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우뇌형이라 수학은 원래 잘 못해요." "우리 애는 좌뇌형이라 그림엔 소질이 없나 봐요."
이런 말, 익숙하시죠. 좌뇌형은 논리적이고 분석적이며, 우뇌형은 창의적이고 감성적이라는 이야기. 한국에서는 여기에 '우뇌 계발', '전뇌학습' 같은 교육 상품까지 붙어서, 아이의 뇌를 균형 있게 개발한다는 프로그램에 적잖은 돈이 오갑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의 출발점인 "사람은 좌뇌형과 우뇌형으로 나뉜다"는 전제 자체가 뇌과학에서 확인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정면으로 검증됐다가 부정됐습니다.
먼저, 판정부터
| 흔히 듣는 말 | 판정 |
|---|---|
| 사람은 좌뇌형·우뇌형으로 나뉜다 | 1,011명 스캔에서 그런 사람 없음 |
| 좌뇌는 논리, 우뇌는 창의 | 창의성도 논리도 양쪽 협업 |
| 뇌의 좌우 기능 차이는 다 헛소리 | 아니다, 한쪽에 몰린 기능은 실재한다 |
| 우뇌를 계발하면 창의력이 는다 | 근거 없는 교육 신화 |
| 언어는 무조건 좌뇌에 있다 | 확실한 왼손잡이는 27%가 오른쪽 |
| 분할뇌 환자 안엔 두 개의 마음이 산다 | 다시 검사해 보니 의식은 하나였다 |
| 한국은 이런 신화에서 좀 낫겠지 | 예비교사 정답률 10% 미만 |
① 1,011개의 뇌를 스캔했더니
핵심 연구부터 보겠습니다. 2013년, 7세에서 29세 사이 1,011명의 뇌를 기능적 MRI로 스캔해 좌뇌형/우뇌형 가설을 정면으로 검증한 논문입니다1.
연구진이 본 건 이겁니다. 어떤 사람은 왼쪽 뇌의 연결망이 전반적으로 더 강하고, 다른 사람은 오른쪽이 더 강한 식으로 '유형'이 갈리는가. 뇌 전체를 7,266개 조각으로 잘게 나눠, 한 사람 안에서 한쪽 편이 일관되게 더 강한 패턴이 있는지 샅샅이 뒤졌습니다.
결과는 분명했습니다.
"우리 데이터는 개인마다 '좌뇌형' 또는 '우뇌형' 네트워크가 전반적으로 더 강하다는 뇌 표현형과 일치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렇게 정리합니다.
"한쪽으로 치우치는 성질은 뇌 전체의 성질이 아니라, 부분 부분의 성질로 보인다."
핵심 — 풀어 쓰면 이렇습니다. 특정 기능(언어, 공간 주의 등)이 한쪽 뇌에 치우쳐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게 사람 전체를 좌뇌형·우뇌형으로 나누는 건 아닙니다. 누구의 뇌든 어떤 기능은 왼쪽에, 어떤 기능은 오른쪽에 치우쳐 있고, 그 둘이 늘 함께 일합니다. "한쪽 뇌를 지배적으로 쓰는 사람"은 이 대규모 스캔에서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② 그런데 좌우 차이 자체는 진짜입니다
여기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이 글은 "좌우 뇌 차이는 다 헛소리"라고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건 반대쪽으로 틀린 겁니다.
어떤 기능이 한쪽 뇌에 몰려 있는 건 실재하는 현상입니다. 말을 만들고 알아듣는 영역은 대부분의 사람에게서 왼쪽에 있고, 얼굴을 알아보거나 공간을 살피는 일은 오른쪽에 치우쳐 있습니다. 이건 확립된 사실이에요.
이 사실이 어디서 왔냐면, 1960년대 스페리의 분할뇌 연구입니다. 약으로 잡히지 않는 간질을 치료하려고 좌우 뇌를 잇는 다리를 끊은 환자들을 관찰했더니, 두 쪽이 서로 다른 일에 특화돼 있다는 게 드러났죠. 스페리는 이 공로로 1981년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이 발견이 대중서와 자기계발서를 거치면서 "분석형은 좌뇌, 창의형은 우뇌"라는 성격 유형론으로 부풀려졌습니다. 정작 원 연구는 그런 성격 분류를 말한 적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스페리가 본 건 뇌량이 끊긴 특수한 상태였고, 멀쩡한 뇌에서는 두 반구가 그 다리를 통해 쉴 새 없이 협업합니다. 끊어놓고 본 차이를, 붙어 있는 뇌에 그대로 적용한 게 이 신화의 뿌리입니다.
그런데 그 분할뇌 이야기마저도 최근에 한 번 흔들렸습니다. 교과서에는 "왼쪽 시야에 보여준 것은 왼손으로만 반응할 수 있고 말로는 설명하지 못한다"고 적혀 있는데, 좌우 뇌를 잇는 다리가 완전히 끊긴 것이 영상으로 확인된 환자 두 명을 여러 과제로 다시 검사해 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은 시야 어느 쪽에 무엇이 나타났든 그것이 있다는 걸 알아차렸고, 위치·방향·정체를 우연 이상으로 맞혔습니다2.
연구진의 결론이 인상적입니다. 다리를 끊으면 보는 일은 갈라지지만, 그 안에 의식이 둘로 나뉘어 살고 있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한 사람 안에 두 개의 마음"이라는, 대중서가 가장 좋아하던 그림이 원본에서부터 과장이었던 셈입니다.
③ "창의성은 우뇌"라는 말의 진실
통념의 핵심은 창의성입니다. 창의력은 우뇌에서 나온다는 것.
창의성 관련 뇌영상 연구들을 모은 메타분석이 이 주장을 직접 검증했습니다3. 결론은 이렇습니다.
"창의성은 어느 한 뇌 영역에 결정적으로 기대지 않으며, 오른쪽 뇌나 왼쪽 뇌와 특별히 연관되지도 않는다."
"어떤 분야든 창의적인 작업에는 양쪽 뇌가 주고받는 과정이 필요하다."
창의성은 오히려 양쪽 뇌에 걸친 여러 연결망이 함께 작동하는 일이었습니다.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도, 그걸 다듬고 평가하는 것도 좌우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논리도 마찬가지고요. "창의는 우뇌, 논리는 좌뇌"라는 깔끔한 분업은 뇌 안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 가지 더. "언어는 좌뇌"라는 것조차 모두에게 참은 아닙니다. 건강한 사람 326명의 뇌혈류를 재면서 단어를 떠올리게 해 언어가 어느 쪽에서 처리되는지 직접 확인한 연구가 있습니다4.
| 손잡이 | 언어를 오른쪽 뇌에서 처리하는 비율 |
|---|---|
| 확실한 오른손잡이 | 4% |
| 양손잡이에 가까운 사람 | 15% |
| 확실한 왼손잡이 | 27% |
왼손잡이 쪽으로 갈수록 반듯한 직선을 그리며 늘어납니다. 확실한 왼손잡이라면 네 명 중 한 명 이상이 "언어는 좌뇌"라는 교과서 문장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뇌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개인차가 크고, 깔끔한 지도로 나눠지지 않습니다.
④ 정작 이 신화를 믿는 건 선생님들입니다
이 대목이 씁쓸합니다. 좌뇌/우뇌 신화가 가장 깊이 뿌리내린 곳이 다름 아닌 교육 현장입니다.
영국과 네덜란드 교사 242명에게 뇌에 관한 여러 통념을 물은 연구가 있습니다5. "좌뇌/우뇌의 지배 차이로 학습자 간 개인차를 설명할 수 있다"는 문항에, 영국 교사의 91%, 네덜란드 교사의 86%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학습자를 뇌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고 믿은 거죠.
이건 흔히 함께 다니는 '학습유형(시각형·청각형·체감형)' 신화와 더불어, 교사들이 가장 많이 믿는 뇌 신화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연구진이 짚은 대목이 뼈아픕니다.
"신경과학의 교실 적용에 열의를 가진 교사일수록, 사이비 과학과 과학적 사실을 구별하기 어려워한다."
배우려는 의욕이 오히려 신화를 더 깊이 받아들이게 만든다는 겁니다. OECD도 이런 현상을 아예 '뇌 신화(neuromyth)'라는 이름으로 규정했습니다. 뇌 연구의 사실을 오해하거나 잘못 인용해 교육 등에 갖다 붙이는 것이라고요.
⑤ 그럼 한국은 다를까요
'우뇌 계발' 상품이 국내에서 팔리는 걸 보면 짐작은 가지만, 짐작으로 쓰고 싶지 않아 국내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있었습니다.
교사가 되려고 준비 중인 대학생 521명(초등교육 전공 269명, 중등교육 전공 252명)에게 뇌에 관한 통념을 물은 국내 연구입니다(박수원 등, 「예비교사의 신경계신화 수준과 예측요인」, 교원교육 2016). 결과는 영국·네덜란드보다 오히려 더합니다.
- "좌뇌형·우뇌형 학생이 있다"는 문항을 제대로 짚어낸 비율은 10%가 채 되지 않았습니다.
- 함께 다니는 학습유형 신화(시각형·청각형·체감형) 문항은 더 심해서, 정답률이 1%가 안 됐습니다. 백 명 중 한 명도 못 맞힌 겁니다.
그런데 저를 멈추게 한 건 이 연구가 찾은 예측요인 쪽이었습니다. 뇌 지식이 교육에 도움이 된다고 믿을수록, 뇌가 변할 수 있다는 지식을 많이 알수록, 방송이나 학술지로 뇌 이야기를 자주 접할수록 — 신화를 더 많이 믿었습니다.
영국·네덜란드 연구가 발견한 "열의가 있는 교사일수록 사이비 과학을 가려내기 어려워한다"는 결론과 정확히 겹칩니다. 나라도, 언어도, 교육 제도도 다른데 같은 패턴이 나온 겁니다. 관심이 없어서 속는 게 아니라, 관심이 많아서 속습니다. 참고로 이 조사는 아직 학생 신분인 예비교사를 대상으로 한 것이고, 현직 교사를 상대로 한 국내 조사는 제가 찾지 못했습니다.
⑥ 그래서 뭐가 문제인가
"재미로 믿는 건데 뭐 어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라벨은 생각보다 사람을 가둡니다.
"나는 우뇌형이라 수학은 원래 안 돼"라고 믿는 아이는, 수학이 어려울 때 노력이 아니라 뇌 탓을 하며 일찍 포기합니다. "우리 애는 좌뇌형이라 예술엔 소질 없어"라고 믿는 부모는, 아이가 그림에 흥미를 보여도 진지하게 받아주지 않을 수 있고요. 타고난 뇌 유형이라는 말에는 "그러니 바꿀 수 없다"는 체념이 딸려 옵니다. 그런데 그 전제 자체가 틀렸습니다.
그리고 이건 MBTI나 혈액형 성격설과 정확히 같은 함정입니다. 연속적이고 개인차 큰 것을 억지로 몇 개의 유형으로 잘라, 사람을 그 상자 안에 넣는 것. 다만 좌뇌/우뇌 신화는 '뇌과학'이라는 옷을 입고 있어서 더 그럴듯하게 들립니다. 그럴듯할수록 더 조심할 이유가 됩니다.
💬 전문의 한마디
부모님들이 가끔 "우리 아이 뇌 유형 검사"를 어디서 받으면 되냐고 물으십니다. 그 마음은 압니다. 아이를 이해하고 싶고, 잘 맞는 방향으로 이끌어주고 싶은 거죠. 다만 그 검사가 알려주는 '좌뇌형/우뇌형'은 뇌를 실제로 들여다본 결과가 아닙니다. 설문 몇 개의 답을 두 상자로 나눈 것뿐이에요.
저는 이 신화가 특히 아쉽습니다. 다른 유형론과 달리 '뇌'를 내세우기 때문에, 아이 스스로 "내 뇌가 원래 그래"라고 믿어버리기 쉽거든요. 그 믿음은 조용히 아이의 가능성을 깎습니다. 수학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아직 안 해본 것일 뿐인데, 뇌 탓으로 결론 내면 시도 자체를 멈추게 되죠.
그러니 아이에게 "너는 무슨 뇌형"이라는 말은 안 하셨으면 합니다. 대신 "이건 아직 연습이 덜 됐네" 정도면 충분합니다. 뇌는 상자가 아니라, 쓸수록 길이 나는 곳이니까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면, 뇌 1,011개를 스캔해도 좌뇌형인 사람도 우뇌형인 사람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우리 모두의 뇌는 어떤 일은 왼쪽에, 어떤 일은 오른쪽에 맡기고, 그 둘을 부지런히 잇대어 씁니다.
그러니 "나는 우뇌형이라"라는 말로 무언가를 미리 접어두셨다면, 그 접힌 부분을 다시 펴보셔도 좋겠습니다. 당신의 뇌는 한쪽에 갇혀 있지 않으니까요.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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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Nielsen 등, PLoS ONE 2013 ↩
- Pinto 등, Brain 2017 ↩
- Boccia 등, Front Psychol 2015 ↩
- Knecht 등, Brain 2000 ↩
- Dekker 등, Front Psychol 2012 ↩
- 국내 예비교사 521명의 뇌 신화 조사, 박수원 등, 교원교육 2016: KC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