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으로

중독

알코올, 약물, 행위중독

중독

혼자가 아니라 함께 — '공유 진료'는 중독 치료에 도움이 될까

중독 치료는 외롭고 힘든 싸움입니다. 재발에 대한 죄책감, 사회적 낙인, 혼자라는 고립감이 회복을 더 어렵게 만듭니다. 그래서 최근 주목받는 방식이 **'공유 진료(SMA, Shared Medical Appointments)'** 입니다. 여러 환자가 한자리에 모여 집단으로 상담과 지지를 나누면서도, 각자 개별적인 의학적 관리(약 처방 등)를 함께 받는 방식입니다. 혼자 진료실에 들어가 5분 만에 나오는 대신,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경험을 나누며 더 긴 시간 지지받는 것입니다. 이 연구는 공유 진료가 실제로 중독 치료에 도움이 되는지, 기존 연구들을 체계적으로 종합해 살폈습니다. 연구진은 정해진 절차(PROSPERO 등록)에 따라 2025년 9월까지의 연구를 다섯 개 주요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색했습니다. 무작위 대조시험뿐 아니라 관찰 연구, 질적 연구까지 폭넓게 포함해, 성인 중독 환자를 다룬 **14편(약 578명)** 을 최종 분석했습니다. 이 중 대부분(12편)은 **아편류(오피오이드) 사용장애** 를 다뤘습니다. 결과는 조심스럽지만 긍정적이었습니다. 치료 유지율을 보고한 6편에서 **6개월 치료 유지율의 중앙값은 약 72.9%** 로 비교적 높았습니다. 중독 치료에서 '치료를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계속 받는 것'은 회복의 핵심 조건이기에, 이는 의미 있는 수치입니다. 세 편의 연구는 실제 물질 사용이 줄었다고 보고했고, 두 편은 우울·불안이 개선됐다고 했습니다. 특히 질적 연구들에서는 일관되게 **높은 환자 만족도, 동료의 지지(peer support), 서로에 대한 책임감** 이 도움이 됐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또한 이 방식이 다양한 외래 환경에서 **실제로 시행 가능(feasible)** 하다는 점도 확인됐습니다. 다만 연구진은 분명한 한계를 짚습니다. 근거의 **상당수가 관찰 연구이고 설계·결과의 편차가 커서**, '공유 진료가 개별 진료보다 확실히 낫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또한 참여 인원이 578명으로 아직 적고, 대부분 아편류 중독에 집중돼 알코올 등 다른 중독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럼에도 이 연구가 주는 메시지는 따뜻하고 실질적입니다 — **중독 회복은 혼자 이를 악물고 버티는 것보다, 함께하는 구조 속에서 더 잘 이루어질 수 있다** 는 것입니다. '함께'가 치료의 한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이 연구는 근거로 보여줍니다. 낙인과 고립이 회복의 가장 큰 적인 중독에서, 이 점은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 연구가 우리에게 주는 실질적 함의도 생각해 볼 만합니다. 한국에서도 중독은 여전히 큰 낙인이 따르는 문제이고, 그래서 많은 사람이 도움을 청하는 것 자체를 주저합니다. 하지만 이 연구가 보여주듯, **회복의 열쇠 중 하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입니다. 이미 익명의 자조모임(예: 단주모임·단약모임)이 오랫동안 이 원리 위에서 운영돼 왔고, 공유 진료는 여기에 의학적 관리를 결합한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중독으로 고생하는 본인이나 가족이 있다면, 개인 치료와 더불어 이런 집단 지지 프로그램이 있는지 의료진이나 지역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에 문의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중독은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도덕적 실패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며, 그 치료는 함께할 때 더 큰 힘을 냅니다. 정리하면, 이 연구는 중독 치료에서 '연결'과 '소속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근거로 뒷받침합니다. 물론 공유 진료가 모든 이에게 정답은 아니며, 사생활을 중시하거나 집단이 부담스러운 사람에게는 개별 치료가 더 맞을 수 있습니다. 핵심은 '한 가지 방식'이 아니라, 환자마다 다른 필요에 맞는 다양한 선택지를 갖추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지 안에서, 함께하는 치료가 분명한 한 자리를 차지할 만하다는 것이 이 연구의 메시지입니다. 회복은 고립이 아니라 연결 속에서 자라기 때문입니다.

Substance use & addiction journal · 2026-07-13
중독

뇌에 전극을 심어 중독을 치료한다 — 뇌심부자극술의 현주소

약물치료도, 상담도, 입원도 모두 소용없었던 심각한 중독. 이런 '치료 저항성' 환자에게 마지막 수단으로 뇌 속에 직접 전극을 심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뇌심부자극술(DBS, deep brain stimulation)** 이라 불리는 이 시술은, 머리뼈에 작은 구멍을 내고 가느다란 전극을 뇌 깊은 곳의 특정 지점까지 정밀하게 넣은 뒤, 가슴에 심은 소형 자극기(심장 박동기와 비슷한 장치)와 연결해 지속적으로 약한 전기 자극을 흘려보내는 방식입니다. 중요한 특징은 **자극의 세기를 나중에 조절할 수 있고, 필요하면 끌 수도 있다** 는 점입니다. 원래 파킨슨병 치료에 널리 쓰여 전 세계적으로 **25만 명 이상** 이 받은, 검증된 뇌 시술이며, 최근에는 우울증과 강박장애에서도 효과가 보고되면서 '뇌 회로를 직접 조절한다'는 개념이 정신과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왜 하필 중독에 뇌 자극일까요? 중독은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보상 회로'가 특정 물질에 과도하게 반응하도록 재배선된 상태** 로 이해됩니다. 마약이나 술이 정상적인 즐거움보다 훨씬 강한 신호를 보상 회로에 보내고, 그 회로가 점점 그 자극에만 반응하도록 굳어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회로의 핵심 관문, 특히 쾌감·동기와 관련된 '측좌핵(nucleus accumbens)'을 직접 조절하면 갈망 자체를 낮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발상입니다. 이 연구는 지금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된 DBS와 뇌 병변술(문제 부위의 뇌 조직 일부를 영구히 없애는 방법) 연구들을 체계적으로 모아, 어느 표적에서 어디까지 밝혀졌는지 정리한 문헌고찰입니다. 연구진은 정해진 절차(PRISMA)에 따라 조건에 맞는 연구 **47편** 을 추려 분석했습니다. 가장 근거가 탄탄했던 것은 중증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의 측좌핵을 양쪽으로 자극한 경우였습니다. 한 연구에서는 술을 마시지 않은 날의 비율이 시술 전 약 28%에서 6개월 뒤 56%, **18개월 뒤 74%까지** 늘었고, 마시고 싶은 충동(갈망) 점수도 절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또 다른 공개 연구에서는 하루 음주량이 **10잔에서 3잔 아래로** 줄기도 했습니다. 아편류(헤로인) 중독에서는 **8명 중 5명이 3년 넘게 단약** 을 유지했고, 갈망뿐 아니라 동반된 우울 증상까지 함께 좋아진 사례가 보고됐습니다. 특히 뇌 신호를 실시간으로 읽어 자극을 맞추는 '바이오마커 유도' 방식은 마약을 떠올리게 하는 단서에 대한 갈망 반응을 눈에 띄게 줄였습니다. 여러 약물을 동시에 쓰던 환자 중 일부는 3년 넘게 단약 상태를 이어갔으며, 뇌 조직을 없애는 병변술도 단기적으로는 의존 심각도를 크게 낮췄습니다. 숫자만 보면 놀랍지만, 연구진은 **네 가지 중요한 한계** 를 분명히 짚습니다. 첫째, 참여 인원이 극히 적습니다. 대부분 한 자릿수에서 십여 명 규모라, 우연이나 개인차, 그리고 '기대 효과(위약 효과)'의 영향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뇌 조직을 되돌릴 수 없게 손상시키는 병변술은 시간이 지나면 재발하거나(4년 시점 금주 유지 약 54%) 인지 기능 저하 같은 대가가 따를 수 있어, DBS보다 훨씬 높은 근거와 윤리적 기준이 요구됩니다. 셋째, **동물 실험에서는 오히려 특정 조건에서 재발이 늘어나는 역설적 결과** 도 나와, 자극의 위치와 뇌의 상태에 따라 효과가 정반대로 갈릴 수 있습니다. 넷째, 조절·복구가 가능한 DBS와 영구적인 병변술은 원리도 위험도 전혀 다른 별개의 치료인데 종종 뭉뚱그려 이야기된다는 점입니다. 무엇보다 이것은 두개골을 여는 뇌수술이므로, 다른 모든 치료가 실패한 극소수의 중증 환자에게만, 그것도 연구 목적으로 신중히 고려되는 방법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결론적으로 이 치료는 '시도해 볼 만한 근거와 앞으로의 임상시험 설계 방향'은 마련했지만, **모든 중독 유형에 확실히 효과가 있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Acta neurochirurgica · 2026-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