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를 어느 정도 이어가다 보면, 많은 분이 조심스럽게 이 질문을 꺼냅니다.
"선생님, 저… 완치될 수 있나요?"
'완치(完治)'. 완전히 낫는다는 뜻의 이 단어에는 간절함이 담겨 있습니다. 아프기 전의 나로, 아무 일 없던 그 시절로 말끔히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요. 그 마음을 저는 압니다. 그래서 이 질문 앞에서 저는 늘 잠깐 숨을 고릅니다. 정직하면서도 절망스럽지 않게 대답하고 싶어서요.
오늘은 진료실에서 짧게밖에 못 하는 이 이야기를, 조금 길게 해보려 합니다.
'완치'라는 단어의 함정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마음의 병에서 '완치'라는 말은 자주 어긋납니다. 감기처럼 딱 떨어지게 낫고 끝, 이 아니라 좋아졌다가 흔들리기도 하고, 흉터처럼 흔적이 남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여기서 많은 분이 절망합니다. "완전히 낫는 게 아니라면, 나는 평생 환자인 건가요?"
아니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정확히 그 반대입니다. '완치'가 목표가 아닐 뿐, 회복은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그 회복의 모양이, 우리가 상상하던 것과 조금 다를 뿐이에요.
우울의 반대말은 '행복'이 아닙니다
우울증에 대해 깊이 쓴 어느 작가는 이런 문장을 남겼습니다. "우울의 반대는 행복이 아니라 생명력(vitality)이다." (Andrew Solomon, *The Noonday Demon*)
저는 이 문장을 진료실에서 자주 떠올립니다. 우리는 흔히 "다 나았다 = 늘 행복하다"라고 착각하지만, 삶은 원래 매일 행복하지 않습니다. 건강한 사람도 짜증나고 지치고 슬픕니다. 그러니 '항상 행복한 상태'는 회복의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그건 애초에 인간의 기본값이 아니거든요.
진짜 회복의 신호는 다른 데 있습니다. 다시 밥이 맛있어지는 것. 좋아하던 노래가 다시 좋게 들리는 것. 아침에 몸을 일으킬 힘이 조금 생기는 것. 누군가에게 농담을 건네고 싶어지는 것. 이렇게 삶에 다시 흐르기 시작하는 기운 — 그게 생명력이고, 그게 회복입니다. 증상이 완전히 0이 되어서가 아니라요.
병을 안고도, 삶은 계속됩니다
심한 정신질환을 안고 살면서도 아름다운 글을 쓰는 작가가 있습니다. 그는 자기 방 벽에 이런 문장을 붙여두었다고 해요. "내 삶이 어떻게 펼쳐지든, 나는 그것을 견디도록 지어졌다." (Esmé Weijun Wang, *The Collected Schizophrenias*)
병이 사라져서 그가 글을 쓰는 게 아닙니다. 병을 안고도 사랑하고, 일하고, 문장을 짓는 것. 그게 가능하다는 걸 그의 삶이 보여줍니다. 진료실에서 제가 만나는 분들도 그렇습니다. 증상이 조금 남아 있어도 다시 출근하고, 아이를 안아주고, 친구와 커피를 마십니다. 병이 삶의 전부를 삼키지 못하도록, 조금씩 자기 자리를 되찾아 갑니다.
회복은 '되돌아가기'가 아니라 '다시 살아나기'
그래서 저는 "아프기 전의 나로 완벽히 돌아가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으시길 권합니다. 그건 너무 높은 문턱이라, 조금만 흔들려도 "역시 난 실패했어"가 되기 쉽거든요.
대신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회복은 원래 자리로의 복구가 아니라, 지금의 나로 다시 살아나는 일이라고요. 흉터가 남은 손으로도 우리는 밥을 짓고 글을 쓰고 누군가의 손을 잡습니다. 흉터가 없어서가 아니라, 흉터를 안고도 삶이 이어지기 때문에요.
재발이 오면요? 그때도 세상이 끝나지 않습니다. 한 번 길을 찾아본 사람은 다시 찾는 법도 압니다. 회복은 한 번의 완결이 아니라,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걸 반복하며 조금씩 능숙해지는 과정입니다.
그러니, 완치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완치될 수 있나요?"라는 질문에, 이제 저는 이렇게 답합니다.
"완벽하게 예전으로 돌아가는 걸 완치라고 한다면, 그건 장담드리기 어려워요. 그런데요 — 다시 웃고, 다시 좋아하는 걸 좋아하고, 다시 내일을 기다리게 되는 것. 그건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걸 회복이라고 불러요. 우리, 그 생명력이 돌아오는 작은 신호들을 같이 찾아봐요."
당신의 목표는 아무 일 없던 사람처럼 되는 게 아닙니다. 지금의 당신으로, 다시 살아나는 것. 그거면 충분하고, 그건 정말로 가능합니다.
---
*이 글은 정신과 의사가 진료실 밖에서 편하게 쓰는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 특정한 진단이나 치료에 대한 조언이 아니며, 마음이 힘드시다면 혼자 견디지 마시고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나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24시간)의 문을 두드려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