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약, 몇 달째 드시고 있는데 좋아지는 게 하나도 안 보여요. 계속 먹여야 하나요?"

치매 진료에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이고, 제일 대답이 조심스러운 질문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정직한 답이 이렇거든요 — "좋아지라고 드리는 약이 아닙니다." 이 말을 들으면 대부분 표정이 복잡해지십니다. 그럼 뭐 하러 먹나. 오늘은 그 "뭐 하러"에 대한 답을 정리하겠습니다. 이걸 알고 먹이는 것과 모르고 먹이는 것은, 몇 달 뒤 실망의 크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지금 드시는 그 약이 하는 일

도네페질을 비롯한 지금의 치매약 대부분은 뇌에서 기억과 주의에 쓰이는 신호 물질이 분해되는 걸 늦춰서, 남아 있는 뇌세포가 더 효율적으로 일하게 돕는 약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남아 있는"이라는 말입니다. 이 약은 죽어가는 뇌세포를 살리지도, 병의 진행 자체를 멈추지도 못합니다. 병은 병대로 가고, 그 위에서 증상을 한 뼘 눌러주는 것이죠.

효과의 크기도 정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수십 개 임상시험을 모은 코크란 종합 분석에서, 도네페질을 6개월가량 복용한 사람들은 가짜약을 먹은 사람들보다 70점 만점 인지 검사에서 평균 2~3점가량 나은 성적을 보였습니다1. 극적인 숫자가 아닙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가족 눈에 "어, 좋아졌네"로 보이지 않는 게 당연한 크기예요.

그런데 이 완만한 차이가 생활에서는 이렇게 번역됩니다 — 혼자 옷을 입는 기간, 가족을 알아보는 기간, 집에서 지낼 수 있는 기간이 몇 달씩 늘어나는 것. 내리막을 멈추는 약이 아니라 미끄럼틀의 기울기를 살짝 눕히는 약입니다. 그래서 이 약의 효과 판정 질문은 "좋아졌나요?"가 아니라 "덜 나빠지고 있나요?"가 맞습니다.

"그대로예요"가 사실은 효과입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보호자들이 실망하며 하시는 바로 그 말 — "몇 달째 그대로예요" — 이 사실은 좋은 소식일 수 있습니다. 치료 없는 알츠하이머병은 그대로 있지 않거든요.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내려갑니다. 몇 달째 제자리라면 약이 그 내리막을 붙잡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그래서 효과가 없어 보인다고 임의로 약을 끊는 건 권하지 않습니다. 진행된 치매에서도 약을 유지한 쪽이 중단한 쪽보다 기능이 오래 보존된다는 연구들이 있고, 진료실에서도 약을 갑자기 끊고 나서 몇 주 만에 눈에 띄게 나빠져 다시 오시는 경우를 봅니다. 끊을지 말지는 판단이 필요한 문제가 맞지만, 그 판단은 "좋아지는 게 안 보여서"가 아니라 부작용·삼킴 문제·질병 단계를 놓고 주치의와 함께 내리는 것입니다.

뉴스에 나온 새 약은 다른가

몇 해 전부터 "치매 정복" 뉴스에 오르내리는 새 계열의 약이 있습니다. 국내에도 도입된 레카네맙 같은 항체 치료제인데, 이건 기전이 다릅니다. 증상을 누르는 게 아니라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로 지목되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뇌에서 직접 걷어내는 약입니다. 처음으로 병의 경과 자체에 손을 대는 데 성공한 계열이라 "게임 체인저"라는 말이 나왔죠.

숫자를 보겠습니다.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1,795명을 무작위로 나눠 18개월간 추적한 시험에서, 이 약을 맞은 쪽은 가짜약보다 인지 저하 속도가 약 27% 느렸습니다2. 분명한 성과입니다. 다만 세 가지를 같이 보셔야 합니다.

  • 늦춘 것이지 되돌린 게 아닙니다. 27% 느리게, 여전히 내려갑니다.
  • 초기 환자에게만 해당합니다. 이미 진행된 치매에는 쓸 수 없고, 쓰기 전에 아밀로이드가 실제로 쌓여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부터 필요합니다.
  • 부담이 큽니다. 2주마다 주사, 뇌 부종·미세출혈 같은 영상 이상이 여덟 명 중 한 명꼴(12.6%)이라 정기 MRI 감시가 필요하고, 비용도 상당합니다.

그러니 "신약 나왔다는데 우리 어머니도 바꿔야 하나"라는 질문의 답은 병의 단계와 검사 결과에 달려 있습니다. 해당되는 분에게는 의미 있는 선택지가 생긴 것이고, 해당되지 않는 분에게 기존 약이 무의미해진 것도 전혀 아닙니다.

약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의 실제 의미

마지막으로, 약 이야기를 하다 보면 오히려 강조하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어떤 치매약보다 근거가 넓은 개입이 약 바깥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혈압 관리, 보청기, 규칙적인 운동, 사람 만나는 일 — 건망증과 치매 사이 글에서 다룬 그 목록입니다. 약을 먹느냐 마느냐를 고민하는 에너지의 절반이라도 이쪽에 쓰이면 좋겠다는 게 진료실에서의 솔직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약봉투를 챙기는 보호자 당신의 소진도 치료 계획의 일부입니다. 그 이야기는 치매를 돌보는 사람은 왜 함께 아파지는가에 적어두었습니다.

참고문헌

  1. Birks·Harvey, 2018
  2. van Dyck 등,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