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약 중에는 "조현병 치료제" 라는 딱지 때문에 오해를 많이 받는 약이 있습니다. 자이프렉사도 그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 약에는 다른 조현병 약에는 없는 아주 특이한 이력이 하나 있습니다 — 항우울제와 한 캡슐에 합쳐, 세계 최초로 '우울증'에 미국 FDA 승인을 받은 항정신병약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글은 그 이야기를 중심에 놓고, 자이프렉사(성분명 올란자핀, Olanzapine) 가 어떤 약인지 정리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 이 약은 "가장 잘 듣지만 가장 살찌는 약" 이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그 양쪽을 모두 정직하게 보겠습니다.
핵심 정보 한눈에
- 상품명: 자이프렉사(Zyprexa) — 일라이 릴리 오리지널. 국내 판권은 2021년 보령으로 넘어왔고, 제네릭(뉴로자핀·자이레핀 등)도 많이 쓰입니다
- 성분명: 올란자핀(Olanzapine)
- 분류: 비정형(2세대) 항정신병약물
- 국내 허가 용도: 조현병, 양극성 I형 장애(조증·혼재삽화의 치료 및 재발 방지)
- 미국의 특이한 승인 — 복합제(심비악스): 올란자핀에 항우울제 플루옥세틴을 합친 복합제가 ① 양극성 우울증(2003년), ② 치료저항성 우울증(2009년) 에 FDA 승인 — 둘 다 세계 최초
- 최대 강점: 항정신병약 중 효과가 가장 좋은 축(대규모 비교연구에서 상위권, 조현병 유지율 1위)
- 최대 약점: 항정신병약 중 가장 살이 찌는 축(클로자핀과 함께 대사 부작용 최상위)
- 제형: 일반 정제 외에 물 없이 입에서 녹여 먹는 자이디스(구강붕해정) 가 있음
- 가장 큰 오해: "조현병 약이라 나와 상관없다" — 실제로는 양극성장애, 우울증 보조, 심한 불안·초조, 항암 구토까지 쓰임새가 넓습니다
⚠️ 이 글은 정보 제공용입니다. 약의 시작·변경·중단은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의하세요.
먼저, 이 약의 정체 — 네, 조현병 약이 맞습니다
올란자핀은 1996년 미국에서 허가된 비정형(2세대) 항정신병약입니다. 뇌에서 도파민(D2) 과 세로토닌(5-HT2A) 을 함께 막아 환청·망상 같은 정신병 증상을 잡습니다. 여기까지는 다른 항정신병약과 같습니다.
그런데 올란자핀은 이 두 개 말고도 아주 많은 수용체를 동시에 건드립니다. 특히 히스타민(H1) 을 강하게 막는데, 이게 이 약의 성격을 상당 부분 결정합니다 — 강한 진정(졸림) 작용과 뒤에서 볼 식욕·체중 문제가 여기서 나옵니다. 콧물약을 먹으면 졸리고 살짝 붓는 느낌이 드는 것과 같은 원리인데, 올란자핀은 그 스위치를 훨씬 세게 누릅니다.
국내 허가는 조현병과 양극성 I형 장애(조증·혼재삽화의 치료와 재발 방지) 입니다. 즉 정식 허가만 놓고 보면 "정신병 증상"과 "조증" 이 이 약의 무대입니다. 그런데 진짜 흥미로운 이야기는 지금부터입니다.
진짜 흥미로운 지점 — 항우울제와 손을 잡으면 벌어지는 일
여기가 이 글의 핵심입니다.
올란자핀은 단독으로는 우울증 약이 아닙니다. 미국 허가사항에도 "올란자핀 단독요법은 양극성 우울증이나 치료저항성 우울증에 쓰지 않는다" 고 못 박혀 있습니다. 그런데 —
여기에 항우울제 플루옥세틴(프로작)을 합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올란자핀 + 플루옥세틴을 한 캡슐에 넣은 복합제가 심비악스(Symbyax), 흔히 OFC(올란자핀-플루옥세틴 복합제) 라 불리는 약입니다. 이 약은 미국에서 두 번의 '세계 최초' 승인을 받았습니다.
- 2003년 — 양극성 우울증(양극성 I형의 우울 삽화)에 FDA 승인. 양극성 우울증에 정식 승인된 최초의 약이었습니다.
- 2009년 — 치료저항성 우울증(TRD)에 FDA 승인. 항우울제를 두 가지 이상 충분히 써봤는데도 낫지 않은 우울증에 승인된 최초의 약이었습니다.
핵심 — 올란자핀은 혼자서는 우울증 약이 아니지만, 항우울제와 짝을 이루면 '양극성 우울증'과 '약 안 듣는 우울증'에 세계 최초로 승인받은 약이 됩니다. 조현병 약이라는 딱지 하나로 이 약을 이해하면, 이 약의 절반을 놓치는 셈입니다.
근거는 얼마나 탄탄한가
말만 그럴듯한 게 아니라 실제 데이터가 있습니다. 양극성 우울증 환자 833명을 대상으로 한 핵심 연구1에서, 8주 뒤 거의 회복된 상태(관해)에 도달한 비율은 이렇게 갈렸습니다.
- 가짜약(위약): 24.5%
- 올란자핀 단독: 32.8%
- 올란자핀 + 플루옥세틴(OFC): 48.8%
이 그래프가 뜻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혼자 써도 위약보다는 나았지만, 플루옥세틴을 더한 쪽이 눈에 띄게 앞섰습니다. 게다가 양극성 우울증에서 가장 걱정되는 '우울증 치료하다 조증으로 뒤집히는(전환)' 현상이 늘지 않았다는 점도 중요했습니다.
치료저항성 우울증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항우울제가 안 듣던 환자들에서 관해율이 플루옥세틴 단독 17%, 올란자핀 단독 15%에 그친 반면, 둘을 합친 OFC는 27% 로 더 높았습니다2.
왜 '합쳐야' 듣나 — 1+1이 2가 아닌 이유
가장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왜 따로는 시원찮은데 합치면 세지는가?
동물실험에서 답의 실마리가 나왔습니다. 올란자핀과 플루옥세틴을 함께 주면, 어느 한쪽만 줬을 때보다 뇌 앞부분(전전두엽)에서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이 훨씬 많이 쏟아져 나옵니다. 한 연구에서는 이 조합이 전전두엽 도파민을 기준치의 약 3.6배, 노르에피네프린을 약 2.7배까지 끌어올렸는데, 이는 각 약을 따로 썼을 때를 크게 웃도는 수치였습니다3.
쉽게 풀면 이렇습니다. 전전두엽은 기분·의욕·집중을 담당하는 뇌의 앞부분인데, 우울증에서는 이 부위의 기능이 떨어져 있다고 봅니다. 올란자핀이 특정 세로토닌 수용체를 막아 '브레이크'를 풀고, 플루옥세틴이 세로토닌 자체를 끌어올리면, 두 작용이 맞물려 전전두엽에 기분 관련 신경전달물질이 평소보다 훨씬 많이 풀린다는 것입니다. 이게 단독으로는 없던 항우울 효과를 만들어 냅니다.
그런데 국내에는 심비악스가 없습니다
한 가지 현실을 짚고 갑니다. 심비악스(OFC 복합제)는 국내에 도입돼 있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심비악스 주세요"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알아둘 것은, 국내에서도 올란자핀과 플루옥세틴을 각각 처방해 사실상 같은 조합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양극성 우울증이나 잘 낫지 않는 우울증에서, 항우울제에 올란자핀 같은 비정형 항정신병약을 더하는(부가요법) 전략은 국내에서도 흔히 쓰입니다. 심비악스는 그 조합을 한 알로 정리하고 정식 이름표를 붙인 약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참고로, 양극성 우울증에 단독으로 허가된 비정형 항정신병약으로는 쎄로켈(쿠에티아핀)과 라투다(루라시돈)이 있습니다. 올란자핀은 그들과 달리 '혼자서는 안 되고 항우울제와 짝을 지어야 하는' 다른 길을 택한 셈입니다.
얼마나 잘 듣나 — 이 약의 진짜 강점
올란자핀을 이야기할 때 빠뜨리면 안 되는 사실이 있습니다. 효과 면에서는 최상위권 약이라는 점입니다.
미국에서 진행된 대규모 실전 비교연구인 CATIE 연구(만성 조현병 환자 약 1,500명)에서, 여러 항정신병약을 놓고 "환자가 그 약을 중간에 끊지 않고 얼마나 오래 유지했는가" 를 봤더니 올란자핀이 1등이었습니다. 리스페리돈·쿠에티아핀·지프라시돈 등 경쟁 약들보다 중단율이 낮고 유지 기간이 길었습니다4. '유지를 잘 했다'는 건 대개 효과가 좋고 견딜 만했다는 뜻입니다.
15개 항정신병약을 한자리에 놓고 비교한 대규모 메타분석에서도 올란자핀은 효과 순위 3위(클로자핀·아미설프리드 다음)에 올랐습니다5. 즉 "잘 듣는 약"이라는 평판은 데이터로 뒷받침됩니다.
문제는, 바로 그 같은 연구가 이 약의 가장 큰 약점도 함께 보여줬다는 것입니다.
공짜가 아닙니다 — 대사 부작용이라는 대가
올란자핀의 가장 유명한 단점은 대사 부작용, 즉 살이 찌고 혈당·콜레스테롤이 나빠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건 '조금 그런' 수준이 아닙니다.
앞서 본 15개 약 비교에서, 올란자핀은 체중 증가 부문에서 15개 중 꼴찌(가장 많이 찌는 약) 였습니다5. 32개 약을 비교한 더 최신 네트워크 메타분석에서도 올란자핀은 체중을 가장 많이 늘리는 약군에 속했습니다6. 대사 부작용으로 악명 높은 클로자핀과 사실상 같은 최상위권입니다.
구체적인 숫자를 보면 실감이 납니다. 정신과 약을 처음 쓰는 초발 환자들만 모은 메타분석에서, 올란자핀 복용자는 평균 약 7.5kg이 늘었고, 13주 넘게 쓴 경우 평균 11kg 이상까지 증가했습니다. 콜레스테롤·중성지방·혈당도 함께 올랐습니다7. 미국 허가사항 기준으로도 기준 체중의 7% 이상 늘어난 사람이 약 22%에 달합니다.
⚠️ 즉 이 약을 쓸 때는 처음부터 체중·허리둘레·혈당·콜레스테롤을 재두고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표준입니다. 특히 당뇨 위험이 있거나 대사증후군이 있는 분에게는 신중하게 선택합니다. 미국 허가사항에는 고혈당·당뇨병(드물게 당뇨병성 케토산증) 위험에 대한 경고가 별도로 붙어 있습니다.
이것이 올란자핀의 딜레마입니다. 가장 잘 드는 약 중 하나인데, 가장 대가가 큰 약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의사들은 이 약을 "누구에게나 먼저 꺼내는 약"이 아니라, 효과가 절실하거나 다른 약이 잘 안 들었을 때 꺼내는 강한 카드로 씁니다.
그 밖의 부작용
- 진정(졸림)·다음 날 처짐: 히스타민을 강하게 막으니 졸립니다. 이건 불면·초조가 심한 사람에게는 오히려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저녁에 복용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입마름·변비·어지럼: 여러 수용체를 함께 막다 보니 흔합니다.
- 좌불안석(아카시지아 — 약 때문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는 상태): 다른 항정신병약보다 오히려 적은 편입니다. 이 점은 올란자핀의 상대적 장점입니다.
- 지연성 운동이상증(오래 쓸 때 입·혀·손이 저절로 움직이는 이상운동): 2세대 약이라 1세대보다 위험은 낮지만 0은 아닙니다. 오래 쓰면 정기적으로 살핍니다.
- 프로락틴(젖 분비 호르몬) 상승: 리스페리돈만큼 심하지는 않지만 생길 수 있습니다.
뜻밖의 쓰임새 두 가지
올란자핀은 정신과 밖에서도 쓰입니다.
- 급성 초조·흥분: 주사(속효성 근육주사)로 심한 초조·공격성을 빠르게 가라앉히는 데 허가돼 있습니다. 응급 상황에서 유용합니다.
- 항암 치료 구토: 이건 의외로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올란자핀 저용량을 기존 항구토제에 더하면 항암 치료로 인한 구역·구토가 뚜렷하게 줄어듭니다8. 지금은 미국·유럽의 항암 구토 진료지침에 표준 병용 약으로 올라가 있습니다. 종양내과에서 정신과 약을 쓰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 거식증(신경성 식욕부진): 체중을 다소 빨리 회복시키는 효과는 확인됐지만, 강박적 사고까지 줄여주지는 못한다는 것이 대규모 연구의 결론입니다9. '살찌는 부작용'을 역으로 활용하는 셈이지만, 만능은 아닙니다.
장기지속형 주사와 'PDSS' — 국내엔 없지만 알아둘 것
해외에는 한 달에 한 번 맞는 올란자핀 장기지속형 주사(릴프레브/자이파드헤라) 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주사에는 PDSS(주사 후 섬망·진정 증후군) 라는 특이한 위험이 있습니다.
주사한 약이 실수로 혈관으로 조금 들어가면, 주사 직후 몇십 분 안에 갑자기 심하게 졸리고 어지럽고 말이 어눌해지며 심하면 의식이 흐려지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발생률은 주사 1회당 약 0.07%, 환자 기준 약 1.4% 로 드물지만10, 그래서 이 주사는 맞은 뒤 최소 3시간 동안 의료기관에서 관찰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다만 이 장기지속형 주사는 국내에 도입돼 있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에서 쓰는 올란자핀은 먹는 약(정제·구강붕해정) 이 중심이므로, 대부분의 독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과거 국내에 있던 자이프렉사 '주사'는 이 장기지속형이 아니라 응급용 속효성 주사였고, 현재는 취하됐습니다.)
참고할 만한 이야기 — '자이프렉사 문서' 사건
이 약에는 유명한 소송 이력이 있습니다. 제조사 일라이 릴리는 2009년, 허가 범위를 벗어난 홍보(특히 노인 치매 환자 대상 판촉) 등의 문제로 미국에서 약 14억 1,500만 달러를 물어냈습니다11. 당시 개별 기업 형사 벌금으로는 최대 규모였습니다. 체중·당뇨 위험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는 논란도 함께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굳이 적는 이유는 겁을 주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이 약의 대사 부작용은 실제로 그만큼 중요하고, 처음부터 투명하게 관리해야 할 문제라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이 위험이 잘 알려져 있어, 제대로 된 진료라면 체중·혈당을 반드시 함께 챙깁니다.
임신·수유 중에는?
자료가 제한적입니다. 다만 조현병·양극성장애처럼 약을 끊으면 재발 위험이 큰 병이라면, 임의 중단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어 판단이 신중해집니다. 임신 계획이 있거나 임신·수유 중이라면 끊을지 유지할지, 다른 약으로 바꿀지를 반드시 사전에 상의하세요. 참고로 올란자핀도 신생아에게 출산 직후 일시적 졸림·근긴장 변화 등이 나타날 수 있어, 출산 전후 관리가 필요합니다.
함께 조심해야 할 것 — 상호작용
- 담배(흡연): 이건 꼭 알아야 합니다. 담배 연기는 올란자핀을 분해하는 간 효소(CYP1A2)를 활성화시켜 약을 더 빨리 없앱니다. 그래서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은 약 농도가 낮아지고, 반대로 갑자기 금연하면 약 농도가 확 올라가 졸림·부작용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금연을 시작하면 반드시 의사에게 알리세요.
- 술: 진정이 겹쳐 심하게 처지고, 어지럼·낙상 위험이 커집니다.
- 다른 진정 계열 약(벤조디아제핀·수면제·감기약 등): 졸림이 더해집니다. 특히 올란자핀 주사와 벤조디아제핀 주사를 함께 쓰면 과도한 진정·호흡저하 위험이 있어 주의합니다.
- 혈압약: 어지럼(기립성 저혈압)이 겹칠 수 있습니다.
끊을 때는?
조현병·양극성장애 치료로 쓰던 경우 임의로 갑자기 끊으면 재발로 직결됩니다. 반드시 의사와 계획을 세워 서서히 줄이세요. 급하게 끊으면 메스꺼움·불면·불안 같은 반동 증상이 올 수 있는데, 이를 "역시 병이 도졌다"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감량은 천천히, 상태를 보면서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Q. 저는 우울증인데 왜 조현병 약을 주죠? 드문 일이 아닙니다. 올란자핀 같은 비정형 항정신병약은 항우울제만으로 부족할 때 더해주면 효과를 끌어올리는 용도로 널리 쓰입니다. 실제로 올란자핀+플루옥세틴 조합은 미국에서 치료저항성 우울증에 정식 승인까지 받았습니다. 진단이 바뀐 게 아니라, 우울증 치료의 화력을 보강한 것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Q. 이 약 먹으면 무조건 살찌나요? 개인차가 크지만, 평균적으로 잘 찌는 약인 건 맞습니다. 그래서 시작할 때 체중을 재두고, 식사·운동을 함께 관리하며, 정기적으로 확인합니다. 체중이 부담되면 다른 약으로 바꾸는 선택지도 있으니 참으면서 혼자 고민하지 말고 상의하세요.
Q. 자이프렉사랑 제네릭(뉴로자핀 등)이랑 효과가 다른가요? 성분이 같아 효과는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국내에서는 올란자핀 제네릭이 널리 쓰이고, 오리지널 자이프렉사의 국내 판권도 현재는 보령이 갖고 있습니다. 이름·모양이 달라도 당황하지 마세요.
Q. 물 없이 녹여 먹는 자이디스는 뭐가 다른가요? 성분·효과는 같고 입에서 바로 녹는 제형일 뿐입니다. 물을 삼키기 어렵거나, 약을 몰래 뱉는 것을 막아야 할 때 유용합니다.
Q. 졸린데 아침까지 멍해요. 진정 작용이 강한 약이라 그렇습니다. 복용 시각을 앞당기거나 용량을 조정하면 나아지는 경우가 많으니, 임의로 바꾸지 말고 상의하세요.
💬 전문의 한마디
저는 올란자핀을 "강한 카드" 로 생각합니다. 아무에게나 먼저 꺼내지는 않지만, 정말 효과가 절실한 순간에는 믿고 쓸 수 있는 약입니다. 급성기에 증상이 몰아칠 때, 다른 약이 힘을 못 쓸 때, 잠도 안 오고 초조가 심할 때 — 이 약이 상황을 빠르게 정리해 주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대신 저는 이 약을 시작할 때 반드시 두 가지를 함께 시작합니다. 첫째, 체중계와 혈액검사입니다. "살이 찔 수도 있다"가 아니라 "잘 찌는 약이니 처음부터 같이 관리하자"고 솔직하게 말씀드립니다. 미리 알고 관리하면 훨씬 낫습니다. 둘째, 이 약이 왜 당신에게 필요한지를 설명합니다. 우울증인데 조현병 약을 받았다고 놀라시는 분이 많은데, 이 약은 항우울제와 짝을 지으면 우울증에도 정식으로 승인받은 약입니다. 진단이 바뀐 게 아닙니다.
정리하면 — 올란자핀은 효과와 부작용이 모두 큰 약입니다. 그래서 좋은 약이냐 나쁜 약이냐가 아니라, 누구에게, 언제, 무엇을 지켜보며 쓰느냐가 전부인 약입니다. 잘 쓰면 이만한 약이 드물고, 방치하면 대가가 큽니다. 그 균형을 함께 잡는 게 제 몫입니다.
자이프렉사는 "가장 잘 듣지만 가장 살찌는 항정신병약" 이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그리고 그 위에, 항우울제와 손을 잡으면 세계 최초로 우울증에 승인받은 약이 된다는 특이한 이력이 얹혀 있습니다.
조현병 약이라는 딱지 하나로 이 약을 이해하기엔, 이 약이 하는 일이 훨씬 넓습니다. 중요한 건 이 약을 막연히 무서워하거나 반대로 만만하게 보지 않는 것입니다. 효과가 큰 만큼 관리도 필요한 약 — 그 사실을 알고 쓰면, 올란자핀은 정신과에서 가장 든든한 카드 중 하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