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명 중 22명.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라파엘레 병원에서 우울 삽화 상태의 양극성장애 환자 206명에게 치료 목적으로 세 차례의 밤샘(수면박탈)을 시행했을 때, 우울에서 벗어나는 대신 반대편으로 넘어가 버린 사람의 수입니다. 100명 중 5명꼴이 조증으로, 6명꼴이 경조증으로 전환됐습니다1.

여기서 이상한 단어를 보셨을 겁니다. "치료 목적의 밤샘"이라니요. 이 낯선 조합 안에, 양극성장애와 잠의 관계에 대한 가장 중요한 단서가 들어 있습니다.

밤샘이 치료가 되고, 방아쇠도 됩니다

덜 알려진 사실인데, 하룻밤을 완전히 새우면 우울 증상이 일시적으로 확 걷히는 현상이 있습니다. 약이 몇 주 걸려 하는 일을 하룻밤 만에 해내는 셈이라 연구자들의 오랜 관심사였고, 이를 이용해 우울증에 수면박탈을 치료로 써온 역사가 실제로 있습니다. 위의 밀라노 연구도 그 치료를 받은 환자들에게서 전환이 얼마나 일어나는지 살핀 것이었습니다. 연구진은 이 전환율이 항우울제 치료에서 보고되는 수준과 비슷하다고 적었습니다. 즉 밤샘은 몸에 들어가는 알약이 없을 뿐, 뇌에게는 항우울제 못지않게 강한 개입이라는 뜻입니다. 수면박탈의 항우울 효과 자체는 대개 다시 잠들고 나면 사라지는 짧은 것이라, 지금은 빛 치료 등과 묶어 제한적으로 쓰입니다만, 이 연구가 남긴 교훈은 치료법 바깥에 있습니다.

잠을 지우는 일은 기분을 끌어올리는 일이라는 것. 그리고 양극성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그 끌어올림은 종종 멈추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병원에서 의료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계획적으로 시행한 밤샘조차 100명 중 11명꼴을 조증·경조증으로 넘겨보냈습니다. 그렇다면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일상에서의 밤샘, 즉 마감 전의 며칠, 연달아 이어진 회식, 새벽까지 이어진 게임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진료실에서 재발의 경위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출발점에 잠이 있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이직 후 첫 야간 근무, 해외 출장, 시험 전 벼락치기처럼 사건 자체는 평범합니다. 다만 그 평범한 사건이 잠을 며칠 흔들었고, 흔들린 잠이 들뜸을 깨웠고, 들뜬 뇌는 더 이상 잠을 원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초입 구간에는 고약한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잠이 줄기 시작하는 그 시기가 본인에게는 대개 기분 좋게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밀린 일이 줄고, 아이디어가 돌고, 몸이 가볍습니다. 며칠 못 잤는데도 이렇게 쌩쌩하다니, 요즘 컨디션이 좋구나 하고 반가워하는 사이에 눈금은 이미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병에서는 '요즘 잠이 줄었는데 오히려 개운하다'는 느낌 자체를 반가운 소식이 아니라 확인이 필요한 소식으로 다루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최종 공통 경로: 모든 방아쇠는 잠을 지나간다

이 관찰을 하나의 이론으로 묶은 사람이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의 토머스 웨어입니다. 1987년의 논문에서 그는 대담한 가설을 내놓습니다. 조증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그 많은 방아쇠들, 즉 심리적 충격, 대인관계의 사건, 환경 변화, 약물이 결국 하나의 공통 통로를 지나가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그 통로가 바로 수면의 상실입니다2.

이별이 조증을 부른다면, 이별의 슬픔 그 자체보다 이별 후 잠 못 이룬 밤들이 방아쇠라는 이야기입니다. 승진이 조증을 부른다면, 기쁨 자체보다 들떠서 줄어든 잠이 방아쇠고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잠을 깎는 일은 같은 문을 두드립니다.

이 가설이 무서운 이유는 뒤에 붙는 관찰 때문입니다. 조증은 그 자체가 불면을 만듭니다. 잠이 줄어 들뜨기 시작하면, 들뜬 뇌는 잠이 필요 없다고 느끼고, 잠이 더 줄면 더 들뜹니다. 웨어는 이 자기강화 고리 때문에 조증이 일단 시동이 걸리면 처음의 방아쇠와 무관하게 스스로 굴러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눈덩이가 비탈을 만난 셈입니다. 그래서 이 병에서는 눈덩이가 커지기 전, 그러니까 잠이 무너지기 시작한 첫 며칠이 개입의 황금 시간대입니다.

이 대목에서 순서를 오해하기 쉬워 짚어둡니다. "잠을 못 자는 건 조증이 시작돼서 그런 거지, 잠 때문에 조증이 오는 게 아니잖아요"라는 반문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절반은 맞습니다. 불면은 조증의 증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밀라노의 실험이 보여준 것은 반대 방향의 화살표입니다. 조증이 아니었던, 오히려 우울 상태였던 사람들에게서 잠을 걷어냈더니 조증이 나타났습니다. 잠과 조증은 어느 한쪽만 원인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밀어 올리는 관계이고, 그래서 우리가 붙잡을 수 있는 쪽, 즉 잠을 붙잡는 것이 고리를 끊는 현실적인 지점이 됩니다.

방향을 하나 더 보태면, 이 병에서 잠은 반대쪽으로도 기웁니다. 우울 삽화 시기에는 잠이 늘어져 열 시간을 자도 무겁고, 이불 밖으로 나오는 일이 하루의 가장 큰 과제가 되곤 합니다. 즉 양극성장애에서 수면은 기분과 함께 양쪽으로 출렁이는 지표입니다. 그 출렁임의 진폭을 줄이는 것, 다시 말해 잠의 리듬을 평평하게 붙드는 것이 기분의 진폭을 줄이는 일과 맞닿아 있습니다.

핵심 — 양극성장애에서 잠은 그냥 컨디션 문제가 아니라 안전장치입니다. 잠이 줄었는데 피곤하지 않다면 그것은 회복이 아니라 경보일 수 있습니다. 이 병에서 수면을 지키는 일은 약을 챙겨 먹는 일과 같은 줄에 놓이는 치료 행위입니다.

위험한 순간들: 시차, 교대근무, 시험기간, 그리고 출산

잠이 방아쇠라면, 삶에서 잠이 조직적으로 깎이는 순간들을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 교대근무와 야간 근무. 잠의 양만이 아니라 자고 깨는 시각 자체가 계속 흔들립니다. 밤낮이 뒤집히는 순환 교대는 몸의 시계를 매주 다시 맞추게 만드는 조건이라, 양극성장애가 있는 분이 직업이나 부서를 고민할 때 주치의와 상의할 가치가 충분한 문제입니다. 병을 이유로 삶을 좁히자는 말이 아니라, 같은 일이라도 고정 근무와 순환 교대의 무게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고르자는 말입니다.
  • 시차가 큰 여행과 출장. 몸의 시계와 현지의 시계가 어긋나는 동안 잠은 얕고 짧아집니다. 도착 후 며칠간의 수면 확보를 여행 계획의 일부로 두고, 일정 첫날부터 무리하게 채우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 시험기간과 마감. '며칠만 갈아 넣자'는 전략은 이 병에서는 도박입니다. 벼락치기로 아낀 시간보다 삽화로 잃는 시간이 비교할 수 없이 깁니다. 시험을 앞둔 학생이라면, 공부 계획에 취침 시각을 먼저 적고 남는 시간에 공부를 배치하는 순서가 이 병과 함께 사는 요령입니다.
  • 출산 직후. 밤중 수유와 신생아 돌봄은 인생에서 가장 혹독한 수면박탈 기간입니다.

이 밖에도 리듬을 흔드는 일상의 사건들은 많습니다. 이사, 연휴 끝의 출근, 몰아서 자는 주말, 새벽까지 이어지는 경기 시청 같은 것들이지요. 전부 피해서 살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요점은 이런 시기를 '잠이 흔들리는 구간'으로 인식하고, 그 구간 동안만이라도 잠을 의식적으로 지키는 것입니다.

출산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근거가 있습니다. 영국 카디프대학 연구진이 출산 경험이 있는 양극성장애 여성 870명을 조사했더니, 평소 잠을 잃은 뒤 조증이 왔던 이력이 있는 여성은 그런 이력이 없는 여성보다 산후 정신증을 겪었을 가능성이 두 배가량 높았습니다3. 흥미롭게도 잠을 잃은 뒤 우울이 왔던 이력은 산후 정신증과 뚜렷한 연관이 없었습니다. 잠과 들뜸 사이의 연결이 유난히 강한 사람들이 따로 있고, 그 연결이 산후라는 극한의 수면박탈 상황에서 크게 드러난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내 조증이 잠에 민감한 유형인지 아닌지가, 인생의 큰 이벤트를 앞두고 위험을 가늠하는 단서가 된다는 뜻입니다. 임신을 계획 중인 양극성장애 여성이라면 이 대목을 꼭 주치의와 상의하시길 바랍니다. 산후 시기의 수면 분담 계획(밤중 수유를 배우자나 가족과 나누는 것)은 사치가 아니라 의학적 예방 조치입니다.

물론 사람마다 민감도가 다릅니다. 밤샘 한 번에 흔들리는 분도 있고 꽤 버티는 분도 있습니다. 다만 자신의 민감도를 실험으로 확인하는 것은 값비싼 방법입니다. 지난 삽화들 앞에 무엇이 있었는지 되짚어보는 것이 훨씬 쌉니다.

리듬 자체를 치료로 만들기

잠이 이렇게 중요하다면, 잠과 생활의 리듬을 지키는 것을 아예 치료의 뼈대로 삼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실제로 그런 치료가 있습니다. 대인관계 및 사회리듬치료(IPSRT)입니다. 미국 피츠버그대학의 엘렌 프랭크 연구진이 개발한 이 치료는 잠자는 시각, 일어나는 시각, 첫 식사, 사람을 만나는 시간 같은 일상의 닻들을 일정하게 붙드는 훈련과 대인관계 문제를 다루는 상담을 결합한 것입니다.

발상은 이렇습니다. 우리 몸의 시계는 저절로 정확하게 돌지 않고, 매일 아침의 빛, 식사 시간, 출근길, 사람과의 약속 같은 외부의 신호들에 맞춰 매일 조금씩 다시 맞춰집니다. 생활이 불규칙해지면 이 신호들이 뒤죽박죽이 되어 몸의 시계가 흔들리고, 양극성장애가 있는 뇌는 그 흔들림에 유난히 취약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치료는 기분을 직접 건드리는 대신, 기분을 받치고 있는 시간표를 고칩니다.

프랭크 연구진은 급성기의 1형 양극성장애 환자 175명을 무작위로 나눠 이 치료의 효과를 2년간 추적했습니다. 급성기에 사회리듬치료를 받은 사람들은 비교 치료를 받은 사람들보다 새 삽화 없이 버틴 기간이 더 길었고, 생활 리듬이 규칙적으로 변한 정도가 클수록 재발 위험이 낮아지는 연결도 관찰됐습니다4. 리듬을 지키는 일이 기분을 지키는 일과 통계로 이어진 것입니다.

이 치료의 미덕은 겸손함에 있습니다. 기분을 의지로 다스리라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기분은 직접 붙잡을 수 없지만 기상 시각은 붙잡을 수 있고, 붙잡을 수 있는 것을 붙잡다 보면 붙잡을 수 없던 것이 따라온다는 접근입니다. 마음의 병 앞에서 무력감을 느껴온 분들에게, 오늘 당장 손댈 수 있는 손잡이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힘이 되기도 합니다.

전문 치료까지 가지 않더라도, 원리는 오늘 밤부터 빌려 쓸 수 있습니다.

1. 기상 시각을 못 박으세요. 잠드는 시각보다 일어나는 시각이 리듬의 닻입니다. 주말 포함, 오차 한 시간 안쪽을 목표로 합니다. 2. 잠이 줄었는데 개운하다면, 그날을 기록하고 다음 날 일정을 줄이세요. 이 병에서 '이틀 연속 짧은 잠 + 안 피곤함'은 몸살 기운만큼 진지하게 다룰 신호입니다. 3. 밤샘이 예정된 일이라면 미리 설계하세요. 시험, 출장, 출산처럼 예고된 수면박탈은 주치의와 상의해 앞뒤로 잠을 보충하는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4. 술과 새벽 화면을 줄이세요. 둘 다 잠을 얕게 만들어, 잔 것 같지만 안 잔 밤을 만듭니다. 5. 불면이 이어진다면 혼자 버티지 마세요. 잠들기 어려운 문제가 계속되면 불면증 인지행동치료 같은 검증된 접근이 있고, 양극성장애에서는 수면제 선택에도 고려할 것이 많아 진료가 우선입니다.

⚠️ 이 글은 정보 제공용입니다.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의하세요.

밤을 새워야 할 이유는 살다 보면 계속 생깁니다. 일이, 사람이, 아이가, 세상 재미있는 것들이 잠을 빼앗으려 줄을 섭니다. 그때마다 이 글의 첫 숫자를 떠올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병원의 감독 아래에서조차 밤샘은 206명 중 22명을 반대편으로 넘겨보냈습니다. 양극성장애와 함께 사는 분에게 잠은 포기해도 되는 여분이 아니라, 매일 밤 다시 채워 넣는 안전핀입니다. 오늘 밤, 그 핀을 제자리에 꽂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면 어떨까요.

참고문헌

  1. Colombo 등, Psychiatry Research, 1999
  2. Wehr 등,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1987
  3. Lewis 등,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2018
  4. Frank 등, Archives of General Psychiatry,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