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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2026.09.23

임신을 계획 중인데 정신과 약을 끊어야 하나요?

리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대부분의 경우 "무조건 끊어야 한다"는 답은 틀립니다. 어떤 약은 임신 전에 반드시 바꿔야 하고, 어떤 약은 임신 중에도 유지하는 편이 엄마와 아기 모두에게 안전합니다. 그리고 가장 위험한 선택은 임신 사실을 알고 혼자서 갑자기 끊는 것입니다.

반드시 미리 바꿔야 하는 약이 있습니다. 데파코트(발프로산)가 대표입니다. 임신 초기에 노출되면 신경관 결손 같은 기형 위험이 뚜렷하게 올라가고, 태어난 아이의 발달에도 영향이 보고돼 있어, 가임기 여성에게는 처음부터 다른 약을 고르는 것이 원칙이 됐습니다. 카바마제핀도 같은 이유로 조심합니다. 이런 약을 드시는 분이 임신을 계획한다면, 계획 단계에서 대체 약으로 옮기고 몇 달간 안정된 것을 확인한 뒤 임신을 시도하는 순서가 맞습니다. 리튬은 예전에 알려진 것보다 심장 기형 위험이 낮게 재평가됐지만, 여전히 임신 초기에는 용량과 검사 계획을 따로 세워야 하는 약입니다.

대부분의 항우울제는 상의 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졸로푸트(설트랄린)렉사프로(에스시탈로프람)는 임신 중 사용 자료가 가장 많이 쌓인 약에 속하고, 큰 기형 위험을 뚜렷하게 올리지 않는 것으로 정리돼 있습니다. 팍실(파록세틴)은 심장 기형과의 연관이 보고돼 있어 임신 계획 시 다른 약으로 바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신 후반에 SSRI에 노출된 신생아에게 며칠간 보채거나 호흡이 빠른 적응 증상이 올 수 있는데, 대개 가볍고 지나갑니다.

끊었을 때의 위험도 계산에 넣어야 합니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치료 중 임신을 이유로 약을 끊은 분의 절반 안팎이 임신 중에 재발한다는 것이 여러 연구의 공통된 소견입니다. 임신 중 우울은 산모의 식사·수면·산전 진료를 흐트러뜨리고, 산후우울증으로 이어질 위험을 키웁니다. 약의 위험만 보고 병의 위험을 보지 않으면 계산이 반쪽이 됩니다.

그래서 순서는 이렇습니다. 임신을 생각하기 시작한 시점에 정신과 주치의에게 먼저 말씀하세요. 약을 바꿔야 한다면 임신 전에 바꾸고, 유지해도 되는 약이면 가장 낮은 효과 용량으로 조정하고, 산부인과와 정보를 공유합니다. 이미 임신을 확인하셨다면 약을 끊지 말고 그 상태로 빨리 진료를 잡으시면 됩니다. 이미 노출된 몇 주는 되돌릴 수 없고, 갑자기 끊는 것은 중단 증상과 재발이라는 새 위험을 더할 뿐입니다.

수유 중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됩니다. 대부분의 SSRI는 모유로 넘어가는 양이 적어 수유와 병행할 수 있는 것으로 정리돼 있고, 설트랄린이 그중 자료가 가장 많습니다. 리튬은 모유 농도가 높아 수유 중에는 대체로 피합니다. 출산 후 몇 주는 재발 위험이 가장 높은 시기라, 이때 약을 끊는 것은 특히 신중해야 합니다.

임신과 정신과 약에 관해서는 따로 정리한 글이 있습니다. 약 이름별로 무엇이 알려져 있는지 적어 두었으니 진료 전에 한 번 읽어 보시면 상담이 훨씬 구체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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