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파티가 끝날 무렵이면 어김없이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얘가 케이크를 먹더니 완전히 날뛰네." 명절에 사탕을 잔뜩 먹은 조카를 보며, 놀이공원에서 솜사탕을 문 아이를 보며, 우리는 습관처럼 설탕을 탓합니다.

이건 아주 검증하기 쉬운 믿음입니다. 아이들에게 설탕을 준 뒤와 안 준 뒤의 행동을 비교하면 되니까요. 그것도 아이도 부모도 연구진도 누가 뭘 먹었는지 모르게(이중맹검) 하면, 기대나 선입견이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그런 연구는 이미 수십 편 이뤄졌고, 그걸 모아 분석한 것도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설탕은 아이의 행동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더 흥미로운 실험이 하나 있습니다.

먼저, 판정부터

흔히 듣는 말판정
설탕을 먹으면 아이가 과잉행동을 한다이중맹검 연구에서 차이 없음
ADHD 아이는 설탕에 특히 민감하다그 아이들도 차이 없었다
"그래도 우리 애는 확실히 그래"부모의 기대효과일 수 있다
그럼 설탕은 마음껏 먹여도 된다행동은 몰라도 건강은 다른 문제
단 것에 든 뭔가가 문제일 수도설탕 아닌 인공색소엔 작은 신호

① 설탕을 줘도 행동은 그대로였습니다

핵심 근거는 1995년 JAMA에 실린 메타분석입니다. 설탕이 아동의 행동이나 인지에 영향을 주는지 본 이중맹검 위약대조 연구 16편, 23개 분석을 모은 것입니다1.

결과는 이렇습니다. 행동과 인지의 14개 측정 항목 전부에서, 효과크기의 95% 신뢰구간이 0을 포함했습니다. 통계로 옮기면 "설탕의 효과가 0과 구분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연구진의 결론 문장은 짧습니다.

"지금까지의 연구를 종합하면, 설탕은 아동의 행동이나 인지 수행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게 유별난 연구 하나가 아닙니다. 이 저자들은 앞서 NEJM에 실린 실험에서, 미취학 아동과 학령기 아동에게 3주씩 설탕·아스파탐·위약 식이를 통상 섭취량 이상으로 부하하며 비교하기도 했습니다. 결과는 같았습니다. "식이 설탕도 아스파탐도 아동의 행동이나 인지 기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② "설탕에 민감한 아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여기서 흔한 반론이 나옵니다. "보통 애들은 그럴지 몰라도 우리 애는 설탕에 유독 민감해요."

방금 그 NEJM 연구가 바로 그 반론을 겨냥했습니다. 연구진은 부모가 "우리 아이는 설탕에 민감하다"고 직접 보고한 학령기 아동 23명을 따로 모아 같은 실험을 했습니다. 결과는 냉정합니다. 세 가지 식이 사이에 39개 행동·인지 항목 어디에서도 유의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부모가 설탕에 민감하다고 지목한 바로 그 아이들에게서도, 설탕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 대목이 다음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③ 아이에게 설탕을 안 줬는데, 엄마가 달라졌습니다

이 글에서 제일 중요한 실험입니다. 1994년에 이뤄진, 설계가 아주 영리한 연구입니다2.

연구진은 "설탕에 민감하다"고 엄마가 보고한 5~7세 남아 35명과 그 엄마들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절반의 엄마에게는 "당신 아이가 방금 설탕을 많이 먹었다"고 말하고, 나머지에게는 "위약을 먹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아이들 전원이 위약(아스파탐)을 먹었습니다. 설탕을 먹은 아이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다음 엄마와 아이가 함께 노는 모습을 촬영하고, 엄마에게 아이 행동을 평가하게 했습니다. 결과는 이렇습니다.

  • "설탕을 먹였다"고 들은 엄마들은 아이를 유의하게 더 과잉행동으로 평가했습니다.
  • 그 엄마들은 아이에게 더 바짝 붙어 통제하려 했고, 더 비판하고 더 지켜보고 더 간섭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핵심 — 아이는 아무것도 안 바뀌었습니다. 다 같은 위약을 먹었으니까요. 바뀐 건 아이를 보는 엄마의 눈, 그리고 엄마의 행동이었습니다. "설탕을 먹었으니 날뛸 것"이라는 기대가, 실제로는 평범하게 노는 아이를 과잉행동으로 보이게 만든 겁니다. 그리고 엄마가 더 간섭하고 통제하기 시작하면, 아이도 실제로 더 부산해질 수 있습니다. 예언이 스스로를 실현하는 거죠.

④ 그런데 왜 이렇게 다들 확신할까

근거가 이런데도 "우리 애는 확실히 그래"라는 확신은 왜 이렇게 강할까요. 세 가지가 겹칩니다.

상황이 원인입니다. 아이가 단 것을 잔뜩 먹는 자리를 떠올려 보세요. 생일파티, 명절, 놀이공원, 핼러윈. 하나같이 원래 신나는 자리입니다. 또래가 있고, 평소보다 자유롭고, 이벤트가 벌어지죠. 아이가 흥분한 진짜 원인은 그 상황인데, 눈앞에 케이크가 있으니 케이크를 탓하게 됩니다.

확증편향입니다. "설탕 먹으면 날뛴다"고 믿으면, 날뛰는 순간만 기억에 남습니다. 사탕 먹고 조용히 그림 그린 날은 세지 않고요. 방금 본 기대효과 실험이 바로 이 편향을 실험실에서 재현한 것입니다.

역사도 한몫했습니다. 이 믿음은 1970년대에 한 알레르기 전문의가 "식이가 아이 행동에 영향을 준다"고 주장하면서 퍼졌습니다. 그런데 그 가설이 실제로 겨냥한 건 설탕이 아니라 인공색소와 향료였습니다. 다만 그가 빼라고 한 가공식품들이 대개 아주 달았던 탓에, 대중의 머릿속에서 "설탕=과잉행동"이라는, 원래 가설엔 없던 연결이 만들어졌습니다.

⑤ 그럼 설탕은 마음껏 먹여도 되나 — 그건 아닙니다

여기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설탕이 과잉행동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게 "그러니 얼마든지 먹여도 된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그건 완전히 다른 축의 문제입니다.

설탕은 충치, 비만, 대사 문제(인슐린 저항, 제2형 당뇨 위험)와 확실하게 연관됩니다. 이건 행동이 아니라 몸 건강의 이야기입니다. 성인 대상 연구에서는 단 음식·음료를 많이 먹는 사람이 몇 년 뒤 흔한 정신적 어려움을 겪을 확률이 다소 높다는 보고도 있는데3, 이건 아동 과잉행동과는 다른 이야기이고 상관일 뿐 인과가 아닙니다.

한 가지 더 정확히 구분할 게 있습니다. 설탕이 아니라 인공색소에는 약한 신호가 있습니다. 영국에서 진행된 이중맹검 시험에서 인공색소와 보존제(벤조산나트륨)를 넣은 음료가 아동의 과잉행동을 약간 높였고4, 이 결과로 유럽연합은 해당 색소가 든 식품에 "아동의 활동성과 주의력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고문을 붙이게 했습니다. 다만 효과크기는 작았고, 이건 설탕이 아니라 색소 이야기입니다. "단 것에 든 뭔가"가 신경 쓰인다면, 설탕보다 알록달록한 인공색소 쪽을 보는 게 근거에 맞습니다.

💬 전문의 한마디

ADHD로 아이를 데려오시는 부모님 중에 "설탕만 끊으면 좋아지지 않을까요"라고 묻는 분이 많습니다. 그 마음을 저는 압니다. 원인이 눈에 보이는 무언가였으면, 그걸 치우기만 하면 됐으면 하는 바람이요. 다만 근거는 그 방향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제가 이 실험 이야기를 부모님들께 종종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에게 설탕을 안 줬는데도 엄마가 아이를 더 과잉행동으로 봤다는 것 — 이건 부모를 탓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예요. 우리 눈이 얼마나 쉽게 기대에 물드는지를 보여주는 거죠. "쟤는 원래 산만해"라는 시선으로 아이를 보기 시작하면, 아이의 평범한 부산함까지 문제로 보이고, 그러면 우리는 더 간섭하게 되고, 아이는 더 눈치를 보거나 더 반항하게 됩니다.

그러니 설탕을 끊는 것보다 훨씬 값진 게 있습니다. 아이가 유난히 부산해 보이는 날, "오늘 뭘 먹었지"를 묻기 전에 "오늘 뭐가 있었지"를 물어봐 주세요. 잠은 잘 잤는지, 신나는 일이 있었는지, 피곤한지. 대개 답은 접시가 아니라 그날 하루에 있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면, 케이크를 먹고 날뛰는 아이를 봤을 때 진짜 원인은 케이크가 아니라 파티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설탕은 억울하게 누명을 써 온 셈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사탕을 무한정 쥐여줄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그걸 줄이는 이유는 아이의 행동이 아니라 이와 몸을 위해서라는 것, 그리고 오늘 아이가 유난히 흥분해 보인다면 그 답을 설탕에서 찾을 필요는 없다는 것 — 이 두 가지만 기억해 주셔도 좋겠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함께 보면 좋은 자료

  • 설탕과 아동 행동·인지 메타분석(효과 없음), Wolraich 등, JAMA 1995: PubMed
  • 설탕 섭취 기대가 엄마-아이 상호작용에 미친 영향(기대효과 실험), Hoover & Milich, 1994: PubMed
  • 인공색소·보존제와 아동 과잉행동(사우샘프턴 연구), McCann 등, Lancet 2007: PubMed
  • 가당 식품 섭취와 성인 정신건강(상관 연구), Knüppel 등, Sci Rep 2017: PubM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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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Wolraich 등, JAMA 1995
  2. Hoover & Milich, J Abnorm Child Psychol 1994
  3. Knüppel 등, Sci Rep 2017
  4. McCann 등, Lancet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