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제일 말문이 막히는 순간이 있습니다. 항우울제를 두 개, 세 개 바꿔 쓰고, 증강요법까지 얹었는데도 환자가 여전히 같은 표정으로 앉아 있을 때. "선생님, 이제 뭐 남았어요?" 그 질문 앞에서 저는 자주 종이 위에 남은 선택지를 세어 봅니다.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뉴스는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습니다. '환각버섯(magic mushroom)'의 성분으로 알려진 실로시빈(psilocybin) 이 우울증 치료제 문턱까지 왔다는 소식이니까요. 개발사인 컴퍼스 패스웨이스(Compass Pathways)는 2026년 2월, 합성 실로시빈 COMP360의 두 번째 3상 임상(COMP006)이 1차 목표를 달성했다고 발표했습니다. 2025년 첫 3상(COMP005)에 이어 두 번 연속입니다. 신약이 정식 허가를 받으려면 대개 서로 다른 3상에서 효과를 거듭 확인해야 하는데, 그 관문을 연달아 통과한 셈이죠.
그런데 이 결과, 학계에서 박수만 받고 있는 게 아닙니다. "드디어 근거가 쌓였다"와 "효과가 생각보다 작은 것 아니냐"가 정면으로 부딪칩니다. 헤드라인만 읽고 넘어가기엔 아까운 숫자들이 그 아래에 깔려 있어요.
그래서 실로시빈이 대체 뭔데
특정 버섯에 들어 있는 천연 환각 물질입니다. 몸 안에서 실로신(psilocin)으로 바뀌어 뇌의 세로토닌 5-HT2A 수용체를 강하게 자극하고, 그 자극이 몇 시간 동안 의식과 지각의 변화(흔히 말하는 '환각 체험')를 일으킵니다. 이 분야 연구는 바로 그 체험 자체에서 우울증 치료의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여기서 오해가 자주 생깁니다. 임상에서 쓰는 방식은 '약만 먹는' 것이 전혀 아닙니다. COMP360은 훈련받은 치료자가 곁을 지키는 관리된 환경에서 단 한 번, 혹은 두 번 투여합니다. 투여 전후로 심리적 지지(psychological support)가 붙고, 투여 당일에는 6~8시간가량 전문가의 관찰 아래 체험을 지나 보냅니다. 매일 아침 물 한 컵과 함께 삼키는 항우울제와는 결이 완전히 다른, '세션형' 치료입니다.
심리 지원이 왜 '옵션'이 아닌가
이 부분을 부록쯤으로 여기는 분이 많아서, 조금 길게 적겠습니다.
5-HT2A 수용체가 몇 시간 동안 강하게 자극되는 동안 사람은 시간 감각, 자기 감각, 감정의 경계가 헐거워지는 상태를 지납니다. 좋은 방향으로 가면 오래 피해 다니던 기억이나 감정에 처음으로 정면으로 닿습니다. 나쁜 방향으로 가면 그게 그대로 공포가 됩니다. 실제로 COMP006에서 흔히 보고된 이상반응 목록에 불안과 환시가 들어 있습니다. 예상된 반응이지만, 혼자 겪으면 그냥 '나쁜 여행'이 되는 반응이기도 하죠.
그래서 이 치료의 세팅에는 세 가지가 반드시 붙습니다. 하나, 준비 세션: 무엇이 일어날지 미리 알려주고 안전 신호를 정해 둡니다. 둘, 투여 당일의 동석: 치료자가 개입해 방향을 틀기보다는 곁에 머무릅니다. 셋, 통합(integration) 세션: 체험에서 올라온 것을 언어로 옮겨 일상에 붙여 놓는 작업입니다. 이 마지막 단계가 없으면, 강렬했던 하루는 그저 강렬했던 하루로 끝납니다.
의학적 관리도 같이 갑니다. 혈압과 맥박이 오르고, 급성기에는 판단력이 떨어지므로 당일 귀가 시 동반자가 필요합니다. 임상시험 프로토콜이 굳이 6~8시간 관찰을 명시해 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논문에 실린 효과는 이 세팅 전체가 만든 숫자입니다.
대상도 그냥 우울증이 아닙니다. 치료저항성 우울증(TRD), 항우울제를 충분한 용량과 기간으로 두 가지 이상 써도 낫지 않은 환자군입니다. 제가 앞서 말씀드린, 종이 위에 남은 칸이 몇 개 없는 그분들이요.
COMP006 참가자들의 배경을 보면 이 '남은 칸이 없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회사 발표에 따르면 이들의 현재 우울 삽화는 평균 3년 이상 이어지고 있었고, 평생 겪은 우울 삽화는 6회 이상이었습니다. 몇 달 우울했던 사람들이 아니라, 몇 년째 같은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라는 뜻입니다.
숫자를 그대로 놓고 봅시다
두 임상을 나란히 세워 보겠습니다.
| 구분 | 첫 3상 (COMP005) | 두 번째 3상 (COMP006) |
|---|---|---|
| 발표 시점 | 2025년 | 2026년 2월 |
| 투약 인원 | 258명 | 581명 |
| 비교 설계 | 실로시빈 25mg 1회 vs 위약 | 실로시빈 25mg 2회 vs 1mg(활성 대조) |
| 1차 지표(6주 MADRS 차이) | -3.6점 | -3.8점 |
| 통계적 유의성 | p<0.001 | p<0.001 |
| '반응' 비율(25mg군) | 25% | 39% |
1차 지표는 둘 다 같습니다. 우울 정도를 MADRS(대표적 우울 평가 척도, 0~60점)로 재고, 투여 6주 뒤 비교군보다 우울점수가 얼마나 더 내려갔는지를 봤습니다. 효과는 투여 다음 날부터 빠르게 나타나 6주까지 유지됐다고 회사는 밝혔습니다.
핵심 — 서로 다른 두 개의 3상에서 거의 같은 크기(-3.6·-3.8점)의 개선이 반복 확인됐습니다.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재현됐다는 것, 이번 발표에서 가장 단단한 부분은 여기입니다.
잠깐, MADRS 3~4점이면 어느 정도인가요
이 질문을 안 하고 넘어가면 나머지 논쟁이 하나도 이해가 안 됩니다.
MADRS는 10개 항목(슬픔, 긴장, 수면, 식욕, 집중, 무기력, 감정의 무뎌짐, 비관, 자살 사고 등)을 각각 0~6점으로 매겨 합산합니다. 그래서 최대 60점. 치료저항성 우울증 임상에 들어오는 분들은 보통 시작 점수가 30점대 초중반입니다.
그 위에서 3~4점. 감각적으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열 개 항목 중 한두 개가 한 단계씩 나아진 정도. 예를 들어 '잠들기까지 두세 시간'이 '한 시간 남짓'이 되고, '아무것도 즐겁지 않다'가 '가끔 하나쯤은 견딜 만하다'로 바뀌는 폭입니다. 무의미하지 않습니다. 몇 년째 바닥에 있던 사람에게는 그 한 칸이 꽤 클 수도 있고요. 다만 "약 한 번 맞고 사람이 달라졌다"는 서사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집단 평균의 차이라는 점도 중요합니다. 평균 3.6점 뒤에는 15점이 떨어진 사람과 하나도 안 움직인 사람이 같이 들어 있습니다. 임상에서 저희가 결국 보고 싶은 건 평균이 아니라 '몇 명이 실제로 건너갔는가'인데, 그래서 다음 개념이 필요해집니다.
'반응'과 '관해'는 다른 말입니다
환자분들이 가장 자주 섞어 쓰시는 두 단어입니다.
| 용어 | 통상적 기준 | 체감으로 옮기면 |
|---|---|---|
| 반응(response) | 우울점수 50% 이상 감소 | 절반쯤 가벼워짐. 아직 우울증은 있음 |
| 관해(remission) | MADRS 10~12점 이하 등 정상 범위 진입 | 증상이 거의 사라진 상태. 치료의 진짜 목표 |
반응은 '나아졌다'이고, 관해는 '괜찮아졌다'입니다. 저는 진료실에서 이 차이를 굳이 설명하는 편인데, 반응까지만 가고 멈춘 상태(절반 나은 우울증)가 실은 재발 위험이 가장 높은 구간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치료저항성 우울증에서 이미 승인된 에스케타민(스프라바토)의 허가 임상은 관해를 MADRS 10점 이하로 정의했습니다.
이 구분을 손에 쥐고 다음 장을 읽어 주세요. 논쟁의 8할이 여기서 갈립니다.
그런데 왜 싸우고 있나
"목표 달성"이라는 네 글자 뒤에는 전문가들이 붙여 놓은 물음표가 셋 있습니다.
첫째, 효과 크기가 생각보다 작습니다. MADRS -3.6~-3.8점. 60점짜리 척도에서 3~4점입니다. 통계적으로 유의하다는 말과 환자가 "달라졌어요"라고 말할 만큼 크다는 말은 전혀 같은 말이 아닙니다. 이 정도 폭이 판을 바꿀 수준인지를 두고 의견이 갈립니다.
둘째, '반응'의 기준을 낮춰 잡았다는 지적. 항우울제 임상에서 반응(response)은 보통 우울점수가 절반, 즉 50% 이상 좋아진 경우를 말합니다. 그런데 이번 발표에서 회사가 '임상적으로 의미 있다'며 내세운 기준은 25% 이상 감소였습니다. 위에 적은 25%(COMP005)·39%(COMP006)라는 반응률이 그 완화된 잣대로 나온 숫자라는 뜻입니다. 표준 50% 기준으로 다시 계산하면 숫자는 더 내려갈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죠. 게다가 거의 다 나은 상태를 뜻하는 '관해(remission)' 비율은 두 임상 모두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임상의 입장에서는 사실 이 숫자가 제일 궁금한데 말입니다.
셋째, 얼마나 오래갈까. 앞선 2b상에서는 반응률이 12주 무렵 20% 수준으로 떨어졌던 전례가 있습니다. 첫 3상에서는 반응한 사람의 효과가 26주까지 유지됐다고 보고됐지만, 두 번째 임상의 장기(26주) 데이터는 2026년 3분기 초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지속성을 판단하기엔 아직 이릅니다.
여기에 하나 더, 좀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환각 체험의 특성상 눈가림(맹검)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 환자도 치료자도 진짜 약을 받았는지 어렵지 않게 짐작합니다. 기대가 결과를 부풀렸을 가능성을 완전히 걷어내기 힘들다는 뜻이죠. 두 번째 임상이 위약 대신 아주 낮은 용량(1mg)을 비교군으로 세운 것도 이 문제를 줄이려는 시도였는데, 논란이 완전히 가라앉지는 않았습니다.
업데이트: 26주 데이터가 나왔습니다 (2026.7.7)
이 글을 올리고 이틀 만에 기다리던 숫자가 공개됐습니다. 컴퍼스는 2026년 7월 7일, COMP006의 6개월(26주) 결과(Part B)를 발표했습니다.
- 6주 시점에 반응(MADRS 25% 이상 감소)을 보인 25mg군의 39% 는, 평균적으로 그 개선을 26주까지 유지했습니다.
- Part B에서 재투여를 받은 6주 반응자 중 약 30%가 관해(MADRS 12점 이하)에 진입했습니다.
- 중대한 이상반응은 두 팔이 비슷했습니다. 1mg군 6.3%, 25mg군 5.7%. 흔한 이상반응은 오심·두통·불안·환시였고, 대부분 투여 당일에 나타났다 지나가는 일과성 반응이었습니다.
여기서 제가 눈여겨본 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드디어 관해 숫자가 나왔다는 것. 앞 장에서 "임상의로서 제일 궁금한 게 이 숫자"라고 적었는데, 답의 일부가 채워진 셈입니다. 다만 그 30%는 전체 참가자가 아니라 '6주에 반응한 사람들' 안에서의 비율이라는 점을 놓치면 안 됩니다. 39%의 30%면, 전체로 환산했을 때 숫자는 훨씬 겸손해집니다. 발표문 하나에 분모가 두 번 바뀌는 문장은 늘 천천히 읽어야 합니다.
다른 하나는 중대 이상반응이 저용량군에서 오히려 더 많았다는 점입니다(6.3% vs 5.7%). 치료저항성 우울증 환자군에서는 아무 치료도 듣지 않을 때 상태가 나빠지는 일이 흔하니, 이 방향의 숫자는 그 자체로 이 환자군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줍니다.
핵심 — 지속성 물음표는 상당히 옅어졌습니다. 효과 크기와 반응 기준을 둘러싼 물음표는 그대로 남았습니다.
맹검 논란을 정면으로 다룬 연구도 나왔습니다
"어차피 다 알아채는데 그게 얼마나 문제냐"는 반문에, 2026년 3월 JAMA Psychiatry에 실린 메타분석이 정면으로 답했습니다.
윌리엄스·바넷·시게티(Williams, Barnett, Szigeti) 연구팀은 발상을 뒤집었습니다. 사이키델릭 임상은 어차피 사실상 공개(open-label) 임상이니, 똑같이 공개로 진행된 항우울제 임상과 비교하자는 것이었죠. 이른바 '동등 비맹검(equal-unblinding)' 설계입니다.
결과는 이렇습니다.
- 사이키델릭 치료 임상 8건(249명)과 공개 라벨 항우울제 임상 16건(약 7,900명)을 맞붙였더니, 차이는 항우울제 쪽으로 0.3점(95% CI -1.39~1.98, p=.73). 즉 통계적으로 차이 없음이었습니다.
- 두 치료 모두 우울점수가 평균 12점가량 좋아졌습니다. 나란히요.
- 자기가 어느 군인지 맞히는 비율은 사이키델릭 임상에서 90~95%, 일반 항우울제 임상에서 약 63%였습니다.
- 저자들의 결론 한 줄이 아픕니다. 맹검 여부는 항우울제의 성적을 바꿨지만, 사이키델릭의 성적은 바꾸지 않았다. 사이키델릭 임상은 애초에 눈가림이 작동한 적이 없다는 뜻이니까요.
시게티는 "사이키델릭이 여전히 가치 있는 치료 선택지일 수 있다. 다만 진짜 이득을 알고 싶다면 공정하게 비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연구도 한계는 분명합니다. 사이키델릭 쪽 표본이 249명으로 훨씬 작고, 관찰 기간도 서로 다릅니다(항우울제 약 8주 대 사이키델릭 약 3주). 저자들 스스로 "사이키델릭이 대단해 보였던 이유가 실은 실망한 위약군 때문일 수 있다"는 해석도 함께 적어 뒀고요.
반대편 목소리도 있습니다. 존스홉킨스 사이키델릭·의식 연구센터를 이끄는 산딥 나약(Sandeep Nayak)은 3상 결과 이후 임상 설계와 지속성 데이터를 근거로 허가를 낙관한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2026년 1월 Neuropsychopharmacology 리뷰에서 필립 하비와 찰스 네메로프는 FDA가 MDMA 프로그램을 반려했던 이유들(그중 첫째가 맹검의 어려움)이 고전적 사이키델릭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같은 데이터를 보고 두 진영이 정반대 결론을 냅니다. 저는 이런 국면을 좋아합니다. 대개 이럴 때 진실은 양쪽 다 조금씩 맞습니다.
그럼 기존 치료보다 나은가
같은 치료저항성 우울증을 겨냥한 에스케타민(스프라바토)의 허가 임상(TRANSFORM-2)에서 4주 시점 MADRS 차이는 -4.0점(95% CI -7.31~-0.64, p=0.010)이었습니다. 실로시빈의 -3.6·-3.8점은 이미 승인된 신약과 사실상 같은 범위에 있는 셈입니다. 참고로 그 임상에서 관해율은 에스케타민군 16.7%, 위약군 2.9%였습니다.
물론 설계도, 대조군도, 관찰 시점도 달라서 두 숫자를 나란히 놓고 우열을 매기는 건 조심해야 합니다. 에스케타민은 위약 대비였고 실로시빈 두 번째 임상은 1mg 활성 대조 대비였으니, 후자가 더 불리한 잣대를 쓴 면도 있습니다.
| 실로시빈 COMP360 | 에스케타민(스프라바토) | |
|---|---|---|
| 대조군 대비 MADRS 차이 | -3.6 / -3.8점 | -4.0점 |
| 투여 구조 | 1~2회 세션, 회당 6~8시간 관찰 | 주 2회로 시작해 수개월 유지, 회당 2시간 관찰 |
| 심리 지원 | 준비·동석·통합이 프로토콜에 포함 | 필수 아님 |
| 국내 지위 | 마약류, 치료제 미허가 | 허가·사용 중 |
많은 이들이 보는 실로시빈의 진짜 차별점은 '더 센 효과'가 아니라 투여 방식입니다. 한두 번의 세션으로 빠르게 반응이 나타나고, 그 뒤로는 매주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된다는 것. 매일 복용이나 주 2회 통원을 몇 달씩 이어가야 하는 치료와는 구조 자체가 다릅니다. 반대로 말하면 한 번의 세션에 8시간과 전담 인력 두 명이 묶인다는 뜻이라, 비용과 인력 문제는 허가 이후에 훨씬 시끄러워질 겁니다. (관련해 마음뉴스의 에스케타민(스프라바토)·전기경련치료(ECT)·TMS 글도 함께 보시면 좋습니다.)
실로시빈만 달리고 있는 게 아닙니다
2026년 4월 24일, 미국 FDA는 국가우선심사권(Commissioner's National Priority Voucher) 을 세 곳에 부여했습니다. 컴퍼스(치료저항성 우울증 실로시빈), 유소나 인스티튜트(주요우울장애 실로시빈), 트랜센드 테라퓨틱스(PTSD 메틸론)입니다. 치료저항성 우울증만이 아니라 일반 우울증과 PTSD까지, 전선이 동시에 넓어지고 있다는 뜻이죠.
다만 이 분야 메타분석들의 품질에는 여전히 경고등이 켜져 있습니다. 2025년 Journal of Clinical Medicine에 실린 우산형 리뷰(23개 메타분석 검토)는 실로시빈의 우울증 효과 크기를 크게(Hedges' g 약 1.05) 보고하면서도, 포함된 메타분석 대부분이 AMSTAR2 품질 평가에서 낮음, GRADE 근거 확실성은 낮음~중등도에 머물렀다고 지적했습니다. 표본이 작고, 이질성이 크고, 장기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것. 큰 숫자와 약한 근거가 같이 있는 상태입니다.
안전성은
전반적으로 관리된 환경에서는 비교적 다룰 만했다는 평가입니다. 보고된 이상반응은 대부분 경도~중등도였고 상당수가 24시간 안에 가라앉았습니다. 중대한 이상반응(SAE)은 25mg군에서 COMP005 약 5%, COMP006 약 2%.
제일 신경 쓰이는 대목인 자살 관련 지표는 이렇습니다. 자살 사고와 관련된 중대 이상반응은 두 임상 모두 1% 미만이었고, 자살 행동에 해당하는 사례 1건은 오히려 저용량(1mg) 비교군에서 나왔습니다. 다만(이 문장은 굵게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이 모든 안전성 수치는 전문가가 처음부터 끝까지 곁을 지키는 임상 환경에서 나온 것입니다.
허가는 지금 어디까지 왔나
미국 쪽 시계는 생각보다 빨리 돌고 있습니다.
- 2026년 4월 24일: FDA가 컴퍼스에 롤링 NDA(순차 제출·심사) 를 허용하고 국가우선심사권을 부여했습니다. 이 제도는 통상 10~12개월 걸리는 심사를 접수 후 1~2개월로 줄일 수 있습니다.
- 최종 NDA 제출은 2026년 4분기 목표, 회사는 승인 시 2027년 상반기 출시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 다만 컴퍼스 스스로 밝혔듯, 이 심사권은 속도를 바꾸는 것이지 기준을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안전성·유효성 요건은 그대로입니다.
- 여기에 FDA는 2026년 7월, 사이키델릭 치료제의 향후 활용을 논의하기 위한 공개 청문회와 의견 수렴을 관보(Federal Register)에 공고했습니다. 규제 당국 스스로도 아직 기준을 정리하는 중이라는 신호로 읽힙니다.
미국 밖에서는 호주가 이미 한 걸음 앞서 있습니다. 호주 TGA는 2023년 실로시빈과 MDMA를 금지 물질(Schedule 9)에서 통제 의약품(Schedule 8)으로 재분류했고, 2023년 7월 1일부터 인가받은 정신과 전문의가 치료저항성 우울증에 실로시빈을 처방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만 아무나 되는 게 아닙니다. 별도의 사이키델릭 치료 훈련, 인간연구윤리위원회(HREC) 심의, TGA의 '인가처방자(Authorised Prescriber)' 승인을 모두 거쳐야 하고, 적응증도 치료저항성 우울증으로 한정됩니다. 정식 시판 허가가 아니라 엄격한 예외 경로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진료실에서는 이 뉴스가 이렇게 도착합니다
지난달, 한 보호자분이 휴대폰을 내밀며 물으셨습니다. "선생님, 미국에서 곧 나온다는데요. 애 아빠가 5년째 이러고 있는데, 이거 언제 우리도 쓸 수 있어요?"
솔직히 저는 그 자리에서 여러 문장을 삼켰습니다. "아직 승인 전입니다"는 정확하지만 차갑고, "곧 될 겁니다"는 따뜻하지만 제가 책임질 수 없는 말이니까요. 결국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미국에서 심사 중이고, 되더라도 병원에 8시간 누워 계셔야 하는 치료이고, 국내에 들어오는 건 그 뒤의 이야기라고. 그리고 그 사이에 우리가 아직 안 해 본 것이 무엇인지 같이 세어 봤습니다. 증강요법 하나, ECT, TMS, 그리고 아직 제대로 붙여 본 적 없는 심리치료 하나.
또 다른 분은 반대 방향으로 오셨습니다. "그거, 해외 사이트에서 구할 수 있다던데요." 이 문장을 들으면 저는 하던 이야기를 멈춥니다. 그건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이기도 합니다.
임상시험에서 안전했던 것은 성분이 아니라 세팅입니다. 참가자들은 정신병적 장애 병력, 조증 위험, 특정 심혈관 질환, 상호작용 약물 여부를 사전에 걸러진 사람들입니다. 항우울제를 복용 중이라면 감량·중단 일정을 의료진이 관리했고요. 투여 당일에는 혈압과 상태를 지켜보는 사람이 곁에 있었습니다. 이 조건 중 어느 하나도 개인이 혼자 재현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자연 상태의 버섯은 함량 편차가 크고, 유통되는 물질에 무엇이 섞여 있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질문에 설득 대신 이렇게 답합니다. 그 논문에 적힌 성적표를 만든 것은 당신이 혼자 삼킬 수 있는 어떤 것이 아니라, 당신이 혼자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8시간이라고요.
한국에서는
분명히 하겠습니다. 실로시빈은 국내에서 마약류로 분류된 물질이며, 우울증 치료제로 허가된 바 없습니다. COMP360 역시 아직 어느 나라에서도 정식 승인 전 단계이고, 회사는 이번 3상 결과를 바탕으로 허가 절차를 준비하는 중입니다. 그러니 지금 처방받을 수 있는 치료가 아니라, 우울증 치료의 다음 물결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보여주는 최신 정보로 읽으시는 게 정확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연구들의 효과와 안전성은 훈련된 전문가의 관찰과 심리적 지지가 결합된 통제된 환경에서 나온 결과입니다. 개인이 버섯이나 성분을 임의로 구해 시도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며, 매우 위험합니다. 논문에 적힌 것은 약물의 이름이 아니라 그 전체 세팅이라고 이해해 주세요.
법적인 부분도 에둘러 말하지 않겠습니다. 국내에서 실로시빈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규제 대상이며, 소지·사용·구매·반입 모두 처벌 대상입니다. 해외 여행지에서의 사용이나 해외 사이트를 통한 반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이 글 어디에도 구하는 방법이나 용량은 적지 않았고, 앞으로도 적지 않을 겁니다.
의학적 위험도 짚어 둡니다. 조현병이나 양극성장애처럼 정신병적 삽화 위험이 있는 분, 그런 가족력이 있는 분,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심장질환이 있는 분에게 이 물질은 임상시험에서도 제외 기준이었습니다. 세로토닌계 약물과 함께 쓰였을 때의 상호작용도 관리가 필요한 영역이고요. 그리고 급성기에 불안과 공포가 밀려오는 이른바 '배드 트립' 상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는, 곁에 아무도 없을 때 가장 무섭습니다.
지금 힘드신 분이라면, 승인 소식을 기다리시기보다 오늘 쓸 수 있는 카드를 먼저 다 써 보시길 권합니다. 약을 시작하기 망설여진다면, 처음 정신과에 가는 일에 대한 글부터 읽어 보셔도 좋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 위태로운 상태라면 자살 위험 신호와 도움받는 법을 꼭 확인해 주세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실로시빈은 치료저항성 우울증에서 3상 두 개를 연달아 통과하며 '환각 물질'에서 '치료 후보'로 한 걸음 옮겨 왔습니다. 26주 데이터까지 나오면서 지속성 물음표는 꽤 옅어졌고, 미국의 심사 시계는 예상보다 빠르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효과 크기와 반응 기준, 무엇보다 맹검이라는 물음표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같은 날 같은 자료를 보고 존스홉킨스의 연구자는 승인을 낙관했고, JAMA Psychiatry의 메타분석은 "공정하게 비교하면 항우울제와 다르지 않다"고 적었습니다.
이 글도 이미 한 번 고쳐 썼습니다. 아마 또 고쳐야 할 겁니다. 저는 그때마다 고쳐 쓰는 쪽입니다. 기대는 하되, 아직 환자에게 "곧 이런 게 나옵니다"라고는 말하지 않으면서요.
어떤 치료가 '나에게' 맞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며, 우울증 치료의 방향은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의해 정하시길 바랍니다.
참고문헌
- 컴퍼스 패스웨이스, 두 번째 3상(COMP006) 목표 달성 발표 (2026.2): Compass Pathways IR
- 첫 3상(COMP005) 목표 달성 발표 (2025): Compass Pathways IR
- 효과 크기·기준을 둘러싼 비판적 분석: Drug Discovery & Development
- 두 번째 3상의 26주(6개월) 데이터 발표 (2026.7.7): Compass Pathways IR
- FDA 롤링 NDA 허용·국가우선심사권 부여 (2026.4.24): Compass Pathways IR
- FDA, 실로시빈·메틸론 등 3개 프로그램에 우선심사권 (2026.4.24): CNN
- 사이키델릭 치료제 관련 FDA 공개 청문회·의견 수렴 공고 (2026.7.14): Federal Register
- 맹검을 동등하게 맞춘 비교: 사이키델릭 대 항우울제 메타분석 (JAMA Psychiatry, 2026.3.18): JAMA Network
- 위 메타분석 해설과 취재: Technology Networks · Drug Discovery & Development
- 사이키델릭 메타분석들의 우산형 리뷰(근거 확실성 평가 포함, 2025): J Clin Med / PMC
- 에스케타민 TRANSFORM-2 등 허가 임상 요약: PMC
- 호주 TGA, 실로시빈·MDMA 재분류로 인가 정신과의사 처방 허용 (2023): TGA · 처방 요건 안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