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이 치료 이름을 꺼내는 순간, 공기가 바뀝니다.
보호자분들 표정이 먼저 굳고, 환자분은 반사적으로 손사래를 치십니다.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요. 대부분 같은 장면을 떠올리시는 겁니다.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에서, 결박된 채 몸을 떨던 그 사람. "고문 아닌가요", "기억을 다 지운다던데", "뇌가 망가진다면서요", "요즘도 그런 걸 해요?"
그 장면은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다만 60년도 더 전, 마취 없이 시행하던 시절의 잔상이에요. 그사이 전기경련치료(ECT, Electroconvulsive Therapy)는 이름만 같은 다른 치료가 됐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한 건, 이렇게 낙인이 두꺼운 치료가 여전히 우울증에 가장 효과가 센 치료라는 사실이고요. 겁줄 생각도, 미화할 생각도 없습니다. 아는 만큼만 정확히 갈라보겠습니다.
핵심 정보 한눈에
- 무엇: 전신마취 아래 뇌에 짧은 전류를 흘려 치료적 경련을 유도하는 치료 (몸의 경련은 근이완제로 막습니다)
- 주 대상: 약이 듣지 않는 중증·치료저항성 우울, 정신병적 우울, 자살 위험이 급박한 경우, 긴장증, 음식 거부, 임신 중 중증 우울 등
- 효과: 관해율 75~87%, 정신병적 우울에서는 약 95%. 약물·TMS보다 앞서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 강점: 효과가 빠릅니다. 자살·거식 같은 응급에서 특히 중요
- 가장 큰 오해: '기억'. 인지 저하는 대부분 일시적이며 2주 안에 회복. 단 양측 방식에선 일부 과거 기억 공백이 더 오래 남을 수 있음
- 안전성: 사망률은 일반 전신마취와 비슷한 수준으로 매우 낮음
⚠️ 이 글은 정보 제공용입니다. 치료 결정은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의하세요.
영화 속 그 장면은, 진짜 있었던 일입니다
먼저 인정하고 갑시다. 낙인에는 근거가 있어요.
1930~50년대 초창기 ECT는 마취 없이 시행됐습니다. 깨어 있는 사람의 몸이 그대로 경련했고, 그 힘에 뼈가 부러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그 공포를 고스란히 겪었고요. 대중문화가 각인시킨 '전기충격'은 상상이 아니라 그 시절의 기록입니다. 그러니 무서워하시는 게 이상한 게 아닙니다.
달라진 건 그다음입니다. 지금 시술실에서는 짧은 시간 동안 다음이 전부 이뤄집니다1.
- 전신마취: 환자는 잠든 상태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합니다.
- 근이완제: 몸의 경련을 막아줍니다. 그래서 겉으로는 큰 움직임이 거의 없습니다. '치료적 경련'은 뇌 안에서만 일어나요.
- 산소 공급과 실시간 감시: 마취 중 산소를 공급하고, 심전도·뇌파·산소포화도를 계속 모니터링합니다.

정리하면 지금의 ECT는 '고통스러운 충격'이 아니라 마취 아래 짧게 잠든 채 받는, 통제된 의료 시술입니다. StatPearls도 ECT의 낙인이 "마취가 없어 심각한 부상과 기억손실을 초래했던 초기 치료에서 비롯됐다"고 못 박아 두었습니다. 낙인의 원인이 치료 자체가 아니라 그 시절의 방식이었다는 뜻이죠.
그런데 왜 아직도 씁니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좀 김빠질 정도로 간단합니다. 아직 이만큼 강력한 항우울 치료가 없어서예요.
고전이 된 대규모 메타분석2은 ECT가 가짜 시술(모의 ECT)보다, 그리고 항우울제보다도 우월함을 보였습니다. 미국의 다기관 연구(CORE)에서 양측 ECT의 관해율은 약 75%였고3, 망상을 동반한 정신병적 우울에서는 관해율이 약 95%까지 올라갔습니다4. 약이 가장 안 듣는 유형에서 오히려 가장 잘 듣는다는 이 역설이, ECT가 아직 교과서에서 지워지지 않은 이유입니다.
그리고 빠릅니다. 이게 실은 더 중요한 대목일 수 있어요. CORE 연구에서 2주째에 34%, 3~4주째엔 65%가 관해에 이르렀습니다. 숫자만 보면 밋밋하지만, 자살 위험이 코앞이거나 우울로 음식을 거부해 탈수·영양실조로 가고 있는 사람 앞에서는 이 몇 주가 전부입니다. 약은 효과가 나기까지 몇 주를 기다려야 합니다. ECT는 그 몇 주를 기다릴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치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대상도 자연히 정해집니다. 치료저항성·중증 우울, 정신병적 우울, 급박한 자살 위험, 긴장증(움직임과 반응이 멈추는 상태로, ECT 반응률이 80~100%에 이릅니다), 음식 거부, 약을 피하고 싶은 임신 중 중증 우울이나 노인 우울. 공통점이 보이실 겁니다. 시간이 없거나, 다른 길이 막힌 경우들이에요.
'기억을 다 지운다'는 말, 어디까지 사실인가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입니다. 그리고 제가 진료실에서 가장 조심해서 말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84개 연구·약 3,000명을 종합한 대규모 분석5이 그린 그림은 이렇습니다.
시술 직후(0~3일)에는 혼동과 건망이 나타나 인지 검사 성적이 실제로 떨어집니다. 이 시기가 가장 심해요. 여기까지는 부정할 게 없습니다. 그런데 4~15일 사이에 대부분 회복되고, 15일 이후에는 저하된 항목이 하나도 남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처리속도·작업기억 같은 여러 영역이 치료 전보다 좋아졌고요. 우울증 자체가 집중력과 기억을 갉아먹는 병이니, 우울이 걷히면서 인지도 함께 올라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핵심 — ECT의 인지 부작용은 대부분 치료 후 첫 3일에 몰려 있고, 2주 안에 대부분 회복됩니다. "영구히 기억을 지운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다만 아래의 한 가지 예외는 정직하게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얼버무리지 않겠습니다. 위 연구의 저자들도 인정했듯, 자서전적 기억(내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같은 과거 개인 경험)은 표준화된 검사가 없어 정확히 재기 어렵습니다. 측정이 어렵다는 건 '없다'가 아니라 '모른다'에 가깝고요. 게다가 전극을 양쪽에 붙이는 양측(bilateral) 방식은 한쪽에만 붙이는 방식보다 이런 과거 기억의 공백을 더 남기며, 일부는 6개월 뒤에도 남을 수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6. 그러니 특정 기간의 기억이 흐릿해지는 일은(흔하진 않아도) 실제로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이걸 "괜찮아요"로 덮으면 안 됩니다.
대신 이 부작용을 줄이는 쪽으로 기술이 움직였습니다. 짧은 펄스(ultrabrief pulse)와 우측 단측 전극 배치를 쓰면 효과는 유지하면서 인지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고7, 이런 기법이 점점 표준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뇌가 망가진다'는 걱정에 대해서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ECT가 뇌에 구조적 손상을 일으킨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오히려 반대에 가까운 그림이 나옵니다. CT·MRI로 확인한 연구들에서 ECT로 인한 뇌 손상은 관찰되지 않았고8, 32개 MRI 연구를 종합한 최신 분석9에서는 ECT가 손상은커녕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등의 부피를 오히려 늘린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저자들의 표현은 단호합니다. "MRI 연구들은 ECT가 뇌손상을 일으킨다는 가설을 지지하지 않는다."
다만 김칫국은 마시지 맙시다. 부피가 늘었다는 것이 곧 치료 효과의 이유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습니다.
얼마나 안전한가요?
가장 걱정하시는 사망 위험은 매우 낮습니다. 약 10만 명·78만 건의 시술을 종합한 대규모 분석10에서 전원인 사망은 시술 1,000건당 0.06명 수준이었어요. 일반적인 전신마취 수술과 비슷한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경련이 일어나는 그 짧은 순간에 혈압·심박·산소 소모가 확 늘기 때문에 심장에 부담이 갑니다. 심혈관계가 약한 분은 사전 평가가 정말 중요해요. 종괴(뇌 안 덩어리)로 두개내압이 높아진 경우는 절대 금기이고, 최근 심근경색이나 뇌동맥류도 신중히 따집니다. ECT 전에 정신과와 마취과가 함께 몸 상태를 훑는 건 형식이 아니라 이 때문입니다.
실제로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가이드라인상 보통 주 2~3회, 총 6~12회 정도를 한 코스로 봅니다. 증상과 반응을 보며 조절하고요. 전극 위치와 펄스는 저울질의 영역입니다. 효과가 세지만 기억 영향이 큰 양측 방식과, 인지 부작용이 적은 우측 단측·짧은 펄스 방식 사이에서, 이 사람의 중증도와 감당할 수 있는 인지 부담을 함께 놓고 고릅니다.
그리고 진짜 중요한 건 끝난 뒤입니다.
ECT로 좋아진 뒤 아무 유지 치료도 하지 않으면 6개월 안에 대부분 재발합니다. 한 연구에서 위약군은 84%가 재발한 반면, 항우울제 유지군은 60%, 항우울제+리튬 유지군은 39%였습니다11. 즉 ECT는 결승선이 아니라 출발선을 되찾아 주는 치료입니다. 이후 약물이나 유지 ECT로 지켜내는 단계가 반드시 붙어야 해요. 이 설명을 놓치면 "그렇게 힘들게 받았는데 왜 또"라는 말이 나옵니다.
ECT vs 약물 vs TMS vs 케타민
약물과 비교하면 앞서 봤듯 ECT가 우월합니다(Lancet 2003). 그런데도 보통 약이 실패한 뒤에야 꺼내는 이유는 마취, 기억 부작용, 입원 부담 같은 현실적인 무게 때문입니다.
TMS(경두개자기자극)와 비교하면 성격이 정반대입니다. TMS는 마취도 입원도 없이 통원으로 받는 부드러운 치료지만, 효과의 세기는 ECT가 앞서요. 여러 치료를 견준 메타분석에서 ECT가 가장 효과적일 확률이 가장 높았고, 동시에 중도에 그만두는 비율(견디기 어려움)도 ECT가 가장 높았습니다12. 한마디로 "ECT는 가장 세지만 가장 부담스럽고, TMS는 약하지만 부드럽다."
케타민은 최근 판을 흔든 쪽입니다. ELEKT-D, Anand 등, NEJM 2023 시험에서 정신병적 증상이 없는 치료저항성 우울에 한해 정맥 케타민이 ECT에 뒤지지 않았고(반응률 케타민 55.4% vs ECT 41.2%), 기억 저하는 ECT가 훨씬 컸습니다. 다만 조건을 잘 봐야 합니다. '정신병적 증상이 없는' 경우에 한한 결과예요. 정신병적 우울이나 급박한 응급에서는 여전히 ECT가 먼저 올라옵니다. 케타민에도 해리감 같은 자기 몫의 부작용이 있고요.
자주 묻는 질문 (Q&A)
Q. 시술 중 아프거나 고통스럽나요? 아닙니다. 전신마취로 잠든 상태에서 진행되고, 근이완제로 몸의 경련도 막습니다. 깨어난 뒤 잠깐 멍하거나 두통·근육통이 있을 수 있지만 대개 곧 가라앉습니다.
Q. 기억이 영구히 사라지나요? 대부분의 인지 저하는 일시적이고 2주 안에 회복됩니다. 다만 치료 전후 특정 기간의 개인적 기억이 흐릿해지는 일은 있을 수 있으며, 이를 줄이는 방식(우측 단측·짧은 펄스)이 점점 표준이 되고 있습니다.
Q. 몇 번이나 받아야 하나요? 보통 주 2~3회로 총 6~12회 정도가 한 코스입니다. 반응에 따라 조절하며, 좋아진 뒤에는 재발을 막기 위한 유지 치료가 이어집니다.
Q. 구시대의 치료 아닌가요? 그 반대입니다. 짧은 펄스·전극 배치·마취 기법이 계속 발전하고 있고, 지금도 가장 효과적인 우울증 치료로 꼽혀 세계적으로 널리 시행됩니다.
💬 전문의 한마디
ECT를 권해드리면 대부분 깜짝 놀라며 손사래부터 치십니다. 영화에서 본 그 장면을 떠올리시는 거죠. 그럴 때 저는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지금의 ECT는 마취로 편안히 잠든 사이에 끝나고, 겉으로는 몸을 떠는 일도 없다고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약을 몇 가지나 써도 좀처럼 낫지 않던 분, 혹은 자살 위험이 급해 한시가 급한 분들이 ECT로 극적으로 회복되는 모습을 여러 번 봤습니다. 기억 문제를 걱정하시는 마음도 잘 압니다. 그래서 요즘은 인지 부작용이 적은 방식을 먼저 고려하고, 치료 전후로 어떤 점을 살펴야 하는지 충분히 설명드립니다. ECT는 '최후의 야만적 수단'이 아니라, 필요한 분께는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삶을 되돌려 주는 치료입니다. 두려움 때문에 선택지에서 아예 지워버리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 치료는 아마 정신과에서 가장 억울하게 오해받는 치료일 겁니다. 60년 전의 장면이 지금의 시술실을 대신 설명하고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무조건 안전하다"고 말할 생각은 없습니다. 기억을 포함한 부작용은 실제로 있고, 아무에게나 첫 카드로 꺼내는 치료도 아닙니다.
다만 약이 다 실패하고 지쳐 있을 때, 혹은 오늘 밤을 넘길 수 있을지가 문제인 순간에 — 남아 있는 길이 하나 더 있다는 것. 그것까지 공포에 가려 지워지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무서워하시는 건 당연합니다. 무서워하되, 물어는 보세요. 판단은 반드시 전문의와 함께 하시고요.
참고문헌
- 시술 표준 정리, StatPearls ↩
- UK ECT Review Group, Lancet 2003 ↩
- Husain 등, 2004 ↩
- Petrides 등, 2001 ↩
- Semkovska & McLoughlin, Biol Psychiatry 2010 ↩
- Sackeim 등, 2007 ↩
- Sackeim 등, 2008 ↩
- Devanand 등, 1994 ↩
- Gbyl & Videbech, 2018 ↩
- Duma 등, Anesthesiology 2019 ↩
- Sackeim 등, JAMA 2001 ↩
- Chen 등, 2017 ↩
- 케타민이 ECT에 뒤지지 않았다는 시험 (ELEKT-D, Anand 등, NEJM 2023) · PubM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