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가장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 중 하나가 이겁니다. "선생님, 이 약 말고 다른 원리로 된 약은 없어요?" 손이 떨려서 젓가락질이 어색해진 분, 반년 만에 체중이 훌쩍 늘어 거울 앞에서 멈춰 서는 분, 환청은 잦아들었는데 정작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분들이 묻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조금 미안한 얼굴로 설명하곤 했습니다. 조현병 약은 지난 70여 년간 사실상 한 가지 원리로 움직여 왔다고. 1950년대 클로르프로마진부터 최신 항정신병약까지, 이름과 세대는 달라도 결국 도파민이 붙는 자리를 막는 것이 핵심이라고요.

그 문장을 이제는 조금 다르게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2024년 9월, 미국 FDA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조현병약을 처음으로 승인했습니다. 이름은 코벤파이(Cobenfy), 개발 단계 이름은 KarXT, 성분은 자노멜린–트로스피움(xanomeline–trospium) 입니다.

핵심 한 줄은 이렇습니다. 코벤파이는 도파민을 직접 막지 않습니다. 대신 뇌에서 아세틸콜린이라는 신호물질이 붙는 자리(무스카린 자리)를 자극해 증상을 다스립니다. '무엇을 막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켜느냐'로 질문을 갈아 끼운 셈이죠. 왜 이 차이가 중요한지, 그리고 아직 남아 있는 물음표는 무엇인지 차례로 보겠습니다.

기존 약이 남긴 숙제

도파민을 막는 방식이 무능했다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 환청·망상을 가라앉히는 데는 지금도 확실한 카드입니다. 다만 뇌의 도파민 길목을 넓게 막다 보니 원치 않는 곳까지 함께 막힌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손떨림과 몸이 굳는 증상, 앉아 있어도 다리가 계속 움직이는 안절부절, 그리고 오래 쓸수록 마음에 걸리는 '지연성 운동장애'(입·혀·얼굴이 저절로 움직이는 증상). 여기에 젖 분비 호르몬 상승, 체중 증가, 혈당·콜레스테롤 악화 같은 부담이 겹칩니다. 진정되고 감정이 밋밋해지는 느낌은 수치로 잡히지 않지만, 환자 본인에겐 가장 크게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고요.

게다가 도파민 차단은 의욕이 떨어지고 감정이 밋밋해지는 증상, 그리고 생각하는 힘이 무뎌지는 문제에는 힘을 잘 쓰지 못했습니다. 이 두 가지(부작용과 한계)는 곧 약을 임의로 끊게 만드는 가장 흔한 이유였습니다. 조현병 분야에서 '새로운 기전'이라는 말이 유독 오래, 간절하게 회자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코벤파이는 무엇이 다른가

코벤파이는 성분 두 개를 한 캡슐에 묶은 복합제입니다. 역할 분담이 꽤 영리합니다.

성분하는 일뇌로 들어가나?
자노멜린뇌에서 그 자리(M1·M4)를 자극해 조현병 증상을 누른다들어감
트로스피움뇌 밖 몸 전체에서 같은 자리를 막아 부작용을 줄인다거의 못 들어감

그러니까 하나는 뇌에서 켜고, 하나는 몸에서 끄는 구조입니다.

이 조합이 왜 나왔는지는 자노멜린의 이력을 보면 이해가 됩니다. 원래 1990년대에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연구되던 물질이었습니다. 인지 개선과 함께 정신병적 증상까지 줄이는 신호가 관찰됐지만, 온몸의 아세틸콜린 수용체를 자극하는 탓에 메스꺼움·구토·땀·침 분비 같은 부작용이 심해 개발이 멈췄죠. 좋은 약이 부작용 때문에 서랍에 들어간 흔한 이야기입니다. KarXT의 발상은 정확히 그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뇌 안에서만 일하도록 두고, 몸으로 새어 나가는 부작용은 뇌에 못 들어가는 차단제로 막자.

실제로 한 비교에서 이런 부작용을 겪은 사람이 자노멜린만 썼을 때는 100명 중 64명이었는데, 트로스피움을 더하자 100명 중 34명으로 줄었습니다. 중추의 효과는 살리고 말초의 부담은 덜어내는 설계가 숫자로 확인된 셈입니다.

기전을 조금만 더 들어가면, 한쪽(M4) 자극은 도파민이 지나치게 쏟아져 나오는 길목을 간접적으로 눌러 환청·망상에 작용하고, 다른 쪽(M1) 자극은 생각하는 힘과 의욕 쪽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기대됩니다. 도파민이 붙는 자리를 직접 붙잡지 않고도 도파민 회로를 조절한다. 이것이 이 약의 논리입니다.

기존 항정신병약은 도파민이 붙는 자리를 직접 막지만, 코벤파이는 아세틸콜린이 붙는 자리를 자극해 도파민 회로를 간접 조절한다. 도식: 마음뉴스 제작
기존 항정신병약은 도파민이 붙는 자리를 직접 막지만, 코벤파이는 아세틸콜린이 붙는 자리를 자극해 도파민 회로를 간접 조절한다. 도식: 마음뉴스 제작

숫자는 어땠나, EMERGENT 3상

허가의 근거는 EMERGENT 임상 프로그램입니다. 조현병이 급자기 나빠진 성인을 대상으로 5주간 가짜약과 견준 시험들로, 조현병 증상을 30~210점으로 매기는 표준 점수표로 재고, 가짜약보다 점수가 얼마나 더 내려갔는지를 주된 목표로 삼았습니다.

임상기간인원가짜약보다 더 내려간 점수
EMERGENT-15주182명11.6점
EMERGENT-25주236명9.6점
EMERGENT-35주256명8.4점

세 번 모두 우연으로 보기 어려운 차이였고, 좋아지는 것은 먹기 시작하고 2주째부터 나타났습니다. 개인적으로 더 눈길이 간 건 효과의 크기보다 부작용 때문에 중간에 그만둔 비율이었습니다. 코벤파이를 먹은 쪽이 100명 중 6~7명, 가짜약 쪽이 100명 중 5~6명.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새 기전의 약이 '견딜 만했다'는 신호를 이보다 담백하게 보여주는 숫자는 드뭅니다.

핵심 — 서로 다른 세 번의 시험에서 가짜약보다 8~12점 더 내려가는 개선이 반복 확인됐습니다. 한 번의 운이 아니라 거듭 재현됐다는 점, 그게 이 약의 가장 단단한 근거입니다.

부작용의 '종류'가 바뀌었다

코벤파이의 부작용 지도는 기존 약과 결이 확실히 다릅니다. 가장 흔한 건 위장 증상입니다. 메스꺼움 약 19%, 소화불량 16~19%, 변비 13~21%, 구토 14~16%, 두통 약 14%. 대부분 경도~중등도였고, 투약 초기 몇 주에 몰렸다가 가라앉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반대로 기존 약을 따라다니던 도파민형 부작용은 두드러지지 않았습니다. 몸이 굳거나 떨리는지 재는 검사들에서 가짜약과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고, 체중·혈당·콜레스테롤도 안정적이었으며, 젖 분비에 관여하는 호르몬(프로락틴)이 오르는 신호도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여러 항정신병약을 줄 세워 견준 분석에서도 코벤파이는 체중을 가장 덜 늘리는 축에 속한다고 평가됐습니다. 체중과 대사 문제로 약을 끊겠다는 분들을 자주 마주하는 입장에서, 솔직히 이 대목은 반가웠습니다.

핵심 — 부작용이 사라진 게 아니라 종류가 바뀌었습니다. 체중·운동·호르몬 부담은 줄고, 대신 초기 위장 증상을 어떻게 넘기느냐가 관건이 됐습니다.

그럼 1년을 써 보니 어땠나

여기서 자연히 따라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허가의 근거가 된 시험이 모두 5주짜리인데, 조현병 약은 몇 년씩 먹는 약이라는 것. '5주 동안 신호가 없다'와 '오래 써도 안전하다'는 전혀 다른 문장이니까요.

그래서 앞의 시험을 마친 사람들에게 1년(52주)간 계속 쓰게 한 연장 시험이 이어졌습니다1.

  • 참가자 152명이 약을 받았고, 52주를 끝까지 마친 사람은 34명이었습니다.
  • 증상 점수는 처음 시작할 때보다 평균 33.8점 내려간 상태가 1년간 유지됐습니다. 좋아진 게 반짝하고 사라지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 부작용을 한 번이라도 겪은 사람은 152명 중 81명(53.3%) 이었고, 대부분 메스꺼움·구토·소화불량·입마름 같은 위장 계열이었으며 계속 복용하는 중에 가라앉았습니다.
  • 그리고 이 대목이 중요합니다. 몸이 굳거나 떨리는 증상, 프로락틴 상승, 체중 증가, 대사 지표 악화 어느 것도 의미 있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숫자를 그대로 읽어야 합니다. 끝까지 남은 사람이 152명 중 34명입니다. 조현병 장기 시험에서 흔한 일이긴 하지만, 남은 사람만 보고 "1년간 잘 견뎠다"고 말하면 절반만 보는 셈입니다. 그리고 이 시험은 모두가 약을 먹는 것을 아는 상태로 진행됐습니다(가짜약과 비교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1년 자료에서 새로운 위험 신호는 나오지 않았다. 오래 쓸 때 가장 걱정되는 지연성 운동장애는 몇 년 단위로 봐야 드러나는 문제라, 그 답은 아직 시간에 맡겨 두어야 합니다.

그런데 반전, 병용요법 3상은 실패했다

여기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단독요법 근거는 탄탄하지만, 기존 약에 얹어 쓰는(병용) 용도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2025년 4월, 개발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는 ARISE 3상의 실패를 공개했습니다. 기존 항정신병약에 반응이 충분치 않은 환자 386명에게 코벤파이를 덧붙여 6주간 본 시험이었는데, 가짜약을 얹은 쪽보다 점수가 2.0점 더 내려가는 데 그쳤고, 이 정도 차이는 우연으로도 나올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사회적으로 얼마나 잘 지내는지, 전반적으로 얼마나 나아 보이는지 같은 다른 지표에서도 뚜렷한 이득은 없었습니다.

나중에 자료를 갈라 다시 본 분석에서 리스페리돈이 아닌 약과 함께 쓴 환자에서는 3.4점 차이가 관찰되긴 했습니다. 회사는 데이터를 더 분석해 후속 방향을 정하겠다고 밝혔고요. 다만 사후 분석은 가설을 만드는 자리이지 결론을 내는 자리는 아닙니다. 지금으로선 코벤파이는 '단독으로 갈아타는' 약이지, 기존 약에 '더하는' 약이라는 근거는 없다고 읽는 것이 정확합니다.

조현병 밖에서 벌어지는 일들

자노멜린의 뿌리가 알츠하이머 연구였던 만큼, 치매 환자의 환각·망상을 겨냥한 3상(ADEPT 프로그램)이 진행 중입니다. 결과는 2026년경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2025년 12월에는 중국 NMPA가 조현병 적응증으로 KarXT를 허가했고, 2026년 상반기 출시가 예고됐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2026년 7월 현재, 코벤파이는 국내에서 조현병 치료제로 허가되지 않았습니다. 진료실에서 이 약 이야기를 꺼내면 결국 여기서 멈춥니다. 아직 처방해 드릴 수 있는 약이 아닙니다.

그래도 우리와 완전히 무관하진 않습니다. 알츠하이머병 정신증을 대상으로 한 3상(ADEPT-4)이 국내에서 승인돼 진행 중이라, 한국 환자와 의료진도 이 새로운 기전의 임상에 이미 발을 들이고 있습니다. 조현병 적응증의 국내 도입 여부와 시점은 앞으로의 허가 절차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정리하자면 코벤파이(KarXT)는 70여 년간 도파민 차단 일변도였던 조현병 치료에 '무스카린 자극'이라는 새 길을 연 약입니다. 세 번의 임상에서 효과가 재현됐고, 체중·운동·호르몬 부담이 적은 다른 결의 부작용 프로필을 보였습니다. 1년간 이어서 써 본 시험에서도 새로운 위험 신호는 없었고요. 동시에 기존 약에 얹어 쓰는 시험의 실패, 그리고 몇 년 단위의 안전성은 아직 모른다는 숙제가 그대로 놓여 있습니다.

새 기전이 나올 때마다 '판을 바꾼다'는 표현이 따라붙지만, 저는 그 말을 몇 년쯤 미뤄 두려 합니다. 판이 바뀌었는지는 5주가 아니라 5년을 봐야 알 수 있으니까요. 다만 오래 막혀 있던 길에 갈림길이 하나 생긴 건 분명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지켜볼 이유는 충분합니다. 어떤 약이 '나에게' 맞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며, 조현병 치료는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의해 정하시길 바랍니다.

참고문헌

  1. Kaul 등, Am J Psychiatry 2026
  2. FDA, 자노멜린–트로스피움(코벤파이) 조현병 승인 발표 (2024.9): FDA News
  3. EMERGENT-2 3상 결과 (The Lancet, 2024): The Lancet
  4. 병용요법 ARISE 3상 실패 발표 (2025.4): Bristol Myers Squibb
  5. 자노멜린–트로스피움 기전·임상 리뷰: PMC 리뷰(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