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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2026.09.23

약을 먹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더 불안하고 초조해요, 정상인가요?

리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네, 항우울제를 시작한 첫 1~2주에 불안이 오히려 올라가는 것은 드물지 않은 일이고, 대부분 지나갑니다. 다만 "정상이니 참으세요"로 끝낼 문제는 아니어서, 왜 그런지와 언제 연락해야 하는지를 나눠 말씀드리겠습니다.

왜 처음에 더 불안해질까요. 렉사프로졸로푸트 같은 세로토닌 계열 항우울제는 뇌의 불안 회로를 눅여주는 약인데, 그 효과는 2~4주에 걸쳐 천천히 올라옵니다. 그런데 약이 몸에 들어가자마자 나타나는 반응은 따로 있습니다. 세로토닌 신호가 갑자기 늘면서 초조함, 가슴 두근거림, 잠이 안 오는 느낌, 속이 메스꺼운 느낌이 먼저 옵니다. 좋은 효과는 아직이고 초기 반응만 먼저 도착한 셈이라, 이 시기에 "약이 나를 더 나쁘게 만든다"고 느끼는 분이 진료실에서 정말 많습니다. 공황장애나 불안장애로 시작하신 분일수록 이 초기 반응에 예민합니다.

대개 어떻게 흘러가나요. 진료실에서 보는 경과는 비교적 일정합니다. 첫 며칠에서 열흘 사이가 가장 불편하고, 2주째부터 몸이 적응하면서 초조함이 가라앉고, 3~4주째에 원래 기대했던 효과가 올라옵니다. 이 때문에 많은 의사가 처음에는 표준 용량의 절반으로 시작하고, 불안이 심한 분에게는 초기 몇 주만 짧게 작용하는 안정제를 함께 드리기도 합니다. 미리 "처음 2주는 오히려 불편할 수 있다"고 들으신 분과 못 들으신 분의 중도 포기율이 다르다는 것이 진료 현장의 공통된 경험입니다.

그래도 이런 경우는 기다리지 말고 연락하세요. 몇 가지는 '적응 반응'이 아니라 약을 조정해야 하는 신호입니다.

  •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할 정도로 몸이 들썩이는 안절부절(약 때문에 생기는 초조함으로, 특히 일부 항정신병약이나 고용량에서)
  • 잠을 거의 못 자면서 기분이 이상하게 들뜨고 말이 많아지는 변화. 우울로 알았던 병이 양극성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신호라, 조울증 글에 적힌 것처럼 항우울제 단독 사용을 다시 봐야 합니다
  • 죽고 싶다는 생각이 새로 생기거나 갑자기 강해지는 경우. 특히 25세 이하에서 항우울제 초기에 드물게 보고되는 일이라, 이건 참는 대상이 아니라 즉시 알려야 하는 대상입니다. 지금 위태롭다면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로 먼저 연락하세요

임의로 끊는 것이 가장 흔한 실패입니다. 초기 불편 때문에 일주일 만에 약을 끊고 "나는 항우울제가 안 맞는 사람"이라고 결론 내리는 분이 많은데, 그 판단은 효과가 올라오기 전의 판단입니다. 불편이 크면 끊는 대신 용량을 잠시 낮추거나 복용 시각을 바꾸는 선택지가 있고, 그건 전화 한 통으로 조정되는 일입니다. 항우울제가 듣기까지의 시간표는 치료 기간 글에 병별로 적어 두었습니다.

초기 2주를 넘겼는데도 초조함이 그대로이거나 더 심해진다면, 그때는 약을 바꾸는 것이 맞습니다. 그 판단을 혼자 내리지 마시고, 진료 사이라도 병원에 연락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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