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두 시의 거실을 상상해 보겠습니다. 일흔이 넘은 남편이 소파에서 잠들었다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며 허공에 주먹을 휘두릅니다. 흔들어 깨우면 "도둑이 쫓아와서 싸우는 꿈을 꿨다"고 합니다. 그런데 낮이 되면 다른 일이 벌어집니다. 아무도 없는 소파 옆자리를 가리키며 "저 아이는 누구네 애냐"고 묻습니다. 무섭도록 구체적으로요. 아이가 초록색 옷을 입었고, 지금 웃고 있다고. 그러다가도 저녁 무렵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또렷해져서, 뉴스를 보며 정확한 논평을 합니다. 가족은 혼란스럽습니다. 기억력은 크게 나빠 보이지 않는데, 이걸 치매라고 불러야 할지, 정신병이라고 불러야 할지, 아니면 그냥 나이 탓이라고 해야 할지. 병원에 모시고 가야 하나 싶다가도, 저녁의 또렷한 모습을 보면 "괜한 소란인가" 하고 주저앉게 됩니다.

이 조합에는 이름이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가족들의 첫 마디는 대개 "이런 것도 말씀드려야 하는 건가 싶어서요"인데, 바로 그 이야기가 정답인 경우가 있습니다. 루이소체 치매입니다. 뇌세포 안에 루이소체라는 단백질 덩어리가 쌓이면서 생기는 퇴행성 뇌질환인데, 파킨슨병과 형제 관계에 있는 병이기도 합니다. 오늘 이 글의 목표는 하나입니다. 위의 장면 같은 신호들을 가족이 알아보고, 진료실에서 정확히 전달할 수 있게 하는 것. 이 병에서는 그 전달이 진단을, 때로는 안전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 이 글은 정보 제공용입니다.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의하세요.

기억보다 먼저 오는 네 가지

치매라고 하면 대부분 기억력부터 떠올리지만, 루이소체 치매의 초기 그림은 다릅니다. 전 세계 전문가들이 모인 루이소체치매 컨소시엄이 2017년 학술지 뉴롤로지에 발표한 진단 기준은 이 병의 핵심 임상 특징으로 네 가지를 꼽습니다1.

첫째, 인지 기능의 변동입니다. 하루 안에서, 혹은 날마다 정신의 맑기가 오르내립니다. 오전에는 대화가 겉돌고 멍하니 허공을 보다가, 오후에는 평소의 그 사람으로 돌아옵니다. 가족들이 "좋을 때는 정말 멀쩡하다"고 표현하는 바로 그 패턴입니다.

둘째, 반복되는 환시입니다. 뭉개진 그림자 수준이 아니라, 형태가 온전하고 세부가 살아 있는 환시가 특징입니다. 사람, 아이, 동물이 흔하고, 본인이 비교적 담담하게 묘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초기에는 스스로 "헛것인 걸 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셋째, 렘수면행동장애입니다. 원래 꿈을 꾸는 동안 몸의 근육은 잠겨 있어야 하는데, 그 잠금장치가 풀려서 꿈속 동작이 실제 몸으로 나옵니다. 소리치고, 발길질하고, 옆 사람을 때리고, 침대에서 떨어집니다. 본인은 기억하지 못하거나 "격한 꿈을 꿨다"고만 합니다.

넷째, 파킨슨 증상입니다. 동작이 느려지고, 몸이 뻣뻣해지고, 걸음이 종종거리고, 표정이 줄어듭니다. 손떨림은 파킨슨병만큼 두드러지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네 가지에 더해, 기절처럼 쓰러지는 일, 심한 낮졸림, 후각 저하, 변비, 우울 같은 소견이 함께 따라오곤 합니다. 중요한 것은 순서입니다. 이 병에서는 기억력 저하가 주인공이 아니라, 위의 신호들이 먼저 무대에 오르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초기의 인지 저하도 기억 자체보다는 주의력, 판단과 계획, 공간 파악 쪽에서 먼저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제 일을 잊는 게 아니라, 늘 다니던 길에서 방향을 잃거나, 리모컨 조작 같은 절차가 갑자기 헝클어지는 식입니다.

파킨슨병과의 관계도 짚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두 병은 뇌에 쌓이는 단백질이 같은, 한 뿌리에서 나온 병입니다. 몸의 증상(떨림, 느려짐)이 먼저 오고 세월이 지나 인지 저하가 따라오면 파킨슨병 치매라고 부르고, 인지 증상이 운동 증상과 비슷한 시기 혹은 먼저 시작되면 루이소체 치매라고 부릅니다. 국제 기준은 관례적으로 1년을 눈금으로 삼습니다만, 본질적으로는 같은 스펙트럼의 다른 입구라는 것이 현재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가족 입장에서 이 구분에 매달릴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파킨슨 증상과 인지 증상이 함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의사에게 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 알츠하이머병으로 오진되기 쉬운가

'치매' 하면 알츠하이머병이 워낙 압도적으로 유명하다 보니, 진단의 관성이 그쪽으로 쏠립니다. 실제로 얼마나 놓치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자료가 있습니다. 영국 뉴캐슬대학교 연구진이 인구 기반 연구와 병원 연구들을 체계적으로 모아 본 결과, 지역사회에서 진단된 치매 가운데 루이소체 치매는 25건 중 1건 꼴(4.2%)이었는데, 전문 진료 환경에서는 13건 중 1건 꼴(7.5%)로 올라갔습니다. 연구진은 실제 빈도는 이보다 훨씬 높을 가능성이 크다고 썼습니다. 진단이 자주 누락되기 때문입니다2. 보는 눈이 있는 곳에서는 더 많이 발견된다는 것, 뒤집어 말하면 보는 눈이 없는 곳에서는 그만큼 다른 이름표가 붙고 있다는 뜻입니다.

오진이 생기는 구조도 이 병답습니다. 인지 기능이 오르내리는 병이라, 하필 좋은 날에 검사를 받으면 점수가 잘 나옵니다. 가족은 "집에서는 훨씬 심해요"라고 하는데 검사지는 멀쩡한, 그 어긋남 자체가 이 병의 힌트일 수 있습니다. 환시는 또 어떻습니까. 노인이 헛것을 본다고 하면 가족들은 치매보다 정신병을 먼저 떠올리고, 말을 아낍니다. 창피한 이야기라고 여겨 진료실에서 꺼내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잠꼬대 행동은 "원래 잠버릇이 험한 사람"으로 수십 년 넘겨지기 일쑤고요. 결과적으로 퍼즐 조각이 의사에게 도달하지 않은 채, 기억력 검사 점수만으로 그림이 그려집니다.

다행히 감별을 돕는 검사들이 있습니다. 2017년 국제 진단 기준은 임상 소견과 별도로, 뇌의 도파민 신경 상태를 보는 핵의학 영상, 심장의 교감신경을 보는 검사, 수면다원검사 같은 지표들을 진단 보조 수단으로 명시했습니다. 모든 환자에게 전부 필요한 것은 아니고 어느 검사를 할지는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만, 요점은 이것입니다. "치매 같긴 한데 뭔가 전형적이지 않다"는 느낌이 들 때, 그 느낌을 흘려보내지 않고 감별을 요청할 수단이 존재한다는 것.

구분이 왜 중요할까요. 병의 경과와 치료 전략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음 단락의 이유가 결정적입니다.

이 병에서 가장 위험한 처방

루이소체 치매 환자의 상당수는 항정신병약물에 극도로 예민합니다. 환시나 흥분 때문에 조현병 등에 쓰는 항정신병약물이 처방되는 상황이 생기는데, 이 병에서는 소량에도 심한 경직, 의식 저하, 삼킴 곤란 같은 중증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국제 진단 기준 문서가 항정신병약물에 대한 심한 민감성을 이 병의 특징적 소견이자 관리상의 핵심 주의사항으로 명시하고 있을 정도입니다1.

상황을 그려 보면 아찔합니다. 진단명이 확인되지 않은 어르신이 응급실이나 낯선 병원에서 흥분 증상을 보이면, 항정신병약물은 표준적인 선택지에 들어갑니다. 병명을 아무도 모르는 상태라면 의료진을 탓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 병의 관리에서는 가족이 정보의 운반자가 됩니다. 진단을 받았다면, 혹은 의심 단계라도, 다른 병원에 갈 때마다 "루이소체 치매 (의심) 환자이고, 항정신병약물에 민감할 수 있다"는 사실을 먼저 알리는 것. 복용 약 목록을 사진으로 찍어 두고 응급 상황에서 보여 주는 것. 사소해 보이는 이 습관이 실제로 환자를 지킵니다.

같은 이유로, 어르신이 무슨 약이든 새로 복용한 뒤 갑자기 처지거나 뻣뻣해지거나 헛것이 심해졌다면, 그 시간 순서를 기록해서 의사에게 전하세요. 이 병에서는 약물 반응 자체가 진단의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치료가 없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완치시키는 약은 아직 없지만, 인지 증상에 쓰는 약물 가운데 이 병에서 반응이 비교적 좋은 계열이 있고, 파킨슨 증상, 수면 문제, 기분 문제 각각에 대해 조절을 시도할 수단들이 있습니다. 이 병의 치료는 하나의 특효약이 아니라 여러 증상 사이의 균형 잡기에 가깝습니다. 파킨슨 증상을 좋게 하려는 약이 환시를 자극할 수 있고, 환시를 누르려는 시도가 몸을 굳게 할 수 있어서, 환자를 잘 아는 한 명의 주치의가 전체 그림을 쥐고 조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병원을 옮겨 다니며 증상별로 약이 한 겹씩 쌓이는 상황이 이 병에서는 특히 위험합니다.

잠꼬대가 예고장일 때

렘수면행동장애 이야기를 조금 더 해야겠습니다. 이 증상은 루이소체 치매의 동반 증상이기도 하지만, 병보다 수년에서 수십 년 먼저 나타나는 예고장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국제 렘수면행동장애 연구그룹이 24개 센터에서 수면다원검사로 확진된 특발성 렘수면행동장애 환자 1,280명을 추적한 다기관 연구가 있습니다. 다른 증상 없이 이 수면 증상만 있던 사람들이 해마다 약 6.3%씩 파킨슨병이나 치매 같은 퇴행성 뇌질환으로 진행했고, 12년 추적 시점에는 100명 중 73명꼴로 진행이 확인됐습니다3. 숫자가 무겁습니다만, 두 가지 단서를 꼭 함께 읽으셔야 합니다. 이 수치는 수면다원검사로 확진된 특발성 렘수면행동장애, 그러니까 이미 정밀검사까지 받은 집단의 이야기입니다. 술 마신 날의 험한 잠꼬대나 이갈이, 몽유병과는 다른 진단이고, 잠버릇이 험하다고 다 해당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그리고 진행까지의 시간이 길기 때문에, 일찍 확인해 두면 그만큼 길게 관찰하며 대비할 수 있습니다.

실용적인 기준은 이렇습니다. 중년 이후에 꿈 내용을 몸으로 연기하는 듯한 잠꼬대(때리기, 발차기, 소리치기, 침대에서 떨어지기)가 반복된다면, 수면클리닉이나 신경과에서 평가를 받아 볼 가치가 있습니다. 치매는 노년만의 병도 아니어서, 예순 전에 시작되는 경우는 젊은 치매 이야기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한편 단순한 건망증과 병적인 기억 저하의 구분이 궁금하시다면 건망증과 치매를 가르는 법부터 읽어 보셔도 좋습니다.

어느 진료과로 가야 하느냐는 질문도 자주 받습니다. 이 병은 신경과와 정신건강의학과가 함께 다루는 영역입니다. 기억력과 운동 증상이 두드러지면 신경과가, 환시·수면·행동 증상이 두드러지면 정신건강의학과가 입구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어느 문으로 들어가든 필요하면 서로 협진합니다. 중요한 것은 입구를 고르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 관찰 기록을 들고 어느 쪽이든 빨리 방문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족 분들께 당부를 남깁니다. 이 병의 진단은 절반이 가족의 관찰에서 나옵니다. 진료실에 오시기 전에, 다음을 메모해 오세요. 헛것을 본 날짜와 그 내용(무엇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보였는지). 정신이 맑은 시간대와 흐린 시간대의 패턴. 잠꼬대가 행동으로 나오는지, 얼마나 자주인지. 걸음·표정·동작의 변화가 언제부터였는지. 새로 먹은 약과 그 후의 변화. 기절하듯 쓰러진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하나 더, 어르신이 헛것 이야기를 하실 때 "그런 게 어딨어요"라고 다그치지 마세요. 본인에게는 실제로 보이는 것이고, 다그침은 숨김을 낳고, 숨김은 진단을 늦춥니다. "그게 보이시는군요, 무섭지는 않으세요?"라고 받아 주신 뒤, 그 내용을 의사에게 전해 주세요. 여러분의 수첩이 이 병에서는 가장 정밀한 검사 장비입니다.

그리고 당부 하나를 더 얹습니다. 이 병의 간병은 유난히 소모적입니다. 좋은 날과 나쁜 날이 널뛰니 마음의 준비가 매번 어긋나고, 좋은 날의 멀쩡한 모습 때문에 주변 친척들에게 "멀쩡하시더구먼 유난 떤다"는 말까지 듣습니다. 그 서러움은 겪은 사람만 압니다. 돌보는 분 자신의 잠과 끼니, 그리고 하소연할 사람을 확보하는 것까지가 치료 계획의 일부입니다. 환자를 오래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지키는 사람이 먼저 무너지지 않는 것이니까요.

참고문헌

  1. McKeith 등, Neurology 2017
  2. Vann Jones와 O'Brien, Psychological Medicine 2014
  3. Postuma 등, Brain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