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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2026.09.23

약 용량이 늘었는데, 병이 더 나빠진 건가요?

리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정신과 약의 용량 증가는 대개 "병이 나빠졌다"가 아니라 "처음에 일부러 낮게 시작했던 약을 원래 목표 용량으로 올리는 중"이라는 뜻입니다. 이 오해가 진료실에서 정말 자주 생겨서, 왜 그런지 설명드리겠습니다.

시작 용량은 치료 용량이 아닙니다. 렉사프로졸로푸트 같은 항우울제는 처음에 표준 용량의 절반 정도로 시작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초기 메스꺼움이나 초조함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1~2주 뒤 몸이 적응하면 원래 쓰려던 용량으로 올립니다. 그러니 첫 진료에서 5mg, 다음 진료에서 10mg으로 늘었다면 그것은 계획대로 가고 있다는 뜻이지 상태가 나빠졌다는 신호가 아닙니다. 항불안제나 항정신병약도 같은 방식으로 천천히 올립니다.

효과가 부족할 때 올리는 경우도 '악화'와는 다릅니다. 4~6주를 충분히 기다렸는데 절반쯤만 좋아졌다면, 약을 바꾸기 전에 용량을 올려 보는 것이 표준 순서입니다. 사람마다 약을 분해하는 속도가 달라서 같은 용량으로 누구는 충분하고 누구는 부족합니다. 이때 용량이 느는 것은 병이 깊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의 몸에 맞는 양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약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얼마나 기다리는지는 치료 기간 글에 적어 두었습니다.

"용량이 많으면 중증"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같은 병에서도 어떤 약은 원래 숫자가 큽니다. 설트랄린 100mg과 에스시탈로프람 10mg은 세기가 비슷한데 숫자만 열 배 차이가 납니다. 옆 사람의 용량과 비교하는 것은 아무 정보도 주지 않습니다. 병의 심한 정도는 용량이 아니라 증상과 기능으로 판단합니다.

그래도 물어보셔야 할 때가 있습니다. 용량이 늘면서 부작용이 늘었다면, 특히 졸림이나 손떨림이나 몸이 뻣뻣해지는 느낌이 새로 생겼다면 그것은 조정 대상입니다. 또 항우울제 용량을 올렸는데 잠이 확 줄고 기분이 이상하게 들뜬다면 조울증의 가능성을 다시 봐야 하는 신호이니 미루지 말고 알리세요. 그리고 용량이 왜 늘었는지 설명을 못 들으셨다면 다음 진료에서 그냥 물어보시면 됩니다. "이게 목표 용량인가요, 아니면 효과가 부족해서인가요"라는 질문이면 충분하고, 그 질문에 답하는 것은 의사의 일입니다.

반대로 용량이 줄어드는 것도 '좋아졌다'와 같은 뜻은 아닙니다. 부작용 때문에 낮추기도 하고, 다른 약을 더하면서 낮추기도 합니다. 용량의 오르내림은 상태의 오르내림과 같은 선 위에 있지 않습니다. 궁금하면 그 자리에서 물어보시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용량이 늘어난 시점에 "약에 기대는 사람이 되는 것 같다"는 마음이 드는 분이 많습니다. 혈압약을 조정하는 것과 같은 일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목표는 가장 적은 양으로 가장 좋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고, 그 양을 찾는 데 몇 번의 조정이 필요한 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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