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두 시, 가슴이 살짝 뻐근합니다. 검색창에 '가슴 통증'을 칩니다. 스크롤을 내리다 '심근경색'이라는 단어에서 심장이 철렁합니다. 이번엔 '가슴 통증 심장'을 칩니다. 더 무서운 글이 나옵니다. 그렇게 한 시간, 두 시간… 아침이 밝아옵니다. 낮에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습니다. "이상 없습니다." 그 순간 잠깐 숨이 트입니다. 그런데 며칠 뒤, 이번엔 두통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다시 검색창 앞에 앉습니다.

이 장면이 남 일 같지 않다면, 오늘 글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건강염려증, 요즘 진단명으로는 질병불안장애 이야기입니다.

먼저, 이건 꾀병이 아닙니다

건강염려증이라는 말에는 억울한 뉘앙스가 있습니다. "멀쩡한데 병 있다고 우기는 사람", "관심받고 싶어서 아픈 척하는 사람"처럼 들리거든요. 진료실에서 이 말을 조심스럽게 꺼내면 대부분 발끈하십니다. "제가 지어낸다는 거예요?"

아닙니다. 분명히 해두겠습니다.

  • 느끼는 증상은 진짜입니다. 가슴이 뻐근하고, 머리가 지끈거리고, 속이 울렁이는 그 감각은 실제로 느끼는 것입니다. 꾸며낸 게 아닙니다.
  • 그런데 그 감각의 정체가 대개 '큰 병'은 아닙니다. 사람 몸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가지 사소한 신호가 오갑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걸 흘려보내는데, 건강염려증에서는 그 신호 하나하나가 재앙의 전조로 해석됩니다.

즉 문제는 몸이 만들어내는 감각이 아니라 그 감각을 읽는 방식과, 그 뒤에 이어지는 행동의 고리에 있습니다. 병을 지어내는 게 아니라, 불안이 몸을 향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름이 바뀐 이유

예전에 '건강염려증(hypochondriasis)'이라 부르던 것을, 지금 진단 체계는 두 가지로 나눕니다.

  • 질병불안장애 — 뚜렷한 신체 증상은 거의 없는데도 '큰 병에 걸렸을까 봐'라는 걱정에 사로잡히는 경우.
  • 신체증상장애 — 실제 신체 증상(통증·피로 등)이 있고, 거기에 과도한 걱정과 시간·에너지가 매달리는 경우.

둘의 경계가 늘 또렷하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건 이름이 아니라 공통된 핵심입니다. 증상 자체보다, 그 증상을 둘러싼 불안과 몰두가 삶을 잡아먹는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건 드문 일이 아닙니다. 영국의 다섯 개 진료과(신경과·호흡기내과·소화기내과·심장내과·내분비내과)를 찾은 외래 환자 2만 8,991명에게 설문을 돌렸더니, 19.8%가 문제가 될 만한 수준의 건강불안에 해당했습니다1.

진료과건강불안에 해당한 비율
신경과24.7%
호흡기내과20.9%
소화기내과19.5%
심장내과19.1%
내분비내과17.5%

대기실에 앉은 다섯 명 중 한 명 꼴입니다. 그러니 지금 이 글을 읽으며 뜨끔하셨다면,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 당신 혼자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왜 저절로 안 낫는가: 악순환의 고리

건강염려증을 이해하는 열쇠는 악순환의 고리입니다. 이걸 그림으로 보면 왜 이 병이 저절로 안 풀리는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건강염려증의 악순환 고리 — 몸의 사소한 감각을 감지하면 '큰 병일까' 재앙적으로 해석하고, 불안이 치솟아 검색·병원방문·몸 확인 같은 확인 행동을 한다. 그러면 잠깐 안심되지만 곧 불안이 되돌아오고, 몸에 더 예민해져 다시 감각을 감지하는 자리로 돌아온다 (마음뉴스 제작)
건강염려증의 악순환 고리 — 몸의 사소한 감각을 감지하면 '큰 병일까' 재앙적으로 해석하고, 불안이 치솟아 검색·병원방문·몸 확인 같은 확인 행동을 한다. 그러면 잠깐 안심되지만 곧 불안이 되돌아오고, 몸에 더 예민해져 다시 감각을 감지하는 자리로 돌아온다 (마음뉴스 제작)

고리는 이렇게 돕니다.

1. 감지. 몸의 사소한 감각을 알아챕니다(두근거림, 뻐근함, 저림). 2. 재앙적 해석. "이거 심장병 아냐?" 최악의 가능성으로 점프합니다. 3. 불안 급상승. 심장이 더 뛰고, 근육이 긴장하고… 그 결과 몸의 증상이 실제로 더 심해집니다. 불안이 만든 증상을 병의 증거로 오해하게 되죠. 4. 확인 행동. 검색하고, 병원을 찾고, 맥을 짚어보고, 가족에게 "나 괜찮아 보여?"라고 묻습니다. 5. 잠깐의 안도. "이상 없다"는 말에 잠시 풀립니다. 6. 되돌아옴. 안도는 오래가지 않습니다. 며칠 뒤 다른 증상에서 고리가 다시 시작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확인 행동이 주는 안도는 진통제 같은 것입니다. 당장은 아픔을 덜어주지만 병의 뿌리를 건드리지 않고, 오히려 "확인해야만 안심된다"는 회로를 강화합니다. 그래서 확인할수록 더 확인해야 하는 몸이 되어갑니다.

검색은 왜 불을 끄지 못하나 (사이버콘드리아)

이 고리에 인터넷이 기름을 부었습니다. 증상 검색이 불안을 키우는 현상에 사이버콘드리아(cyberchondria) 라는 이름까지 붙었습니다.

검색이 안심을 주지 못하는 데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 검색 결과는 흔한 병과 무서운 병을 나란히 보여줍니다. '두통'을 치면 긴장성 두통 옆에 뇌종양이 함께 뜹니다. 불안한 눈은 무서운 쪽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 정보의 신뢰도가 제각각입니다. 어떤 걸 믿어야 할지 알 수 없으니, 확실해질 때까지 계속 찾게 됩니다.
  • 검색은 결코 '확실한 정상'을 주지 않습니다. 확신이 있어야 안심되는 사람에게, 답이 애매한 검색은 안심이 아니라 연료입니다.

연구들은 일관되게 보여줍니다. 건강불안이 높은 사람일수록 더 자주, 더 오래 검색하고, 그 검색이 다시 불안을 키우는 양방향의 악순환이 돈다는 것. 검색을 멈추지 못하는 것 자체가 이미 고리의 일부입니다.

그런데 이게 개인의 습관 문제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앞서 본 영국 연구진이 같은 병원 네 개 진료과에서 4년 간격을 두고 같은 조사를 다시 했습니다. 건강불안에 해당하는 환자 비율이 14.9%(362명 중 54명)에서 19.9%(5,704명 중 1,132명)로 늘었습니다. 특히 소화기내과에서 크게 올랐고, 내분비내과에서는 변화가 없었습니다2. 연구진이 붙인 부제가 "아마도 사이버콘드리아"였습니다.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자료가 하나 더 있습니다. 1985년부터 2017년까지 대학생을 대상으로 건강불안을 잰 연구 68편, 2만 2,413명분을 모아 시간 순으로 늘어놓았더니, 점수가 꾸준히 올라가는 흐름이 보였습니다3.

물론 이건 시대의 흐름을 겹쳐 본 것이라 "인터넷 때문"이라고 못 박을 수는 없습니다. 진단 기준이 바뀌고, 마음의 문제를 말하는 것이 예전보다 덜 부끄러운 일이 된 영향도 섞여 있을 겁니다. 다만 검색창이 생기기 전보다 지금 사람들이 자기 몸을 더 무서워한다는 것만큼은, 여러 자료가 같은 쪽을 가리킵니다.

재확인의 역설

여기서 가장 반직관적이지만 중요한 사실이 나옵니다. 안심시켜 주는 것이 오히려 병을 키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상식적으로는 "괜찮다고 확실히 말해주면 안심하겠지" 싶습니다. 그런데 건강염려증에서는 반대입니다. 불필요한 재확인(반복 검사, "정말 괜찮아"라는 반복된 보증)은 잠깐의 안도를 주는 대신, "확인받아야만 견딜 수 있다"는 믿음을 강화합니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불필요한 의학적 재확인을 줄이는 것이, 재확인을 계속 제공하는 것보다 건강불안을 더 낮췄습니다.

이게 치료가 까다로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환자는 "확실한 검사 한 번만 더"를 원하는데, 그 검사가 바로 병을 지속시키는 연료라서요. 그렇다고 실제 병을 놓쳐서도 안 되니, 어디까지 검사하고 어디서 멈출지를 정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 기술이 됩니다.

"그러다 진짜 병이면요?"

당연히 나오는 질문이고, 아주 중요한 질문입니다. 건강염려증이라는 딱지가 실제 질병을 가리는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순서가 있습니다. 먼저 필요한 만큼의 검사로 실제 병이 아닌지 확인합니다. 이건 건너뛰면 안 됩니다. 다만 그 확인이 끝난 뒤에도 걱정이 가라앉지 않고 검사 결과를 믿지 못해 같은 검사를 반복하게 된다면, 그때는 초점을 '몸에 병이 있나'에서 '왜 안심이 안 되나'로 옮길 때입니다. 후자가 진짜 다뤄야 할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 전환을 혼자 하기는 어렵습니다. "검사 그만하라"는 말이 "내 고통을 무시한다"로 들리기 쉬우니까요. 그래서 이 병은 몸을 보는 의사와 마음을 보는 의사가 같은 편이라는 신뢰 위에서 다뤄져야 합니다.

걱정이 몸에 아무 일도 안 하는 건 아닙니다

이 대목은 조금 조심스럽게 씁니다. 읽고 나서 검색창을 열지 않으셨으면 해서요. 그래도 말씀드리는 게 맞다고 봅니다.

노르웨이에서 성인 7,052명을 12년 동안 따라간 연구가 있습니다. 처음에 건강불안 설문을 매겨 가장 걱정이 심한 10%를 따로 표시해 두고, 그 뒤로 누가 심장혈관이 막히는 병(허혈성 심장병)에 걸리는지 세어 봤습니다4.

  • 걱정이 심했던 쪽에서는 100명 중 6명이 그 병을 얻었습니다.
  • 그렇지 않은 쪽에서는 100명 중 3명이었습니다.
  • 혈압·콜레스테롤·흡연·운동 같은 심장병 위험요인을 감안해 다시 계산해도 차이는 남았습니다. 대략 1.7배였고, 걱정이 심할수록 위험도 조금씩 더 높아지는 흐름이었습니다.

이 결과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저는 이렇게 읽습니다. 첫째, "당신 걱정은 몸에 아무 일도 아니다"라는 말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오래 켜져 있는 불안은 심장을 쉬게 두지 않습니다. 둘째, 그러니 건강불안은 참고 견딜 성격 문제가 아니라 다뤄야 할 문제입니다. 셋째 — 이게 제일 중요한데 — 이 숫자는 "그러니 더 걱정하라"는 뜻이 아니라 정반대입니다. 위험을 줄이는 길은 검사를 한 번 더 받는 쪽이 아니라, 불안 자체를 치료하는 쪽에 있습니다.

치료: 고리를 끊는 법

좋은 소식으로 넘어가겠습니다. 건강염려증은 치료가 잘 되는 병입니다. 그리고 가장 먼저 권하는 치료는 약이 아니라 심리치료입니다.

이건 인상이 아니라 오래 따라가 본 결과입니다. 영국의 다섯 개 진료과에서 건강불안이 뚜렷한 환자 444명을 무작위로 나눠, 한쪽은 평소대로 진료를 받게 하고 다른 한쪽은 간호사에게 평균 6회의 인지행동치료를 받게 했습니다. 그리고 8년 뒤까지 따라갔습니다(306명이 끝까지 남았습니다).

  • 8년이 지난 시점에도 건강불안 점수는 치료를 받은 쪽이 더 낮았습니다.
  • 우울 점수의 차이는 더 뚜렷했습니다. 연구진은 이걸 뒤집어 말합니다 — 평소대로만 진료받은 쪽에서 우울이 자라났다고요5.

두 가지가 눈에 띕니다. 하나는 여섯 번이라는 횟수입니다. 몇 년을 다녀야 하는 치료가 아닙니다. 다른 하나는 그걸 정신과 전문의가 아니라 훈련받은 간호사가 했다는 점입니다. 특별한 사람만 받을 수 있는 치료가 아니라는 뜻이죠.

인지행동치료 — 생각의 습관과 행동을 함께 바꾸는 치료입니다 — 는 앞의 고리를 그대로 겨냥합니다.

  • 재앙적 해석 다루기. "뻐근함 = 심장병"이라는 자동적 점프를 알아차리고, 더 현실적인 해석으로 바꾸는 연습입니다.
  • 확인 행동 줄이기. 검색, 맥 짚기, 반복 검사, 재확인 요청을 조금씩 줄여나갑니다. 처음엔 불안이 오르지만, 확인하지 않아도 불안이 저절로 가라앉는 것을 몸으로 배우면 고리가 헐거워집니다. (반복 확인을 다루는 원리는 강박장애 치료와 통하는 데가 있습니다.)
  • 몸에 대한 과잉 경계 낮추기. 온몸을 스캔하듯 감시하던 주의를 바깥세상으로 돌리는 훈련입니다.

함께 온 우울이나 불안이 심하면 약(우울·불안에 흔히 쓰는 세로토닌 계열) 이 같이 쓰이기도 합니다. 다만 중심은 어디까지나 고리를 끊는 것입니다. 관련해서 범불안장애공황장애 글도 함께 보시면 불안이 몸으로 드러나는 방식이 더 선명해집니다.

가족이 자주 하는 실수

가족 중에 이런 분이 있으면 참 지칩니다. "이번엔 진짜 이상한 것 같아"라는 말에 매번 병원을 함께 가고, "괜찮아, 걱정 마"를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하니까요.

그런데 앞에서 봤듯이, 끝없이 안심시켜 주는 것이 실은 고리를 함께 돌려주는 일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만 좀 해"라고 차갑게 끊는 것도 답이 아닙니다(그건 불안을 더 키웁니다). 균형점은 이렇습니다. 증상에 대한 판정은 반복하지 않되, 그 사람이 느끼는 불안 자체는 인정해 주는 것. "네가 정말 무섭겠다. 그런데 우리 이 걱정을 검사 말고 다른 방법으로 다뤄보면 어떨까"처럼요. 그리고 함께 전문가에게 연결되는 것이, 결국 서로를 덜 지치게 하는 길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병으로 고생하는 분께 한마디만 남기겠습니다. 당신은 유난스러운 사람이 아닙니다. 당신의 불안은 몸이 아니라 마음에서 답을 기다리고 있는 것뿐입니다. 검색창이 주지 못한 안심을, 그쪽에서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함께 읽어볼 만한 글: 범불안장애(GAD) · 공황장애 · 강박장애 · 진단명에 너무 매달리지 않아도 되는 이유

참고문헌

  1. Tyrer 등, J Psychosom Res 2011
  2. Tyrer 등, Int J Soc Psychiatry 2019
  3. Kosic 등, J Anxiety Disord 2020
  4. Berge 등, BMJ Open 2016
  5. Tyrer 등, Psychol Med 2021
  6. 질병불안장애의 최신 연구 개관 (Current Psychiatry Reports, 2024) — 원문
  7. 사이버콘드리아: 온라인 건강정보 검색의 문제 (Psychotherapy and Psychosomatics) — 원문
  8. 건강불안과 온라인 검색이 서로를 키우는 관계를 오래 따라간 연구 (Journal of Anxiety Disorders) —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