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최전선에서 일한 간호사들은 우리가 짐작하는 것 이상으로 깊은 상처를 안았습니다. 밀려드는 중환자, 반복되는 죽음의 목격, 감염 공포, 만성적 과로 속에서 많은 의료진이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과 만성적인 우울감 을 겪게 됐습니다. 이런 심리적 후유증은 개인의 고통에 그치지 않고, 의료 인력의 이탈과 돌봄의 질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는 사회적 문제입니다. 이 연구는 그 후유증을 내러티브 노출치료(NET, Narrative Exposure Therapy) 로 줄일 수 있는지 검증한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입니다.
내러티브 노출치료란 무엇일까요? 트라우마 기억은 흔히 파편처럼 흩어져, 시도 때도 없이 떠올라 사람을 괴롭힙니다. NET는 치료자와 함께 자신의 삶을 시간 순서대로 '이야기'로 재구성하면서, 그 안에 힘들었던 사건을 안전하게 배치하고 마주하도록 돕는 치료법입니다. 흩어진 기억을 삶의 맥락 속에 다시 엮어 넣음으로써 트라우마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 핵심 원리입니다.
연구진은 이란의 두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60명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한 그룹은 6주 동안 매주 90분씩 집단 NET 를 받았고, 다른 그룹(대조군)은 평소 치료만 받았습니다. 증상은 표준 심리검사 도구로 시작 시점, 치료 직후, 그리고 한 달 뒤 세 차례 측정했습니다.
결과는 뚜렷했습니다. NET를 받은 그룹은 치료 직후와 한 달 뒤 모두 트라우마 증상과 만성 우울감(기분부전) 점수가 시작 때보다 유의하게 감소 했습니다(p<0.001). 특히 시간의 흐름과 그룹을 함께 고려한 분석에서, NET 그룹의 개선 폭이 대조군보다 통계적으로 훨씬 컸습니다. 게다가 치료 직후와 한 달 뒤 사이에 점수가 크게 나빠지지 않아, 효과가 어느 정도 유지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물론 한계도 분명합니다. 가장 큰 것은 추적 기간이 한 달로 짧다 는 점입니다. 몇 달, 몇 년 뒤에도 효과가 지속되는지는 이 연구만으로 알 수 없습니다. 또한 특정 지역 두 병원의 간호사 6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라, 다른 문화·직군에 그대로 일반화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이 연구는 중요한 메시지를 줍니다 — 의료진의 트라우마는 방치할 것이 아니라, 구조화된 심리치료로 실제로 줄일 수 있는 문제 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을 점은, 트라우마 치료가 '괴로운 기억을 억지로 다시 꺼내 헤집는 것'이 아니라는 오해입니다. NET를 비롯한 근거 기반 트라우마 치료는 훈련된 치료자의 안내 아래, 안전한 환경에서 기억을 통제 가능한 방식으로 마주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혼자 참으며 기억에 시달리는 것보다 고통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이 연구가 집단(그룹) 형식으로 진행됐다는 점도 의미가 있습니다. 같은 경험을 한 동료들과 함께함으로써 '나만 이런 것이 아니다'라는 위안과 상호 지지가 더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연구가 이란 간호사를 대상으로 했지만, 그 함의는 보편적입니다. 재난·사고·폭력·상실 등 트라우마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고, 코로나 시기 우리 의료진 역시 비슷한 부담을 겪었습니다. 트라우마 증상(악몽, 회피, 과각성, 감정 마비 등)이 몇 주 이상 지속되며 일상을 방해한다면, 그것은 '의지로 버틸' 문제가 아니라 전문적 도움이 필요한 신호 입니다. 다행히 NET 같은 검증된 치료가 있고, 최근에는 온라인·비전문 인력을 통한 보급 연구도 활발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통로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를 돌봐 준 이들의 마음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돌볼 것인가 — 이 연구는 그 질문에 하나의 구체적이고 희망적인 답을 제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