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중 잘 되게 하는 약, 그거 좀 받을 수 있을까요?"

시험철이 다가오면 이 문장을 꽤 자주 듣습니다. 목소리를 낮추고, 조금 미안한 얼굴로요. 말하는 사람은 수험생 본인이기도 하고, 아이를 데리고 온 어머니이기도 하고, 자격증 시험을 앞둔 서른 몇 살 직장인이기도 합니다. 표현은 저마다 다른데 밑에 깔린 기대는 신기할 만큼 똑같습니다. 이 약을 먹으면 머리가 좋아지거나, 최소한 공부는 잘 될 거라는 기대.

인터넷에는 아예 별명까지 붙어 있습니다. '공부 잘하는 약'.

이번 글은 그 별명을 정면으로 확인해보려고 씁니다. 확인할 건 세 가지: ADHD가 없는 사람이 먹으면 성적이 오르는가, ADHD가 있는 사람에게는 어떤가, 그리고 최근의 처방 폭증은 오남용인가.

⚠ 이 글은 정보 제공용입니다. 약의 시작·중단·용량은 반드시 진료 중에 결정하세요.

숫자부터 좀 이상합니다

지난 6월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이 내놓은 '2025년 의료용 마약류 취급현황' 통계를 먼저 보겠습니다1.

한 해 동안 의료용 마약류를 한 번이라도 처방받은 사람이 약 2,019만 명. 국민 10명 중 4명입니다. 그런데 이게 전 품목이 고르게 늘어난 그림이 아닙니다. 펜타닐 패치는 투약 이력 확인 제도가 들어온 뒤 환자 수가 35.7% 줄었고, 식욕억제제 처방량도 12.8% 감소했으니까요. 혼자 가파르게 치솟은 것이 ADHD 치료제입니다.

메틸페니데이트만 떼어놓고 보면 이렇습니다. 전체 처방량이 2021년 4,538만 정에서 2025년 1억 816만 정으로, 약 2.4배. 처방받은 환자 수는 같은 기간 약 17만 명에서 약 39만 명으로 늘었습니다. 10대만 따로 세면 2,306만 정에서 5,445만 정이고요. 4년 동안 늘어난 6,278만 정 가운데 절반가량이 10대 몫이라는 뜻입니다2.

여기에 무늬가 하나 더 있습니다. 처방량이 3~6월과 8~12월에 뛰고, 1~2월에는 정체합니다. 학기 중에 오르고 방학에 가라앉는 곡선. 지역별로는 서울 강남구가 상위권입니다.

학업과의 연관을 의심하지 않는 쪽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패턴입니다. 그러니 질문은 여기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효과는 있나?

팩트체크 ① ADHD가 없는 사람이 먹으면 성적이 오를까

결론부터 적겠습니다. 성적이 오른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오히려 반대편을 가리키는 연구가 쌓여 있습니다.

제일 재미있는 실험은 2023년 Science Advances에 실린 것입니다. 멜버른 연구진이 건강한 성인 40명에게 일주일 간격으로 메틸페니데이트·덱스암페타민·모다피닐·위약을 이중맹검으로 돌아가며 투여하고, '배낭 문제(knapsack task)'라는 최적화 과제를 풀게 했습니다. 무게 한도가 정해진 배낭에 값어치가 제각각인 물건을 담아 총 가치를 최대로 만드는 과제. 현실의 복잡한 의사결정과 결이 닮았습니다.

결과는 논문 제목이 그대로 요약해줍니다. "똑똑해지는 게 아니다: 스마트 드러그는 노력의 양을 늘리고 질을 떨어뜨린다."

약을 먹은 참가자들은 더 오래 고민했고 더 많은 단계를 시도했습니다. 메틸페니데이트를 먹었을 땐 위약보다 평균 50%가량 더 긴 시간을 썼고요. 그런데 정작 손에 쥔 배낭의 가치는 위약보다 낮았습니다. 열심히는 하는데 결과가 나빠진 겁니다. 게다가 원래 성적이 낮았던 참가자는 약간 나아진 반면, 원래 잘하던 참가자는 오히려 뚜렷하게 나빠졌습니다.

연구진의 해석은 이랬습니다. 자극제가 '노력의 동기'는 올려주지만 그 노력을 어디에 쓸지 고르는 전략적 판단은 흐트러뜨린다. 밤새 책상 앞에 앉아 있었는데 아침에 보니 진도가 하나도 안 나가 있던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그 상태와 비슷합니다.

방향이 같은 작은 연구도 있습니다. 2018년 로드아일랜드대 연구진이 ADHD 약을 먹어본 적 없는 건강한 대학생에게 애더럴 30mg을 이중맹검으로 투여했더니, 주의력과 기분은 올라갔지만 읽기 이해력과 유창성은 나아지지 않았고 작업기억은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참가자가 13명뿐이라 이 연구 하나로 결론을 내리기엔 약합니다.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근거 중 하나 정도로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미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여러 조사도 비슷합니다. 비의학적으로 자극제를 쓴 학생의 학점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높지 않았고, 오히려 결석·음주와 함께 묶여 나타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학생 중 28.6%는 "자극제가 학점을 올려준다"고 믿고 있었고, 38%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믿음과 근거가 이 정도로 벌어져 있는 주제도 흔치 않습니다.

핵심 — ADHD가 없는 사람에게 자극제는 '집중되는 느낌'을 확실히 만들어냅니다. 문제는 그 느낌이 성과로 이어진다는 근거가 없다는 것. 느낌과 결과가 어긋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위험합니다. 본인은 잘하고 있다고 확신하는데 실제로는 아닌 상태가 만들어지니까요.

팩트체크 ② 그럼 ADHD가 있는 사람에게는?

여기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ADHD가 있는 사람에게는 학업 성과가 실제로 개선된다는 대규모 근거가 있습니다.

스웨덴 연구진이 의무교육 9학년을 마친 65만 7,720명의 전국 등록자료를 연결해 분석했습니다(JAACAP, 2019). ADHD가 있는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성적이 낮았고, 약물치료를 받은 경우 평균 성적과 상급학교 진학 자격 획득률이 개선됐습니다. 3년 뒤 고교 졸업률에서도 차이가 남았고요.

다만 같은 논문에 정직한 단서가 하나 붙어 있습니다. 교사 평가와 내신은 좋아졌는데, 표준화된 시험 점수의 개선은 그만큼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약이 올려준 건 '지능'이나 '문제 푸는 능력' 자체라기보다 수업 시간에 앉아 있고, 과제를 제출하고, 시험장에 제때 도착하는 능력 쪽에 가깝습니다.

성인도 결이 같습니다. 2025년 Lancet Psychiatry의 대규모 네트워크 메타분석은 성인 ADHD에서 핵심 증상을 단기간 줄인다는 근거가 확인된 것은 자극제와 아토목세틴뿐이라고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다음 문장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어떤 ADHD 약도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근거는 없었고, 장기 효과는 불분명하다."

두 문장을 나란히 놓으면 약의 자리가 선명해집니다. ADHD 약은 성적표를 올려주는 약이 아니라, 원래 하려던 일을 방해하던 증상을 걷어내 주는 약입니다. 걷어낸 자리를 무엇으로 채울지는 여전히 사람 몫이고요.

진료를 하다 보면 바로 이 지점에서 실망하는 분들을 종종 만납니다. 약을 먹으면 인생이 알아서 정리될 줄 알았는데, 정리해야 할 일들이 이제야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하니까요. 그건 실패가 아닙니다. 대개는 약이 제 몫을 하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진단과 치료 전반은 성인 ADHD 가이드에서, 약제별 차이는 콘서타·메디키넷·스트라테라 글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팩트체크 ③ 그래서 이 폭증은 오남용인가

제일 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양쪽 다 조금씩 사실입니다.

오남용이 아니라고 볼 근거.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ADHD를 심각하게 저진단해온 나라입니다. 소아 ADHD 유병률은 인구의 6~9%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실제 진단·치료 비율은 거기 한참 못 미쳤고, 성인은 더 심했습니다. 최근의 증가는 바닥에 깔려 있던 진단율이 뒤늦게 정상 범위로 올라오는 과정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조성우 이사도 인식 변화와 양육·교육 환경 변화를 원인으로 들면서, "정신과 질환 특성상 장기 복용이 필요하므로 처방량 증가 추세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얹자면, 이 약은 식욕부진과 불면을 아주 흔하게 일으킵니다. 성장기 청소년이 즐거워하며 남용할 만한 약이 결코 아닙니다.

그럼에도 걱정되는 근거. 식약처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자료로 다량 처방 환자들이 다녀간 의료기관을 점검했더니, 32개소 중 14개소(43.8%)가 수사의뢰됐습니다. 연도별 최다 처방 환자 상위권의 5년 처방량 합계가 약 20만 정에 달했다는 국회 제출 자료도 있고요3. 학기 중에 오르고 방학에 내려앉는 그 처방 곡선도, 일부에서는 치료가 아니라 '시험용'으로 쓰이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식약처가 정한 안전사용기준은 이렇습니다. 1일 최대 용량은 제형·연령에 따라 소아·청소년 54~60mg, 성인 80mg. 3개월을 넘겨 계속 처방하거나, ADHD·기면증 외의 목적으로 처방하거나, 허가 용량을 넘기는 경우는 오남용 조치 기준에 해당합니다. 진단 코드(F·G) 보고가 없으면 처방 사유를 제출하라는 요구가 올 수도 있습니다.

용량을 올릴수록 좋아진다는 말도 사실이 아닙니다

용량 이야기가 나온 김에 최근 근거를 하나 더 얹겠습니다.

올해 Lancet Psychiatry에 실린 용량-효과 네트워크 메타분석이 바로 이걸 따져봤습니다. ADHD 약의 용량을 올릴수록 효과가 계속 좋아지는가. 소아·청소년에서는 메틸페니데이트 하루 약 45mg, 암페타민 약 25mg, 구안파신 약 4mg까지 효과가 오르고 그 위로는 추가 이득의 근거가 없었습니다. 반면 부작용으로 인한 중단 위험은 용량과 함께 계속 올라갔고요.

어느 지점을 넘어서면 얻는 것은 멈추고 잃는 것만 늘어난다는 이야기입니다. "효과가 부족하니 그냥 좀 올려주세요"라는 요청 앞에서 진료실에서 잠깐 멈칫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정리하면

  • ADHD가 없는 사람에게 '공부 잘하는 약'은 없습니다. 노력의 양은 늘지만 질은 떨어진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근거입니다.
  • ADHD가 있는 사람에게는 학업 지표가 실제로 개선됩니다. 다만 지능이 올라가는 게 아니라 '해야 할 일을 해내는 능력'이 회복되는 쪽입니다.
  • 처방 폭증은 저진단의 정상화와 일부 오남용이 뒤섞인 현상입니다. 한쪽만 보고 "다 남용"이라거나 "다 정당한 치료"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덧붙이겠습니다. 이 약이 '공부 잘하는 약'으로 불리는 동안 가장 손해를 보는 사람은, 정작 이 약이 꼭 필요한 아이들입니다. 약을 타 가는 일이 부정행위처럼 취급되기 시작하면 치료를 미루는 쪽은 늘 진짜 환자 쪽이거든요.

시험을 앞두고 "집중이 안 된다"는 이유만으로 이 약을 떠올리고 계신다면, 질문을 한 번만 바꿔보셨으면 합니다. 집중이 안 되는 게 요즘만의 일인지, 아니면 초등학교 때부터 늘 그랬는지. 대답이 후자 쪽에 가깝다면 그건 약을 구할 문제가 아니라, 한 번 진단을 받아볼 문제일 가능성이 큽니다.

함께 보면 좋은 자료

  • 스마트 드러그는 노력의 양을 늘리고 질을 떨어뜨린다 (Bowman 등, Science Advances, 2023): 원문
  • ADHD·학업 성취·약물치료의 관계, 스웨덴 65만 명 코호트 (Jangmo 등, JAACAP, 2019): 원문
  • 성인 ADHD 치료의 비교 효과 네트워크 메타분석 (Lancet Psychiatry, 2025): 원문
  • ADHD 약물의 용량-효과 네트워크 메타분석 (Lancet Psychiatry, 2026): 원문
  • 건강한 대학생에서 자극제의 인지 효과 (Weyandt 등, Pharmacy, 2018): 보도자료
  • 의료용 마약류 처방 5년 연속 증가, 식약처 통계: 경향신문
  • ADHD약 처방 4년 새 2배, 오남용인가 환경 변화인가: 쿠키뉴스

참고문헌

  1. 경향신문
  2. 쿠키뉴스
  3. 약사공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