 규칙이 바뀌면 당황하는 모습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ADHD 치료라 하면 흔히 약물을 떠올리지만, 부모들은 약 외에 도움이 될 방법을 늘 찾습니다. 그중 오래전부터 주목받아 온 것이 바로 **운동** 입니다. 이 연구는 '꾸준한 운동이 아이들의 실행 기능을 실제로 개선하는가, 그리고 어떤 조건에서 가장 효과적인가'를 여러 연구를 종합해 분석한 메타분석입니다. 연구진은 신뢰도 높은 **무작위 대조시험(RCT) 13편, 총 527명의 아동** 을 모았습니다(ADHD 대상 10편, 자폐 대상 3편). 실행 기능을 **억제력(충동 참기), 작업기억(정보를 잠시 붙들어 활용하기), 인지 유연성(상황에 맞게 사고 전환하기)** 세 영역으로 나눠, 운동의 효과를 정밀하게 분석했습니다. 단순히 '운동이 좋다/나쁘다'가 아니라, 어떤 능력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쪼개 본 것입니다. 종합 결과, 꾸준한 운동은 실행 기능을 **전반적으로 '중간 정도' 개선** 했습니다. 특히 효과가 가장 컸던 것은 **충동을 참는 억제력** 이었고, 작업기억도 의미 있게 좋아졌으며, 인지 유연성은 작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을 보였습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어떤 운동을, 어떻게' 해야 효과적인지에 대한 세부 분석입니다.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는 **'폐쇄형 운동'(예: 달리기, 수영, 줄넘기)이 억제력과 작업기억에 더 안정적** 이었고, **더 긴 기간에 걸쳐 꾸준히** 할수록 억제력 개선에 유리했으며, **중강도 이상의 운동** 이 작업기억에 더 효과적인 경향을 보였습니다. 다만 연구진은 신중한 해석을 당부합니다. 연구들 사이의 **편차가 크고, 일부 세부 분석은 포함된 연구 수가 적어** 결과를 확정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 분석은 대부분 ADHD와 자폐 아동에 관한 것이므로, 다른 발달 상황에 그대로 일반화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이 연구의 가치는 분명합니다. 질문을 '운동이 효과가 있는가'에서 **'어떻게, 누구에게, 어떤 능력에 효과적인가'** 로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점입니다. 운동은 부작용이 거의 없고, 비용이 적게 들며, 자존감·수면·또래관계 등에도 두루 좋은 **매력적인 비약물적 보조 수단** 임이 다시 확인됐습니다. 무엇보다 아이가 즐겁게 몸을 움직이는 경험 자체가, 숫자로 잴 수 없는 큰 가치를 지닙니다. 그렇다면 부모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이 연구가 주는 실질적 힌트는 몇 가지입니다. 첫째, **아이가 즐거워하는 운동** 을 고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억지로 시키는 운동은 오래가지 못하고, 꾸준함이 핵심인 만큼 흥미가 곧 효과를 좌우합니다. 둘째, 하루 반짝이 아니라 **몇 주에서 몇 달에 걸친 규칙적 반복** 이 억제력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운동이 왜 뇌에 좋은지도 이해하면 동기부여가 됩니다. 운동은 집중·동기와 관련된 뇌 신경전달물질(도파민·노르에피네프린) 분비를 늘리는데, 이는 ADHD 약물이 겨냥하는 것과 같은 계열입니다. 즉 운동은 뇌에 자연스러운 자극을 주는 셈입니다. 무엇보다 이 연구는, 아이의 어려움을 약 하나로만 바라보지 않고 생활 속 다양한 방법으로 함께 도울 수 있다는 희망을 줍니다. 요컨대 이 메타분석은 '운동은 ADHD·자폐 아동에게 좋다'는 막연한 통념을, '어떤 운동을 어떻게 하면 어떤 능력이 얼마나 좋아지는지'라는 구체적 지도로 바꿔 놓았습니다. 완벽한 정답표는 아니지만, 부모와 교사, 치료자가 아이에게 맞는 활동을 고를 때 참고할 든든한 근거가 됩니다.
코로나 최전선 간호사의 트라우마, '이야기 치료'로 줄인다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일한 간호사들은 우리가 짐작하는 것 이상으로 깊은 상처를 안았습니다. 밀려드는 중환자, 반복되는 죽음의 목격, 감염 공포, 만성적 과로 속에서 많은 의료진이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과 만성적인 우울감** 을 겪게 됐습니다. 이런 심리적 후유증은 개인의 고통에 그치지 않고, 의료 인력의 이탈과 돌봄의 질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는 사회적 문제입니다. 이 연구는 그 후유증을 **내러티브 노출치료(NET, Narrative Exposure Therapy)** 로 줄일 수 있는지 검증한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입니다. 내러티브 노출치료란 무엇일까요? 트라우마 기억은 흔히 파편처럼 흩어져, 시도 때도 없이 떠올라 사람을 괴롭힙니다. NET는 치료자와 함께 자신의 삶을 시간 순서대로 '이야기'로 재구성하면서, 그 안에 힘들었던 사건을 안전하게 배치하고 마주하도록 돕는 치료법입니다. 흩어진 기억을 삶의 맥락 속에 다시 엮어 넣음으로써 트라우마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 핵심 원리입니다. 연구진은 이란의 두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60명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한 그룹은 **6주 동안 매주 90분씩 집단 NET** 를 받았고, 다른 그룹(대조군)은 평소 치료만 받았습니다. 증상은 표준 심리검사 도구로 시작 시점, 치료 직후, 그리고 한 달 뒤 세 차례 측정했습니다. 결과는 뚜렷했습니다. NET를 받은 그룹은 치료 직후와 한 달 뒤 모두 **트라우마 증상과 만성 우울감(기분부전) 점수가 시작 때보다 유의하게 감소** 했습니다(p<0.001). 특히 시간의 흐름과 그룹을 함께 고려한 분석에서, **NET 그룹의 개선 폭이 대조군보다 통계적으로 훨씬 컸습니다.** 게다가 치료 직후와 한 달 뒤 사이에 점수가 크게 나빠지지 않아, 효과가 어느 정도 유지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물론 한계도 분명합니다. 가장 큰 것은 **추적 기간이 한 달로 짧다** 는 점입니다. 몇 달, 몇 년 뒤에도 효과가 지속되는지는 이 연구만으로 알 수 없습니다. 또한 특정 지역 두 병원의 간호사 6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라, 다른 문화·직군에 그대로 일반화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이 연구는 중요한 메시지를 줍니다 — **의료진의 트라우마는 방치할 것이 아니라, 구조화된 심리치료로 실제로 줄일 수 있는 문제** 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을 점은, 트라우마 치료가 '괴로운 기억을 억지로 다시 꺼내 헤집는 것'이 아니라는 오해입니다. NET를 비롯한 근거 기반 트라우마 치료는 **훈련된 치료자의 안내 아래, 안전한 환경에서 기억을 통제 가능한 방식으로 마주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혼자 참으며 기억에 시달리는 것보다 고통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이 연구가 집단(그룹) 형식으로 진행됐다는 점도 의미가 있습니다. 같은 경험을 한 동료들과 함께함으로써 '나만 이런 것이 아니다'라는 위안과 상호 지지가 더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연구가 이란 간호사를 대상으로 했지만, 그 함의는 보편적입니다. 재난·사고·폭력·상실 등 트라우마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고, 코로나 시기 우리 의료진 역시 비슷한 부담을 겪었습니다. 트라우마 증상(악몽, 회피, 과각성, 감정 마비 등)이 몇 주 이상 지속되며 일상을 방해한다면, 그것은 '의지로 버틸' 문제가 아니라 **전문적 도움이 필요한 신호** 입니다. 다행히 NET 같은 검증된 치료가 있고, 최근에는 온라인·비전문 인력을 통한 보급 연구도 활발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통로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를 돌봐 준 이들의 마음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돌볼 것인가 — 이 연구는 그 질문에 하나의 구체적이고 희망적인 답을 제시합니다.
치매 돌봄, 어떻게 짜야 하나 — 유럽 11개국 81개 연구의 답
치매와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뇌질환** 환자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가'에 대한 체계는 나라마다, 병원마다 제각각입니다. 진단만 받고 이후 관리가 끊기거나, 가족이 정보 없이 헤매거나, 말기 돌봄이 준비되지 않는 일이 흔합니다. 치매 돌봄은 한 번의 진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진단 → 초기 지원 → 장기 관리 → 말기·완화 돌봄** 으로 이어지는 긴 여정이기에, 이 여정 전체를 잇는 '돌봄 경로(care pathway)'가 중요합니다. 이 연구는 유럽 각국의 치매 돌봄 경로 연구들을 종합해, 좋은 돌봄의 공통 요소가 무엇인지 정리한 체계적 문헌고찰입니다. 연구진은 정해진 절차(PRISMA 2020)에 따라 다섯 개 주요 데이터베이스와 회색문헌(공식 출판되지 않은 보고서 등)을 최근 10년(2025년 6월까지) 범위로 검색했습니다. 그 결과 **유럽 11개국의 81편** 을 최종 분석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연구의 질은 설계별 표준 도구로 평가했고, 연구 간 편차가 커서 수치를 합치는 대신 서술적으로 종합했습니다. 분석 결과, 돌봄 경로는 나라와 상황에 따라 매우 다양했지만 **뚜렷한 공통점** 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경로가 **초기 단계(의뢰, 진단, 진단 직후 지원)에 집중** 되어 있었고, 장기 관리·사전돌봄계획·완화 돌봄 같은 후기 단계는 상대적으로 덜 다뤄졌습니다. 즉 '진단까지는 잘하지만 그 이후는 빈약한' 경향이 여러 나라에서 공통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반면, 어느 나라든 좋은 돌봄에는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핵심 기능** 들이 있었습니다. **돌봄 조정(여러 서비스를 연결·조율), 다학제 팀 협력(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 등이 함께), 사례 관리(환자별 담당자가 지속 관리), 보호자 참여, 체계적인 추적 관리** 가 그것입니다. 그 주변으로 인력 교육, 디지털·보조 기술, 질 관리 지표가 중요한 축으로 언급됐습니다. 다만 연구진은 이 결과가 **실제 의료 현장을 그대로 반영한다기보다 '문헌상의 경향'** 임을 분명히 합니다. 연구 설계와 보고 방식의 편차가 커서 나라 간 직접 비교에는 한계가 있고,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 모델인지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이 연구는 흩어져 있던 치매 돌봄의 조각들을 모아 **'좋은 돌봄이 갖춰야 할 공통 뼈대'** 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앞으로 더 통합적이고 사람 중심적인 돌봄 모델을 설계하는 데 참고할 틀이 됩니다. 이 연구가 유럽을 다뤘지만, 그 교훈은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한국 역시 빠른 고령화로 치매 인구가 급증하고 있으며, 진단 이후의 장기 돌봄과 가족 부담이 큰 사회적 과제입니다. 이 연구가 강조하는 **'돌봄 조정'과 '사례 관리'** 는, 환자와 가족이 여러 병원·서비스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한 명의 담당자가 여정 전체를 함께 안내한다는 개념입니다. 진단만 받고 '이제 어떻게 하죠'라는 막막함에 빠지는 상황을 막는 것이 핵심입니다. 가족 입장에서 기억할 실질적 조언도 있습니다. 첫째, 치매 돌봄은 가족 혼자 짊어질 일이 아니며, 지역의 치매안심센터·주간보호·다학제 팀 같은 공적 자원을 초기부터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환자가 아직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초기 단계에 미래 돌봄에 대한 바람(사전돌봄계획)을 함께 정리** 해 두면, 나중에 가족이 어려운 결정을 내릴 때 큰 도움이 됩니다. 셋째, 보호자 자신의 소진을 관리하는 것 역시 돌봄의 일부입니다. 좋은 돌봄 체계는 결국 환자와 보호자를 '한 팀'으로 함께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치매는 환자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과 지역사회가 함께 감당하는 여정이라는 점을, 이 연구는 다시금 상기시켜 줍니다.
조현병 유전자를 32만 명 분석했더니, 뜻밖에 폐질환과 연결됐다
조현병은 **유전의 영향을 크게 받는** 정신질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부모나 형제가 조현병이면 본인의 발병 위험이 높아지고, 쌍둥이 연구에서도 유전율이 상당히 높게 나옵니다. 하지만 '어떤 유전자가, 어떻게' 관여하는지는 여전히 밝혀지는 중이고, 특히 조현병이 심장병·당뇨·폐질환 같은 **신체 질환과 유전적으로 어떻게 얽혀 있는지** 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 점은 단순한 학문적 호기심이 아닙니다. 실제로 조현병 환자는 일반 인구보다 평균 수명이 짧고, 그 상당 부분이 정신 증상이 아니라 동반된 신체 질환 때문이기 때문입니다. 이 연구는 그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여러 인종을 아우르는 대규모 유전체 분석(GWAS, 수십만 명의 유전 정보를 훑어 질병과 관련된 DNA 지점을 찾는 방법)** 을 수행했습니다. 유럽계와 동아시아계를 포함한 **무려 32만 2,321명** 의 유전 데이터를, 세계적인 정신유전체 컨소시엄과 대규모 바이오뱅크에서 모아 분석했습니다. 이렇게 여러 인종을 함께 보는 이유는, 특정 인종에만 국한되지 않는 '보편적인' 유전 신호를 더 정확히 잡아내기 위해서입니다. 그 결과, 기존에 보고되지 않았던 **조현병 관련 유전 변이 16개를 새로 발견** 했습니다. 나아가 유전자 발현을 분석하는 기법과 기계학습으로 후보 유전자들을 추렸는데, 그중 **WBP1L과 CNNM2** 같은 유전자가 조현병의 생물학적 기전에 관여할 가능성이 지목됐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유전자 발현 정보를 활용한 '약물 재활용(drug repurposing, 이미 다른 병에 쓰이는 약을 새로운 병에 다시 활용하는 전략)' 분석에서, **조현병과 만성 폐질환에 공통으로 작용할 수 있는 치료 후보** 가 제시됐다는 점입니다. 이 발견의 핵심 메시지는, 조현병과 만성 폐질환이 **유전적 구조의 일부를 공유** 한다는 것입니다. 즉 조현병 환자에게 폐질환이 흔한 것이 단지 흡연이나 생활습관 때문만이 아니라, 애초에 두 병이 일부 같은 유전적 뿌리를 가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 결과는 어디까지나 대규모 통계 분석을 통한 '연관성'의 발견이며, 특정 유전자가 병을 '일으킨다'는 인과를 증명한 것은 아닙니다. 실제 치료로 이어지려면 후보 유전자와 약물에 대한 별도의 검증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이 연구는 **조현병을 '뇌만의 병'이 아니라 전신 건강과 연결해 이해해야 한다** 는 관점을 유전자 수준에서 뒷받침하는 중요한 진전입니다. 한 가지 오해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조현병 유전자를 찾았다'는 말이 곧 '조현병을 일으키는 단 하나의 유전자가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조현병은 **수백~수천 개의 작은 유전적 영향이 조금씩 쌓여 발병 위험을 높이는 '다인자성' 질환** 입니다. 이번에 새로 찾은 16개 변이 각각은 위험을 아주 조금씩만 높일 뿐이며, 유전자를 가졌다고 반드시 병에 걸리는 것도, 없다고 안전한 것도 아닙니다. 유전은 '운명'이 아니라 '경향'이고, 환경과 스트레스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합니다. 그렇다면 이 연구가 환자와 가족에게 주는 실질적 의미는 무엇일까요? 당장 새로운 치료제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방향은 분명합니다.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면 **정기적인 심장·폐·대사 건강 검진을 정신 증상 관리만큼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는 것입니다. 흡연을 줄이고, 운동과 식이를 관리하며, 신체 증상을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것이 수명과 삶의 질을 크게 좌우할 수 있습니다. 유전적 뿌리를 공유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몸과 마음을 함께 돌봐야 할 이유가 그만큼 분명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결국 이 연구는, 마음의 병과 몸의 병이 생각보다 훨씬 깊이 연결돼 있음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줍니다.
정신질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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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약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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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스틱(데스벤라팍신) 완전정리 — 효과, 부작용, 그리고 뜻밖의 '갱년기' 이야기
SNRI 항우울제 프리스틱(데스벤라팍신)의 작용 원리, 효과, 부작용, 복용법, 이팩사·브린텔릭스와의 차이, 그리고 갱년기 우울증·안면홍조에 쓰이는 이유까지 정신과 전문의 관점에서 쉽게 정리했습니다.

브린텔릭스(보르티옥세틴) 완전정리 — 효과, 부작용, 다른 항우울제와 뭐가 다를까
새로운 항우울제 브린텔릭스(보르티옥세틴)의 작용 원리, 효과, 부작용, 복용법, 다른 SSRI·SNRI와의 차이를 정신과 의사의 관점에서 쉽게 정리했습니다.
자폐 아동에게 메만틴·아만타딘은 효과가 있을까 — 그리고 최신 반전
자폐스펙트럼장애(ASD)를 겪는 아동의 핵심 증상이나 동반 문제를 약으로 도울 수 있을지는 많은 부모의 절실한 관심사입니다. 현재 자폐의 '핵심 증상'인 **사회적 소통의 어려움을 직접 개선하는 것으로 승인된 약은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쓰이는 약(예: 리스페리돈)은 주로 과민함이나 공격성 같은 동반 증상을 완화할 뿐, 자폐 자체를 겨냥하지는 않습니다. 이 연구는 원래 치매나 파킨슨병 등에 쓰이는 두 약물, **메만틴과 아만타딘(둘 다 뇌의 NMDA 수용체를 조절하는 약)** 이 자폐 아동에게 효과가 있는지 기존 연구들을 체계적으로 검토했습니다. 왜 하필 이 두 약일까요? **NMDA 수용체** 는 뇌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 전달과 학습·기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문(門)입니다. 자폐에서 이 신호 체계, 특히 흥분성 신호물질인 글루타메이트의 균형에 이상이 있다는 가설이 오래전부터 제기됐고, 그렇다면 이 수용체를 조절하는 약이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는 것이 시도의 배경입니다. 연구진은 여러 데이터베이스에서 87편을 1차로 추린 뒤, 기준을 충족한 **8편(18세 미만 자폐 아동 대상, 위약이나 일반치료와 비교한 연구)** 을 최종 분석했습니다. 결과를 보면, 두 약물 모두 **안전성 면에서는 비교적 양호** 했습니다. 심각한 부작용 없이 대체로 잘 견뎠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정작 자폐의 핵심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에 대한 근거는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습니다.** 메만틴은 인지·행동 측면에서 일부 개선 가능성을 보였지만 연구 방법의 한계(적은 인원, 대조군 설계 등)가 얽혀 있었고, 아만타딘은 항정신병약물인 리스페리돈과 함께 쓸 때 문제 행동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었으나, **부모 평가와 의사 평가가 서로 엇갈려** 신뢰성에 의문이 남았습니다. 같은 아이를 두고 부모는 좋아졌다 하고 의사는 변화가 없다고 보는 식의 불일치는, 자폐 증상 평가가 얼마나 까다로운지를 보여줍니다. 연구진은 결국 **대규모의 엄격한 이중맹검 무작위 시험** 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리뷰가 '아직 불확실하다'고 정직하게 말하지만 **연구가 여기서 멈춘 것은 아니라는 점** 입니다. 뒤의 '관련 연구'에서 자세히 보듯, 이후 발표된 더 정교한 연구는 '자폐 전체에 듣느냐'가 아니라 '**누구에게 효과가 있는지**'를 가려내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즉 '자폐에 약이 듣느냐 안 듣느냐'는 단순한 질문에서, **'어떤 뇌 특성을 가진 아이에게 어떤 약이 맞는가'** 라는 정밀의학의 질문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 흐름을 알면, 오늘의 '불확실하다'는 결론이 실패가 아니라 다음 단계로 가는 디딤돌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 꼭 기억할 점이 있습니다. 자폐는 아이마다 강점과 어려움이 매우 다른 '스펙트럼'이며, 그래서 **'모든 자폐에 듣는 만능 약'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약물은 어디까지나 언어치료·행동치료·교육적 지원 같은 검증된 개입을 보조하는 역할이지, 그것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인터넷에서 '자폐에 좋다'는 보충제나 시술 광고를 접하더라도, 이 리뷰가 보여주듯 실제 근거는 훨씬 조심스럽습니다. 약물치료를 고려한다면 반드시 소아정신과 전문의와 함께 아이의 구체적 증상·특성·동반 문제를 따져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효과와 부작용을 면밀히 관찰하며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최신 연구가 '맞춤형'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지금 시점에서 부모가 성급한 일반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어떤 아이에게 극적인 효과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우리 아이에게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결코 아니기 때문입니다. 근거가 쌓이기를 기다리며, 지금 확실히 도움이 되는 치료·교육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입니다.
심장병 환자의 우울증, 인지행동치료(CBT)는 답이 될 수 있을까
심장병과 우울증은 흔히 함께 옵니다. 그리고 이 둘이 겹치면 단순히 '기분이 우울한'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관상동맥질환(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이 좁아지는 병) 환자의 무려 **40~65%가 주요 우울 삽화** 를 겪고, 가벼운 우울까지 포함하면 74%가 넘는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우울증이 동반되면 심장병 환자의 **사망 위험이 약 1.8배까지** 높아진다는 점입니다. 왜 그럴까요? 우울감이 운동 부족, 약 복용 소홀, 흡연 지속 같은 나쁜 습관으로 이어질 뿐 아니라, 자율신경 불균형(심박변이 저하, 안정 시 빠른 맥박)과 만성 염증, 혈관·혈소판 기능 이상에도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심근경색 같은 심장 사건을 겪은 환자의 **약 30%가 그 후 우울증** 이 생긴다고 알려져 있어, 심장병 환자의 우울증은 '마음의 문제'를 넘어 생명 예후와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흔히 우울증 치료라 하면 항우울제를 먼저 떠올리지만, 심장병 환자에게는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일부 항우울제는 심장 리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고, 여러 약을 이미 복용 중인 환자에게 약을 하나 더 추가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약이 아닌 '대화 치료', 특히 **인지행동치료(CBT — 부정적 생각과 행동 패턴을 찾아 바꿔 감정을 다루는 심리치료)** 가 매력적인 대안으로 주목받아 왔습니다. 이 연구는 CBT가 심장병 환자의 우울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10년(2014~2024)간 발표된 임상시험을 정해진 절차(PRISMA)에 따라 PubMed에서 검색했습니다. 처음 139편을 찾아 중복과 주제에서 벗어난 것을 걸러내고, 최종적으로 **21편(환자 총 2,498명, 평균 나이 약 57세)** 을 분석했습니다. 분석된 치료법은 놀라울 만큼 다양했습니다. 절반 가까이(**38%가 대면 CBT**)였고, 또 다른 38%는 **인터넷으로 제공하는 CBT(I-CBT)** 였습니다. 그 외 스트레스 관리형, 집단 CBT, 전화·인터넷 병행형, 웰빙 치료를 순차적으로 결합한 방식 등이 있었습니다. 비교군도 '일반적 치료(TAU)', 대기자 명단, 온라인 토론 포럼, 단순 모니터링, SSRI 계열 항우울제까지 제각각이었습니다. 우울을 진단·측정하는 데는 PHQ-9(38%), 병원 불안·우울 척도(HADS), 해밀턴 우울척도, 벡 우울척도 등 무려 **82종의 서로 다른 척도** 가 사용됐습니다. 연구 기간도 5주에서 144주까지, 추적 기간도 1개월에서 60개월까지 천차만별이었습니다. 바로 이 '제각각인 방법론' 때문에 연구진은 여러 연구의 수치를 하나로 합치는 메타분석은 하지 못하고, 연구들을 서술적으로 정리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것이 이 리뷰의 **가장 큰 한계** 입니다. 대상 환자(심부전, 심근경색 후, 안정형 관상동맥질환 등), 치료 방식, 측정 도구가 너무 달라 'CBT가 몇 % 효과적'이라고 한마디로 결론 내리기가 어렵습니다. 서로 다른 저울로 잰 몸무게를 평균 낼 수 없는 것과 비슷한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이 리뷰가 남긴 중요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첫째, **심장병 환자의 우울은 반드시 찾아내 다뤄야 할 문제** 이며 CBT가 그 유력한 선택지라는 점입니다. 둘째, **인터넷 기반 CBT가 전체의 38%** 를 차지할 만큼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병원 방문이 부담스러운 심장병 환자에게, 집에서 받을 수 있는 심리치료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다만 '어떤 CBT를, 얼마나, 어떤 환자에게' 써야 가장 효과적인지에 대한 표준은 아직 없어, 더 통일된 대규모 연구가 필요합니다.
정신과 치료 이야기
더보기 →약물 외 치료법과 치료 과정에 대한 이야기, 관련 연구를 모았습니다.
섭식장애 자녀를 돌보는 부모, 정작 그들의 마음은 누가 돌보나
거식증이나 폭식증 같은 **섭식장애** 를 겪는 자녀를 둔 부모는, 치료의 최전선에 서 있으면서도 정작 자신은 극심한 부담에 시달립니다. 끼니마다 이어지는 갈등, 재발에 대한 두려움,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긴 여정 속에서 보호자 본인이 불안과 우울에 빠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섭식장애는 치료 기간이 길고 재발이 잦은 데다, 특히 청소년 환자의 경우 부모가 식사 관리와 정서적 지지를 거의 24시간 떠맡게 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히 '부모가 힘든' 차원을 넘어선다는 점입니다. **보호자의 정신건강이 무너지면 치료 참여도 어려워지고, 이는 다시 환자의 회복에도 영향** 을 줍니다. 즉 보호자를 돌보는 일은 인정(人情) 차원이 아니라 치료 성공의 실질적 조건인 셈입니다. 그래서 보호자를 돕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이 개발돼 왔지만, 정작 그 프로그램들이 **보호자 자신의 불안·우울을 실제로 줄여주는지** 는 분명하게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이 연구는 바로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보호자의 불안·우울 개선을 직접 측정한 **무작위 대조 연구(RCT — 참가자를 무작위로 나눠 효과를 비교하는, 신뢰도가 가장 높은 연구 방식)** 만 엄선해 종합했습니다. 연구진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2025년 10월까지 주요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 조건에 맞는 **12편의 RCT** 를 최종 분석했습니다. 결과는 다소 신중했습니다. **통계적으로 뚜렷한 효과는 드물게, 그리고 특정 지표에서만** 나타났으며 크기도 대체로 작았습니다. 가장 많이 연구된 것은 '인지-대인관계 유지 모델(CIMM, 섭식장애가 가족 관계 안에서 어떻게 유지·악화되는지에 초점을 둔 이론)'에 기반한 프로그램이었는데, 놀랍게도 **12편 중 단 1편에서만** 우울 증상에 유의한 개선을 보였고(p=0.010), 전체 불안·우울 점수(DASS-21)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인지행동치료(CBT) 기반 프로그램** 은 병원 불안·우울 척도(HADS)에서 일부 긍정적 신호(p=0.033)를 보였지만, 안내가 있는 방식과 없는 방식 사이에서 결과가 일관되지 않았습니다. 영상 기반 기술 훈련은 **전문가의 지원이 함께 있을 때만** 보호자의 고통을 줄였습니다(p=0.030). 이 연구에서 가장 일관되게 드러난 메시지는 이것입니다 — **전문가나 동료의 지원이 결합된 프로그램이, 보호자 혼자 진행하는 자기주도형보다 더 유망** 하다는 점입니다. 혼자 앱이나 책자로 진행하는 방식보다, 사람이 곁에서 안내하고 격려할 때 효과가 나타나는 경향이 보였다는 뜻입니다. 다만 안내형과 비안내형을 직접 비교했을 때 늘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난 것은 아니어서, 결론은 조심스럽습니다. 종합하면 이 리뷰는 다소 겸손한 결론에 도달합니다. **보호자 지원 프로그램은 개념적으로는 분명히 타당하지만, 현재까지의 근거로는 불안·우울을 확실히 줄인다고 말하기에 부족** 하다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앞으로 구조화된 심리 전략과 안내형 자조 프로그램, 워크숍을 결합해 **보호자마다 다른 필요에 맞춘 지원** 을 설계하고, 더 엄격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중요한 것은 '효과가 없다'가 아니라 '아직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이며, 보호자 돌봄의 필요성 자체는 오히려 더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보호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이 연구가 던지는 실질적 함의는 '완벽한 프로그램을 기다리기보다, 혼자 짊어지지 말라'는 것입니다. 자녀의 치료팀(의사·영양사·심리상담사)과 긴밀히 소통하고, 같은 어려움을 겪는 보호자 모임이나 전문가가 안내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자기주도적으로 애쓰는 것보다 나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보호자 자신의 불안·우울이 심해질 때 이를 '약해서'가 아니라 '당연한 반응'으로 받아들이고 스스로도 도움을 청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자녀의 회복이라는 긴 마라톤에서, 돌보는 사람이 먼저 지쳐 쓰러지지 않는 것이 결국 자녀에게도 가장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뇌에 전극을 심어 중독을 치료한다 — 뇌심부자극술의 현주소
약물치료도, 상담도, 입원도 모두 소용없었던 심각한 중독. 이런 '치료 저항성' 환자에게 마지막 수단으로 뇌 속에 직접 전극을 심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뇌심부자극술(DBS, deep brain stimulation)** 이라 불리는 이 시술은, 머리뼈에 작은 구멍을 내고 가느다란 전극을 뇌 깊은 곳의 특정 지점까지 정밀하게 넣은 뒤, 가슴에 심은 소형 자극기(심장 박동기와 비슷한 장치)와 연결해 지속적으로 약한 전기 자극을 흘려보내는 방식입니다. 중요한 특징은 **자극의 세기를 나중에 조절할 수 있고, 필요하면 끌 수도 있다** 는 점입니다. 원래 파킨슨병 치료에 널리 쓰여 전 세계적으로 **25만 명 이상** 이 받은, 검증된 뇌 시술이며, 최근에는 우울증과 강박장애에서도 효과가 보고되면서 '뇌 회로를 직접 조절한다'는 개념이 정신과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왜 하필 중독에 뇌 자극일까요? 중독은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보상 회로'가 특정 물질에 과도하게 반응하도록 재배선된 상태** 로 이해됩니다. 마약이나 술이 정상적인 즐거움보다 훨씬 강한 신호를 보상 회로에 보내고, 그 회로가 점점 그 자극에만 반응하도록 굳어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회로의 핵심 관문, 특히 쾌감·동기와 관련된 '측좌핵(nucleus accumbens)'을 직접 조절하면 갈망 자체를 낮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발상입니다. 이 연구는 지금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된 DBS와 뇌 병변술(문제 부위의 뇌 조직 일부를 영구히 없애는 방법) 연구들을 체계적으로 모아, 어느 표적에서 어디까지 밝혀졌는지 정리한 문헌고찰입니다. 연구진은 정해진 절차(PRISMA)에 따라 조건에 맞는 연구 **47편** 을 추려 분석했습니다. 가장 근거가 탄탄했던 것은 중증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의 측좌핵을 양쪽으로 자극한 경우였습니다. 한 연구에서는 술을 마시지 않은 날의 비율이 시술 전 약 28%에서 6개월 뒤 56%, **18개월 뒤 74%까지** 늘었고, 마시고 싶은 충동(갈망) 점수도 절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또 다른 공개 연구에서는 하루 음주량이 **10잔에서 3잔 아래로** 줄기도 했습니다. 아편류(헤로인) 중독에서는 **8명 중 5명이 3년 넘게 단약** 을 유지했고, 갈망뿐 아니라 동반된 우울 증상까지 함께 좋아진 사례가 보고됐습니다. 특히 뇌 신호를 실시간으로 읽어 자극을 맞추는 '바이오마커 유도' 방식은 마약을 떠올리게 하는 단서에 대한 갈망 반응을 눈에 띄게 줄였습니다. 여러 약물을 동시에 쓰던 환자 중 일부는 3년 넘게 단약 상태를 이어갔으며, 뇌 조직을 없애는 병변술도 단기적으로는 의존 심각도를 크게 낮췄습니다. 숫자만 보면 놀랍지만, 연구진은 **네 가지 중요한 한계** 를 분명히 짚습니다. 첫째, 참여 인원이 극히 적습니다. 대부분 한 자릿수에서 십여 명 규모라, 우연이나 개인차, 그리고 '기대 효과(위약 효과)'의 영향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뇌 조직을 되돌릴 수 없게 손상시키는 병변술은 시간이 지나면 재발하거나(4년 시점 금주 유지 약 54%) 인지 기능 저하 같은 대가가 따를 수 있어, DBS보다 훨씬 높은 근거와 윤리적 기준이 요구됩니다. 셋째, **동물 실험에서는 오히려 특정 조건에서 재발이 늘어나는 역설적 결과** 도 나와, 자극의 위치와 뇌의 상태에 따라 효과가 정반대로 갈릴 수 있습니다. 넷째, 조절·복구가 가능한 DBS와 영구적인 병변술은 원리도 위험도 전혀 다른 별개의 치료인데 종종 뭉뚱그려 이야기된다는 점입니다. 무엇보다 이것은 두개골을 여는 뇌수술이므로, 다른 모든 치료가 실패한 극소수의 중증 환자에게만, 그것도 연구 목적으로 신중히 고려되는 방법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결론적으로 이 치료는 '시도해 볼 만한 근거와 앞으로의 임상시험 설계 방향'은 마련했지만, **모든 중독 유형에 확실히 효과가 있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