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의 기묘한 경험 (전 6편)

어쨌든 근본적인 원인 자체는 일단 "청력"의 문제에서 시작된 것을 알게 되었고, 다시 또 하나의 걱정이 생성되었다.

"돌발성 난청이구나.....!"

뇌졸중이나 뇌출혈보다는 훨씬 양호하겠지만, 돌발성 난청은 흔히 셋 중 한 명 정도만 완전히 회복되고, 나머지는 일부만 회복되거나 회복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내가 그 운 좋은 셋 중 하나에 못 들면 어떡하지? 나는 입과 말로 진료를 보는데. 이것도 보통 걱정이 아니었다. 쓸데없이 너무 많이 어설프게 알아서 생기는 불안감. 불안이 계속 발생하고 옮겨가고..... 불안으로 점철되어 있는 며칠이었다. 그때 계속 먹고 쉬고만 반복했는데 심심해서 집에 설치되어 있는 올레TV를 보고 있었다. '포드 vs 페라리'라는 영화에 대해 어떤 연예인이 감칠맛 나게 영화소개를 하는데,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서 네이버 영화에서 다운받았다. 그리고 노트북으로 그걸 보는데..... 어마어마하게 섞이는 음악/음성 왜곡과 잡음 때문에 크게 좌절하고 꺼버렸다. 그리고 다음날 이비인후과 예약을 해서 청력검사를 받기로 했다.

거의 일주일 가까이 집에서 칩거하다가, 오전에는 집 근처의 뒷산에 혼자 올랐는데, 정말 1km도 못 걷고 너무 힘들어서 돌아왔다. 이건 또 뭐지? 어쨌든 오늘은 이비인후과 예약날이었다. 오후 4시쯤에 예약했는데, 누나가 차를 태워주며 가는 길에서도 또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똑같은 안경을 쓰고 있는데 간판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청력뿐 아니라 시력도 감퇴된 것.

어쨌든 이비인후과에 도착했다. 거기서 또 한 가지 예전과 다른 변화를 느낀 건, 도저히 자리에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30분가량 예약이 밀려있었는데, 이비인후과를 그래도 천천히, 앉아있지 못하고 빙빙 돌았다. 3층이 이비인후과였는데 5층까지 올라갔다가, 화장실에 갔다가, 1층에 내려갔다가, 다시 3층에 가서 잠깐 - 정말 30초 정도 - 앉았다가, 뭔가 도저히 견디지 못할 것 같은 느낌 때문에 계속 움직이기를 반복했다. 함께 대기 중인 분들은 나를 어떻게 보았을까? 정말 길게 느껴졌지만 어쨌든 내 차례가 다가왔다. 다행히 대표원장님께 진료를 받았는데 알고 보니 의대 선배셨다. 들어가서 증상에 대해, 이 긴 경험을 말씀드릴 순 없고,

"제가 며칠 전부터 고음-고주파 영역이 잘 안 들립니다. 돌발성 난청인 것 같아서 왔습니다."

"아니 뭐 돌고래도 아니고 돌발성 난청이라도 음역까지 구분하기는 어려운데, 뭘 근거로 그렇게 얘기해요?"

아ㅡ 뭐라 대답해야 할지 너무 방대하고 귀찮았다. 그래서 그냥 이렇게 대답해 버렸다.

"제가 바이올린 소리를 듣는데, 저음은 들리는데 고음은 잘 안 들립니다."

"어, 그 정도면 굉장히 심각한 건데, 일단 청각검사를 해 봅시다."

청각검사(순음청력검사)는 방음이 빵빵하게 된 작은 부스에서 소리가 나면 스위치를 누르는 식으로 진행하게 되는데, 작은 부스에서 너무 답답해서 공황발작이 올 뻔했다. 대기하는 3-40분 동안 끝도 없이 움직였으니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었겠다. 어쨌든 고막반응검사와 순음청력검사를 마치고, 다시 진료실로 들어갔다.

"음..... 나이에 비해 청력이 오히려 더 좋아요. 청력은 오히려 십 대의 청력을 가지고 계시네요.

청각 과민입니다. 너무 신경 쓰고 불안해해서 그래요.

심하면 신경안정제 좀 드시고 그러세요. 본인이 치료해야 하는 병인 거 알죠?" (진료 전에 내가 정신과 전문의임을 밝혔었다.) 불행 중 다행이었다. 오히려 청력 이상과 시력 감퇴, 안절부절못함과 체력저하가 함께 왔다는 것을 깨닫고는 오히려 안심했다. 전반적인 체력 고갈, 탈수, 스트레스로 인한 섬망 증상이 맞을 수도 있겠구나.

할 수 있는 검사들은 웬만한 것들은 다 해 봤다. 이제 원인을 찾는 시도는 낭비라고 느껴졌다. 그리고 그 주말을 보내는 동안, 갑자기는 아니고 서서히 청력, 시력, 체력, 안절부절못하는 증상들이 정말 시나브로 사라졌다. 처음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일주일쯤 정도 후에는 혼자 운전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거의 회복이 되었는데, 또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런 증상들이 조금씩 좋아지니 또 이상한 증상이 다시 하나 생겼다. 나는 말이 빨랐으면 빨랐지 평생에 한 번도 말을 더듬어 본 적이 없는데, 급작스럽게 "말 더듬 증상"이 발생했다. 가족들에게 말을 하는데도 정말 심하게 말을 더듬었다. 대체 이건 뭐람! 또 아는 게 병이라고 한 가지 가설이 떠올랐다. B대학병원 응급실에서는 당시 MRI상에서 발견할 수 없었던 미세경색/미세출혈이었는데, 뇌출혈/뇌경색이 조금씩 커져서 언어를 담당하는 뇌 부분에 손상이 왔구나. 그래서 바로 며칠 후, 다시 뇌 MRI를 찍게 되었지만 결과는 모두 깔끔하게 정상.

이 말더듬에 대해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풀리기도 했지만, 나 스스로 분석도 가능했다. 보름 전쯤, 심한 탈수로 입술도 다 터지고 입에 물기 하나 없어서 말을 더듬을 수밖에 없었을 때의 그 기억. 그 기억을 내 몸이 너무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조금만 마음이 불안하거나 조급해져도 그때의 말을 더듬었던, 마음과 운동상태를 끌어와서, 그때처럼 심한 말 더듬을 유발했던 것이다.

진료를 받으시던 분 중에서 꼭 진단서가 필요하시다는 분, 한 분을 위해서 잠깐 의원에 들렀는데 그 분과 말을 하는데 초반엔 얼마나 말을 더듬던지. 하지만 30분쯤 지나니까 말을 거의 더듬지 않게 됐고, 일주일 후인 그 주 주말정도에서는 거의 말더듬의 증상마저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가끔 튀어나오는 말더듬과 체력적 문제 때문에 진료는 거의 1개월 동안 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행이게도, 이런 경험은 그 이후로 다시는 겪어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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