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를 들으면서 메일을 쓰고, 그 와중에 울리는 메신저에 답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여러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을 '멀티태스킹 능력'이라 부르고, 심지어 이력서의 자기소개란에 자랑스럽게 적기도 합니다. 바쁘게 여러 개를 동시에 굴리고 있으면 왠지 유능하고 생산적인 사람이 된 것 같으니까요.
그런데 정말 우리 뇌는 여러 일을 동시에 해낼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가 멀티태스킹이라 믿는 것의 정체는 생각과 꽤 다릅니다.
뇌는 동시에 하지 않는다, 빠르게 갈아탈 뿐
핵심부터 짚죠. 서로 다른 두 가지 인지 과제를 진짜로 동시에 처리하는 능력은 우리에게 없습니다. 우리가 하는 건 '동시 처리'가 아니라 두 과제 사이를 빠르게 오가는 '전환'입니다. 그리고 이 전환은 공짜가 아닙니다.
과제를 번갈아 수행할 때 드는 비용을 잰 실험을 보면, 하던 일을 멈추고 다른 일로 갈아탈 때마다 시간 손실이 발생했고, 그 손실은 과제가 복잡할수록 더 커졌습니다1. 뇌가 '이제 이 규칙 말고 저 규칙'이라고 목표를 바꿔 다시 세팅하는 데 매번 시간이 들기 때문입니다. 멀티태스킹을 하는 동안 우리는 그 전환 비용을 계속, 조금씩 지불하고 있는 셈입니다.
손이 아니라 '주의'가 병목이다
실험실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현실에서 이 한계가 드러나는 대표적 장면이 운전입니다.
운전 시뮬레이터 연구에서, 라디오를 듣거나 녹음된 책을 듣는 것은 운전을 방해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전화로 대화를 나누자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손에 들지 않는 핸즈프리로 통화해도, 운전자가 신호를 놓칠 확률이 두 배로 늘었습니다2. 여기서 중요한 건, 문제가 '손'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손은 자유로웠는데도 성능이 무너졌으니까요. 병목은 주의였습니다. 대화라는 또 하나의 사고 과제가 운전에 쓰여야 할 주의를 빼앗아간 겁니다. 두 개의 주의 과제가 부딪히면, 그중 하나는 반드시 대가를 치릅니다.
핵심. 멀티태스킹은 병렬 처리가 아니라 빠른 전환입니다. 그리고 그 전환은 시간, 실수, 흩어진 주의라는 비용을 조용히 청구합니다. 바쁘다는 느낌이 곧 많이 해냈다는 뜻은 아닙니다.
'멀티태스킹 고수'라는 사람들의 반전
가장 뜻밖의 대목은 여기입니다. 그럼 평소에 멀티태스킹을 많이 하는 사람은, 하도 많이 해서 남들보다 잘하게 됐을까요.
여러 매체를 동시에 다루는 습관이 강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교한 연구에서,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미디어 멀티태스킹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불필요한 자극과 기억 속 방해 정보에 더 쉽게 휘둘렸습니다. 즉 주의를 걸러내는 능력이 더 나빴던 것이죠3. 스스로 멀티태스킹에 능하다고 느끼는 감각과, 실제 수행 능력이 어긋나 있었던 셈입니다. 다만 이 특정 결과는 이후 재현 연구에서 엇갈리기도 해, '많이 할수록 더 못한다'까지 단정하긴 조심스럽습니다. 그럼에도 '많이 한다고 잘하게 되는 건 아니다'라는 방향은 대체로 일관됩니다.
| 통념 | 실제 |
|---|---|
| 뇌는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한다 | 빠르게 전환할 뿐, 병렬 처리는 아니다 |
| 멀티태스킹은 시간을 아낀다 | 전환 비용 때문에 오히려 느려진다 |
| 핸즈프리면 딴짓해도 괜찮다 | 병목은 손이 아니라 주의다 |
| 많이 하면 능숙해진다 | 오히려 산만해질 수 있다 |
그럼 아무것도 동시에 못 하나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걸으면서 대화하기처럼, 한쪽이 거의 자동화된 일이라면 얼마든지 병행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두 가지 모두가 주의와 사고를 요구할 때입니다. 그럴 때 동시에 하려 들면, 각 일이 느려지고 실수가 늘며, 기억과 학습은 나빠지고 스트레스만 커집니다.
멀티태스킹이 유능함처럼 느껴지는 건, 전환이 워낙 빨라 '동시에 하고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고, 여러 개를 분주히 건드리는 감각이 '생산적'이라는 기분을 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분주함과 성과는 다릅니다. 알림을 잠시 끄고, 한 번에 하나씩 몰입해 끝내는 편이 대개 더 빠르고 정확합니다. 여러 공을 동시에 던지는 저글러가 실은 매 순간 공 하나씩만 손에 쥐고 있듯, 우리 주의도 그렇게 하나씩만 잡을 수 있으니까요. 두뇌를 둘러싼 다른 오해들, 이를테면 우리는 뇌의 10%만 쓴다거나 좌뇌·우뇌형 인간이 있다는 이야기처럼, 이 역시 그럴듯함이 사실을 앞지른 경우입니다.
참고 자료
- 과제 전환의 실행 통제와 전환 비용 (Rubinstein 등, J Exp Psychol Hum Percept Perform 2001): PubMed
- 운전과 휴대전화 통화의 이중과제 연구 (Strayer·Johnston, Psychol Sci 2001): PubMed
- 미디어 멀티태스커의 인지 통제 (Ophir 등, PNAS 2009): PubM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