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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2026.09.23

청소년 자녀가 정신과 약을 먹어도 괜찮을까요?

리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필요한 경우라면 괜찮고, 오히려 치료를 미루는 쪽의 위험이 더 큽니다. 다만 어른과 똑같이 쓰지는 않습니다. 청소년에게는 근거가 확인된 약이 따로 있고, 어른보다 더 자주 들여다봐야 하는 시기가 있습니다. 부모님이 가장 걱정하시는 것들을 하나씩 짚겠습니다.

"뇌가 자라는 중인데 약이 발달을 망치지 않나요." 이 질문이 가장 많습니다. 뒤집어 생각해 보면, 치료하지 않은 우울증과 불안장애야말로 자라는 뇌에 오래 남습니다. 학교를 빠지고, 친구를 잃고, 자기가 쓸모없다는 생각이 굳어지는 시기가 바로 이때입니다. 청소년기 우울증을 치료하지 않고 넘긴 분이 성인기에 더 자주, 더 깊게 재발한다는 것이 여러 추적 연구의 공통된 결과입니다. 약이 발달을 해친다는 근거는 없고, 병이 발달을 해친다는 근거는 많습니다.

청소년에게 쓰는 약은 정해져 있습니다. 우울증에는 플루옥세틴이 가장 오래, 가장 많이 연구된 약이고 청소년 허가를 받은 대표 약입니다. 에스시탈로프람도 청소년 우울증 근거가 있습니다. 불안장애에는 설트랄린이 근거가 탄탄합니다. ADHD 약(콘서타 등)은 애초에 아동·청소년에서 가장 많이 연구된 약입니다. 어른에게 흔히 쓰는 다른 항우울제 중에는 청소년 근거가 약한 것이 많아서, 의사가 약을 고를 때 이 차이를 고려합니다.

항우울제와 자살 생각 경고에 대해. 항우울제 설명서에는 25세 이하에서 치료 초기에 자살 생각이 늘 수 있다는 경고가 붙어 있습니다. 이것은 사실이고, 그래서 청소년은 약을 시작한 뒤 첫 한 달을 어른보다 자주 봅니다. 동시에 알아 두실 것은, 이 경고가 붙은 뒤 청소년 항우울제 처방이 줄자 청소년 자살이 오히려 늘었다는 자료가 있다는 점입니다. 위험은 "약을 쓰는 것"보다 "우울증을 치료하지 않는 것"에 더 크게 있습니다. 부모님이 하실 일은 약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 후 몇 주 동안 아이가 평소와 다른지 가까이서 보고 이상하면 바로 알리는 것입니다. 지금 아이가 위태롭다면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가 24시간 열려 있습니다.

약만으로 끝내지 않습니다. 청소년 우울증과 불안장애에서는 약과 인지행동치료를 함께 할 때 결과가 가장 좋다는 것이 큰 연구에서 확인돼 있습니다. 가벼운 우울이라면 심리치료만으로 시작하는 것이 원칙이고, 약은 중등도 이상이거나 심리치료로 부족할 때 더합니다. 잠, 스마트폰, 운동, 학교와의 소통도 치료의 일부입니다.

아이에게 어떻게 말할까. 약을 "정신력이 약해서 먹는 것"으로 느끼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안경이나 천식 흡입기처럼, 지금 필요한 도구라는 설명이 아이에게 가장 잘 들어갑니다. 그리고 청소년은 약을 혼자 끊는 일이 어른보다 흔합니다. 부모님이 감시자가 아니라 함께 지켜보는 사람으로 곁에 있는 것이 복약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언제까지 먹어야 하는지는 치료 기간 글을 참고하시되, 청소년은 재발 위험 때문에 좋아진 뒤에도 최소 몇 달은 유지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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