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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치료 이야기

약물 외 치료법과 치료 과정에 대한 이야기, 관련 연구를 모았습니다.

수면

온천이 잠을 돕는다? 몸속 변화까지 들여다본 연구, 그 진실은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면 잠이 잘 온다는 이야기는 오래된 경험담입니다. 특히 온천은 예로부터 피로 회복과 숙면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온천이 잠을 개선할까요? 그렇다면 몸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이 연구는 그 궁금증을 **수면 문제를 겪는 성인 30명** 을 대상으로, 잠의 변화뿐 아니라 혈액·장내 미생물 같은 몸속 지표까지 함께 들여다본 흥미로운 예비 연구입니다. 참가자들은 **10일간 온천 시설에 머물며 하루 두 번(오전·저녁), 40~42도의 온천에 30분씩** 입욕하는 프로그램을 마쳤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들이 같은 장소에 머물며 동일한 식사를 하는 통제된 환경에서 지냈다는 것입니다. 수면의 질은 표준 설문(피츠버그 수면의 질 지수, PSQI)과 손목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로 객관적으로 측정했습니다. 결과는 여러 면에서 긍정적이었습니다. 온천 요법 후 **수면의 질 점수가 좋아졌고**, 웨어러블 기기로 잰 총 수면 시간과 야간 수면 시간이 늘었으며, **깊은 잠(숙면)의 양과 비율이 증가** 하고 잠의 연속성도 개선됐습니다. 혈압과 불안·우울 점수, 스트레스 지표도 함께 좋아졌습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몸속 변화입니다. 혈액 검사에서 **마음을 안정시키는 물질(GABA, 세로토닌)과 뇌 건강에 관여하는 BDNF, 항염증 물질(IL-10)이 늘고**, 반대로 몸의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IL-1β, IL-6, TNF-α)은 **줄었습니다.** 아미노산 대사와 장내 미생물 구성에도 변화가 관찰됐습니다. 즉 '온천 입욕 → 신경·면역·대사·장내 미생물의 동시 변화 → 수면 개선'이라는 다층적 그림이 그려진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이 연구의 가장 큰 한계는 **비교할 대조군이 없는, 30명짜리 소규모 예비 연구** 라는 점입니다. 참가자 모두가 온천을 받았을 뿐, '온천을 안 받은 그룹'과 비교하지 않았기 때문에, 개선이 정말 온천 때문인지 아니면 **규칙적인 생활, 충분한 휴식, 일상에서 벗어난 편안함, 통제된 식사** 같은 다른 요인 때문인지 구분할 수 없습니다. 열흘간 스트레스 없이 쉬면 온천이 아니어도 잠이 좋아질 수 있으니까요. 따라서 이 결과는 '온천이 수면에 좋다'는 확정이 아니라, **'온천 요법과 함께 몸속에서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난다'는 가설을 제시한 첫걸음** 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수면을 신경·면역·장내 미생물이 함께 얽힌 '온몸의 현상'으로 바라본 시도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연구를 위한 의미 있는 밑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렇다면 잠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은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온천이나 목욕은 즐거운 이완 습관으로 곁들이되, 근거가 탄탄한 **수면 위생** 부터 챙기는 것이 우선입니다. 매일 같은 시각에 자고 일어나기, 잠자리에서 스마트폰 멀리하기, 자기 전 카페인과 과식 피하기, 낮에 햇빛과 활동 늘리기 같은 기본이 의외로 큰 차이를 만듭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자기 한두 시간 전 따뜻한 물에 목욕하면 이후 **체온이 서서히 떨어지면서 잠이 잘 오게 된다** 는 점입니다. 이는 온천 연구의 결과와도 통하는 원리입니다. 다만 이런 노력에도 몇 주 이상 불면이 지속되고 낮 생활이 힘들다면, 혼자 애쓰기보다 전문적 평가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잠은 의지가 아니라 관리와 치료의 문제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리하자면, 이 연구는 '온천이 만병통치약'이라는 과장도, '효과가 전혀 없다'는 냉소도 아닌 균형 잡힌 시선을 요구합니다. 온천은 검증된 불면 치료를 대신할 수는 없지만,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는 하나의 건강한 습관으로서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연구는 '잠'이 뇌만의 일이 아니라 온몸의 신경·면역·대사가 함께 빚어내는 결과임을 일깨워 줍니다.

International journal of biometeorology · 2026-07-13
트라우마·PTSD

코로나 최전선 간호사의 트라우마, '이야기 치료'로 줄인다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일한 간호사들은 우리가 짐작하는 것 이상으로 깊은 상처를 안았습니다. 밀려드는 중환자, 반복되는 죽음의 목격, 감염 공포, 만성적 과로 속에서 많은 의료진이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과 만성적인 우울감** 을 겪게 됐습니다. 이런 심리적 후유증은 개인의 고통에 그치지 않고, 의료 인력의 이탈과 돌봄의 질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는 사회적 문제입니다. 이 연구는 그 후유증을 **내러티브 노출치료(NET, Narrative Exposure Therapy)** 로 줄일 수 있는지 검증한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입니다. 내러티브 노출치료란 무엇일까요? 트라우마 기억은 흔히 파편처럼 흩어져, 시도 때도 없이 떠올라 사람을 괴롭힙니다. NET는 치료자와 함께 자신의 삶을 시간 순서대로 '이야기'로 재구성하면서, 그 안에 힘들었던 사건을 안전하게 배치하고 마주하도록 돕는 치료법입니다. 흩어진 기억을 삶의 맥락 속에 다시 엮어 넣음으로써 트라우마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 핵심 원리입니다. 연구진은 이란의 두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60명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한 그룹은 **6주 동안 매주 90분씩 집단 NET** 를 받았고, 다른 그룹(대조군)은 평소 치료만 받았습니다. 증상은 표준 심리검사 도구로 시작 시점, 치료 직후, 그리고 한 달 뒤 세 차례 측정했습니다. 결과는 뚜렷했습니다. NET를 받은 그룹은 치료 직후와 한 달 뒤 모두 **트라우마 증상과 만성 우울감(기분부전) 점수가 시작 때보다 유의하게 감소** 했습니다(p<0.001). 특히 시간의 흐름과 그룹을 함께 고려한 분석에서, **NET 그룹의 개선 폭이 대조군보다 통계적으로 훨씬 컸습니다.** 게다가 치료 직후와 한 달 뒤 사이에 점수가 크게 나빠지지 않아, 효과가 어느 정도 유지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물론 한계도 분명합니다. 가장 큰 것은 **추적 기간이 한 달로 짧다** 는 점입니다. 몇 달, 몇 년 뒤에도 효과가 지속되는지는 이 연구만으로 알 수 없습니다. 또한 특정 지역 두 병원의 간호사 6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라, 다른 문화·직군에 그대로 일반화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이 연구는 중요한 메시지를 줍니다 — **의료진의 트라우마는 방치할 것이 아니라, 구조화된 심리치료로 실제로 줄일 수 있는 문제** 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을 점은, 트라우마 치료가 '괴로운 기억을 억지로 다시 꺼내 헤집는 것'이 아니라는 오해입니다. NET를 비롯한 근거 기반 트라우마 치료는 **훈련된 치료자의 안내 아래, 안전한 환경에서 기억을 통제 가능한 방식으로 마주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혼자 참으며 기억에 시달리는 것보다 고통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이 연구가 집단(그룹) 형식으로 진행됐다는 점도 의미가 있습니다. 같은 경험을 한 동료들과 함께함으로써 '나만 이런 것이 아니다'라는 위안과 상호 지지가 더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연구가 이란 간호사를 대상으로 했지만, 그 함의는 보편적입니다. 재난·사고·폭력·상실 등 트라우마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고, 코로나 시기 우리 의료진 역시 비슷한 부담을 겪었습니다. 트라우마 증상(악몽, 회피, 과각성, 감정 마비 등)이 몇 주 이상 지속되며 일상을 방해한다면, 그것은 '의지로 버틸' 문제가 아니라 **전문적 도움이 필요한 신호** 입니다. 다행히 NET 같은 검증된 치료가 있고, 최근에는 온라인·비전문 인력을 통한 보급 연구도 활발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통로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를 돌봐 준 이들의 마음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돌볼 것인가 — 이 연구는 그 질문에 하나의 구체적이고 희망적인 답을 제시합니다.

BMC nursing · 2026-07-13
조현병

조현병 유전자를 32만 명 분석했더니, 뜻밖에 폐질환과 연결됐다

조현병은 **유전의 영향을 크게 받는** 정신질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부모나 형제가 조현병이면 본인의 발병 위험이 높아지고, 쌍둥이 연구에서도 유전율이 상당히 높게 나옵니다. 하지만 '어떤 유전자가, 어떻게' 관여하는지는 여전히 밝혀지는 중이고, 특히 조현병이 심장병·당뇨·폐질환 같은 **신체 질환과 유전적으로 어떻게 얽혀 있는지** 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 점은 단순한 학문적 호기심이 아닙니다. 실제로 조현병 환자는 일반 인구보다 평균 수명이 짧고, 그 상당 부분이 정신 증상이 아니라 동반된 신체 질환 때문이기 때문입니다. 이 연구는 그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여러 인종을 아우르는 대규모 유전체 분석(GWAS, 수십만 명의 유전 정보를 훑어 질병과 관련된 DNA 지점을 찾는 방법)** 을 수행했습니다. 유럽계와 동아시아계를 포함한 **무려 32만 2,321명** 의 유전 데이터를, 세계적인 정신유전체 컨소시엄과 대규모 바이오뱅크에서 모아 분석했습니다. 이렇게 여러 인종을 함께 보는 이유는, 특정 인종에만 국한되지 않는 '보편적인' 유전 신호를 더 정확히 잡아내기 위해서입니다. 그 결과, 기존에 보고되지 않았던 **조현병 관련 유전 변이 16개를 새로 발견** 했습니다. 나아가 유전자 발현을 분석하는 기법과 기계학습으로 후보 유전자들을 추렸는데, 그중 **WBP1L과 CNNM2** 같은 유전자가 조현병의 생물학적 기전에 관여할 가능성이 지목됐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유전자 발현 정보를 활용한 '약물 재활용(drug repurposing, 이미 다른 병에 쓰이는 약을 새로운 병에 다시 활용하는 전략)' 분석에서, **조현병과 만성 폐질환에 공통으로 작용할 수 있는 치료 후보** 가 제시됐다는 점입니다. 이 발견의 핵심 메시지는, 조현병과 만성 폐질환이 **유전적 구조의 일부를 공유** 한다는 것입니다. 즉 조현병 환자에게 폐질환이 흔한 것이 단지 흡연이나 생활습관 때문만이 아니라, 애초에 두 병이 일부 같은 유전적 뿌리를 가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 결과는 어디까지나 대규모 통계 분석을 통한 '연관성'의 발견이며, 특정 유전자가 병을 '일으킨다'는 인과를 증명한 것은 아닙니다. 실제 치료로 이어지려면 후보 유전자와 약물에 대한 별도의 검증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이 연구는 **조현병을 '뇌만의 병'이 아니라 전신 건강과 연결해 이해해야 한다** 는 관점을 유전자 수준에서 뒷받침하는 중요한 진전입니다. 한 가지 오해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조현병 유전자를 찾았다'는 말이 곧 '조현병을 일으키는 단 하나의 유전자가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조현병은 **수백~수천 개의 작은 유전적 영향이 조금씩 쌓여 발병 위험을 높이는 '다인자성' 질환** 입니다. 이번에 새로 찾은 16개 변이 각각은 위험을 아주 조금씩만 높일 뿐이며, 유전자를 가졌다고 반드시 병에 걸리는 것도, 없다고 안전한 것도 아닙니다. 유전은 '운명'이 아니라 '경향'이고, 환경과 스트레스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합니다. 그렇다면 이 연구가 환자와 가족에게 주는 실질적 의미는 무엇일까요? 당장 새로운 치료제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방향은 분명합니다.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면 **정기적인 심장·폐·대사 건강 검진을 정신 증상 관리만큼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는 것입니다. 흡연을 줄이고, 운동과 식이를 관리하며, 신체 증상을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것이 수명과 삶의 질을 크게 좌우할 수 있습니다. 유전적 뿌리를 공유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몸과 마음을 함께 돌봐야 할 이유가 그만큼 분명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결국 이 연구는, 마음의 병과 몸의 병이 생각보다 훨씬 깊이 연결돼 있음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줍니다.

Genes, brain, and behavior · 2026-08-01
우울증

섭식장애 자녀를 돌보는 부모, 정작 그들의 마음은 누가 돌보나

거식증이나 폭식증 같은 **섭식장애** 를 겪는 자녀를 둔 부모는, 치료의 최전선에 서 있으면서도 정작 자신은 극심한 부담에 시달립니다. 끼니마다 이어지는 갈등, 재발에 대한 두려움,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긴 여정 속에서 보호자 본인이 불안과 우울에 빠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섭식장애는 치료 기간이 길고 재발이 잦은 데다, 특히 청소년 환자의 경우 부모가 식사 관리와 정서적 지지를 거의 24시간 떠맡게 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히 '부모가 힘든' 차원을 넘어선다는 점입니다. **보호자의 정신건강이 무너지면 치료 참여도 어려워지고, 이는 다시 환자의 회복에도 영향** 을 줍니다. 즉 보호자를 돌보는 일은 인정(人情) 차원이 아니라 치료 성공의 실질적 조건인 셈입니다. 그래서 보호자를 돕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이 개발돼 왔지만, 정작 그 프로그램들이 **보호자 자신의 불안·우울을 실제로 줄여주는지** 는 분명하게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이 연구는 바로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보호자의 불안·우울 개선을 직접 측정한 **무작위 대조 연구(RCT — 참가자를 무작위로 나눠 효과를 비교하는, 신뢰도가 가장 높은 연구 방식)** 만 엄선해 종합했습니다. 연구진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2025년 10월까지 주요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 조건에 맞는 **12편의 RCT** 를 최종 분석했습니다. 결과는 다소 신중했습니다. **통계적으로 뚜렷한 효과는 드물게, 그리고 특정 지표에서만** 나타났으며 크기도 대체로 작았습니다. 가장 많이 연구된 것은 '인지-대인관계 유지 모델(CIMM, 섭식장애가 가족 관계 안에서 어떻게 유지·악화되는지에 초점을 둔 이론)'에 기반한 프로그램이었는데, 놀랍게도 **12편 중 단 1편에서만** 우울 증상에 유의한 개선을 보였고(p=0.010), 전체 불안·우울 점수(DASS-21)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인지행동치료(CBT) 기반 프로그램** 은 병원 불안·우울 척도(HADS)에서 일부 긍정적 신호(p=0.033)를 보였지만, 안내가 있는 방식과 없는 방식 사이에서 결과가 일관되지 않았습니다. 영상 기반 기술 훈련은 **전문가의 지원이 함께 있을 때만** 보호자의 고통을 줄였습니다(p=0.030). 이 연구에서 가장 일관되게 드러난 메시지는 이것입니다 — **전문가나 동료의 지원이 결합된 프로그램이, 보호자 혼자 진행하는 자기주도형보다 더 유망** 하다는 점입니다. 혼자 앱이나 책자로 진행하는 방식보다, 사람이 곁에서 안내하고 격려할 때 효과가 나타나는 경향이 보였다는 뜻입니다. 다만 안내형과 비안내형을 직접 비교했을 때 늘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난 것은 아니어서, 결론은 조심스럽습니다. 종합하면 이 리뷰는 다소 겸손한 결론에 도달합니다. **보호자 지원 프로그램은 개념적으로는 분명히 타당하지만, 현재까지의 근거로는 불안·우울을 확실히 줄인다고 말하기에 부족** 하다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앞으로 구조화된 심리 전략과 안내형 자조 프로그램, 워크숍을 결합해 **보호자마다 다른 필요에 맞춘 지원** 을 설계하고, 더 엄격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중요한 것은 '효과가 없다'가 아니라 '아직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이며, 보호자 돌봄의 필요성 자체는 오히려 더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보호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이 연구가 던지는 실질적 함의는 '완벽한 프로그램을 기다리기보다, 혼자 짊어지지 말라'는 것입니다. 자녀의 치료팀(의사·영양사·심리상담사)과 긴밀히 소통하고, 같은 어려움을 겪는 보호자 모임이나 전문가가 안내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자기주도적으로 애쓰는 것보다 나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보호자 자신의 불안·우울이 심해질 때 이를 '약해서'가 아니라 '당연한 반응'으로 받아들이고 스스로도 도움을 청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자녀의 회복이라는 긴 마라톤에서, 돌보는 사람이 먼저 지쳐 쓰러지지 않는 것이 결국 자녀에게도 가장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Journal of eating disorders · 2026-07-14
우울증

심장병 환자의 우울증, 인지행동치료(CBT)는 답이 될 수 있을까

심장병과 우울증은 흔히 함께 옵니다. 그리고 이 둘이 겹치면 단순히 '기분이 우울한'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관상동맥질환(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이 좁아지는 병) 환자의 무려 **40~65%가 주요 우울 삽화** 를 겪고, 가벼운 우울까지 포함하면 74%가 넘는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우울증이 동반되면 심장병 환자의 **사망 위험이 약 1.8배까지** 높아진다는 점입니다. 왜 그럴까요? 우울감이 운동 부족, 약 복용 소홀, 흡연 지속 같은 나쁜 습관으로 이어질 뿐 아니라, 자율신경 불균형(심박변이 저하, 안정 시 빠른 맥박)과 만성 염증, 혈관·혈소판 기능 이상에도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심근경색 같은 심장 사건을 겪은 환자의 **약 30%가 그 후 우울증** 이 생긴다고 알려져 있어, 심장병 환자의 우울증은 '마음의 문제'를 넘어 생명 예후와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흔히 우울증 치료라 하면 항우울제를 먼저 떠올리지만, 심장병 환자에게는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일부 항우울제는 심장 리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고, 여러 약을 이미 복용 중인 환자에게 약을 하나 더 추가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약이 아닌 '대화 치료', 특히 **인지행동치료(CBT — 부정적 생각과 행동 패턴을 찾아 바꿔 감정을 다루는 심리치료)** 가 매력적인 대안으로 주목받아 왔습니다. 이 연구는 CBT가 심장병 환자의 우울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10년(2014~2024)간 발표된 임상시험을 정해진 절차(PRISMA)에 따라 PubMed에서 검색했습니다. 처음 139편을 찾아 중복과 주제에서 벗어난 것을 걸러내고, 최종적으로 **21편(환자 총 2,498명, 평균 나이 약 57세)** 을 분석했습니다. 분석된 치료법은 놀라울 만큼 다양했습니다. 절반 가까이(**38%가 대면 CBT**)였고, 또 다른 38%는 **인터넷으로 제공하는 CBT(I-CBT)** 였습니다. 그 외 스트레스 관리형, 집단 CBT, 전화·인터넷 병행형, 웰빙 치료를 순차적으로 결합한 방식 등이 있었습니다. 비교군도 '일반적 치료(TAU)', 대기자 명단, 온라인 토론 포럼, 단순 모니터링, SSRI 계열 항우울제까지 제각각이었습니다. 우울을 진단·측정하는 데는 PHQ-9(38%), 병원 불안·우울 척도(HADS), 해밀턴 우울척도, 벡 우울척도 등 무려 **82종의 서로 다른 척도** 가 사용됐습니다. 연구 기간도 5주에서 144주까지, 추적 기간도 1개월에서 60개월까지 천차만별이었습니다. 바로 이 '제각각인 방법론' 때문에 연구진은 여러 연구의 수치를 하나로 합치는 메타분석은 하지 못하고, 연구들을 서술적으로 정리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것이 이 리뷰의 **가장 큰 한계** 입니다. 대상 환자(심부전, 심근경색 후, 안정형 관상동맥질환 등), 치료 방식, 측정 도구가 너무 달라 'CBT가 몇 % 효과적'이라고 한마디로 결론 내리기가 어렵습니다. 서로 다른 저울로 잰 몸무게를 평균 낼 수 없는 것과 비슷한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이 리뷰가 남긴 중요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첫째, **심장병 환자의 우울은 반드시 찾아내 다뤄야 할 문제** 이며 CBT가 그 유력한 선택지라는 점입니다. 둘째, **인터넷 기반 CBT가 전체의 38%** 를 차지할 만큼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병원 방문이 부담스러운 심장병 환자에게, 집에서 받을 수 있는 심리치료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다만 '어떤 CBT를, 얼마나, 어떤 환자에게' 써야 가장 효과적인지에 대한 표준은 아직 없어, 더 통일된 대규모 연구가 필요합니다.

Clinical Neuropsychiatry · 2025-01-15
중독

뇌에 전극을 심어 중독을 치료한다 — 뇌심부자극술의 현주소

약물치료도, 상담도, 입원도 모두 소용없었던 심각한 중독. 이런 '치료 저항성' 환자에게 마지막 수단으로 뇌 속에 직접 전극을 심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뇌심부자극술(DBS, deep brain stimulation)** 이라 불리는 이 시술은, 머리뼈에 작은 구멍을 내고 가느다란 전극을 뇌 깊은 곳의 특정 지점까지 정밀하게 넣은 뒤, 가슴에 심은 소형 자극기(심장 박동기와 비슷한 장치)와 연결해 지속적으로 약한 전기 자극을 흘려보내는 방식입니다. 중요한 특징은 **자극의 세기를 나중에 조절할 수 있고, 필요하면 끌 수도 있다** 는 점입니다. 원래 파킨슨병 치료에 널리 쓰여 전 세계적으로 **25만 명 이상** 이 받은, 검증된 뇌 시술이며, 최근에는 우울증과 강박장애에서도 효과가 보고되면서 '뇌 회로를 직접 조절한다'는 개념이 정신과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왜 하필 중독에 뇌 자극일까요? 중독은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보상 회로'가 특정 물질에 과도하게 반응하도록 재배선된 상태** 로 이해됩니다. 마약이나 술이 정상적인 즐거움보다 훨씬 강한 신호를 보상 회로에 보내고, 그 회로가 점점 그 자극에만 반응하도록 굳어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회로의 핵심 관문, 특히 쾌감·동기와 관련된 '측좌핵(nucleus accumbens)'을 직접 조절하면 갈망 자체를 낮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발상입니다. 이 연구는 지금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된 DBS와 뇌 병변술(문제 부위의 뇌 조직 일부를 영구히 없애는 방법) 연구들을 체계적으로 모아, 어느 표적에서 어디까지 밝혀졌는지 정리한 문헌고찰입니다. 연구진은 정해진 절차(PRISMA)에 따라 조건에 맞는 연구 **47편** 을 추려 분석했습니다. 가장 근거가 탄탄했던 것은 중증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의 측좌핵을 양쪽으로 자극한 경우였습니다. 한 연구에서는 술을 마시지 않은 날의 비율이 시술 전 약 28%에서 6개월 뒤 56%, **18개월 뒤 74%까지** 늘었고, 마시고 싶은 충동(갈망) 점수도 절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또 다른 공개 연구에서는 하루 음주량이 **10잔에서 3잔 아래로** 줄기도 했습니다. 아편류(헤로인) 중독에서는 **8명 중 5명이 3년 넘게 단약** 을 유지했고, 갈망뿐 아니라 동반된 우울 증상까지 함께 좋아진 사례가 보고됐습니다. 특히 뇌 신호를 실시간으로 읽어 자극을 맞추는 '바이오마커 유도' 방식은 마약을 떠올리게 하는 단서에 대한 갈망 반응을 눈에 띄게 줄였습니다. 여러 약물을 동시에 쓰던 환자 중 일부는 3년 넘게 단약 상태를 이어갔으며, 뇌 조직을 없애는 병변술도 단기적으로는 의존 심각도를 크게 낮췄습니다. 숫자만 보면 놀랍지만, 연구진은 **네 가지 중요한 한계** 를 분명히 짚습니다. 첫째, 참여 인원이 극히 적습니다. 대부분 한 자릿수에서 십여 명 규모라, 우연이나 개인차, 그리고 '기대 효과(위약 효과)'의 영향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뇌 조직을 되돌릴 수 없게 손상시키는 병변술은 시간이 지나면 재발하거나(4년 시점 금주 유지 약 54%) 인지 기능 저하 같은 대가가 따를 수 있어, DBS보다 훨씬 높은 근거와 윤리적 기준이 요구됩니다. 셋째, **동물 실험에서는 오히려 특정 조건에서 재발이 늘어나는 역설적 결과** 도 나와, 자극의 위치와 뇌의 상태에 따라 효과가 정반대로 갈릴 수 있습니다. 넷째, 조절·복구가 가능한 DBS와 영구적인 병변술은 원리도 위험도 전혀 다른 별개의 치료인데 종종 뭉뚱그려 이야기된다는 점입니다. 무엇보다 이것은 두개골을 여는 뇌수술이므로, 다른 모든 치료가 실패한 극소수의 중증 환자에게만, 그것도 연구 목적으로 신중히 고려되는 방법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결론적으로 이 치료는 '시도해 볼 만한 근거와 앞으로의 임상시험 설계 방향'은 마련했지만, **모든 중독 유형에 확실히 효과가 있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Acta neurochirurgica · 2026-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