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이 질문이 나오는 순간은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진단을 받은 그날이 아닙니다. 몇 달쯤 지나 약이 자리를 잡고, 일상이 조금 돌아왔을 때. 그때 조심스럽게 물으십니다. "선생님, 이게 애한테 갑니까?"

혹은 반대 방향에서 옵니다. 아이를 데리고 오신 부모님이 상담 끝에 이렇게 말씀하시죠. "사실 제가 어릴 때 딱 이랬어요. 제 탓인 것 같아서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정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유전율'이라는 말이 사람들 머릿속에서 번역되는 방식과, 그 말의 실제 뜻이 꽤 다릅니다. 이 글은 그 간극에서 시작합니다.

'유전율 74%'는 무슨 뜻인가

ADHD의 유전율은 흔히 74%로 인용됩니다. 쌍둥이 연구 37개를 모아 평균 낸 값입니다.

이 숫자를 처음 보면 대부분 이렇게 읽습니다. "내가 ADHD면 애한테 갈 확률이 74%구나." 또는 "내 ADHD의 74%는 유전 탓이고 26%는 환경 탓이구나."

둘 다 틀렸습니다. 그것도 조금 틀린 게 아니라, 이 숫자가 아예 답하지 않는 질문에 답한 것으로 읽은 겁니다.

유전율의 정확한 뜻은 이렇습니다. 어떤 집단 안에서 사람마다 차이가 나는데, 그 차이 중 유전자의 차이가 설명하는 몫이 얼마인가.

핵심은 '차이'와 '집단'입니다. 한 사람 안에서 유전과 환경의 지분을 나눈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 사이의 편차를 설명하는 비율입니다.

비유를 하나 들겠습니다. 밭에 같은 씨앗을 뿌렸는데 어떤 작물은 크게 자라고 어떤 것은 작게 자랐다고 합시다. 그 키 차이가 씨앗의 차이 때문인지 흙과 물의 차이 때문인지를 따지는 것이 유전율입니다. 그러니 "이 작물의 키 중 74%는 씨앗 덕분"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키는 씨앗과 흙이 함께 만든 것이고, 74%는 작물들 사이의 편차에 관한 이야기이니까요.

쌍둥이가 그 숫자를 만듭니다

그럼 이 숫자는 어떻게 구할까요. 사람에게 유전자를 배정하는 실험은 할 수 없으니, 자연이 이미 해 둔 실험을 씁니다. 쌍둥이입니다.

  •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자를 거의 100% 공유합니다
  • 이란성 쌍둥이는 평균 50%를 공유합니다 — 보통의 형제자매와 같은 수준입니다
  • 그런데 둘 다 같은 집에서, 같은 부모 밑에서, 같은 시기에 자랍니다

여기가 핵심입니다. 환경이 비슷하게 맞춰져 있으니, 일란성 쌍둥이가 이란성보다 얼마나 더 닮았는지를 보면 유전자가 만든 몫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ADHD를 예로 들면 이렇습니다. 한쪽이 ADHD일 때 다른 쪽도 ADHD일 확률이, 일란성에서는 뚜렷하게 높고 이란성에서는 그보다 훨씬 낮습니다. 그 격차가 클수록 유전율이 높게 나옵니다. ADHD에서 나온 값이 평균 74%였고, 이 값은 남녀에서 비슷했고, 부주의형과 과잉행동형에서도 비슷했으며, 진단을 범주로 보든 증상을 연속적인 정도로 보든 비슷했습니다.

같은 결과가 여러 방식으로 반복해서 나온다는 것 — 이것이 이 숫자를 신뢰하는 이유입니다.

유전율이 절대 뜻하지 않는 네 가지

여기서부터가 실제로 중요한 대목입니다.

① 개인의 확률이 아닙니다. 유전율 74%는 집단의 성질입니다. 어떤 한 사람이 74% 확률로 걸린다거나, 자녀에게 74% 확률로 간다는 뜻이 전혀 아닙니다. 실제 자녀의 확률은 뒤에서 따로 다루는데, 그 숫자는 74%와 아주 다릅니다.

② 한 사람 안의 비율이 아닙니다. "내 ADHD의 74%는 유전, 26%는 환경"이라는 문장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한 사람의 ADHD는 유전과 환경이 함께 만든 하나의 결과이고, 그 안에서 지분을 나눌 수가 없습니다.

③ 유전율이 높다고 바꿀 수 없는 게 아닙니다. 이게 가장 자주 오해되는 부분입니다. 근시는 유전율이 상당히 높지만 안경 하나로 교정됩니다. 페닐케톤뇨증은 원인이 100% 유전이지만 식이 조절로 발병을 막습니다. 유전율은 원인의 출처를 말할 뿐, 개입의 여지를 말하지 않습니다.

④ 집단이 바뀌면 값도 바뀝니다. 유전율은 그 집단이 놓인 환경에 따라 달라집니다. 환경이 모두에게 균일한 사회에서는 남는 차이가 대부분 유전에서 오니 유전율이 높게 나오고, 환경 격차가 큰 사회에서는 낮게 나옵니다. 그러니 유전율은 자연의 상수가 아니라 그 집단의 사진 한 장에 가깝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붙이겠습니다. 인간의 형질 17,804가지를 다룬 쌍둥이 연구 2,748편, 쌍둥이 1,450만 쌍을 모두 모아 평균을 낸 분석이 있습니다. 결과는 평균 유전율 49%였습니다. 사람의 어떤 특성이든 대략 절반은 유전이 설명한다는 뜻입니다.

이 숫자를 알고 나면 감각이 좀 달라집니다. 유전율 40%는 특별히 높은 게 아니라 사람 형질의 평균 근처이고, 74%는 높은 축이지만 인간 형질 중에 그런 것이 드물지도 않습니다.

질환별로 보면

주요 정신과 질환의 유전율은 대략 이렇습니다. 추정치이고 연구마다 값이 다릅니다.

질환유전율(대략)
조현병약 79%
ADHD약 74%
양극성장애(조울증)약 64%
불안장애약 40%
주요우울장애약 30~40%
(참고) 사람의 형질 전체 평균약 49%

여기까지 보면 결론이 단순해 보입니다. 조현병과 ADHD가 가장 잘 유전되고, 우울증은 덜하다고요.

그런데 부모가 실제로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 표에 없습니다.

순위가 뒤집힙니다

부모가 궁금한 것은 "이 병에서 유전이 차지하는 몫"이 아닙니다. "내 아이가 실제로 걸릴 확률" 입니다. 이건 완전히 다른 숫자이고, 놀랍게도 순서가 뒤집힙니다.

조현병부터 보겠습니다. 일반 인구에서 평생 발병 위험은 약 1%입니다. 부모 한 명이 조현병이면 자녀는 약 10~13%. 열 배 넘게 오르는 셈이지만, 뒤집어 읽으면 열에 아홉은 발병하지 않습니다. (이 이야기는 조현병은 유전되나요에 자세히 적었습니다.)

이제 ADHD입니다. 부모가 ADHD일 때 자녀에게서 ADHD가 확인되는 비율은 연구에 따라 17.8~33.8%로 보고됩니다. 부모 두 명 모두 ADHD인 경우에는 아들 41.5%, 딸 25.1% 라는 수치가 나왔습니다. 형제자매 중 한 명이 ADHD일 때 다른 형제의 위험은 그렇지 않은 경우의 아홉 배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두 숫자를 나란히 놓아 보십시오.

유전율부모 한 명이 그 병일 때 자녀
조현병79%약 10~13%
ADHD74%약 18~34%

유전율은 조현병이 더 높은데, 자녀에게 실제로 나타나는 비율은 ADHD가 두세 배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 병이 원래 얼마나 흔한가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조현병은 인구의 1% 안팎인 드문 병이고, ADHD는 그보다 훨씬 흔합니다. 유전이 위험을 몇 배로 올리든, 출발점이 낮으면 도착점도 낮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정리됩니다. 유전율은 "이 병에서 유전이 얼마나 일하는가"를 말하고, 자녀의 위험은 "그 일의 결과가 얼마나 흔한가"를 말합니다. 부모가 알아야 할 것은 두 번째입니다.

그럼 ADHD 부모는 이 숫자를 어떻게 읽어야 하나

18~34%. 낮은 숫자가 아닙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수치를 처음 보시는 분들은 마음이 무거워지십니다.

그래서 같이 읽어야 할 것들을 적겠습니다.

첫째, 뒤집어도 읽으십시오. 부모가 ADHD여도 자녀의 3분의 2에서 5분의 4는 ADHD가 아닙니다. 위험이 오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높아진 위험조차 대부분은 발병하지 않는 쪽에 있습니다.

둘째, ADHD는 조현병과 무게가 다릅니다. 이건 중요한 차이입니다. 자녀에게 ADHD가 있다는 것은, 조기에 발견하면 근거가 확립된 치료가 있고, 학교와 가정에서 조정할 수 있는 것이 많고, 성인기까지 이어지더라도 상당수가 자기 방식을 찾아낸다는 뜻입니다. 확률이 높다는 것과 결과가 무겁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셋째,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이 이점입니다. ADHD가 늦게 발견될 때 가장 큰 손해는 병 자체가 아니라 그 사이에 쌓인 오해입니다. "게으르다", "노력을 안 한다", "말을 안 듣는다"는 말을 몇 년간 듣고 자란 아이는 진단 이후에도 그 자국을 오래 안고 갑니다. 본인이 ADHD인 부모는 그 자국이 어떻게 생기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입니다. 그 점에서는 오히려 유리한 자리에 서 있습니다.

물려받는 것은 병이 아니라 취약성입니다

여기서 유전의 실제 모양을 짚어야 합니다.

정신과 질환은 단일 유전자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헌팅턴병처럼 하나의 유전자가 결정하는 병이 아니라, 아주 작은 영향을 주는 유전자가 수천 개 모여 조금씩 기여합니다. 하나하나는 거의 무시할 만하고, 그것들이 쌓여 '평균보다 조금 취약한 상태'를 만드는 식입니다.

이 구조가 두 가지를 뜻합니다.

첫째, 유전자 검사로 예측할 수 없습니다. "검사해서 우리 애가 ADHD 유전자를 가졌는지 알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는데, 지금 기술로는 안 됩니다. 수천 개가 조금씩 기여하는 구조에서는 어느 하나를 확인해도 의미가 없습니다. (관련해서 유전자 검사로 나에게 맞는 항우울제를 찾아준다는 말도 함께 보시면 좋습니다.)

둘째, 물려받는 것은 진단명이 아닙니다. 부모에게 ADHD가 있는데 자녀에게는 불안이나 학습 문제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유전되는 것은 특정 병이라기보다 신경 발달이 흘러가는 방향의 기울기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여기에 한 겹이 더 붙었습니다. 아이가 물려받은 유전자뿐 아니라 부모가 가진 유전자가 만들어 낸 양육 환경도 아이의 위험에 기여한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물려주지 않은 유전자가 환경을 통해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인데, 이 말은 곧 유전과 환경을 깔끔히 가르는 일 자체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가족력이 없는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이 사실은 따로 강조할 만합니다.

덴마크에서 국민 304만 명을 51년간 추적한 자료에서, 조현병으로 진단받은 사람의 89.3%는 부모에게도 형제에게도 같은 병이 없었습니다.

유전율이 79%인 병에서도 그렇습니다. 유전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과, 환자 대부분에게 가족력이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가족력이 없다고 안심할 근거도, 있다고 절망할 근거도 생각보다 약합니다.

그럼 무엇을 할 수 있나

유전율이 높다는 사실이 무력감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바꿀 수 있는 자리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발현 조건은 바꿀 수 있습니다. 취약성을 가진 아이에게 수면 부족, 만성적인 스트레스, 청소년기 음주와 대마, 고립은 저울을 나쁜 쪽으로 기울입니다. 특히 대마는 취약성이 있는 사람에게서 정신병적 증상의 위험을 올린다는 근거가 비교적 일관됩니다.

조기 발견이 결과를 바꿉니다. 특히 ADHD가 그렇습니다. 가족력을 알고 있으면 "산만한 아이"로 몇 년을 보내는 대신 필요한 시점에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유전 정보의 실질적인 값어치는 예측이 아니라 관찰의 시점을 앞당기는 것에 있습니다.

다만 지나친 감시는 그 자체로 해롭습니다. 부모가 아이의 모든 행동에서 병의 징후를 찾기 시작하면, 아이는 자기가 관찰 대상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챕니다. 알고 있되 평소처럼 대하는 것 — 말은 쉽고 실제로는 어려운 이 균형이 이 상황의 핵심입니다.

아이를 가져도 될까요

이 질문에 저는 숫자로 답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몇 가지는 말씀드립니다.

  • 위험이 오른다는 것은 사실이고, 대부분은 발병하지 않는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둘 다 같이 알고 결정하시는 게 맞습니다
  • 본인의 상태가 안정되어 있는지가, 통계보다 실제로 더 중요합니다. 임신과 출산, 그 이후의 수면 부족은 기존 질환에 부담이 됩니다. 약을 계속 쓸지 조정할지는 미리 상의해야 하는 문제이고, 임신을 확인한 뒤 급하게 결정하는 것이 가장 나쁩니다
  • 유전상담이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족 안에 같은 병을 가진 사람이 여럿이거나, 어린 나이에 발병했거나, 지적장애·발달장애가 함께 있는 경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일반적인 통계보다 그 가족에 맞는 평가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 전문의 한마디

이 질문을 하시는 분들의 표정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묻기 전에 이미 자책을 끝내고 오십니다.

그래서 저는 숫자를 말하기 전에 먼저 이 말씀을 드립니다. 유전자는 고르는 것이 아닙니다. 물려주는 쪽도, 물려받는 쪽도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책임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건 위로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그렇습니다.

그다음에 숫자를 봅니다. 그리고 대개는 숫자를 보고 나서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십니다. 74%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이미 90% 넘는 무언가로 부풀어 있었는데, 실제로 자녀에게 나타나는 비율을 확인하고 나면 그 부푼 부분이 꺼지거든요. 모르는 숫자는 늘 실제보다 큽니다.

마지막으로 ADHD를 두고 한마디 더 하고 싶습니다. 저는 부모가 ADHD인 집을 오히려 좀 낫게 봅니다. 그 부모는 아이가 왜 그러는지를 설명 없이 압니다. 숙제를 앞에 두고 두 시간을 앉아만 있는 게 게을러서가 아니라는 걸, 겪어봐서 아는 겁니다. 그 이해는 어떤 치료보다 먼저 도착하고, 오래 남습니다. 물려준 것이 취약성만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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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ADHD의 유전학 — 쌍둥이 연구 37편 평균 유전율 74%(Molecular Psychiatry 2019): PubMed
  2. 인간 형질 17,804가지·쌍둥이 1,450만 쌍의 유전율 메타분석(Nature Genetics 2015): Nature Genetics
  3. 덴마크 쌍둥이 등록자료 기반 조현병 유전율 79%(Biological Psychiatry 2018;83(6):492-498): 전문 PDF
  4. ADHD 부모–자녀 재발 위험의 성별 차이(Journal of Child Psychology and Psychiatry 2021): Wiley
  5. 양육의 유전이 ADHD 위험에 기여한다는 분석 보도(Psychiatric News 2025): Psychiatry Onl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