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이 질문은 대개 문을 나서기 직전에 나옵니다. 상담이 다 끝나고, 처방전을 받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다시 앉으면서요. "선생님, 이게… 애한테도 갈까요?"

그 몇 초의 망설임을 저는 여러 번 봤습니다. 물어보기가 무서워서 미룬 질문이라는 걸 압니다. 검색창에 '조현병 유전'을 쳐 보다가 숫자 하나에 놀라 창을 닫아버린 밤이 있었다는 것도요.

그래서 이 글은 최대한 정확하게, 그리고 조심스럽게 쓰려 합니다. 겁을 주지도, 근거 없이 안심시키지도 않으면서요. 결론을 미뤄두면 읽는 내내 불안하실 테니 먼저 말씀드립니다.

조현병에 유전의 영향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조현병은 '유전병'이 아니고, 유전이 곧 '운명'은 더더욱 아닙니다.

'유전율 80%'라는 숫자부터

조현병을 검색하면 거의 반드시 만나게 되는 숫자가 있습니다. "유전율 약 80%". 이 숫자 자체는 과장이 아닙니다. 고전적 메타분석에서 81%1, 3만 쌍이 넘는 덴마크 쌍둥이를 분석한 최신 연구에서 79%였으니까요2.

문제는 이 숫자가 읽히는 방식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걸 "내가 걸릴 확률이 80%"로 읽습니다. 그런 뜻이 결코 아닙니다.

유전율은 개인이 아니라 집단을 설명하는 통계 개념입니다. 사람들 사이에 나타나는 발병의 차이를, 유전이 얼마나 설명하느냐를 나타내는 비중이지요. 개인의 미래를 예측하라고 만든 숫자가 아니에요. 키를 떠올려 보시면 쉽습니다. 키의 유전율이 높다고 해서 잘 먹고 잘 자는 환경이 무의미해지지 않죠. 유전율이 높다는 건 유전이 관여한다는 뜻이지, 누군가의 인생이 이미 정해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럼 정작 알고 싶은 숫자, 실제 확률은요?

그래서 실제 확률은 얼마나 되나요

여러 가족연구를 통합한 대략적인 평생 발병 위험은 이렇습니다. 어디까지나 추정치이고 개인차가 큽니다.

관계평생 발병 위험(대략)
일반 인구(누구나)약 1%
형제자매 중 한 명이 조현병약 9%
부모 한 명이 조현병약 10~13%
일란성 쌍둥이 중 한 명이 조현병약 33~48%
부모 두 명 모두 조현병약 40~50%
조부모·삼촌·이모 등약 2~6%

숫자만 보면 "일반 인구가 1%인데 부모가 있으면 10%, 열 배네" 하고 심장이 내려앉으실 겁니다. 그래서 저는 진료실에서 늘 같은 숫자를 반대편에서 한 번 더 읽어드립니다.

부모 한 명이 조현병일 때 자녀 10명 중 약 1명에서 나타나고 약 9명은 발병하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 아이콘으로 표현한 그림
부모 한 명이 조현병일 때 자녀 10명 중 약 1명에서 나타나고 약 9명은 발병하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 아이콘으로 표현한 그림

부모 한 명이 조현병이어도, 자녀의 약 열에 아홉은 조현병이 생기지 않습니다. 위험이 높아지는 건 맞습니다. 그러나 그 높아진 위험조차 대부분은 발병하지 않는 쪽에 있어요. 이 문장이, 자책하는 부모님과 두려워하는 자녀분께 먼저 가닿았으면 합니다.

일란성 쌍둥이가 알려준 것

유전이 전부가 아니라는 가장 강력한 증거는 쌍둥이에게서 나왔습니다.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자를 100% 똑같이 나눠 가진 사람들입니다. 조현병이 순전히 유전으로 정해지는 병이라면, 한 명이 조현병일 때 다른 한 명도 반드시 조현병이어야 합니다. 예외 없이요.

그런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일란성 쌍둥이 일치율 — 한 명이 조현병일 때 다른 한 명도 조현병인 비율이 현대 연구 33%, 고전 연구 48%로, 절반 이상은 발병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막대그래프
일란성 쌍둥이 일치율 — 한 명이 조현병일 때 다른 한 명도 조현병인 비율이 현대 연구 33%, 고전 연구 48%로, 절반 이상은 발병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막대그래프

한 명이 조현병일 때 다른 한 명도 조현병이 되는 비율은 현대 연구에서 약 33%, 고전 연구에서도 약 48% 에 그쳤습니다2. 유전자를 한 글자도 다르지 않게 공유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절반 이상은 발병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연구자들도 이 결과를 두고 "질병에 대한 취약성이 유전 요인만으로 결정되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분명히 적었고요.

이보다 더 확실한 증거를 저는 알지 못합니다. 유전자는 밑바탕을 깔아 둘 뿐, 결말까지 쓰지는 못합니다.

대부분은 가족력 없이 찾아옵니다

의외라서 오히려 위로가 되는 사실이 하나 더 있습니다.

조현병으로 진단받은 분들의 대다수는, 가까운 친척 중에 조현병을 가진 사람이 없습니다.

이건 인상이 아니라 세어 본 숫자입니다. 덴마크는 1955~2006년에 태어난 국민 304만 8,583명을 1970년부터 2021년까지 등록자료로 따라갔습니다. 사람 수에 따라간 햇수를 곱하면 8천만 년이 넘습니다. 그 안에서 조현병 진단을 받은 사람들을 하나하나 열어 봤더니, 89.3%는 부모에게도 형제자매에게도 조현병이 없었습니다3.

같은 연구에서 덴마크 일반 인구가 예순 살까지 조현병 진단을 받을 확률은 1.28%로 나왔습니다. 우울증에서도 결이 같았습니다 — 우울증이 생긴 사람의 60%는 가까운 가족 중에 우울증을 앓은 사람이 없었고, 일반 인구 7.8%에 견줘 가족 중에 환자가 있으면 15.5%, 없으면 4.7%였습니다.

무엇을 물었나조현병우울증
일반 인구가 예순까지 진단받을 확률1.28%7.80%
부모·형제 중 환자가 있으면높아짐15.48%
부모·형제·조부모 중 아무도 없으면4.68%
환자 중 가까운 가족력이 없는 비율89.3%60.0%

숫자를 이렇게 놓고 보면 조현병은 오히려 가장 '집안 내력'이 아닌 축에 듭니다. 우울증조차 열에 여섯은 가족력 없이 생기는데, 조현병은 열에 아홉입니다. "집안에 그런 사람 없는데 왜 우리 애한테"라는 말이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게 예외가 아니라 보통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요. 답은 단순합니다. 조현병에는 '조현병 유전자'라고 부를 만한 단 하나의 유전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유전자를 훑은 연구에서 확인된 관련 부위는 287군데에 흩어져 있었고, 하나하나의 영향력은 아주 작았습니다4. 흔한 유전적 특성들이 조금씩 겹쳐 취약성이라는 밑그림을 만드는 구조지, 부모에게서 '그 유전자'를 건네받아 생기는 병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이건 실용적으로도 중요합니다. 지금으로선 유전자 검사로 조현병 발병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미리 검사해 보면 안 될까요"라는 기대도, "검사로 아이를 걸러야 하나"라는 불안도, 그런 검사는 아직 존재하지 않습니다.

드문 예외는 있습니다. 22번 염색체의 한 조각이 통째로 빠진 채 태어나는 희귀 질환처럼, 위험을 크게 높이는 경우가 그렇지요. 다만 전체 조현병의 1~2%에 불과한 특수 상황이고, 이 경우는 대개 어릴 때부터 심장 기형이나 발달 지연 같은 다른 신호가 먼저 나타납니다. 일반적인 '유전' 이야기와는 결이 다릅니다.

유전자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는 것, 그게 희망인 이유

조현병은 '유전이냐 환경이냐'를 가르는 문제가 아닙니다. 둘이 만나야 성립하는 문제입니다. 유전적 취약성이라는 밑바탕 위에 여러 환경 요인이 얹혀야 비로소 발병으로 이어집니다5.

그리고 여기에 작은 틈이 있습니다. 환경 요인 중에는 우리가 손댈 수 있는 것들이 섞여 있거든요.

가장 뚜렷하게 숫자가 나와 있는 게 대마초입니다. 유럽과 브라질 11개 지역에서 처음 정신병을 겪은 901명과, 같은 동네에 사는 비슷한 조건의 1,237명을 견줘 본 연구가 있습니다6.

  • 대마초를 매일 피우는 사람은 한 번도 안 피운 사람보다 정신병이 생길 가능성이 3.2배였습니다.
  • 성분이 진한 대마초를 매일 피우는 경우엔 5배 가까이로 올라갔습니다.
  • 연구진은 이렇게도 계산했습니다. 유럽에서 성분이 진한 대마초가 아예 없었다면 처음 발병한 사례의 12.2%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요.

물론 이런 연구는 사람을 무작위로 나눠 대마초를 피우게 할 수 없으니, "대마초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보다 "이미 취약한 사람이 대마초에 더 손을 댄 것 아닌가"라는 반론이 늘 따라붙습니다. 연구진도 그 점을 압니다. 다만 양이 많을수록, 성분이 진할수록 위험이 커진다는 규칙성이 여러 나라에서 똑같이 나오는 건 우연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가족의 취약성이 걱정되는 분이라면, 적어도 이런 부분은 피할 수 있다는 뜻이고요.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없지는 않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부모의 잘못이 아닙니다

이 말은 꼭 하고 싶었습니다.

한때 "차가운 양육이 조현병을 만든다"는 식의 이야기가 진지하게 오갔고, 그 말은 부모님들, 특히 어머니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그건 근거 없는 낙인이었고, 지금은 명백히 틀린 것으로 정리됐습니다.

조현병은 사랑이 부족해서 생기는 병이 아닙니다. 무언가를 잘못해서 생기는 병도 아닙니다. 당뇨나 심장병이 그렇듯 여러 요인이 겹쳐 생기는 뇌의 질환입니다. 자녀가 조현병을 앓게 되었다면 그건 부모님이 실패해서가 아니에요. 다른 짐은 몰라도 그 짐만은 내려놓으셨으면 합니다.

아이를 가져도 될까요

가장 조심스럽지만 가장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정답은 없습니다. 이건 의학의 문제라기보다 삶의 문제이고, 각자의 가치관과 형편 속에서 스스로 내려야 하는 결정입니다. 제가 대신 결정해 드릴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에요.

다만 판단의 재료가 될 사실은 정리해 드릴 수 있습니다. 위험이 높아지더라도 대부분의 자녀는 발병하지 않고, 발병을 미리 알려주는 검사는 없으며, 조현병은 예전보다 훨씬 잘 치료되고 관리되는 병이 되었습니다. 마음이 복잡하시다면 유전상담을 통해 본인 상황에 맞는 위험을 차분히 정리해 보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조현병은 유전되나요?"에 대한 가장 정직한 답은 여전히 이 한 문장입니다. "유전의 영향은 있습니다. 그러나 유전이 곧 운명은 아닙니다."

유전율 80%는 당신의 미래를 정하지 못합니다. 유전자가 완전히 같은 쌍둥이조차 절반 이상은 발병하지 않고, 조현병을 앓는 분의 열에 아홉은 부모에게도 형제에게도 같은 병이 없었습니다.

처음의 그 질문으로 돌아가 볼까요. 진료실 문 앞에서 다시 앉으며 묻던 분께 저는 대개 이렇게 답합니다. "확률은 조금 높아집니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자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면 대개는 잠깐 말이 없다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나가세요. 그 침묵이 어떤 무게인지 저는 다 알지 못합니다. 다만 그 질문을 혼자 삼키지 않고 꺼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한 걸음은 오신 겁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개인의 위험 예측이나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본문의 확률은 집단 자료에 근거한 대략적 추정치로 개인차가 큽니다. 마음이 힘드시다면 혼자 견디지 마시고 정신건강의학과 또는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24시간)의 도움을 받으세요.

참고문헌

  1. Sullivan 등, 2003
  2. Hilker 등, 2018
  3. Pedersen 등, Lancet Psychiatry 2025
  4. Trubetskoy 등, Nature 2022
  5. 종설, 2021
  6. Di Forti 등, Lancet Psychiatry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