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의 기묘한 경험 (전 6편)
- 1편 · 저는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습니다
- 2편 · "내 시간이 느려졌다"
- 3편 · 정신과 병원에 입원 '당할 뻔한' 정신과 의사 ← 지금 읽는 글
- 4편 · 유자차의 메커니즘
- 5편 · 돌발성 난청, 시력 저하, 말더듬
- 6편 · 아직도 남은 의문, "나의 진단명은?"
그날 밤, B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무엇 때문에 오셨냐는 말에, 입이 말라서 대답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정신은 멘붕 상태여서 조리 있게 설명할 수도 없었다. 심지어는 이곳이 어제 갔던 병원인지, 지금의 병원인지조차 계속적으로 헷갈리기까지 했다. 막상 그렇게 그리던 응급실에 도착했는데, MRI를 찍고 검사를 해 봐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탈수 때문에 겪는 고통이 극심했다.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아니 잠시 미쳐있었기도 하다. 어제처럼 여러 가지 검사들을 하고, 몸 여기저기에 수액 연결을 위한 정맥라인을 잡고. 또 같은 검사들을 반복하니까 그렇게 간절히 응급실을 가길 원했는데 탈수로 인한 불편감에 그냥 퇴원하고 싶었다. 그냥 한숨 자고 물 마시면 나을 것 같았다. 그래서 B대학병원 응급실 의사/간호사들이 '왜 오셨냐'라고 묻는 질문에, 구역감, 구토, 탈수 증세에 대해서만 대강 말할 수 있었지,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느니, 뇌출혈이 의심된다느니, 이런 말을 정리해서 하지를 못했다. 내 앞뒤 안 맞는 말들에 응급실 의사도 간호사도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응급실 병상도 부족해서 단 한 차례도 베드에 누울 수 없었고, 계속 휠체어에 앉아있었다. 어처구니없게도, 나를 응급실로 데려온 누나를 원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치료가 필요 없다고, 퇴원을 원한다고 끊임없이 말했다. 나는 그때, 꽤 큰 소리를 냈다고 생각했는데, 누나 말로는, 나는 단 한 번도 거기서 큰 소리를 내지 못했고, 모든 말은 혼자 중얼거리듯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
"저는 의사면허 OOOOO번이고요, 정신과 전문의예요. 제가 왜 여기 있어야 하죠?"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던 것 같은데, 그러지 않았다고 나중에야 들었다. 내 곁에 있는 의사, 간호사들에게 이렇게 말한 것으로 기억된다. "어제 A대학병원 가서 같은 검사도 다 하고, 수액도 맞았고, 지금 인턴선생님은 면허번호가 13만 번 대 일 거예요, 제가 이런 걸 어떻게 알고 있겠어요? 의사니까 알고 있죠, 제가 왜 여기 있어야 하는지 이유를 설명해 주세요!"라고 말했던 것 같은데, 나중에 듣기로 누나 말로는 들은 적이 없다고 한다. 실제 이때부터 정말 확실히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내가 그때 그런 말을 해서 의료진들에게 수치감을 줬는지 혹은 당혹감을 줬었던지, 그런 이유로 그들이 내게 의도적으로 '강력하게 나를 억압하는' 약제들을 투약해서 내가 말을 더 하지 못하게 만들고, 더 괴로움을 준다고 생각했다. 그전까지는 그나마 괜찮았는데, 어떤 수액을 연결하고 나니까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몸이 움직이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손끝하나 움직일 수 없었고 심지어 눈동자를 돌리거나 눈을 감는 것 마저 불가능해졌다. 내 몸에 어떤 약물이 투약되면 내 몸이 급격하게 굳어졌고, 입에서는 그 약물의 냄새가 났으며, 눈이 뿌옇게 흐려지면서 시야가 아예 보이지 않았다. 투약된 약이 빨리 대사 되도록 억지로 과호흡을 5분-10분가량 해서 그 수액을 체내에서 빨리 빼내려고 했고, 그러면 다시 약간 입이 움직여서, 응급실 보호자로 있던 누나에게 "제발... 약 그만..."정도의 말을 할 수 있었는데, 그러면 다시 내게 또 어떤 수액을 투약해서 몸이 완전히 마비되게 만들었다. 내가 했던 말들 때문에 치료자들에게 처절한 응징을 당한다고 생각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ㅡ 급성 조현병이나 조증에서 강제 입원을 당하는 환자분들의 심정이 그때의 나와 같았으리라.
어떤 의사 선생님이 내게 이렇게 얘기했다. "선생님이 같은 입장이었어도 이 약을 썼을 겁니다." 처음에는 내가 감정조절이 안되니까, 아빌리파이(aripiprazole, 항정신병약)를 썼나? 그걸 수액으로 쓸 수가 없는데 이상하다..... 생각하다가, 그 특정 약이 내 몸에 투입될 때마다 구역감이 심하게 생기고 몸이 마비가 되니까, 추측했던 것이, '나를 섬망(Delirium) 환자로 보고, 할로페리돌(haloperidol, 보통 급성 조현병 환자나, 급성 조울병의 조증 상태에서 몸과 마음을 화학적으로 결박할 때 자주 쓰이는 약물)과 비슷한 약을 쓰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 약이 과량 투입되었다면 그래도 어느 정도 이런 이상증상들을 설명하는 것이 가능했다. 처음에는 그 수액 혹은 약제를 놓는 것에 저항하려 했지만 내가 뭐라 말할 때마다 그 약을 투약했고, 나는 Locked-in syndrome(뇌는 완전히 정상적이지만, 모든 의지적인 신체기능이 마비되어, 정신적으로는 모든 생각들이 가능하지만 신체적으로 아무런 표현도 할 수 없는 상태)에 걸린 것 마냥 아무 움직임도 할 수 없게 되고....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CT촬영을 할 때 휠체어를 타고 갔는데, 나는 휠체어를 움직이지도 못했다. 심지어는 휠체어의 발을 놓는 페달에 발을 올려야 하는데, 다리에 힘이 들어가질 않아서 누군가가 내 다리를 올려서 페달 위에 올려주어야만 할 정도였다. 어느 순간 보호자가 누나에서 매형으로 바뀌어 있었고, 그때는 이미 체념의 경지였다. 매형이 MRI 찍을래? 그러면 네- 조용히 대답했고, CT 찍을래? 그러면 네, 하고 조용히 대답했다. 실제의 나는 그냥 집에 가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저항해 봤자 나만 힘들구나. 정말 울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여기서 하자는 거 다 하고 약 맞자는 거 그냥 순종적으로 다 맞고, 그럴 수밖에 없겠다고 체념했다.
새벽 1시쯤이던가, 새벽 3시는 되어야 뇌 MRI를 찍을 수 있다고 들었는데, 일정이 앞당겨졌다. MRI를 찍기 전까지만 해도 내 마음은 불만에 가득 차 있었다. B대학병원 응급실에서 MRI실까지의 거리는 정말 정말 길었다. 이송직원분이 휠체어에 탄 나를 이끌어주셨는데, 편도 10분 가까이 걸린 것 같다. 그리고 정말, 전신장애가 있는 것처럼, 휠체어에서 MRI촬영기로 옮겨가는데 몸이 안 움직여서 거의 엉덩이를 살짝 드는 일만 가능했고 넘어지지 않도록 직원분이 계속 붙잡아 일으켜주시고 몸을 돌려주셔야 했다. 어찌 됐든 어렵게 어렵게 MRI기계로 옮겨 타서 누웠다. 검사를 해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MRI는 검사 중에 엄청난 소음이 나서, 귀에 큰 귀마개를 끼고 검사를 한다. 귀마개를 끼고 머리를 고정시키고 3-40분이 걸리는 MRI촬영에 들어갔다. 그리고 MRI촬영이 시작되자마자 기묘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
MRI촬영 시의 요상한 굉음들이, 너무 느리게 느껴져서, 1초 동안의 파장조차도 '내게 종이를 주면 주파수를 그릴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 세밀하게 들렸다. 1초를 10으로 나누면 1/10초 단위의 시간 10개로 1초가 구성이 된다. 그걸 1부터 10까지로 이름을 붙여준다고 가정하자. 1초 동안 삐 거리는 소리가 9번 울린다면, 그 10개의 시간 중에 9개는 삐 소리를 내지만 1개는 삐 소리를 내지 않게 된다. 나는 그 당시에는, 그 소리가 나지 않는 1/10초가 5번인지 10번인지, 9번인지를 맞출 수 있겠다고 당시에는 확신을 가지고 생각했다. 얼핏 들으면 그냥 굉음이고 노이즈인데, 내 귀에는 너무 규칙성 있고 그 규칙성 사이에 약간의 변이가 있어서, 마치 모르스 부호처럼 그 소리의 변이를 통해서 이 MRI라는 장치를 개발한 사람 혹은 사람들이 '이 소리를 읽을 수 있는 사람만 읽어봐'라고 극소수의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는 '신호'를 남겨놓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그 소리들을 듣고 있으니, 그 굉음 사이의 변이적 소리를 통해, 내 시간개념을 튜닝(tuning)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마디로, 그 MRI소리가 내가 느꼈던 나에게만 시간이 느리게 간다, 는 그 문제를 '치료'하는 음악이라고 느꼈다. 그렇게 생각하니, B대학병원에 오길 잘했고, MRI 찍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다시 말하자면, 그 MRI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그 MRI의 소음이 누군가가 내게 주는 메시지이자, 일시적으로 뒤틀린 내 내적 시계(Inner clock)를 치료하는 음악이라고 느껴졌다. 정말 설명하기도 어렵지만, 읽으시는 분들은 짜증이 많이 나실 거라 생각한다. MRI촬영을 하고 나왔다. 역시나 나는 그때까지 다리를 올리는 움직임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어떤 방에 들어갔다. 물론 내가 들어간 것은 아니고, 나는 눈도 돌리지 못할 정도로 몸이 휠체어 위에서 완전히 굳어 있었고, 누군가가 내 휠체어를 밀어서 어떤 방에 들여보내주었다. 어떤 남자의 소리가 들렸다. "이 방에서 약물 농도를 조절할 거예요. 눈앞에 보이는 지시문대로 따라 하시면 됩니다." 그 지시문이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대강 내용은, 한 점에 시각의 초점을 맞추고, 그다음에는 보고 싶은 다른 한 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반복하라는 의미였다. 몸, 특히 눈동자마저 완전히 굳어져 있어서 내 눈이 멈춰져 있는 한 점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 상황에서 약물농도를 조절하려면, '온갖 노력을 다 해서' 고정된 시각적 초점을 정하고, 그쪽으로 내 시야의 초점을 옮기라는 말에, 정말 눈의 초점을 바꾸는 것이 무지막지하게 힘들었지만 어떻게든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 이제 어느 정도 약물 농도가 낮아졌으니, 나머지는 그냥 기다리시면 됩니다." 나는 또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휠체어를 밀어줘서 그 방에서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내 몸을 마비시킨 그 약물은 한참 동안 풀리지 않았다. 다만, 그 어떤 병원에도 이런 시설은 없다. 잠시 꿈을 꾼 것일까, CT촬영할 때 들은 소리를 왜곡한 것일까.
그 이후의 응급실에서의 기억은 부분 부분 분절되어 있다. 새벽 내내 계속 응급실 복도에서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어떤 남자분이 의료진에게 크게 화를 내는 소리도 기억한다. "아니, 이것 저것 검사 다 해놓고, 그냥 정상이라고 하면 그럼 끝이야? 뭐라고 얘기라도 해줘야 할 거 아니야? 그냥 정상입니다, 하면 그냥 가라는 거야?" 그런 광경들도, 눈을 돌리지 못하고 눈을 한 군데에 고정한 상태에서 귀로 듣기만 했다. 그분의 얼굴, 기억 안 난다. 본 적도 없다. 여러 번 언급했듯이 시야를 돌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응급실에서 자리가 없어서 응급실 바로 안쪽, 통로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는데, 매형의 도움으로 휠체어에서 내려서 복도에 환자 보호자들 기다릴 수 있도록 대기의자가 쭈욱 늘어져 있었는데, 거기 3개 정도 자리를 차지하고 몸을 뉘었다. 그리고 살짝 잠이 든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는데, 내 몸에 수액을 공급하고 있던 라인이 빠져있었다. 수액이 내 왼팔 환자복을 적시고 있었다. 내 몸을 굳게 만드는 수액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던 나는 일부러, 자세를 엎드려서 라인이 연결되어 있던 왼팔은 쭉 뻗고 주사 놓은 부위에 고개를 숙이고 엎드려 자는 척을 했다. 누가 슬쩍 봐도 수액라인이 빠졌는지를 모르게 하기 위함이었다. 응급실 내 대기번호가 109번으로 기억한다. 마침 매형이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는 상태였고, 109번 OOO님이라고 불렀는데, 분명 내가 109번이었는데 나는 자는 척을 하고 있었다. 그 순간 110번 환자로 기억하는 어떤 여성분이 네~하고 대답을 했다. 착각을 하셨던 것 같다. 그분께 사실은 내가 맞아야 하는 수액이 주입되기 시작했고, 내가 그 수액에 심한 구역감을 느낀 것 이상으로 그 여성분은 아주 심한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우웩- 하다가 거의 숨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그러면 안 되지만 "아,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 원래는 내게 주입되어야 할 수액이 그분께 주입되면서 심한 부작용을 낳았다. 사실이라면 중대한 의료사고다. 내가 이 병원에서 빨리 퇴원할 수 있는 구실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왼 팔에서 빠진 수액라인은 계속 내 왼쪽 환자복을 적시고 있었고, 나는 점점 '마비증상'에서 조금씩 풀려나고 있었다. 매형이 옆에 왔을 때, 그 약이 들어가는 것 마냥 '우웩'하는 구역질을 필사적인 노력이 필요하긴 했지만 어떻게든 해 낼 여유가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아마 2-3시간 정도 나는 그냥 방치되어 있었다. 그래서 매형께 이제 그만 퇴원시켜 달라고 조용히 말했다. 매형이 응급의학과 의사를 모셔왔다. 뭣이 기분이 좋은지, 나를 보며 연신 실실 웃는 표정의 - 원래 성격이 그러셨으리라 - 그분이 말씀하셨다. "가끔 탈수나 열이 나거나 체력이 갑자기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발생할 수는 있는데, 7-80대 노인들이나 치매에 걸린 분들이나 그렇지, 젊은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하기 힘들다."는 대강 그런 얘기였다. 분명히 섬망(Delirium)을 언급하는 듯했다. 섬망이란, 간단히 말해서 신체적인 질환이나 신체 능력의 저하로 일시적으로 뇌 기능도 저하되는 증후군을 뜻한다. 치매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분은 '뇌수막염/뇌염'의 가능성이 없지 않으니 뇌척수액 검사를 하거나, 혹은....."정신과"진료를 받으시기를 권하셨다. 뇌수막염/뇌염 얘기를 꺼내신 건, 아마 당최 원인 추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꺼낸 억지스러움이 느껴졌다. 뇌막이든 뇌척수액이든, 세균/바이러스 감염 시 대부분 끔찍한 두통과 발열, Leukocytosis(백혈구 증가) 및 CRP/ESR (염증 수치)등의 상승이 거의 대부분 동반된다. 하지만 내게는 그런 증상이 없었고, 다만 평소와는 다른 행동패턴 - 횡설수설하거나, 순간적으로 폭력적이 된다거나, 특히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다."는 정신착란적인 멘트에서, 응급실 막판에는 내게 '정신과 의사와의 면담'을 권했고, 당연히 나는 거절하고 퇴원수속을 진행하려 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들어가야 할 수액이 안 들어가고 있어서 내 몸은 점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매형에게 강력하게 말했다, 나중에 다시 온다 하더라도 오늘은 지금 당장 집에서 쉬고 싶다고. 매형은 "그래도 진단명은 제대로 듣고 가야 하지 않겠니?"라고 하시는데, 누구보다 내가 내 진단명을 아무도 확정 지을 수 없다는 걸 뻔히 알았다. 그래서 퇴원을 고집했고 매형도 응급실 의료진과 상의해 보겠다며 어딘가로 가셨는데. 또 그때 기묘한 경험을 했다.
직원과 매형이 주고받는 대화 내용이 들렸다.
"그래도 정신과적 문제일 수 있는데 정신과 의사는 만난 다음에 퇴원하셔야 하지 않을까요? 2차, 3차 병원에서는 민망하실 테니까 정신과 단과 전문병원 'OO병원'에 연락해서 그쪽으로 바로 입원하실 수 있도록 조치할게요. 오실 때 차 몰고 오셨죠?"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이제 겨우 퇴원하려 하니까, 정신과 병원에 입원시킨다니. 거기 가면 일단 초반에 약 빵빵하게 쓰고, 내 이 기묘한 경험들은 간략하게 증상으로 적히고, 추정진단에는 재수 없으면 Unspecified Psychotic disorder, 그나마 좀 사려 깊으신 분이면 Unspecified mental disorder 내지는 Delirium not otherwise specified 정도로 적히겠지. 정신과 입원기록은 10년이 고스란히 남는데, 정신과적 문제라는 확신도 없이, '수용'의 개념인 정신과 전문병원으로 보낸다니. 얼마 후 매형이 돌아오셨을 때 조용히 이렇게 말했다. "매형, 정신과 입원기록은 10년을 따라다닙니다. 이건 정말 신중하게 결정하셔야 해요." ※ 당시 머릿속에 스친 생각입니다. 의료기관은 진료기록을 10년간 보관해야 하지만, 정신과 기록을 포함한 진료기록은 본인 동의 없이 직장이나 학교에 공개되지 않습니다.
결국 내 고집 끝에, 오전 6시쯤, 자의퇴원 서약서에 서명을 하고 퇴원을 하게 되었다. 다만 퇴원 당시 타 정신과 전문병원으로 옮기려고 했다는 그 얘기는 누나고, 매형이고,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고 한다. 내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망상이나 생각이 소리로 옮겨간 환청일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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