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들이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꺼내는 시간대가 있습니다. 오후 네 시에서 여섯 시 사이.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괜찮대요. 그런데 집에 오면 다른 애가 돼요."

콘서타를 아침에 먹였고, 낮 동안은 잘 지냅니다. 그러다 약이 빠져나가는 시간이 오면 숙제 앞에서 무너지고, 동생한테 소리 지르고, 사소한 일로 문이 쾅 닫힙니다. 저녁 식탁이 매일 전쟁터가 되는 집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이럴 때 해외 진료실에서 꽤 자주 꺼내는 카드가 인튜니브(성분명 구안파신, Guanfacine)입니다. 그리고 이 약의 이야기를 한국어로 쓰는 데는 조금 곤란한 사정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 국내에는 이 약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쓰는 이유는, 이 약이 ADHD 치료의 지도에서 차지하는 자리가 꽤 독특하고, 해외 자료를 찾다가 이 이름을 보고 오시는 분들이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핵심 정보 한눈에

  • 상품명: 인튜니브(Intuniv). 성분명 구안파신 서방정(guanfacine extended-release)
  • 분류: 선택적 α2A 아드레날린 수용체 작용제. 자극제가 아니고, 미국 라벨에는 아예 "규제물질이 아니며 알려진 남용·의존 가능성이 없다"고 적혀 있습니다
  • 허가된 용도(미국): 6~17세 ADHD의 단독요법 그리고 자극제 병용요법
  • 용량: 1mg으로 시작해 주당 1mg 이하로 증량. 목표는 하루 0.05~0.12mg/kg(총 1~7mg). 6~12세는 4mg, 13~17세는 7mg까지가 검토된 범위
  • 강점: 남용 위험이 없음, 오후·저녁까지 덮음, 반항·정서 폭발 같은 '증상 밖의 문제'에 손이 닿음
  • 약점: 졸음(단독요법에서 절반 이상), 저혈압·서맥, 효과크기가 자극제보다 작음
  • 특별히 주의할 것: 갑자기 끊으면 혈압이 원래보다 더 높이 튀어 오릅니다. 반드시 서서히 줄여야 합니다
  • 국내: 2026년 7월 현재 식약처 허가 품목 검색에서 구안파신 함유 제품이 확인되지 않습니다

⚠️ 이 글은 정보 제공용입니다. 약의 시작·변경·중단은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의하세요.

먼저, 국내 사정부터 정직하게

이 글을 읽는 분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부터 말씀드립니다.

식약처 의약품안전나라에서 '구안파신'으로 검색하면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즉 국내에 허가된 구안파신 제제가 없다는 뜻입니다. 처방도, 급여도 논할 단계가 아닙니다. 도입 계획에 대해서도 저는 확인 가능한 공식 자료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곧 들어온다"는 이야기는 이 글에서 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국내에는 같은 계열의 사촌이 하나 있습니다. 켑베이서방정(클로니딘, HK이노엔)입니다. 같은 α2 작용제이고, 2013년 1월 국내 허가를 받았습니다. 뒤에서 두 약의 차이를 따로 다루겠습니다.

해외 상황은 이렇습니다. 미국 FDA는 소아·청소년 ADHD의 단독요법과 자극제 병용요법 양쪽을 허가했고1, 유럽도 승인돼 있습니다. 일본은 2017년 소아에, 2019년 6월에는 18세 이상 성인에까지 적응증을 넓혔습니다2. 성인 임상을 일본이 세계에서 먼저 돌린 결과입니다.

이 약은 왜 자극제가 아닌가: 밀어 올리지 않고 붙잡습니다

ADHD 약을 이해할 때 저는 늘 '어느 쪽에서 손을 대는가'를 봅니다.

콘서타·메디키넷 같은 자극제는 시냅스에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을 더 많이 남겨둡니다. 신호의 양을 늘리는 방식이죠. 강력하고, 그날 바로 듣습니다. 대신 뇌의 보상 회로에도 같은 일이 벌어지기 때문에 남용 가능성이 생기고, 마약류로 관리됩니다.

구안파신은 정반대 지점에서 접근합니다. 전전두엽 피라미드 세포의 가지돌기 가시(dendritic spine)에 붙어 있는 α2A 수용체를 직접 켭니다. 이 수용체가 켜지면 세포 안의 cAMP 신호가 줄고, 열려 있던 이온 통로(HCN 채널)가 닫힙니다. 통로가 닫히면 새어 나가던 신호가 덜 새고, 신경망끼리 붙잡고 있던 정보(규칙, 목표, 지금 하려던 일)가 덜 흩어집니다3.

거칠게 비유하면 자극제는 스피커 볼륨을 올리는 쪽이고, 구안파신은 잡음을 줄여 원래 소리가 또렷해지게 하는 쪽입니다. 그래서 도파민 보상 회로를 건드리지 않고, 남용 가치도 없습니다.

자극제와 인튜니브의 차이 — 자극제(콘서타·메디키넷)는 도파민을 더 쏟아부어 효과가 크고 그날 바로 나타나지만 향정신성의약품이고, 인튜니브(구안파신 서방정)는 전전두엽 α2A 수용체를 붙잡아 신호를 또렷하게 하며 마약류가 아니다
자극제와 인튜니브의 차이 — 자극제(콘서타·메디키넷)는 도파민을 더 쏟아부어 효과가 크고 그날 바로 나타나지만 향정신성의약품이고, 인튜니브(구안파신 서방정)는 전전두엽 α2A 수용체를 붙잡아 신호를 또렷하게 하며 마약류가 아니다

핵심 — 미국 라벨의 문장이 이 약의 성격을 한 줄로 요약합니다. "INTUNIV는 규제물질이 아니며 알려진 남용 또는 의존 가능성이 없다." 스트라테라(아토목세틴)와 함께, 마약류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몇 안 되는 ADHD 약입니다.

얼마나 듣나: 자극제보다 작습니다, 그런데 순위는 조금 뜻밖입니다

효과 이야기를 할 때 저는 이 그림을 자주 보여드립니다.

소아·청소년 ADHD 약 효과크기 비교 — 암페타민 1.02, 메틸페니데이트 0.78, 클로니딘 0.71, 구안파신 0.67, 아토목세틴 0.56
소아·청소년 ADHD 약 효과크기 비교 — 암페타민 1.02, 메틸페니데이트 0.78, 클로니딘 0.71, 구안파신 0.67, 아토목세틴 0.56

ADHD 약 전체를 한자리에 놓고 비교한 Cortese 등의 Lancet Psychiatry 2018 네트워크 메타분석에서, 소아·청소년의 의사 평가 기준 효과크기는 이랬습니다.

효과크기(SMD)비고
암페타민1.02국내 ADHD용 유통 없음
메틸페니데이트0.78콘서타·메디키넷
클로니딘0.71 (0.24~1.17)켑베이. 신뢰구간이 매우 넓음
구안파신0.67 (0.50~0.85)인튜니브
아토목세틴0.56스트라테라

여기서 두 가지를 정직하게 읽어야 합니다.

첫째, 자극제보다 작습니다. 0.67과 0.78. 이 차이는 실제 진료실에서도 느껴집니다. 자극제를 잘 견디는 아이에게 굳이 구안파신을 먼저 쓸 이유는 없습니다. 국내외 지침이 자극제를 1차로 두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둘째, 그런데 아토목세틴보다는 앞섭니다. 이건 의외로 잘 안 알려진 대목입니다. "비자극제는 다 비슷하게 약하다"는 인상이 있는데, 적어도 이 분석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다만 구안파신과 메틸페니데이트의 신뢰구간은 서로 겹치고, 클로니딘의 신뢰구간은 워낙 넓어서(0.24~1.17) 순위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순위표는 지도이지 자가 아닙니다.

직접 비교 근거도 하나 있습니다. 유럽·미국·캐나다에서 진행된 3상 시험(Hervás 등, Eur Neuropsychopharmacol 2014)은 구안파신 서방정, 아토목세틴, 위약을 한 연구 안에서 비교했습니다.

  • ADHD-RS-IV 총점의 위약 대비 변화: 구안파신 −8.9(p<0.001), 아토목세틴 −3.8(p<0.05)
  • 임상적 호전('매우 좋아짐' 또는 '많이 좋아짐') 비율의 위약 대비 차이: 구안파신 23.7%p(p<0.001), 아토목세틴 12.1%p(p<0.05)
  • 학습·학교생활 영역, 가족 관계 영역 점수도 구안파신 쪽이 더 좋아졌습니다

다만 이 연구는 아토목세틴 팔을 '기준 비교군(reference arm)'으로 둔 설계라, 두 약의 우열을 확정하려고 만든 시험이 아닙니다. 이 숫자를 "구안파신이 아토목세틴을 이겼다"로 확대해 읽으면 과합니다.

메타분석도 있습니다. 11개 이중맹검 무작위 연구, 2,623명을 통합한 2023년 체계적 고찰(Yu, Shen, Tao, J Child Adolesc Psychopharmacol)에서 구안파신은 ADHD 평가척도로는 위약보다 유의하게 나았지만, 임상총괄인상(CGI) 기준으로는 유의한 차이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용량-효과 관계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두 번째 대목이 임상적으로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효과가 아쉽다고 무작정 올리는 게 답이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이 약의 진짜 자리: 자극제 위에 얹는 카드

인튜니브가 다른 비자극제와 갈라지는 지점은 사실 단독요법이 아니라 병용입니다.

Wilens 등의 9주 이중맹검 연구(JAACAP 2012)는 이 상황을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대상은 장시간형 자극제를 안정된 용량으로 복용 중인데 반응이 '부분적'인 6~17세 461명. 여기에 구안파신 서방정을 아침에 추가하거나, 저녁에 추가하거나, 위약을 추가했습니다.

결과는 아침 추가(p=0.002)와 저녁 추가(p<0.001) 모두 위약 추가보다 유의하게 나았습니다. 맥박과 혈압은 소폭 떨어졌고, 새로운 안전성 신호는 없었습니다.

"자극제를 최대한 올렸는데 아직 부족하다"는 상황에서, 자극제를 더 올리는 대신 다른 기전의 약을 얹는 선택지가 생기는 겁니다. 자극제 증량은 식욕 저하와 불면을 같이 데려오지만, 구안파신은 오히려 그쪽을 눌러주는 방향이라 조합이 나쁘지 않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이 약의 성격이 가장 잘 드러나는 데이터가 나옵니다.

반항과 정서 폭발, '증상 밖의 문제'

같은 연구 참가자들의 반항 증상만 따로 분석한 연구가 있습니다. 무작위 배정된 455명 중 60.2%가 의미 있는 수준의 반항 증상을 갖고 있었습니다. ADHD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 실제로 가장 힘든 게 부주의 자체가 아니라 이 부분이라는 걸 생각하면, 60%라는 숫자가 새삼스럽지 않습니다.

  • 전체 대상: 아침 추가군 −2.4점(p=0.001, 효과크기 0.394), 저녁 추가군 −2.2점(p=0.003, 효과크기 0.355)
  • 반항 증상이 뚜렷했던 아이들: 아침 추가군 −3.6점(p=0.001, 효과크기 0.521), 저녁 추가군 −2.7점(p=0.013, 효과크기 0.395)

증상이 심했던 아이들에서 효과가 더 컸다는 게 눈에 띕니다. 자폐스펙트럼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미국 다기관 연구(Scahill 등, Am J Psychiatry 2015)에서도 비슷한 그림이 나왔습니다. 62명 중 구안파신군은 과잉행동 점수가 43.6% 떨어졌고(위약 13.2%), 반응률은 50%(위약 9.4%), 효과크기는 1.67이었습니다. 작은 연구지만 숫자가 꽤 큽니다.

핵심 — 이 약을 쓸 자리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주의력 점수를 끌어올리는 힘은 자극제가 낫지만, 브레이크가 고장 난 아이(충동, 반항, 폭발)에게는 이 약의 결이 더 맞습니다.

틱과 수면: 기대는 큰데, 근거는 갈립니다

이 두 가지는 "구안파신이 좋다더라"는 말이 가장 많이 도는 영역입니다. 그래서 더 정확히 짚겠습니다.

틱. α2 작용제가 틱에 쓰인 역사는 깁니다. 미국신경과학회(AAN)의 체계적 고찰은 소아 구안파신·클로니딘 무작위 연구가 특히 ADHD가 동반된 아이들에서 틱 개선 근거를 준다고 정리했습니다4. 다만 같은 고찰에서 구안파신의 근거 확신도는 '낮음'으로 매겨졌습니다.

그리고 정직하게 덧붙일 연구가 하나 더 있습니다. 만성 틱장애 아동 34명을 대상으로 한 8주 무작위 위약대조 시험(Murphy 등, J Child Adolesc Psychopharmacol 2017)에서 구안파신 서방정은 틱 심각도에 큰 효과를 보이지 못했고, 연구진은 "더 큰 규모의 효능 시험을 시작할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습니다.

그러니 정확한 표현은 이겁니다. "ADHD와 틱이 함께 있는 아이에게 자극제 대신 쓸 만한 선택지"이지, "틱을 치료하는 약"은 아닙니다.

수면. 여기서는 제가 갖고 있던 인상이 데이터에 부딪혔습니다. 구안파신은 졸리게 하는 약이니 ADHD의 수면 문제에도 좋을 거라고 흔히들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침 투여 구안파신 서방정의 수면을 실제로 잰 연구(Rugino, J Atten Disord)에서는 총 수면시간이 오히려 약 57분 줄었습니다(위약은 31분 증가, p=0.005). 잠든 뒤 깨어 있는 시간이 늘어난 게 주된 이유였고, 진정은 73%에서 나타나 연구가 조기 종료됐습니다. 다만 27명짜리 작은 연구이고 아침 투여였다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정리하면 낮의 진정과 밤의 수면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저녁 투여로 잠을 도우려는 시도는 임상에서 흔하지만, 그걸 뒷받침하는 잘 설계된 근거는 제가 찾은 범위에서는 부족했습니다.

자극제·아토목세틴과 나란히 놓으면

인튜니브(구안파신)콘서타·메디키넷스트라테라(아토목세틴)
기전α2A 수용체 작용도파민·NE 재흡수 억제NE 재흡수 억제
효과크기(소아)0.670.780.56
효과 발현1~2주부터, 수 주에 걸쳐복용 당일2~4주, 24주까지 상승
마약류아님향정신성의약품아님
남용 가능성없음(라벨 명시)있음없음
대표 부작용졸음·저혈압·서맥식욕저하·불면·두통오심·구강건조·성기능
식욕영향 적음뚜렷하게 감소감소
중단 시반드시 서서히 감량감량 필수 아님점감 불필요
잘 맞는 경우충동·반항·정서 폭발, 오후 무너짐부주의가 주 증상틱·불안 동반, 마약류 부담
국내허가 확인 안 됨허가·급여허가·급여

세 약을 다 놓고 보면 서로 대체재가 아니라 서로 다른 문제를 겨냥한 약이라는 게 보입니다. 아침에 집중이 안 되는 문제와, 저녁에 브레이크가 안 걸리는 문제는 같은 진단명 아래 있어도 다른 문제입니다.

부작용: 졸음이 압도적입니다

미국 라벨의 단독요법 유연용량 시험 수치입니다(인튜니브 vs 위약).

  • 졸음 54% vs 23%
  • 두통 27% vs 18%
  • 피로 22% vs 12%
  • 어지럼 16% vs 10%
  • 식욕감소 15% vs 14%
  • 저혈압 9% vs 3%
  • 구강건조 8% vs 0%
  • 서맥 5% vs 0%
  • 변비 3% vs 0%

고정용량 4mg 시험에서는 졸음이 51%(위약 11%)까지 올라갔습니다. 이 숫자를 처음 보면 겁이 나는데, 두 가지를 함께 알아야 합니다.

첫째, 자극제와 병용할 때는 훨씬 낮습니다. 같은 라벨의 병용 시험에서 졸음은 18% vs 7%, 피로 10% vs 3%, 복통 10% vs 3%였습니다. 자극제의 각성 효과와 서로 상쇄되는 셈입니다.

둘째, 시간이 지나면 줄어듭니다. 유럽 소아·청소년 214명을 최대 2년간 추적한 장기 연구에서 졸음 36.0%, 두통 28.5%, 피로 20.1%였는데, 연구진은 "진정 관련 이상반응은 3주째에 정점을 찍고 이후 감소했다"고 적었습니다. 부작용으로 중단한 사람은 3.3%에 그쳤고, BMI z-점수는 유지됐습니다. 자극제의 성장·체중 문제를 걱정하는 부모님께는 의미 있는 대목입니다.

실신은 소아 임상 프로그램 전체에서 1%에서 보고됐습니다. 드물지만 0은 아닙니다. 특히 더운 날, 탈수, 오래 서 있는 상황에서 조심해야 합니다.

⚠️ 이 약에서 제일 중요한 한 가지: 갑자기 끊지 마세요

이 글에서 딱 하나만 기억해야 한다면 이겁니다.

구안파신은 원래 고혈압 약으로 태어난 분자입니다. 그래서 갑자기 끊으면 혈압이 원래보다 더 높이 튀어 오릅니다. 미국 라벨의 시판 후 경험란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구안파신 서방정의 갑작스러운 중단은 기저치를 넘어서는 임상적으로 유의하고 지속적인 반동성 고혈압과 심박수 증가를 초래했다."

그리고 반동성 고혈압과 연관된 고혈압성 뇌증까지 보고돼 있습니다. 그래서 라벨의 지시는 명확합니다.

"총 1일 용량을 3~7일마다 1mg 이하씩 감량한다."

7mg을 먹던 청소년이라면 최소 3주 가까이 걸린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제가 특히 강조하고 싶은 상황이 있는데, 아이가 장염에 걸려 며칠 토하는 경우입니다. 약을 못 삼키는 것만으로도 사실상 급속 중단이 됩니다. 방학이라고 며칠 걸러 먹이거나, 주말에 '약 쉬는 날'을 두는 것도 이 약에서는 하면 안 됩니다. 자극제에서 흔히 하는 약물 휴일 개념을 그대로 옮기면 곤란합니다.

복용 실전

쪼개지 마세요. 서방정입니다. 라벨은 "부수거나 씹거나 쪼개지 말 것"을 명시합니다. 코팅 구조가 방출 속도를 결정하는 약이라, 쪼개는 순간 하루치가 한꺼번에 쏟아집니다.

고지방 식사와 함께 먹지 마세요. 이것도 라벨 사항입니다. 고지방 식사와 같이 먹으면 최고 혈중 농도가 약 75%, 총 노출량이 약 40% 증가합니다. 아토목세틴은 음식과 먹으면 오히려 최고 농도가 낮아지는데, 이 약은 정반대입니다. 기름진 아침을 먹이면서 약을 같이 주면 그날 아이가 유난히 늘어질 수 있습니다.

시간은 매일 같게. 아침이든 저녁이든 상관없지만, 하루 한 번 같은 시각이 원칙입니다. 반감기가 18±4시간이고 최고 농도까지 약 5시간이 걸리니, 낮에 심하게 늘어진다면 저녁 투여로 옮겨보는 게 흔한 조정입니다.

증량은 천천히. 1mg으로 시작해 주당 1mg을 넘기지 않고 올립니다. 목표는 하루 0.05~0.12mg/kg입니다. 즉 체중이 늘면 필요한 용량도 올라갑니다. 예를 들어 25~34kg이면 하루 2~3mg, 58~91kg이면 4~7mg 범위입니다. 6~12세는 4mg, 13~17세는 7mg 위로는 자료가 없습니다.

혈압과 맥박은 재야 합니다. 라벨은 "천천히 증량하고 활력징후를 자주 확인하라"고 지시합니다. 저혈압·서맥·실신이 이 약의 대표적 감시 항목입니다.

같이 먹는 약 확인. CYP3A4를 강하게 또는 중등도로 억제하는 약(케토코나졸 등)을 함께 쓰면 용량을 절반으로, 유도하는 약(카바마제핀, 리팜핀 등)을 함께 쓰면 최대 두 배까지 조정을 고려하도록 돼 있습니다. 진정 작용이 있는 약이나 술과 겹치면 졸음이 더해집니다.

클로니딘(켑베이)과는 뭐가 다른가

국내에서 실제로 만날 수 있는 α2 작용제는 켑베이서방정(클로니딘)이니, 이 비교는 짚고 가야겠습니다.

두 약 다 α2 수용체에 작용하지만 선택성이 다릅니다. 구안파신은 α2A 아형에 상대적으로 더 선택적이고, 클로니딘은 시냅스 앞쪽 작용이 강해 노르에피네프린 방출 자체를 억제하는 쪽입니다. Arnsten의 리뷰는 이 차이를 이렇게 요약합니다. 구안파신은 "클로니딘보다 혈압강하·진정 작용이 약하지만 전전두엽 기능을 강화하는 데는 더 강력하다."

거칠게 말하면 클로니딘은 더 졸리고 더 혈압을 떨어뜨리는 대신, 그래서 재우는 용도로 더 자주 쓰입니다. 구안파신은 같은 계열이면서 낮 동안 쓸 만한 정도로 진정이 덜한 쪽입니다.

앞의 메타분석에서 클로니딘의 효과크기(0.71)가 구안파신(0.67)보다 살짝 높게 나왔지만, 신뢰구간이 0.24~1.17로 워낙 넓어 여기에 의미를 두면 안 됩니다. 연구가 적다는 뜻입니다.

성인에게는?

성인 근거는 아직 얇습니다. Cortese의 메타분석에는 성인 구안파신 자료 자체가 없었습니다.

가장 좋은 근거는 일본에서 나왔습니다. Iwanami 등의 무작위 이중맹검 시험(J Clin Psychiatry 2020)은 18세 이상 성인 201명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 10주 시점 ADHD-RS-IV 총점 변화: 구안파신 −11.55, 위약 −7.27
  • 차이 −4.28(95% 신뢰구간 −6.67~−1.88), p=0.0005, 효과크기 0.52
  • 이상반응 발생률 81.2% vs 62.0%, 부작용으로 중단한 비율 19.8% vs 3.0%, 갈증 21.8%

효과는 분명히 있었지만, 다섯 명 중 한 명이 부작용으로 중단했다는 숫자는 가볍지 않습니다. 성인은 소아보다 저혈압·졸음을 더 부담스러워하는 인상이 있습니다.

영국 NICE 지침(NG87)의 태도도 조심스럽습니다. 소아·청소년에서는 메틸페니데이트나 리스덱삼페타민을 견디지 못하거나 6주 시도에 반응하지 않았을 때 구안파신을 제안하지만(권고 1.7.10), 성인에게는 3차 ADHD 전문 서비스의 조언 없이 구안파신을 쓰지 말라고 명시합니다(권고 1.7.17). 성인 적응증이 없기 때문입니다5. 참고로 일본은 2019년에 성인 적응증을 추가했으니, 나라마다 위치가 다릅니다. 성인 ADHD 이야기는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Q. 한국에서 처방받을 수 있나요? 2026년 7월 현재 식약처 허가 품목에서 구안파신 제제가 확인되지 않습니다. 도입 계획에 대해서도 공식 자료를 찾지 못했습니다. 해외 자료를 보고 이 약을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는데, 지금으로선 국내 대안은 자극제, 아토목세틴, 그리고 같은 계열의 켑베이(클로니딘)입니다.

Q. 마약류가 아니라니, 그럼 순한 약인가요? 남용 위험이 없다는 것과 순하다는 건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 약은 졸음이 절반 이상에서 나타나고, 혈압과 맥박을 떨어뜨리며, 갑자기 끊으면 혈압이 튑니다. 마약류가 아닌 대신 감시할 게 따로 있는 약입니다.

Q. 콘서타를 먹고 있는데 오후 네 시 이후가 문제입니다. 정확히 이 약이 검토되는 상황입니다. 자극제에 부분적으로만 반응하는 아이 461명 연구에서, 자극제에 구안파신을 아침 또는 저녁에 얹었더니 위약을 얹은 쪽보다 유의하게 좋아졌습니다. 국내에서는 같은 계열인 켑베이 병용을 상의해 볼 수 있는데, 두 비자극제를 함께 쓸 때 급여 인정 여부는 별도로 확인이 필요합니다.

Q. 아이가 하루 걸렀어요. 괜찮을까요? 하루 정도로 큰일이 나지는 않습니다. 다만 며칠 이상 연속으로 빠지면 반동성 고혈압 위험이 생깁니다. 특히 장염으로 토해서 며칠 못 먹은 경우, 그리고 다시 시작할 때는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하세요. 원래 용량으로 곧장 돌아가면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Q. 반으로 쪼개 먹여도 되나요? 안 됩니다. 서방정이라 쪼개거나 씹으면 방출 구조가 깨져 하루치가 한 번에 흡수됩니다. 용량을 줄여야 하면 다른 함량 정제를 처방받아야 합니다.

Q. 아침에 먹여야 하나요, 저녁에 먹여야 하나요? 둘 다 허가돼 있고, 병용 연구에서도 아침·저녁 모두 효과가 확인됐습니다. 낮에 심하게 늘어지면 저녁으로 옮기고, 아침 등교 시간대가 가장 힘들면 저녁 투여로 밤새 농도를 만들어 두는 식으로 조정합니다. 매일 같은 시각이라는 원칙만 지키면 됩니다.

Q. 키가 안 클까 봐 걱정입니다. 자극제의 식욕 저하가 걱정돼 이 약을 찾는 분이 많습니다. 최대 2년 추적 연구에서 BMI z-점수는 유지됐습니다. 다만 이 약도 식욕감소가 15%(위약 14%)로 보고되긴 했습니다. 자극제만큼 뚜렷하진 않다는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Q. 틱이 있는데 이 약이 틱도 낫게 하나요?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ADHD를 치료한다"에 가깝습니다. ADHD가 동반된 아이의 틱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있지만 확신도는 낮게 평가되고, 틱만 있는 아이 34명 연구에서는 뚜렷한 효과가 없었습니다.

Q. 저녁에 먹이면 잠도 잘 자나요? 그렇게 기대할 만한 약처럼 보이지만, 근거는 생각보다 약합니다. 아침 투여 연구에서는 오히려 총 수면시간이 줄었습니다. 낮의 진정과 밤의 수면은 다른 문제입니다.

Q. 얼마나 먹어야 효과가 보이나요? 자극제처럼 첫날 바뀌지는 않습니다. 1mg에서 시작해 주당 1mg씩 올리니 목표 용량에 닿기까지만 몇 주가 걸립니다. 진정 부작용은 3주째에 정점을 찍고 줄어드는 경향이 있으니, 초반 졸음만 보고 판단하지 마세요.

💬 전문의 한마디

저는 이 약을 '점수를 올리는 약'이 아니라 '브레이크를 손보는 약'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자극제를 쓰면 아이의 시험 점수와 숙제 완성도가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그런데 부모님이 정말 지쳐 있는 지점은 대개 그게 아니에요. 저녁마다 반복되는 폭발, 사소한 요구에 튀어나오는 "싫어", 형제와의 몸싸움 같은 것들입니다. 반항 증상이 뚜렷했던 아이들에서 효과크기가 오히려 더 컸다는 데이터를 보면, 이 약이 겨냥하는 곳이 어디인지 짐작이 갑니다.

다만 저는 이 약을 첫 번째로 꺼내지는 않습니다. 효과크기가 자극제보다 작다는 건 통계 이전에 진료실에서 느껴지는 차이고, 졸음이 절반이라는 숫자도 무시할 수 없거든요. 학교에서 조는 아이를 만들어놓고 "충동은 줄었습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이 약이 가장 빛나는 자리는 단독이 아니라 자극제 옆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강조하겠습니다. 이 약은 원래 혈압약이었습니다. 임의로 끊으면 혈압이 원래보다 더 높이 올라갈 수 있고, 드물게는 그 때문에 응급실에 가는 일도 보고돼 있습니다. 자극제에서 흔히 하듯 주말에 쉬거나 방학에 건너뛰는 방식을 이 약에 그대로 적용하면 안 됩니다. 끊더라도 3~7일에 1mg씩, 천천히. 이 문장 하나만 기억해도 이 글은 제 몫을 한 셈입니다.


인튜니브는 아직 우리 진료실에 없는 약입니다. 그래서 이 글은 어떤 의미에서는 남의 집 이야기입니다.

그런데도 굳이 길게 쓴 이유가 있습니다. ADHD 치료를 오래 하다 보면 '주의력'이라는 단어가 담지 못하는 영역이 자꾸 눈에 밟히거든요. 오후 네 시의 붕괴,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 감정, 부모가 지쳐가는 저녁. 이 약은 그 지점을 겨냥해 만들어진 몇 안 되는 도구 중 하나입니다.

언젠가 국내에 들어온다면, 저는 이 약을 자극제를 대신할 후보가 아니라 자극제 옆에 두는 선택지로 쓰게 될 것 같습니다. 그때가 오면 이 글의 '국내 사정' 부분을 지우고 다시 쓰겠습니다.

참고문헌

  1. DailyMed 라벨
  2. 의약통신사 보도
  3. Arnsten, JAACAP 2011 리뷰
  4. Neurology 2019
  5. NICE NG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