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치료의 오랜 난제 하나는 속도입니다. 항우울제는 효과가 나기까지 보통 몇 주가 걸리고, 그동안 환자는 가장 위험한 시기를 견뎌야 합니다. 여러 약을 바꿔가며 몇 달을 보내는 일도 드물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기, 약을 아예 쓰지 않고 5일 만에 그 벽을 넘어보겠다는 접근이 있습니다.
자기장으로 뇌를 자극하는 경두개자기자극술(TMS) 을, 짧고 강하게 압축한 가속 TMS입니다. 스탠퍼드 연구진이 개발해 'SAINT'(또는 SNT)라 이름 붙인 이 프로토콜은 2022년 미국 FDA 승인까지 받았습니다. 오늘은 이 치료가 실제로 무엇이고,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지를 정리해봅니다.
⚠️ 이 글은 정보 제공용입니다. 치료 여부와 방법은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의하세요.
TMS가 뭔가요 — 약이 아닌 우울증 치료
먼저 기본부터. TMS는 약을 먹는 치료가 아닙니다. 머리 바깥에 자석 코일을 대고 자기장 펄스를 흘려보내, 우울증과 관련된 뇌 부위(주로 왼쪽 앞이마 아래, 배외측 전전두엽)를 자극하는 방식입니다. 전기충격요법(ECT)처럼 마취나 경련을 일으키지 않고, 깨어 있는 상태로 받습니다. 흉터도, 기억 손상도 없습니다.
TMS 자체는 새롭지 않습니다. 이미 미국 FDA와 국내 식약처 승인을 받아 국내 대형병원 상당수에서 시행되고 있고, 두 가지 이상의 항우울제에 반응하지 않는 치료저항성 우울증이 주요 대상입니다. 문제는 기존 방식이 주 5회씩 약 6주, 즉 서른 번 안팎을 매일 병원에 와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우울증으로 거동조차 힘든 사람에게 6주간 매일 출석은 그 자체로 큰 장벽입니다.
SAINT가 바꾼 것 — 6주를 5일로
가속 TMS의 발상은 단순합니다. 그 서른 번을 5일에 몰아서 하면 어떨까?
SAINT 프로토콜은 하루에 10번, 5일 동안 자극합니다. 한 번의 자극은 몇 분이면 끝나고, 세션 사이에 50분씩 쉽니다. 이렇게 5일이면 기존 6주 분량에 맞먹는 자극이 들어갑니다. 여기에 두 가지 기술이 더해집니다.
- iTBS(간헐 세타버스트 자극): 뇌의 자연스러운 리듬을 닮은 짧은 펄스 묶음을 쓰는 방식으로, 한 세션을 몇 분으로 줄여줍니다. 기존 방식의 37분을 몇 분으로 압축한 셈입니다.
- fMRI로 표적 맞춤: 치료 전에 기능적 MRI를 찍어, 그 사람에게 가장 효과적일 자극 지점을 개인별로 정확히 찾아냅니다. "대략 이 부위"가 아니라 "당신의 이 지점"을 겨냥하는 것이죠.
빠르게(가속), 정확하게(fMRI 표적), 뇌 리듬에 맞춰(iTBS) — 이 셋을 합친 게 SAINT입니다.
결과는 얼마나 좋았나
핵심 근거는 2022년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에 실린 이중맹검 무작위대조시험입니다. 치료저항성 우울증 환자를 진짜 자극군과 가짜 자극(위약)군으로 나눠, 환자도 의료진도 어느 쪽인지 모르게 한 엄격한 설계였습니다.
결과는 인상적이었습니다.
- 진짜 자극군의 약 79%가 4주 안에 관해(증상이 거의 사라진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가짜 자극군은 약 13%였습니다.
- 반응이 나타나기까지 평균 2.3일. 약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속도입니다.
- 치료는 대체로 잘 견뎠고, 심각한 부작용은 두드러지지 않았습니다.
핵심 — SAINT의 진짜 뉴스는 "TMS가 듣는다"가 아니라 "기존에 몇 주 걸리던 것을 5일로 당겼고, 그것도 약이 다 실패한 사람들에게서" 입니다. 속도와 대상, 둘 다가 의미였습니다.
이 결과로 FDA는 2022년 9월 SAINT 시스템(Magnus Medical)을 치료저항성 우울증에 승인했습니다.
그런데 이 숫자를 어떻게 읽어야 하나
79%라는 숫자는 분명 눈길을 끕니다. 하지만 여기서 냉정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 시험의 참가자는 단 29명이었습니다. 진짜 자극군은 그중 절반 남짓이었고요. 소규모 임상에서는 결과가 실제보다 크게 나오는 일이 흔합니다. 79%가 수천 명 규모에서도 그대로 재현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큰 병원에서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확인하는 연구가 이어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효과가 얼마나 오래가는지도 열린 질문입니다. 연구진은 추적 기간 동안 상당수에서 호전이 유지됐다고 봤지만, 그 지속 기간은 아직 분명하지 않습니다. 관해에 빨리 도달하는 것과 그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고, 재발 시 어떻게 이어갈지도 정리가 더 필요합니다.
그래서 정직한 요약은 이렇습니다. "매우 유망하지만, 아직 작은 연구 하나가 연 문" 입니다. 화제성만큼의 확신을 갖기에는 근거의 무게가 더 쌓여야 합니다. 앞서 다룬 환각제 치료의 검증 문제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정신과 치료는 결과의 크기만이 아니라 그 결과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느냐로 판단해야 합니다.
국내에서도 받을 수 있나요
일반적인 TMS는 이미 국내에서 널리 시행됩니다. 다만 몇 가지 구분이 필요합니다.
- 표준 TMS(주 5회, 수주간)는 국내 여러 병원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 SAINT식 가속 프로토콜(fMRI 표적 + 5일 집중)은 장비와 절차가 특수해, 국내에서는 아직 제한적이고 시행 기관이 많지 않습니다.
- 비용 부담이 있습니다. TMS는 보험 적용이 제한적인 편이라, 받기 전에 적응증과 비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TMS는 아무에게나 권하는 1차 치료가 아닙니다. 여러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은 치료저항성 우울증이 주 대상이고, 뇌전증 병력이나 머리 부위 금속 이식물 등 받을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관심이 있다면 지금 다니는 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와 상의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치료저항성 우울증 전반은 관련 글을 참고하세요.)
💬 짚고 넘어갈 점
저는 이런 소식을 환자분께 전할 때 두 가지를 같이 말씀드립니다. 하나는 희망이고, 하나는 균형입니다.
희망 쪽부터. 약을 네 개, 다섯 개 바꿔도 그대로였던 분들에게 "약 말고 다른 길이 있다"는 건 정말 큰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몇 주가 아니라 며칠 안에 반응이 온다는 건, 가장 위태로운 시기를 빨리 건너게 해준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뇌를 직접, 그러나 부드럽게 다룬다는 이 접근에 저도 설렙니다.
그런데 균형도 놓치면 안 됩니다. 29명짜리 연구 하나로 모든 게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저는 "곧 모두가 5일 만에 낫는다"는 식의 기대는 경계합니다. 좋은 치료일수록 시간을 두고 검증받아야 진짜가 되니까요. 지금은 "매우 유망한 카드가 하나 늘었다" 정도가 맞고, 그것만으로도 치료저항성 우울증을 앓는 분들에게는 충분히 반가운 소식입니다.
우울증 치료의 역사는 조금씩 빨라져 온 역사이기도 합니다. 몇 주 걸리던 것이 며칠로, 여러 번의 시도가 한 번의 집중으로. SAINT는 그 방향의 최신 이정표입니다. 다만 이정표는 도착지가 아닙니다. 이 치료가 더 큰 무대에서도 같은 성적을 낸다면, 그때는 우울증 치료의 시간표가 정말로 바뀔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그 가능성을, 기대와 신중함을 반씩 담아 지켜볼 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