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각버섯(magic mushroom)'의 성분으로 알려진 실로시빈(psilocybin) 이 우울증 치료제 문턱까지 왔습니다. 개발사인 컴퍼스 패스웨이스(Compass Pathways) 는 2026년 2월, 합성 실로시빈 COMP360 의 두 번째 3상 임상(COMP006) 이 1차 목표를 달성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앞서 2025년 첫 3상(COMP005)에 이어 두 번 연속 성공입니다. 신약이 정식 허가를 받으려면 보통 서로 다른 3상 임상에서 효과를 거듭 확인해야 하는데, 그 관문을 연달아 통과한 셈입니다.
동시에 이 결과는 정신의학계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 이기도 합니다. "드디어 근거가 쌓였다"는 기대와 "효과가 생각보다 작은 것 아니냐"는 신중론이 팽팽하게 맞섭니다. 화제성만 좇지 않고, 두 임상의 실제 숫자와 그 숫자를 둘러싼 논쟁까지 함께 보겠습니다.
실로시빈이 어떤 약인가요?
실로시빈은 특정 버섯에 들어 있는 천연 환각 물질로, 몸 안에서 실로신(psilocin) 으로 바뀌어 뇌의 세로토닌 5-HT2A 수용체를 강하게 자극합니다. 이 자극이 몇 시간 동안 의식과 지각의 변화(이른바 '환각 체험') 를 일으키는데, 여기서 우울증 치료의 실마리를 찾은 것이 이 분야 연구입니다.
다만 우울증 임상에서 쓰는 방식은 '약만 먹는' 것이 아닙니다. COMP360은 훈련받은 치료자가 곁을 지키는 관리된 환경에서 단 한 번(또는 두 번) 투여하고, 투여 전후로 심리적 지지(psychological support) 를 함께 제공합니다. 투여 당일에는 6~8시간가량 전문가의 관찰 아래 체험을 지나 보냅니다. 매일 먹는 항우울제와는 완전히 다른, '세션형' 치료인 셈입니다.
이번 임상의 대상은 그냥 우울증이 아니라 치료저항성 우울증(TRD) 입니다. 항우울제를 충분한 용량·기간으로 두 가지 이상 써도 낫지 않은, 가장 치료가 까다로운 환자군을 말합니다. 마땅한 다음 카드가 부족한 이들이라, 새로운 기전의 약이 절실한 영역이기도 합니다.
두 개의 3상, 무엇을 비교했나요?
| 구분 | 첫 3상 (COMP005) | 두 번째 3상 (COMP006) |
|---|---|---|
| 발표 시점 | 2025년 | 2026년 2월 |
| 투약 인원 | 258명 | 581명 |
| 비교 설계 | 실로시빈 25mg 1회 vs 위약 | 실로시빈 25mg 2회 vs 1mg(활성 대조) |
| 1차 지표(6주 MADRS 차이) | -3.6점 | -3.8점 |
| 통계적 유의성 | p<0.001 | p<0.001 |
| '반응' 비율(25mg군) | 25% | 39% |
두 임상 모두 우울 정도를 MADRS(대표적 우울 평가 척도, 0~60점)로 측정했고, 투여 6주 뒤 비교군보다 우울점수가 얼마나 더 내려갔는지를 1차 목표로 삼았습니다. 위 그래프의 두 막대가 바로 그 값입니다 — 첫 임상은 -3.6점, 두 번째 임상은 -3.8점. 두 번 모두 통계적으로 뚜렷했고(p<0.001), 효과는 투여 다음 날부터 빠르게 나타나 6주까지 유지됐다고 회사는 밝혔습니다.
핵심 — 서로 다른 두 개의 3상 임상에서 거의 같은 크기(-3.6·-3.8점)의 개선이 반복 확인됐습니다. 결과가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재현됐다는 점이 이번 발표의 가장 단단한 부분입니다.
그런데 왜 논쟁이 될까요?
여기서부터가 중요합니다. "목표 달성"이라는 헤드라인 뒤에는, 전문가들이 짚는 세 가지 물음표가 있습니다.
① 효과 크기가 생각보다 작습니다. MADRS -3.6~-3.8점은 60점 척도에서 보면 크지 않은 차이입니다. 통계적으로 유의하다는 것과 환자가 체감할 만큼 크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인데, 이 정도 폭이 '판을 바꿀' 수준인지를 두고 의견이 갈립니다.
② '반응'의 기준을 낮춰 잡았다는 지적. 항우울제 임상에서 '반응(response)'은 보통 우울점수가 절반(50%) 이상 좋아진 경우를 말합니다. 그런데 이번 발표에서 회사가 '임상적으로 의미 있다'며 제시한 기준은 25% 이상 감소였습니다. 이 완화된 기준으로 반응률이 25%(COMP005)·39%(COMP006)로 집계된 것이라, 표준 50% 기준으로 보면 숫자가 더 낮아질 것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게다가 거의 다 나은 '관해(remission)' 비율은 두 임상 모두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③ 효과가 얼마나 오래갈까. 앞선 2b상에서는 반응률이 12주 무렵 20% 수준으로 떨어졌던 전례가 있습니다. 첫 3상(COMP005)에서는 반응한 사람의 효과가 26주까지 유지됐다고 보고됐지만, 두 번째 임상의 장기(26주) 데이터는 2026년 3분기 초에 공개될 예정이라 아직 지속성 판단은 이릅니다.
여기에 환각 체험의 특성상 '눈가림(맹검)'이 사실상 어렵다는 근본적 한계도 있습니다. 환자와 치료자 모두 진짜 약을 받았는지 짐작하기 쉬워, 기대 효과가 결과를 부풀렸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임상은 위약 대신 아주 낮은 용량(1mg) 을 비교군으로 써 이 문제를 줄이려 했지만, 논란을 완전히 잠재우지는 못했습니다.
다른 치료와 견주면?
비슷한 '치료저항성 우울증'을 겨냥한 에스케타민(스프라바토) 의 허가 임상에서도, 위약 대비 MADRS 차이는 대략 -4점 안팎이었습니다. 즉 실로시빈의 이번 효과 크기는 기존에 승인된 신약과 대략 비슷한 범위에 있습니다. 다만 임상 설계와 대상이 서로 달라 직접 비교는 조심해야 합니다. 실로시빈의 진짜 매력은 '더 센 효과'라기보다, 한두 번의 세션으로 빠르게 반응이 나타난다는 투여 방식의 차별점에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관련해 마음뉴스의 에스케타민(스프라바토) 글도 함께 보시면 좋습니다.)
안전성은 어땠나요?
전반적으로 관리된 환경에서는 비교적 다룰 만했다는 평가입니다. 보고된 이상반응은 대부분 경도~중등도였고 상당수가 24시간 안에 가라앉았습니다. 중대한 이상반응(SAE)은 25mg군에서 COMP005 약 5%, COMP006 약 2%였습니다.
민감한 대목인 자살 관련 지표를 보면, 자살 사고와 관련된 중대 이상반응은 두 임상 모두 1% 미만이었고, 자살 행동에 해당하는 사례 1건은 오히려 저용량(1mg) 비교군에서 나왔습니다. 다만 이 모든 안전성은 전문가가 처음부터 끝까지 곁을 지키는 임상 환경에서의 이야기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됩니다.
한국에서는?
실로시빈은 국내에서 마약류로 분류된 물질이며, 우울증 치료제로 허가된 바 없습니다. COMP360 역시 아직 어느 나라에서도 정식 승인 전 단계로, 회사는 이번 3상 결과를 바탕으로 허가 절차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즉 지금 당장 처방받을 수 있는 치료가 아니라, 우울증 치료의 다음 물결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보여주는 최신 정보로 이해하시는 것이 정확합니다. 무엇보다, 이 연구들의 효과와 안전성은 훈련된 전문가의 관찰과 심리적 지지가 결합된 통제된 환경에서 나온 것으로, 개인이 버섯이나 성분을 임의로 구해 시도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며 매우 위험합니다.
정리하면, 실로시빈은 치료저항성 우울증에서 두 개의 3상 임상을 연달아 통과하며 '환각 물질'에서 '치료 후보'로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동시에 효과 크기·반응 기준·지속성을 둘러싼 물음표도 분명히 남아 있습니다. 기대와 신중함이 함께 필요한, 딱 지금 지켜볼 만한 최신 흐름입니다. 어떤 치료가 '나에게' 맞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며, 우울증 치료의 방향은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의해 정하시길 바랍니다.
함께 보면 좋은 자료
- 컴퍼스 패스웨이스, 두 번째 3상(COMP006) 목표 달성 발표 (2026.2) — Compass Pathways IR
- 첫 3상(COMP005) 목표 달성 발표 (2025) — Compass Pathways IR
- 효과 크기·기준을 둘러싼 비판적 분석 — Drug Discovery & Developmen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