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2주를 보낸 적이 있다고 해봅시다. 새벽 세 시에 자고 일곱 시에 눈이 떠지는데 전혀 피곤하지 않습니다. 미뤄둔 일을 사흘 만에 해치우고, 아이디어가 줄줄이 떠올라 메모장이 넘칩니다. 말이 빨라지고 재치가 붙어서 모임마다 분위기를 휘어잡습니다. 충동적으로 지른 것들로 카드값이 불었지만 그때는 다 계획이 있었습니다. 세상이 유난히 선명하고, 나는 유난히 유능했습니다.
그리고 몇 주 뒤, 바닥이 꺼지듯 우울이 왔습니다.
병원에는 언제 갈까요? 당연히 우울해졌을 때 갑니다. 그리고 진료실에서 무엇을 이야기할까요? 우울 이야기만 합니다. 그 찬란했던 2주는 말할 생각조차 안 납니다. 그건 아팠던 게 아니라 좋았던 기억이니까요. 오늘 글은 바로 그, 아무도 신고하지 않는 증상 — 경조증 이야기입니다.
병의 절반은 진료실에 오지 않는다
경조증은 조증의 약한 형태입니다. 병원에 실려 올 정도의 폭주가 아니라, 며칠에서 몇 주간 이어지는 "이상하게 잘 나가는 시기". 수면 욕구가 줄고, 생각과 말이 빨라지고, 자신감과 활동량이 치솟고, 씀씀이나 결정이 평소보다 과감해집니다. 일상은 굴러가고, 주변은 "요즘 텐션 좋네" 정도로 넘어갑니다.
문제는 이 시기가 혼자 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경조증과 우울이 번갈아 오는 상태를 2형 양극성장애라고 부르는데, 이 병의 시간표를 실제로 재본 연구가 있습니다. 환자들을 평균 13년 넘게 추적하면서 매주 상태를 기록했더니, 전체 기간의 절반(50.3%)이 우울 증상 기간이었고, 경조증은 고작 1.3%였습니다1. 백 주를 산다면 우울이 오십 주, 경조증은 한 주 남짓이라는 뜻입니다.
이 비대칭이 모든 문제의 출발점입니다. 본인이 겪는 병의 대부분이 우울이고, 병원에 가는 이유도 우울이고, 의사가 보는 것도 우울입니다. 병의 이름을 결정하는 단서인 그 1.3%는, 본인 기억 속에 "병"이 아니라 "리즈 시절"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열에 일곱이 다른 이름을 먼저 받는다
결과는 통계로 나타납니다. 양극성장애 당사자 단체가 진단 경험을 조사했더니, 69%가 처음에 다른 진단 — 압도적으로 많게는 단극성 우울증 — 을 받았고, 세 명 중 한 명은 정확한 진단까지 10년 이상이 걸렸습니다2. 그 사이 평균 네 명의 의사를 거쳤고요.
의사가 무능해서가 아닙니다. 우울 삽화만 놓고 보면 단극성 우울과 양극성 우울은 겉모습이 거의 같습니다. 갈라주는 건 과거에 경조증이 있었느냐인데, 그 정보는 환자가 말해줘야 하고, 환자는 그게 말할 거리인 줄 모릅니다. 진단의 열쇠를 환자가 쥐고 있는데, 열쇠인 줄 모르는 구조인 거죠.
왜 이 구분이 중요한가 — 치료가 갈리기 때문입니다. 양극성 우울에 항우울제만 단독으로 쓰면 효과가 없거나, 드물게는 기분을 위로 밀어 올려버릴 수 있습니다. "우울증 약을 몇 번 바꿔도 이상하게 안 듣는다"는 상황의 용의자 중 하나가 숨어 있는 양극성이라는 이야기는 조울증은 '기분이 오락가락'이 아닙니다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그냥 컨디션 좋았던 것"과 경조증을 가르는 질문
물론 컨디션 좋은 며칠이 다 경조증은 아닙니다. 좋은 일이 있어서 기분이 좋은 것, 여행지에서의 들뜸, 시험 끝난 해방감 — 전부 정상입니다. 진료실에서 가르는 기준은 대략 이렇습니다.
- 잠이 줄었는데 멀쩡했는가. 이게 가장 힘센 단서입니다. 신나서 늦게 잔 게 아니라, 네다섯 시간만 자도 에너지가 넘치는 날이 며칠씩 이어졌는지.
- 평소의 나와 확연히 달랐는가. 주변이 알아챌 정도로 말이 빨라지고, 활동이 늘고, 과감해졌는지. "너 요즘 좀 다르다"는 말을 들었는지.
- 계기 없이 시작됐는가. 좋은 일 때문이 아니라, 어느 날부터 그냥 그랬는지.
- 뒤에 청구서가 왔는가. 그 시기의 결정(지출, 약속, 관계)을 나중에 수습해야 했는지. 그리고 그 뒤에 깊은 우울이 따라왔는지.
여기에 여럿 해당하는 시기가 인생에 몇 번 있었고, 지금 우울 때문에 힘들다면 — 진료실에서 우울 이야기 끝에 꼭 이 한 문장을 붙여주세요. "그런데 반대로 이상하게 쌩쌩했던 시기도 있었어요." 그 한 문장이 진단을 바꾸고, 진단이 치료를 바꿉니다.
좋았던 기억을 의심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오해는 말아 주세요. 활력 넘치는 시기를 전부 병리로 보자는 게 아닙니다. 요지는 하나예요 — 우울로 진료실에 갈 일이 생겼다면, 그때만큼은 반대쪽 기억도 진료실에 가져가야 한다는 것. 우울의 반대편 며칠이 사실은 병의 서명일 수 있고, 그 서명을 확인해야만 맞는 약이 나오는 병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분의 양쪽 끝을 오가는 병을 무엇으로 다스리는지는 조울증 3대 기분안정제 이야기에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