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이런 전화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 약이 그대로 변에 나왔어요. 하나도 안 녹은 것 같은데 계속 먹어도 되나요?"

인베가를 처방하면 몇 달에 한 번쯤 꼭 듣는 이야기입니다. 답은 "그게 정상입니다"인데, 왜 정상인지를 설명하려면 이 약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부터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리스페리돈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되죠.

인베가(Invega), 성분명 팔리페리돈(Paliperidone)은 이름부터 리스페리돈과 닮았습니다. 우연이 아닙니다. FDA 허가사항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 팔리페리돈은 리스페리돈의 주요 활성 대사체다. 리스페리돈을 드시는 분들은 이미 몸 안에서 이 물질을 만들고 계신 겁니다. 얀센은 그 대사체를 따로 떼어내 약으로 만들었고, 여기에 한 번 맞으면 6개월을 가는 주사까지 붙였습니다.

핵심 정보 한눈에

⚠️ 이 글은 정보 제공용입니다. 약의 시작·변경·중단은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의하세요.

'활성 대사체'라는 말이 실제로 바꾸는 것

우리가 약을 먹으면 간이 그 약을 분해합니다. 대부분의 분해 산물은 힘을 잃고 버려지지만, 어떤 것은 오히려 약효를 가진 채로 남습니다. 그걸 활성 대사체라고 부릅니다.

리스페리돈은 간의 CYP2D6라는 효소를 거치면서 팔리페리돈(9-하이드록시리스페리돈)으로 바뀝니다. 그러니까 리스페리돈을 드시는 분의 혈액 안에는 리스페리돈과 팔리페리돈이 섞여 있는 셈이죠. 인베가는 그 뒷단계 물질만 직접 넣어주는 약입니다.

이게 실제로 무엇을 바꾸느냐: 세 가지입니다.

  • ① 간 대사 부담이 적습니다. FDA 허가사항은 팔리페리돈이 CYP2D6와 CYP3A4에 의해 제한적으로만 대사되며, 이 효소들이 전체 제거에 기여하는 몫은 작다고 적고 있습니다. 실제로 단회 경구 투여 후 투여량의 59%(51~67%)가 그대로 소변으로 나옵니다. 대사되지 않고 통째로 빠져나간다는 뜻이에요.
  • ② 그래서 약물 상호작용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리스페리돈은 푸로작·팍실 같은 CYP2D6 억제제와 만나면 농도가 올라갑니다. 팔리페리돈은 애초에 그 경로를 거의 쓰지 않으니 그 걱정이 덜하죠. 여러 내과 약을 함께 드시는 분, 고령자에게는 이게 꽤 실질적인 장점입니다.
  • ③ 대신 신장이 중요해집니다. 간으로 안 나가면 신장으로 나갑니다. 뒤에서 다시 이야기하겠습니다.

핵심 — 팔리페리돈은 "리스페리돈의 더 센 버전"이 아닙니다. 리스페리돈이 어차피 만들어낼 물질을, 간을 건너뛰고 바로 넣어주는 약입니다. 효과의 성격은 비슷하고, 달라지는 건 주로 몸에서 처리되는 경로와 농도의 안정성입니다.

껍질이 변으로 나옵니다: OROS 정제

이제 처음의 그 전화 이야기로 돌아가죠.

인베가 서방정은 OROS라는 삼투압 방식의 정제입니다. 겉은 물은 통과시키되 약은 못 빠져나가는 반투막으로 싸여 있고, 안쪽에는 약이 든 층과 물을 빨아들여 부푸는 '밀어내는 층'이 들어 있습니다. 장을 지나가는 동안 물이 스며들어 밀어내는 층이 부풀면, 미리 뚫어둔 아주 작은 구멍으로 약이 일정한 속도로 조금씩 밀려 나옵니다. 하루 종일 농도가 평탄하게 유지되는 이유입니다.

문제는 그 껍질이 소화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약은 다 빠져나갔지만 껍데기는 형태 그대로 대변으로 나옵니다. FDA 허가사항에도 이 문장이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정제의 껍질과 녹지 않는 코어 성분은 체외로 배출되며, 대변에서 정제처럼 보이는 것을 발견하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니 약이 안 들은 게 아닙니다. 약은 이미 다 나왔고, 빈 봉투만 지나간 것이죠.

같은 이유로 절대 쪼개거나 씹거나 가루로 만들면 안 됩니다. 허가사항의 표현도 단호합니다. 인베가는 물과 함께 통째로 삼켜야 하며, 씹거나 나누거나 부수어서는 안 된다. 이 정제를 반으로 자르면 서서히 나와야 할 약이 한꺼번에 쏟아집니다. 삼키기 힘들다고 반알로 쪼개시는 분들이 가끔 계신데, 이 약만큼은 안 됩니다. 삼키기 어려우면 그 사정을 말씀해 주세요. 다른 제형이나 다른 약으로 길이 있습니다.

장기지속주사: 한 달, 석 달, 여섯 달

인베가가 지금의 자리를 갖게 된 진짜 이유는 여기 있습니다. 팔리페리돈에 지방산을 붙여 물에 잘 안 녹게 만든 것이 팔리페리돈 팔미테이트인데, 근육에 넣어두면 아주 천천히 녹으면서 몇 달에 걸쳐 약을 흘려보냅니다.

매일 먹는 약은 하루 사이에도 농도가 오르내리고 며칠 거르면 치료 농도 아래로 떨어지지만, 장기지속주사는 몇 달 동안 평탄한 농도를 유지한다
매일 먹는 약은 하루 사이에도 농도가 오르내리고 며칠 거르면 치료 농도 아래로 떨어지지만, 장기지속주사는 몇 달 동안 평탄한 농도를 유지한다
이름간격어떤 사람에게
인베가 서스티나4주(월 1회)LAI를 처음 시작할 때. 1일차·8일차에 삼각근에 두 번 맞고 이후 월 1회
인베가 트린자3개월서스티나로 최소 4개월 충분히 치료된 성인
인베가 하피에라6개월서스티나 최소 4개월 또는 트린자 최소 1주기 이상 치료 후

이 순서가 중요합니다. 처음부터 6개월짜리를 맞는 게 아닙니다. 미국 허가사항도 하피에라는 월 1회 제형으로 최소 4개월, 또는 3개월 제형으로 최소 1주기를 마친 뒤에야 전환하도록 못 박고 있습니다. 게다가 주사를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그 전에 먹는 약(경구 팔리페리돈 또는 경구 리스페리돈)으로 견딜 만한지부터 확인하게 되어 있습니다1.

이유는 단순합니다. 6개월짜리 주사를 놓았는데 그 약이 몸에 안 맞으면, 되돌릴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계단을 하나씩 올라갑니다. 먹는 약 → 월 1회 → 석 달 → 여섯 달.

효과는 어떨까요. 3상 임상은 PP6M(6개월)이 PP3M(3개월)에 뒤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방식으로 설계됐습니다. 702명을 12개월간 이중맹검으로 비교한 연구에서 재발률은 6개월 제형 7.5%, 3개월 제형 4.9%였고, 두 군의 차이는 −2.9%(95% CI −6.8% ~ 1.1%)로 미리 정한 비열등성 기준(−10%)을 만족했습니다. 다시 말해 더 좋다가 아니라, 못하지 않다는 결론입니다. 이 연구는 얀센의 지원을 받았고 저자 대부분이 얀센 소속이라는 점도 함께 봐야 합니다.

이후 개방표지 연장연구 자료를 실사용 데이터와 비교한 분석에서는 PP6M 3.9%, PP3M 20.2%, PP1M 29.8%라는 훨씬 극적인 차이가 보고됐습니다. 다만 이건 임상시험에 남아 있던 사람들과 보험청구 데이터 속 사람들을 견준 것이라, 저자들 스스로 "측정되지 않은 교란 요인 때문에 두 집단 사이에 이질성이 있을 수 있다"고 적어두었습니다. 숫자를 그대로 믿기보다는 방향만 참고하는 게 맞습니다.

주사가 재발을 줄인다는 근거, 그리고 그 근거가 흔들리는 지점

여기가 이 글에서 제일 조심스럽게 써야 하는 대목입니다.

LAI가 좋다는 근거는 연구 설계에 따라 크기가 확 달라집니다.

  • 거울상(mirror-image) 연구: 같은 사람의 주사 전 1년과 후 1년을 비교합니다. 25개 연구·5,940명 메타분석에서 LAI는 입원 예방에 대해 위험비 0.43(95% CI 0.35~0.53)으로 압도적이었습니다. 절반 이하로 줄었다는 뜻이죠.
  • 무작위 대조시험(RCT): 그런데 21개 RCT·5,176명을 모은 메타분석에서는 LAI가 경구약보다 재발을 유의하게 줄이지 못했습니다(RR 0.93, 95% CI 0.80~1.08, P=.35). 충격적인 결과였어요.

왜 이렇게 다를까요. RCT에 들어오는 분들은 연구에 동의하고,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알약을 잘 챙겨 드시는 분들입니다. 애초에 복약을 잘 하는 사람만 모아놓으면, 복약을 대신 챙겨주는 주사의 장점이 드러날 자리가 없죠. 현실의 임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같은 사람을 자기 자신과 비교하는 설계가 중요해집니다. 스웨덴 전국 자료를 쓴 Tiihonen 등의 29,823명 코호트 연구가 대표적입니다. 이 연구는 각 개인이 자기 자신의 대조군이 되는 within-individual 분석을 썼습니다. 나이·성별·병의 중증도·성격·가족 지지 같은 사람마다 고정된 변수들이 통째로 상쇄된다는 것이 이 설계의 힘이에요. "주사를 선택한 사람은 원래 상태가 다르다"는 반박을 상당 부분 비껴갑니다.

결과는 이랬습니다. 같은 성분의 경구약을 쓸 때에 비해 LAI를 쓸 때 재입원 위험이 22% 낮았고(HR 0.78, 95% CI 0.72~0.84), 새로 진단받은 환자군에서는 32% 낮았습니다(HR 0.68, 95% CI 0.53~0.86). 그리고 단독요법 중 재입원 위험이 가장 낮았던 약이 월 1회 팔리페리돈 주사(HR 0.51, 95% CI 0.41~0.64)였습니다.

가장 균형 잡힌 그림은 137개 연구·397,319명을 설계별로 나눠 본 2021년 Lancet Psychiatry 메타분석에 있습니다.

연구 설계입원·재발 위험비(LAI vs 경구)
RCT (32건)0.88 (0.79~0.99)
코호트 (65건)0.92 (0.88~0.98)
전후 비교 (40건)0.44 (0.39~0.51)

세 설계 모두에서 LAI가 유의하게 나았습니다. 다만 그 크기는 통제된 연구일수록 작아지고, 현실에 가까울수록 커집니다. 저는 이 표가 진실에 가장 가깝다고 봅니다 — LAI는 분명히 도움이 되지만, 거울상 연구가 보여주는 만큼 극적이지는 않다는 것.

한 가지 더. 병 초기 환자를 대상으로 한 PRELAPSE 시험(489명, 군집무작위)에서는 LAI(아리피프라졸 월 1회)를 쓴 군이 통상 진료군보다 첫 입원까지 걸리는 시간이 유의하게 길었습니다(HR 0.56, 95% CI 0.34~0.92). 입원율은 22% 대 36%. LAI가 '마지막 수단'이 아니라 초기에도 고려할 만하다는 근거로 자주 인용되는 연구입니다.

그런데 왜 모두에게 1순위가 아닌가

근거가 저 정도면 전부 주사로 바꾸면 되지 않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먹는 약은 부작용이 나오면 오늘 저녁부터 안 드시면 됩니다. 6개월 주사는 이미 근육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안전성이 확인된 뒤에 올라가는 계단 구조를 쓰는 겁니다.
  • 용량을 세밀하게 조절하기 어렵습니다. 매일 먹는 약은 0.5mg 단위로 미세 조정이 가능하지만, 주사는 정해진 용량 중에서 고릅니다.
  • 아픕니다. 주사 부위 통증은 임상에서 흔한 이상반응입니다. 6개월 제형 연구에서도 주사부위 통증이 7.7%로 보고됐습니다.
  • 그리고 이게 가장 큰 이유인데, 많은 분이 주사를 '벌'로 받아들입니다. 다국가 질적 연구인 ADVANCE 연구는 환자들이 말한 장벽으로 주사에 대한 거부감, 주사 부위 통증, 자율성과 통제력을 잃는다는 두려움, 그리고 입원 중 강제로 맞았던 주사의 트라우마를 꼽았습니다. 정신과 의사의 70%가 "환자의 주사 거부감"을 장벽으로 지목했고요. 한국은 제품 접근성과 비용이 장벽으로 언급된 나라 중 하나로 들어가 있었습니다.

이 마지막 항목은 근거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입니다. 같은 주사라도 "이제 당신은 못 믿겠으니 주사로 관리하겠다"는 말로 들리면 실패하고, "매일 약 챙기느라 쓰던 에너지를 다른 데 쓰시라"는 제안으로 들리면 성공합니다. 같은 연구에서도 치료 결정에 함께 참여했던 분들, 병 초기에 외래에서 논의를 시작한 분들이 LAI에 훨씬 열려 있었습니다.

프로락틴: 이 계열의 가장 큰 그늘

인베가에서 제가 가장 자주, 가장 먼저 설명하는 부작용입니다.

도파민은 프로락틴(젖 분비 호르몬)의 브레이크입니다. 항정신병약이 도파민을 막으면 그 브레이크가 풀리고, 프로락틴이 올라갑니다. 그리고 팔리페리돈은 이 항목에서 사실상 1위입니다.

2025년 CNS Drugs에 실린 용량-반응 메타분석(Lin 등, 68개 연구·23,128명)의 숫자를 보면 이렇습니다.

최대 프로락틴 상승 (ng/mL)
팔리페리돈+50.97 (여성 +92.92)
리스페리돈+41.03 (여성 +50.70)
할로페리돌(1세대)+22.20
올란자핀+14.97
아리피프라졸−6.02 (오히려 낮춤)

1세대 약인 할로페리돌의 두 배가 넘습니다. "2세대라서 부작용이 적다"는 통념이 이 한 항목에서는 완전히 뒤집힙니다. 그리고 표에서 보시듯 여성에서 훨씬 큽니다. 리스페리돈에서도 경구 복용 여성의 72%, 장기지속주사로 바꾼 여성의 91.7%에서 고프로락틴혈증이 보고됐는데(Stojkovic 등, 2022), 팔리페리돈은 그 리스페리돈보다 더 올리는 약입니다.

증상은 이렇게 나타납니다.

  • 여성: 생리 불순·무월경, 유즙 분비, 유방 통증, 성욕 저하
  • 남성: 발기·사정 문제, 성욕 저하, 여성형 유방
  • 길게 보면: 성호르몬이 억눌린 상태가 오래가면 골밀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미국 허가사항도 이 계열에서 무월경, 여성형 유방, 발기부전과 골밀도 감소 가능성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대처법은 분명히 있습니다. 용량을 낮추거나, 아리피프라졸을 소량 얹어 프로락틴만 끌어내리거나, 프로락틴을 덜 올리는 약(쎄로켈·아빌리파이·라투다 등)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 증상들이 말 꺼내기 민망한 종류라는 데 있어요. 그래서 조용히 약을 끊고, 몇 달 뒤 재발해서 오십니다. 그건 막을 수 있었던 재발입니다.

나머지 부작용

  • 추체외로증상(EPS): 몸이 뻣뻣해지고 손이 떨리고,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좌불안석(아카시지아). 팔리페리돈은 리스페리돈과 마찬가지로 용량이 올라가면 EPS가 늘어납니다. 미국 허가사항에서 성인 조현병에 가장 흔한 이상반응으로 꼽힌 것이 추체외로증상·빈맥·아카시지아였습니다. 하피에라 라벨에서는 파킨슨증이 흔한 이상반응 목록에 들어 있습니다.
  • 기립성 저혈압·실신: 알파 차단 작용 때문입니다. 임상시험에서 실신은 인베가군 0.8%(7/850), 위약군 0.3%(1/355)로 보고됐습니다. 특히 처음 시작하거나 용량을 올릴 때, 어르신에게서 조심합니다. 일어설 때 천천히.
  • 체중 증가·대사 문제: 6개월 제형 연구에서 체중 증가가 가장 흔한 이상반응(8.4%)이었습니다. 올란자핀만큼 심하지는 않지만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체중·혈당·지질은 주기적으로 봅니다.
  • 주사 부위 반응: LAI의 흔한 이상반응이고, 서스티나 라벨에서는 주사부위 반응·졸림·어지럼·아카시지아·추체외로장애가 흔한 것으로 적혀 있습니다.
  • 지연성 운동이상증: 오래 복용하면 입·혀가 저절로 움직이는 증상이 올 수 있습니다. 드물지만 중요합니다.
  • 고령 치매 환자: 치매에 동반된 행동 문제에 항정신병약을 쓰면 사망 위험이 다소 올라간다는 경고가 이 계열 전체에 붙어 있습니다.

신장이 중요한 약입니다

간을 거의 안 거친다는 장점의 뒷면입니다. 신기능이 떨어지면 약이 몸에 쌓입니다.

미국 허가사항의 기준은 이렇습니다2.

  • 크레아티닌청소율 50~80 mL/min(경도): 3mg으로 시작, 최대 6mg
  • 10~50 mL/min(중등도~중증): 3mg 격일, 최대 3mg
  • 10 mL/min 미만: 권장되지 않음

주사제는 더 엄격합니다. 서스티나와 하피에라 모두 크레아티닌청소율 50 mL/min 미만에서는 권장되지 않습니다. 몸에 몇 달치가 들어가 있는데 배설이 안 되면 곤란하니까요. 경구 팔리페리돈의 반감기는 정상 신기능에서 약 23시간입니다.

그래서 이 약을 시작하거나 LAI로 넘어갈 때는 신기능 검사를 확인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고혈압·당뇨가 오래된 분, 어르신은 특히요.

조현병 말고 또 어디에 쓰나

  • 조현정동장애: 국내 허가사항 기준으로 경구 서방정은 급성 치료, 서스티나는 유지요법에 적응증이 있습니다. 조현병과 기분 삽화가 함께 오는 병이라 기분안정제와 병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미국 허가사항에서는 단독요법과 기분안정제·항우울제 병용 모두에 적응증이 있습니다.
  • 청소년: 미국 허가사항에서 경구 인베가는 12~17세 조현병에 적응증이 있습니다. 다만 국내 허가 범위와 실제 처방 여부는 다를 수 있으니 담당의에게 확인하세요. 아이들은 프로락틴이 더 잘 오르므로 성장·사춘기와 관련해 더 세심하게 봐야 합니다.
  • 조현정동장애 외 양극성장애 단독 적응증은 국내 허가사항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실제 처방은 개별 상황에 따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Q. 주사를 맞으면 평생 맞아야 하나요? 아닙니다. 주사는 약을 몸에 넣는 방법이지, 치료 기간을 정하는 장치가 아닙니다. 먹는 약을 얼마나 오래 쓸지 정하는 기준과 똑같은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다만 6개월 제형처럼 긴 약은 끊는 결정도 미리 계획해서 해야 하고, 중단 후에도 한동안 약이 몸에 남아 서서히 빠집니다.

Q. 주사가 먹는 약보다 센 약인가요? 성분은 같습니다. 인베가 서방정과 인베가 서스티나는 같은 팔리페리돈이에요. 세기가 다른 게 아니라 농도가 얼마나 평탄하냐가 다릅니다. 오히려 먹는 약을 하루 걸렀을 때 생기는 급격한 오르내림이 없어서, 부작용이 덜 느껴진다는 분도 계십니다.

Q. 약이 그대로 변에 나왔어요. 안 들은 거 아닌가요? 그 껍질은 원래 안 녹습니다. 약은 이미 장을 지나는 동안 다 빠져나갔고, 빈 껍데기만 나온 것입니다. FDA 허가사항에도 걱정하지 말라고 적혀 있습니다. 다만 쪼개거나 씹으면 안 됩니다.

Q. 주사 맞다가 다시 먹는 약으로 돌아갈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다만 주사는 끊는다고 바로 사라지지 않고 몇 주~몇 달에 걸쳐 서서히 빠지므로, 전환 시점과 용량을 계산해서 겹치지 않게 설계합니다. 혼자 판단하지 마시고 꼭 상의해 주세요.

Q. 리스페달을 먹고 있는데 인베가로 바꾸면 뭐가 좋아지나요? 대개 세 가지를 기대합니다. 간 대사·약물 상호작용 부담이 줄고, 하루 중 농도가 더 평탄해지고, 장기지속주사로 넘어갈 길이 생긴다는 것. 반대로 프로락틴은 오히려 더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무조건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무엇을 얻고 무엇을 내주는지 따져보는 교환입니다.

Q. 생리가 멎었는데 임신인가요? 이 약을 드시는 중이라면 프로락틴 상승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도 임신 가능성은 확인해야 하니 꼭 알려주세요. 프로락틴은 피검사로 간단히 확인됩니다. 그리고 약을 바꿔 프로락틴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예상보다 쉽게 임신이 될 수도 있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 주세요.

Q. 6개월 주사가 제일 좋은 거 아닌가요? 바로 그걸로 해주세요. 바로는 안 됩니다. 허가사항 자체가 월 1회로 최소 4개월, 또는 3개월 제형으로 최소 1주기를 마친 뒤에 전환하도록 정해두고 있습니다. 안 맞는 약을 6개월치 넣어두면 되돌릴 수 없으니까요.

Q. 술 마셔도 되나요? 권하지 않습니다. 진정 작용이 겹치고, 기립성 저혈압도 심해질 수 있습니다.

Q. 주사를 맞으러 매달 병원에 가는 게 부담스러워요. 그 부담이 바로 트린자·하피에라가 만들어진 이유입니다. 안정된 뒤 간격을 늘리는 방향으로 논의해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자주 보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되는 시기도 있어서, 무조건 긴 간격이 정답은 아닙니다.

💬 전문의 한마디

LAI 이야기를 꺼낼 때 저는 늘 조금 긴장합니다. 제 입에서 "주사로 바꿔볼까요"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많은 분의 표정이 굳거든요. 무슨 뜻인지 압니다. "내가 약을 제대로 안 먹는다고 의심하는구나", "이제 감시당하는구나"로 들리는 겁니다. 병동에서 원치 않는 주사를 맞아본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더더욱요.

그래서 저는 순서를 바꿔서 이야기하는 편입니다. 재발률 숫자부터 꺼내지 않아요. 대신 이렇게 묻습니다. "약 챙기는 데 하루에 머리를 얼마나 쓰세요?" 의외로 많은 분이 웃습니다. 여행 갈 때 약 세는 일, 회사 서랍에 숨겨두는 일, 가족이 "약 먹었어?" 하고 물을 때마다 올라오는 짜증. 그 에너지가 만만치 않거든요. LAI는 그 부담을 대신 져주는 장치이지, 사람을 관리하는 장치가 아닙니다. 저는 그렇게 설명하고, 그렇게 쓰려고 합니다.

근거에 대해서도 정직하게 말씀드립니다. 주사가 재발을 확 줄인다는 극적인 숫자들은 대개 주사 전후를 비교한 연구에서 나옵니다. 잘 통제된 무작위 시험에서는 차이가 훨씬 작아지고, 어떤 분석에서는 사라지기도 했어요. 그렇다고 효과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같은 사람을 자기 자신과 비교한 대규모 연구에서 재입원이 20~30% 줄었다는 건 충분히 의미 있는 숫자입니다. 다만 "주사로 바꾸면 재발이 없어진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고, 저는 그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인베가를 쓸 때 제가 반드시 먼저 꺼내는 이야기가 프로락틴입니다. 특히 젊은 여성분께는요. 이 약은 그 항목에서 1등입니다. 리스페리돈보다도 더 올려요. "생리가 멎거나 분비물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면 꼭 말씀해 주세요. 큰일이 아니고, 조절하면 되는 문제입니다." 이 말을 미리 해두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가, 제 경험으로는 정말 큽니다.


인베가는 새로운 발명이라기보다 이미 있던 물질을 다시 본 약입니다. 리스페리돈이 몸 안에서 만들어내던 대사체를 꺼내와, 간을 건너뛰게 하고, 껍질 속에서 천천히 흘러나오게 하고, 결국 근육 안에서 반년을 버티게 만들었습니다. 30년 된 성분에서 이만큼을 더 끌어냈다는 게, 저는 조금 놀랍습니다.

다만 약이 좋아진 만큼 대화가 어려워진 면도 있습니다. 반년에 한 번 만나는 약은 편리하지만, 그만큼 사람을 덜 보게 되기도 하니까요. 주사 간격이 길어질수록 그 사이를 무엇으로 채울지가 더 중요해진다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합니다.

참고문헌

  1. FDA 인베가 서스티나 허가사항
  2. 경구 인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