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치료도, 상담도, 입원도 모두 소용없었던 심각한 중독. 이런 '치료 저항성' 환자에게 마지막 수단으로 뇌 속에 직접 전극을 심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뇌심부자극술(DBS, deep brain stimulation) 이라 불리는 이 시술은, 머리뼈에 작은 구멍을 내고 가느다란 전극을 뇌 깊은 곳의 특정 지점까지 정밀하게 넣은 뒤, 가슴에 심은 소형 자극기(심장 박동기와 비슷한 장치)와 연결해 지속적으로 약한 전기 자극을 흘려보내는 방식입니다. 중요한 특징은 자극의 세기를 나중에 조절할 수 있고, 필요하면 끌 수도 있다 는 점입니다. 원래 파킨슨병 치료에 널리 쓰여 전 세계적으로 25만 명 이상 이 받은, 검증된 뇌 시술이며, 최근에는 우울증과 강박장애에서도 효과가 보고되면서 '뇌 회로를 직접 조절한다'는 개념이 정신과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왜 하필 중독에 뇌 자극일까요? 중독은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보상 회로'가 특정 물질에 과도하게 반응하도록 재배선된 상태 로 이해됩니다. 마약이나 술이 정상적인 즐거움보다 훨씬 강한 신호를 보상 회로에 보내고, 그 회로가 점점 그 자극에만 반응하도록 굳어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회로의 핵심 관문, 특히 쾌감·동기와 관련된 '측좌핵(nucleus accumbens)'을 직접 조절하면 갈망 자체를 낮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발상입니다. 이 연구는 지금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된 DBS와 뇌 병변술(문제 부위의 뇌 조직 일부를 영구히 없애는 방법) 연구들을 체계적으로 모아, 어느 표적에서 어디까지 밝혀졌는지 정리한 문헌고찰입니다. 연구진은 정해진 절차(PRISMA)에 따라 조건에 맞는 연구 47편 을 추려 분석했습니다.

가장 근거가 탄탄했던 것은 중증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의 측좌핵을 양쪽으로 자극한 경우였습니다. 한 연구에서는 술을 마시지 않은 날의 비율이 시술 전 약 28%에서 6개월 뒤 56%, 18개월 뒤 74%까지 늘었고, 마시고 싶은 충동(갈망) 점수도 절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또 다른 공개 연구에서는 하루 음주량이 10잔에서 3잔 아래로 줄기도 했습니다. 아편류(헤로인) 중독에서는 8명 중 5명이 3년 넘게 단약 을 유지했고, 갈망뿐 아니라 동반된 우울 증상까지 함께 좋아진 사례가 보고됐습니다. 특히 뇌 신호를 실시간으로 읽어 자극을 맞추는 '바이오마커 유도' 방식은 마약을 떠올리게 하는 단서에 대한 갈망 반응을 눈에 띄게 줄였습니다. 여러 약물을 동시에 쓰던 환자 중 일부는 3년 넘게 단약 상태를 이어갔으며, 뇌 조직을 없애는 병변술도 단기적으로는 의존 심각도를 크게 낮췄습니다.

숫자만 보면 놀랍지만, 연구진은 네 가지 중요한 한계 를 분명히 짚습니다. 첫째, 참여 인원이 극히 적습니다. 대부분 한 자릿수에서 십여 명 규모라, 우연이나 개인차, 그리고 '기대 효과(위약 효과)'의 영향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뇌 조직을 되돌릴 수 없게 손상시키는 병변술은 시간이 지나면 재발하거나(4년 시점 금주 유지 약 54%) 인지 기능 저하 같은 대가가 따를 수 있어, DBS보다 훨씬 높은 근거와 윤리적 기준이 요구됩니다. 셋째, 동물 실험에서는 오히려 특정 조건에서 재발이 늘어나는 역설적 결과 도 나와, 자극의 위치와 뇌의 상태에 따라 효과가 정반대로 갈릴 수 있습니다. 넷째, 조절·복구가 가능한 DBS와 영구적인 병변술은 원리도 위험도 전혀 다른 별개의 치료인데 종종 뭉뚱그려 이야기된다는 점입니다. 무엇보다 이것은 두개골을 여는 뇌수술이므로, 다른 모든 치료가 실패한 극소수의 중증 환자에게만, 그것도 연구 목적으로 신중히 고려되는 방법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결론적으로 이 치료는 '시도해 볼 만한 근거와 앞으로의 임상시험 설계 방향'은 마련했지만, 모든 중독 유형에 확실히 효과가 있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