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약 중에 이만큼 넓은 자리에서 쓰이는 약도 드뭅니다. 아빌리파이(성분명 아리피프라졸, Aripiprazole) 는 조현병 약으로 태어났지만, 지금은 조울증에도, 우울증에 항우울제만으로 부족할 때 얹는 약으로도, 틱과 자폐의 과민성에도 쓰입니다. 그런데 이 약이 정신과 역사에서 특별한 이유는 적응증이 넓어서가 아닙니다. 도파민을 다루는 방식 자체가 이전 약들과 반대이기 때문입니다.
그 발상의 전환 덕분에 이 약은 항정신병약의 오랜 숙제였던 체중 증가·프로락틴 상승·졸림에서 상당히 자유로워졌습니다. 오래 먹어야 하는 병에서 이건 생각보다 훨씬 큰 미덕입니다.
핵심 정보 한눈에
- 상품명: 아빌리파이(Abilify) — 일본 오츠카제약 개발, 국내 한국오츠카제약. 국내 제네릭(아리피졸·아리피프라정 등) 다수
- 성분명: 아리피프라졸(Aripiprazole)
- 분류: 비정형(2세대) 항정신병약물 — 그중 도파민 부분작용제(dopamine partial agonist)
- 국내 허가 용도: 조현병, 제1형 양극성장애(조증·혼재), 주요우울장애 부가요법, 자폐장애 관련 과민성, 뚜렛장애
- 흔한 용량: 조현병·조울증 10~30mg, 우울증 부가요법은 2~5mg으로 시작(1일 2~15mg에서 유효성 확립)
- 최대 특징: 도파민을 차단하는 게 아니라 일정 수준으로 고정 → 살이 덜 찌고, 프로락틴을 오히려 낮추며, 덜 졸림
- 가장 흔한 부작용: 좌불안석(가만히 못 있는 느낌) — 이 약의 대표적 약점, 불면·초조·메스꺼움
- 덤으로 쓰이는 곳: 강박증(OCD)에 항우울제만으로 부족할 때 얹는 약으로 근거가 탄탄함
⚠️ 이 글은 정보 제공용입니다. 약의 시작·변경·중단은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의하세요.
아빌리파이는 어떤 약인가요?
아빌리파이는 2002년 미국 FDA 승인을 받고 국내에는 2003년에 도입된 2세대 항정신병약물입니다. 처음에는 조현병 약이었지만 적응증이 계속 넓어졌고, 국내에서도 소아·청소년의 조현병·양극성장애·자폐 관련 과민성·뚜렛장애까지 처방이 가능해졌습니다.
일반인에게 이 약이 낯익다면 아마 우울증 때문일 겁니다. 항우울제를 충분한 용량으로 충분한 기간 썼는데도 뭔가 부족할 때, 항우울제를 바꾸는 대신 아빌리파이를 소량 얹는(부가요법) 전략이 널리 쓰이거든요. 이때 쓰는 용량은 조현병 용량의 10분의 1 수준인 2~5mg입니다. 국내에서는 더 미세한 조절을 위해 1mg 제형까지 나와 급여 등재 후 주요 상급종합병원 약사위원회를 통과했을 정도로, 저용량 사용이 하나의 독립된 영역이 됐습니다.
"나는 우울증인데 왜 조현병 약을 주지?" — 진료실에서 정말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답은 간단합니다. 용량이 다르면 사실상 다른 약이기 때문입니다. 2mg의 아빌리파이는 조현병을 치료하는 약이 아니라, 항우울제의 효과를 밀어 올려주는 증폭기에 가깝습니다.
왜 특별한가 — '차단'이 아니라 '조절'
기존 항정신병약은 전부 같은 방식으로 작동했습니다. 뇌에서 도파민이 과하게 흘러 환청·망상이 생긴다고 보고, 도파민 수용체(D2)를 틀어막는 것입니다. 스위치를 꺼버리는 셈이죠. 효과는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뇌에는 도파민이 과한 곳만 있는 게 아닙니다. 도파민이 정상이거나 오히려 부족한 회로까지 싸잡아 꺼버리니, 무기력·감정 둔화·손떨림·프로락틴 상승 같은 부작용이 따라옵니다.
아리피프라졸은 여기서 발상을 뒤집었습니다. 끄지 않고, 중간에 걸어둡니다.
이 그림이 뜻하는 바는 이렇습니다. 아리피프라졸은 D2 수용체를 도파민만큼이나 강하게 붙잡습니다. 그런데 붙잡아놓고 하는 일은 어중간합니다 — 스위치를 끝까지 켜지 않고 30% 정도만 켜고 멈춥니다1. 이걸 '부분작용제'라고 합니다.
결과가 재미있습니다. 같은 약 한 알이 부위에 따라 정반대로 작동합니다.
- 도파민이 넘치는 회로(환청·망상이 나오는 곳)에서는 → 아리피프라졸이 도파민의 자리를 뺏고 앉아 30%로 끌어내립니다. 도파민 입장에선 방해꾼입니다.
- 도파민이 모자란 회로(의욕·프로락틴 조절과 관련된 곳)에서는 → 텅 빈 수용체를 30%까지 끌어올립니다. 여기선 도우미입니다.
그래서 이 약에 '도파민 시스템 안정제(dopamine system stabilizer)' 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넘치면 눌러주고 모자라면 채워주는, 일종의 자동 온도조절기라고 생각하시면 가장 가깝습니다.
이 원리 하나가 이 약의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설명합니다. 아래 내용은 전부 여기서 파생됩니다.
강점 1 — 살이 덜 찌고, 덜 졸린다
항정신병약 32종을 통째로 비교한 유명한 Lancet 네트워크 메타분석2에서 아리피프라졸은 체중 증가가 적은 축, 진정(졸림)이 적은 축에 속했습니다. 올란자핀(자이프렉사)이나 쿠에티아핀(쎄로켈)처럼 확실히 듣지만 살이 찌고 졸린 약들과 가장 대비되는 자리입니다.
이게 왜 중요할까요? 조현병·양극성장애는 수년 이상 약을 유지하는 병입니다. 체중 20kg 증가나 당뇨 발병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약을 끊게 만드는(그리고 재발하게 만드는) 가장 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같은 이유로 라투다(루라시돈)도 최근 각광받고 있는데, 아빌리파이와 라투다는 "대사 부담이 적은 항정신병약"이라는 같은 진영의 대표 선수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만 '덜'이지 '안'이 아닙니다. 아빌리파이도 사람에 따라 체중이 늡니다. 체중·허리둘레·혈당·콜레스테롤을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원칙은 똑같이 적용됩니다.
강점 2 — 프로락틴을 '올리는' 게 아니라 '내린다'
이건 아리피프라졸만의 거의 독보적인 성질이라 따로 떼어 설명할 가치가 있습니다.
프로락틴은 원래 젖 분비와 관련된 호르몬입니다. 도파민이 이 호르몬을 억누르고 있는데, 기존 항정신병약이 도파민을 차단해버리면 브레이크가 풀려 프로락틴이 치솟습니다. 그러면 생리 불순·생리 중단, 유즙 분비, 성기능 저하, 장기적으로 골밀도 감소까지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리스페리돈(리스페달)에서 흔한 문제이고, 젊은 여성 환자에게는 치료를 포기하게 만들 만큼 괴로운 부작용입니다.
아리피프라졸은 이 회로에서 도파민 대신 30%짜리 브레이크를 다시 걸어줍니다. 그래서 프로락틴이 내려갑니다.
실제로 이건 임상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전략입니다. 리스페리돈 등으로 프로락틴이 올라간 환자에게 아리피프라졸을 소량 추가하거나 아리피프라졸로 갈아타면 프로락틴이 정상화된다는 것이 위약 대조 시험3과 메타분석4에서 반복 확인됐습니다. 국내 다기관 연구에서도 추가하는 방법과 갈아타는 방법 모두 프로락틴 상승과 그로 인한 생리 불순·성기능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이었고, 장기지속형 주사로 바꾼 뒤 1년 시점에 85%에서 프로락틴이 정상화됐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즉 아빌리파이는 다른 약이 만든 부작용을 되돌리는 해독제 역할까지 하는 셈입니다. '조절제'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닙니다.
강점 3 — 우울증에 항우울제만으로 부족할 때
우울증 치료의 현실적인 벽이 있습니다. 첫 항우울제로 좋아지는 분은 3분의 1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약을 바꾸거나(switch), 다른 약을 얹어야(augmentation) 합니다. 그럼 둘 중 뭐가 나을까요?
이 질문에 정면으로 답한 대규모 연구가 OPTIMUM 연구입니다. 60세 이상 치료저항성 우울증 환자 619명을 무작위로 나눠 ① 아리피프라졸을 얹기 ② 부프로피온을 얹기 ③ 부프로피온으로 갈아타기를 10주간 비교했고, 결과는 NEJM에 2023년 3월 실렸습니다.
- 아리피프라졸 추가: 웰빙 점수 +4.83점
- 부프로피온 추가: +4.33점
- 부프로피온으로 교체: +2.04점
핵심은 "얹는 쪽이 갈아타는 쪽보다 나았다"는 것이고, 그중에서도 아리피프라졸 추가가 가장 좋은 결과를 냈으며 관해율도 수치상 더 높았습니다. 게다가 부프로피온을 추가한 군에서는 낙상이 더 많았던 반면 아리피프라졸군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 연구는 "약이 안 들으면 무조건 바꾼다"는 통념에 제동을 걸었고, 고령 우울증 진료를 실제로 바꾼 연구로 평가받습니다.
앞선 노년기 치료저항성 우울증 대상 위약 대조 시험에서도 아리피프라졸 부가요법의 관해율은 44%로 위약(29%)보다 높았고, 부가요법과 교체 전략을 종합한 최근 메타분석에서도 아리피프라졸 부가요법은 일관되게 효과를 보였습니다. 참고로 웰부트린(부프로피온) 역시 얹는 약으로 흔히 쓰이는 좋은 선택지입니다 — OPTIMUM이 말하는 건 "부프로피온이 나쁘다"가 아니라 "바꾸는 것보다 얹는 것이 낫다"입니다.
강점 4 — 오히려 '멈추지 못하는 마음'에 쓰는 약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영역이 있습니다. 아리피프라졸은 강박·충동을 가라앉히는 쪽으로 쓰이는 약이기도 합니다.
강박증(OCD) 이 대표적입니다. 강박증의 1차 치료는 SSRI 항우울제인데, 충분히 써도 효과가 부족한 분이 적지 않습니다. 이때 항정신병약을 소량 얹는 증강요법을 쓰는데, 여러 메타분석에서 아리피프라졸은 위약보다 뚜렷하게 우월했고5, 여러 항정신병약을 견준 네트워크 메타분석에서도 효과와 내약성의 균형이 가장 좋은 축으로 평가됐습니다. 리스페리돈과 직접 비교한 연구에서도 아리피프라졸이 앞섰습니다. 증강요법은 소량을 쓰기 때문에 부작용 부담도 단독 용량보다 훨씬 적습니다.
그 밖에도 뚜렛장애의 틱과 자폐장애의 과민성·공격성은 아예 국내 허가 적응증이고, 경계성 인격장애의 충동성·공격성·자해를 줄였다는 위약 대조 이중맹검 연구도 있습니다.
이 대목이 중요한 이유는 다음 절 때문입니다.
인터넷에 도는 '도박 부작용', 실제 근거는 어디까지인가
아빌리파이를 검색하면 "도박 중독을 일으키는 약" 이라는 이야기가 꽤 무섭게 돌아다닙니다. 출처가 있긴 합니다. 2016년 미국 FDA가 병적 도박·성충동·폭식 같은 충동조절 문제에 대해 안전성 경고를 냈고, 이는 지금도 허가사항에 남아 있습니다. 이론적 설명도 그럴듯합니다 — 도파민은 '보상'의 신경전달물질이니 부분작용으로 켜두면 보상을 좇는 행동이 과해질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근거 수준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상당히 달라집니다.
- 2016년 FDA 경고의 근거는 승인 후 13년간 자발적으로 보고된 184건입니다. 전 세계 수천만 명이 복용한 약에서 13년간 모인 숫자입니다.
- 이 주제를 정리한 체계적 고찰(Williams 등, BJPsych Open 2021)은 관련 연구가 전부 자발적 부작용 보고나 보험청구 자료에 기댄 것으로, 모두 비뚤림 위험이 높고 근거의 질은 "매우 낮음" 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 결정적으로, 가장 최근의 메타분석(Williams 등, J Clin Psychopharmacol 2024)에서 아리피프라졸 단독으로는 위험이 올라가는 경향만 보였을 뿐, 신뢰구간이 매우 넓어 "차이 없음"을 포함했습니다. 즉 통계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저자들은 절대 위험이 얼마인지조차 알려져 있지 않다고 못 박았습니다.
정리하면, 흔히 인용되는 '5배', '7배' 같은 수치는 비뚤림 위험이 높은 청구자료 연구에서 나온 것이고6, 더 엄밀하게 종합했을 때는 그만큼 선명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앞 절에서 봤듯 같은 약이 강박과 충동을 가라앉히는 용도로 쓰이고 근거도 그쪽이 오히려 더 탄탄합니다. "도파민을 켜니까 중독된다"는 단순한 도식으로 설명될 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실무적인 결론은 이렇습니다. 겁먹고 피할 부작용이 아닙니다. 다만 만에 하나 약을 시작한 뒤 도박·쇼핑·폭식·성충동이 이전과 확연히 다르게 통제되지 않는다면, 그건 의지 문제가 아니라 약과 관련된 것일 수 있으니 알려주시면 됩니다. 보고된 사례들에서 이 충동은 용량을 줄이거나 끊었을 때 사라졌습니다.
부작용 — 진짜 조심할 건 이쪽입니다
인터넷에서는 도박 이야기가 유명하지만, 진료실에서 실제로 문제가 되는 건 대부분 이쪽입니다.
- 좌불안석(아카시지아): 아빌리파이의 가장 흔한 부작용이자 대표적 약점입니다. 다리가 근질거리고, 가만히 앉아 있기가 힘들고, 자꾸 서성이게 되는 느낌입니다. 앞서 본 Lancet 메타분석에서 아리피프라졸의 좌불안석 위험비는 1.95배(위약 대비)로, 도박 위험처럼 근거가 흐릿한 게 아니라 대규모 자료에서 분명하게 확인된 숫자입니다.
- 불면·초조: 이 약은 각성 쪽으로 미는 약입니다. 다른 항정신병약이 졸려서 문제라면 아빌리파이는 잠이 안 와서 문제인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아침 복용을 권합니다.
- 메스꺼움·소화불편: 초기에 흔하고 대개 가라앉습니다.
- 드물지만 항정신병약 공통 주의사항: 지연성 운동이상증(오래 복용 시 입·혀·얼굴이 저절로 움직이는 증상), 신경이완제 악성증후군(고열·근육 강직이 갑자기 나타나는 드문 응급 반응) 등은 이 약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다만 아리피프라졸은 D2를 완전히 막지 않아 이런 운동계 부작용이 상대적으로는 적은 편으로 봅니다.
핵심 — 약을 시작한 뒤 다리가 근질거리고 가만히 못 있겠는 느낌(좌불안석) 이 오면, 그건 병이 나빠진 게 아니라 약의 부작용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걸 '불안이 심해졌다'로 오해해 약을 더 올리는 것이 가장 흔하고 뼈아픈 실수입니다 — 참지 말고 알리세요. 용량 조절이나 대응 약물로 대부분 관리됩니다.
다른 약과 비교하면?
- 올란자핀(자이프렉사)·쿠에티아핀(쎄로켈): 효과는 강력하지만 체중·대사·졸림 부담이 큰 축 → 아빌리파이는 정반대 프로필(덜 찌고 덜 졸린 대신, 좌불안석·불면이 더 흔함)
- 리스페리돈(리스페달): 프로락틴을 올리는 대표 약 → 아빌리파이는 오히려 내림. 프로락틴 문제가 있으면 갈아타거나 얹는 대상이 됨
- 라투다(루라시돈): 대사 부담이 적다는 강점을 공유. 다만 라투다는 반드시 식사와 함께 먹어야 하고, 아빌리파이는 식사와 무관
정리하면 아빌리파이의 자리는 "장기간 유지해야 하고, 체중·프로락틴·졸림이 부담스러운 환자" 입니다. 대신 초조하고 잠 못 드는 것에 취약한 환자에게는 첫 카드로 삼기 조심스럽습니다.
참고로 아리피프라졸과 같은 부분작용제 계열의 후속 약으로 브렉스피프라졸(렉설티), 카리프라진(브레일라·Vraylar) 이 해외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다만 두 약 모두 아직 국내에는 시판되지 않아 우리 진료실에서 선택지가 되지는 않습니다. 국내에서 도파민 부분작용제라고 하면 사실상 아리피프라졸 하나라고 보시면 됩니다.
매일 먹는 게 힘들다면 — 장기지속형 주사
아빌리파이에는 알약 말고 엉덩이·팔에 맞는 장기지속형 주사(LAI) 가 있습니다. 매일 약을 챙기는 일 자체가 재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인 병에서, 이건 생각보다 큰 의미가 있습니다.
- 아빌리파이 메인테나: 한 달에 1회 주사. 2016년 9월 국내 급여 출시됐고 300mg·400mg 두 용량이 있습니다. 참고로 국내 항정신병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급여 비율이 95%로 확대되어 부담이 크게 줄었습니다.
- 아빌리파이 아심투파이: 두 달에 1회 주사. 세계 최초의 격월 주사제로 2023년 FDA 승인을 받았고, 국내에서는 2025년 2월 식약처 허가, 8월 급여 등재됐습니다. 임상에서 960mg 격월 투여가 기존 메인테나 400mg 매월 투여와 유사한 유효성·안전성을 보였습니다. 1년에 6번만 병원에 가면 되는 셈입니다.
"주사는 중증 환자만 맞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요즘 흐름은 다릅니다. 약을 잘 챙겨 먹기 힘든 바쁜 사람, 복약 자체가 스트레스인 사람에게 오히려 삶의 질을 올려주는 선택지로 보는 쪽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임신·수유 중에는?
임신 중 사용 자료는 제한적입니다. 임신 계획이 있거나 임신·수유 중이라면 반드시 사전에 의료진과 상의하고, 자가 판단으로 시작하거나 중단하지 마세요. 조현병·양극성장애는 임신 전후 재발 위험이 높은 병이라, 약을 끊는 것의 위험과 유지하는 것의 위험을 함께 저울질해 개별적으로 결정합니다. 참고로 데파코트(발프로산)처럼 가임기 여성에게 특별히 조심하는 약과 비교하면, 아리피프라졸의 태아 기형 위험 신호는 그만큼 뚜렷하지는 않습니다.
함께 조심해야 할 것 — 상호작용
- 간에서 약을 분해하는 효소(CYP2D6·CYP3A4) 두 가지로 대사됩니다. 이 효소를 강하게 억제하는 약(일부 항우울제·항진균제 등)과 함께 쓰면 아리피프라졸 농도가 올라 용량을 절반으로 줄여야 할 수 있고, 반대로 강하게 유도하는 약(일부 항경련제·항결핵제)과 쓰면 농도가 떨어져 용량을 올려야 할 수 있습니다. 우울증에서 팍실(파록세틴) 같은 CYP2D6 억제 항우울제와 함께 쓰는 경우가 실제로 흔하므로, 의사가 용량을 정할 때 이미 고려하는 부분입니다.
- 술: 진정·판단력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무엇보다 충동조절 부작용과 최악의 궁합입니다.
- 복용 중인 모든 약·영양제(한약·건강보조식품 포함)를 알리는 것이 기본입니다.
끊을 때는?
아리피프라졸은 반감기가 약 75시간으로 정신과 약 중에서도 상당히 긴 편입니다. 그래서 하루 한 번 복용으로 충분하고, 한 번 빠뜨렸다고 농도가 급락하지도 않습니다. 팍실처럼 끊을 때 금단 증상이 심한 약과는 대조적입니다.
다만 "끊기 편하다"가 "끊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특히 조현병·양극성장애는 재발할수록 다음 삽화가 더 잦고 무거워지는 경향이 있어, 좋아졌다고 임의로 끊는 것이 가장 위험합니다. 우울증 부가요법으로 쓰던 저용량도 언제까지 유지할지는 정기적으로 재평가해 결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감량·중단은 반드시 의사와 함께 계획하세요.
자주 묻는 질문 (Q&A)
Q. 저는 우울증인데 왜 조현병 약을 처방받았나요? 용량이 다르면 사실상 다른 약입니다. 조현병에는 10~30mg을 쓰지만 우울증 부가요법은 2~5mg입니다. 이 용량의 아빌리파이는 항우울제의 효과를 밀어 올리는 역할이고, 이 전략은 NEJM에 실린 대규모 연구로 뒷받침됩니다. 진단이 바뀐 것이 아닙니다.
Q. 살이 찌나요? 항정신병약 중에서는 적게 찌는 축입니다. 다만 개인차가 있어 '전혀 안 찌는' 약은 아닙니다. 체중과 혈당은 정기적으로 확인합니다.
Q. 아침에 먹나요, 저녁에 먹나요? 대개 아침입니다. 각성 쪽으로 작용해 저녁에 먹으면 잠들기 어려운 분이 있습니다. 반대로 이 약을 먹고 졸린 분은 저녁으로 옮기기도 합니다 — 임의로 바꾸지 말고 상의하세요.
Q. 인터넷에서 '도박 중독되는 약'이라던데 괜찮나요? 과장된 이야기입니다. 미국 FDA 경고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 근거는 13년간 자발적으로 모인 184건이고, 가장 최근 메타분석에서는 아리피프라졸 단독으로 위험이 올라간다는 게 통계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 약은 강박증에 얹어 충동·강박을 가라앉히는 용도로 근거가 더 탄탄합니다. 겁내실 필요 없습니다. 다만 평소와 확연히 다른 충동이 느껴진다면 알려주세요.
Q. 자꾸 다리가 근질거리고 가만히 못 있겠어요. 병이 나빠진 걸까요? 좌불안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병의 악화가 아니라 약의 부작용일 수 있으니 꼭 말씀하세요. 불안으로 오해해 약을 올리면 오히려 나빠집니다. 이 약에서 가장 흔하고, 가장 자주 오해받는 부작용입니다.
Q. 렉설티나 브레일라는 어떤가요? 같은 부분작용제 계열의 후속 약이지만 아직 국내에 시판되지 않습니다. 국내에서 이 계열은 사실상 아리피프라졸 하나뿐입니다.
Q. 술 한 잔 정도는요? 권하지 않습니다. 진정·판단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전문의 한마디
아빌리파이는 제가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꺼내는 카드 중 하나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 오래 먹어도 부담이 적기 때문입니다. 살이 덜 찌고, 덜 졸리고, 프로락틴을 올리지 않는다는 건 몇 년을 함께 가야 하는 병에서 생각보다 훨씬 큰 미덕입니다. 특히 리스페리돈을 쓰다가 생리가 멈춰 힘들어하던 젊은 여성분들이 아빌리파이로 바꾼 뒤 생리를 되찾는 걸 여러 번 봤습니다. 우울증에 2mg을 얹었을 때 "안개가 걷힌 것 같다"고 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 약에서 제가 실제로 신경 쓰는 건 하나입니다. 초기에 안절부절못하고 다리가 근질거리는 느낌(좌불안석) 이 오면 병이 나빠진 게 아니라 약의 부작용일 수 있으니 바로 알려주세요. 이걸 불안으로 오해해 약을 더 올리는 게 가장 흔하고 안타까운 실수입니다. 조절 방법이 있고, 대개 그 고비만 넘기면 편안하게 유지합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인터넷에서 이 약을 검색하면 '도박 중독되는 약'이라는 이야기가 겁나게 돌아다닙니다. 그것 때문에 약을 망설이거나 몰래 끊는 분을 종종 봅니다. 실제 근거는 그렇게 선명하지 않습니다 — 오히려 저는 강박증 환자분들께 강박과 충동을 가라앉히려고 이 약을 얹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물론 평소와 확연히 다른 충동이 올라온다면 알려주셔야 하지만, 그건 겁내야 할 일이 아니라 그냥 말하면 되는 일입니다.
아빌리파이는 "도파민을 누른다"는 반세기의 공식을 "도파민을 조절한다"로 바꿔놓은 약입니다. 그 발상 덕분에 살과 프로락틴과 졸림에서 자유로워졌고, 같은 발상 때문에 좌불안석이라는 고유의 그림자를 갖게 됐습니다. 장점과 단점이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는 점이 이 약을 이해하는 열쇠입니다.
어떤 약이든 '나에게 맞는 약'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이 글은 지도일 뿐이고, 길을 함께 고르는 일은 반드시 전문의와 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