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정신병약을 검색해 본 분이라면 "살이 찐다", "당뇨 위험이 있다"는 이야기를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실제로 일부 약은 그렇습니다. 그런데 "체중과 대사에 가장 부담이 적은 축"으로 꼽히는 약이 있습니다. 2024년 국내에 정식 출시된 라투다(성분명 루라시돈, Lurasidone) 이야기입니다. 다만 이 약에는 독특한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 밥과 함께 먹지 않으면 약효가 반토막이 납니다.
핵심 정보 한눈에
- 상품명: 라투다(Latuda) — 일본 스미토모파마 개발, 국내는 부광약품 판매
- 성분명: 루라시돈(Lurasidone)
- 분류: 비정형(2세대) 항정신병약물
- 국내 허가 용도: 조현병, 제1형 양극성장애의 우울 삽화(양극성 우울증)
- 흔한 용량: 하루 1회 20~120mg (적응증·반응에 따라 조절)
- 최대 특징: 체중 증가·혈당·콜레스테롤 영향이 가장 적은 축에 속함
- 가장 흔한 부작용: 좌불안석(가만히 있기 힘든 느낌), 메스꺼움, 졸림
- 필수 규칙: 음식(약 350kcal 이상)과 함께 복용 — 빈속 복용 시 흡수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짐
⚠️ 이 글은 정보 제공용입니다. 약의 시작·변경·중단은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의하세요.
라투다는 어떤 약인가요?
라투다는 뇌의 도파민(D2)과 세로토닌(5-HT2A 등) 수용체에 작용하는 2세대 항정신병약물입니다. 조현병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지금은 양극성장애(조울증)의 우울 삽화 치료제로서의 존재감이 특히 큽니다.
양극성 우울증은 일반 우울증과 달리 일반 항우울제가 잘 듣지 않거나 오히려 조증을 유발할 수 있어 쓸 수 있는 약이 제한적인데, 라투다는 이 영역에서 효과가 검증된 몇 안 되는 약 중 하나입니다. 미국 FDA는 2013년 양극성 I형 우울증에 대해 단독요법과 (리튬·발프로산과의) 병용요법 모두를 승인했고, 청소년 조현병(13~17세)과 소아·청소년 양극성 우울증(10~17세)까지 적응증이 확대되어 있습니다.
국내에는 2023년 11월 식약처 허가를 거쳐 2024년 8월 건강보험 급여와 함께 출시됐고, 출시 1년 만에 누적 매출 100억 원을 돌파하며 처방 영역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국내 진료 현장에서도 접할 기회가 많아진 약입니다.
근거는? — 효과를 확인한 대표 연구들
- 양극성 우울증 단독요법(PREVAIL-2): 성인 505명을 6주간 무작위 배정한 임상시험에서, 라투다는 저용량(20~60mg)과 고용량(80~120mg) 모두 위약 대비 우울 증상(MADRS 점수)을 유의하게 개선했습니다 (Loebel 등, Am J Psychiatry 2014). 흥미롭게도 저용량과 고용량의 효과 크기가 비슷해서, 무리하게 용량을 올리지 않아도 되는 약으로 평가됩니다.
- 리튬·발프로산에 얹는 병용요법: 기분조절제만으로 우울 증상이 남아 있는 환자에게 라투다를 추가한 연구들에서도 개선 효과가 확인됐습니다 (Suppes 등, 2016).
- 조현병: 여러 위약 대조 시험(PEARL 연구 등)을 통해 급성기 치료와 재발 방지 효과가 입증되어 FDA(2010년)와 유럽·일본·한국 허가로 이어졌습니다.
- 삶의 질: 양극성 우울증 환자의 기능과 삶의 질 지표가 함께 개선됐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Rajagopalan 등, 2016).
최대 강점 — "체중·대사에서 가장 깨끗한 축"
항정신병약 32종을 통째로 비교한 유명한 Lancet 네트워크 메타분석(Huhn 등, 2019)에서 라투다는 체중 증가가 가장 적은 약물군에 속했습니다. 혈당·지질(콜레스테롤) 악화도 적은 편이고, 심전도(QT 간격)에 미치는 영향도 작은 축입니다. 앞선 Leucht 등의 2013년 Lancet 분석에서도 같은 경향이 확인됐습니다.
이게 왜 중요할까요? 조현병·양극성장애는 수년 이상 약을 유지하는 병입니다. 체중 20kg 증가나 당뇨 발병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치료 중단(그리고 재발)의 가장 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효과가 비슷하다면 대사 부담이 적은 약"이라는 기준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고, 라투다는 그 기준에서 앞줄에 서는 약입니다.
그런데 왜 꼭 밥과 함께? — 이 약의 아킬레스건
라투다는 음식과 함께 복용하지 않으면 흡수율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허가사항에도 "약 350kcal 이상의 음식과 함께 복용"하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350kcal은 대략 밥 한 공기 정도, 일반적인 한 끼 식사면 충분합니다. 지방 함량은 상관없고 열량이 중요합니다.
실제 진료에서 "약을 먹는데 효과가 없다"는 분 중에 빈속·야식 없이 자기 전 복용이 원인인 경우가 있습니다. 가장 실패가 적은 방법은 저녁 식사 직후 복용을 습관으로 고정하는 것입니다.
부작용 — 무엇을 조심해야 하나
- 좌불안석(akathisia): 라투다에서 상대적으로 흔한 부작용입니다. 다리가 근질거리고 가만히 앉아 있기 힘든 느낌인데, 불안 악화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이런 느낌이 들면 참지 말고 꼭 말씀하세요 — 용량 조절이나 대응 약물로 관리됩니다.
- 메스꺼움: 복용 초기에 흔하고 대개 가라앉습니다. 식사와 함께 먹는 규칙이 여기에도 도움이 됩니다.
- 졸림: 있을 수 있으나 다른 항정신병약 대비 심한 편은 아닙니다.
- 프로락틴 상승: (유즙 분비·생리 불순과 관련된 호르몬) 일부에서 나타날 수 있으나 리스페리돈 등보다는 적은 편입니다.
- 드물지만 다른 항정신병약과 공유하는 주의사항(지연성 운동이상증, 신경이완제 악성증후군 등)은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다른 약과 비교하면?
양극성 우울증에 쓰이는 대표 약들과 견주면 이렇습니다:
- 쿠에티아핀(쎄로켈): 효과는 확실하지만 졸림·체중 증가가 뚜렷한 편 → 라투다는 그 반대 지점 (덜 졸리고 덜 찌는 대신, 좌불안석이 더 흔함)
- 올란자핀(자이프렉사) 계열: 강력하지만 체중·대사 부담이 가장 큰 축 → 라투다와 가장 대비되는 프로필
- 일반 항우울제: 양극성 우울증에서는 단독 사용이 권장되지 않음 (조증 전환 위험) → 라투다는 이 공백을 메우는 선택지
어떤 약이 정답이라기보다, 환자의 체질(대사 위험), 증상 양상, 수면 문제, 과거 반응에 따라 저울질하는 것입니다.
임신·수유 중에는?
임신 중 사용 자료가 아직 제한적입니다. 임신 계획·임신·수유 중이라면 반드시 사전에 의료진과 상의하세요. 양극성장애는 임신 전후 재발 위험이 높은 병이라, 약을 끊는 것의 위험과 유지하는 것의 위험을 함께 저울질해 개별적으로 결정합니다.
함께 조심해야 할 것 — 상호작용
- CYP3A4라는 간 효소로 대사되므로, 이 효소를 강하게 억제하는 약(일부 항진균제·항생제 등)이나 강하게 유도하는 약(일부 항결핵제·항경련제)과는 병용 금기 또는 용량 조절이 필요합니다.
- 자몽 주스도 같은 이유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 복용 중인 모든 약·영양제를 의료진에게 알리는 것이 기본입니다.
끊을 때는?
증상이 좋아졌다고 임의로 끊으면 재발 위험이 큽니다. 특히 양극성장애는 재발할수록 다음 삽화가 더 잦아지는 경향이 있어, 감량·중단은 반드시 의사와 함께 계획적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Q. 꼭 350kcal을 계산해서 먹어야 하나요? 아닙니다. 일반적인 식사 한 끼면 충분합니다. 핵심은 "빈속에 먹지 않기"입니다. 저녁 식사 직후로 고정하는 것을 권합니다.
Q. 살이 정말 안 찌나요? "덜 찌는" 약이지 "절대 안 찌는" 약은 아닙니다. 개인차가 있으므로 체중·허리둘레·혈당을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동일하게 필요합니다.
Q. 우울증(단극성)에도 쓸 수 있나요? 국내 허가 적응증은 조현병과 제1형 양극성 우울증입니다. 일반 우울증에서의 사용은 허가 범위 밖이므로 담당 의사의 판단 영역입니다.
Q. 낮에 너무 졸려요. 복용 시간을 저녁으로 옮기는 것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의로 바꾸지 말고 상의 후 조정하세요.
💬 전문의 한마디
라투다는 진료실에서 "체중이 늘까 봐 약이 무섭다"고 말씀하시는 분들께 자신 있게 꺼낼 수 있는 카드입니다. 특히 양극성 우울증에서 효과와 대사 안전성의 균형이 좋아, 젊은 환자나 체중·혈당이 걱정되는 분들께 우선 고려하게 됩니다. 실전 팁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반드시 식사와 함께 — 저녁밥 직후로 고정하시면 실패가 없습니다. 둘째, 복용 초기에 몸이 들썩이고 가만히 있기 힘든 느낌(좌불안석)이 오면 병이 나빠진 게 아니라 약의 부작용일 수 있으니 꼭 알려주세요. 조절 방법이 있고, 그 고비만 넘기면 편하게 유지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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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투다는 "항정신병약 = 살찌는 약"이라는 오랜 공식에 균열을 낸 약이고, 양극성 우울증이라는 까다로운 영역에서 근거를 갖춘 선택지입니다. 다만 식사 동반 복용이라는 조건과 좌불안석이라는 고유의 주의점이 있는 만큼, 나에게 맞는지는 반드시 전문의와 함께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