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끊겠다고 마음먹은 분들이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의지가 약해서 그런가 봐요."

저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조금 답답합니다. 니코틴 의존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수용체의 문제인데, 유독 담배에서만 사람들이 자기를 탓하거든요. 매년 5월 31일 세계 금연의 날이 지나가면 그 자책은 한 번 더 두꺼워집니다. 올해도 실패했다는 기록이 하나 더 쌓이니까요.

그런데 맨몸으로 끊는 것과 약을 쓰고 끊는 것은 성공률이 두 배 넘게 차이 납니다. 그 차이를 만드는 대표 약이 바레니클린(Varenicline) 입니다. 한때 '챔픽스'라는 이름으로 워낙 유명했던 그 약인데, 이야기가 꽤 파란만장합니다. 7년 동안 자살 위험 경고를 달고 있다가 벗었고, 지금은 정작 챔픽스라는 이름이 국내에서 사라졌습니다.

핵심 정보 한눈에

  • 성분명: 바레니클린(Varenicline) — 원래 상품명은 챔픽스(Champix), 화이자
  • 분류: 니코틴성 아세틸콜린 수용체(α4β2) 부분작용제 — 금연 보조 치료제
  • 용도: 성인의 금연 치료
  • 지금 국내 상황: 오리지널 챔픽스는 2024년 8월 품목허가가 취하됐고, 지금은 니코챔스·노코틴 같은 국내 제네릭으로 처방됩니다
  • 효과: 위약 대비 금연 성공률 약 2.3배, 니코틴 패치 한 가지만 쓸 때보다도 우세
  • 복용 시작: 금연 예정일 1주 전부터 시작 — 먹기 시작한 날 바로 끊는 약이 아닙니다
  • 가장 흔한 부작용: 구역(메스꺼움), 이상한 꿈, 불면
  • 비용: 건강보험 금연치료 지원사업 대상 — 프로그램을 마치면 본인부담금을 전액 돌려받습니다

⚠️ 이 글은 정보 제공용입니다. 금연 약물의 시작·중단은 반드시 의사와 상의하세요.

챔픽스라는 이름은 왜 사라졌나

먼저 이 이야기부터 정리하고 가야 합니다. "챔픽스 처방받으러 왔어요"라고 오시는 분들께 매번 설명하는 대목이거든요.

2021년 6월, 바레니클린 원료에서 N-니트로소-바레니클린이라는 불순물이 관리 기준을 넘겨 검출됐습니다. 니트로사민류는 장기간 노출 시 발암 가능성이 거론되는 물질이라, 캐나다·미국에 이어 국내에서도 챔픽스와 국내사 제품 다수에 판매중지·회수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그 뒤 오리지널은 국내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수입 실적이 없는 상태가 이어지다 2024년 8월 21일자로 챔픽스정 0.5mg·1mg의 품목허가가 취하됐습니다. 국내 시장에서 공식적으로 사라진 겁니다.

그렇다고 바레니클린이 없어진 건 아닙니다. 불순물 문제를 피했거나 이후 기준을 맞춘 국내 제네릭들이 그 자리를 채웠습니다 — 제일약품의 니코챔스, 한미약품의 노코틴 등입니다. 성분은 같습니다. 그러니 "챔픽스가 없어졌다더라"는 말을 듣고 금연을 포기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름만 바뀌었습니다.

이 약이 하는 일, 니코틴 자리에 먼저 앉는다

바레니클린의 작동 방식은 꽤 영리합니다. 그리고 이 원리를 이해하면 복용법이 왜 그렇게 생겼는지도 같이 이해됩니다.

담배를 피우면 니코틴이 뇌의 니코틴 수용체(α4β2)에 붙고, 도파민이 확 솟구칩니다. 이 '확'이 흡연의 보상입니다. 반대로 담배를 끊으면 그 자리가 텅 비고, 초조하고 예민해지는 금단이 옵니다.

바레니클린은 이 수용체에 먼저 가서 앉습니다. 다만 니코틴처럼 끝까지 켜지는 않고 절반 남짓만 켭니다. 아빌리파이가 도파민 수용체에서 하는 일과 같은 방식인데(아리피프라졸 글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여기서는 그 성질이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냅니다.

바레니클린은 니코틴 수용체를 절반쯤만 켜고 자리를 차지한다 — 금단은 덜어주면서, 담배를 피워도 밋밋하게 만드는 두 가지 작용. 그래픽: 마음뉴스 자체 제작
바레니클린은 니코틴 수용체를 절반쯤만 켜고 자리를 차지한다 — 금단은 덜어주면서, 담배를 피워도 밋밋하게 만드는 두 가지 작용. 그래픽: 마음뉴스 자체 제작

위 그림처럼, 절반은 켜니까 금단이 덜하고, 자리가 이미 차 있으니 담배를 피워도 예전 같은 쾌감이 안 옵니다. 진료실에서 실제로 가장 많이 듣는 후기가 이겁니다. "한 대 피워봤는데 생각보다 별로였어요." 그 밋밋함이 이 약의 진짜 무기입니다.

얼마나 듣나요

숫자로 보겠습니다. 근거는 두툼한 편입니다.

2023년 코크란 리뷰가 41편·17,395명을 모아 분석한 결과입니다.

비교 대상금연 성공 상대위험(RR)해석
바레니클린 vs 위약2.32 (2.15~2.51)성공률이 2.3배 — 근거 확실성도 '높음'
바레니클린 vs 니코틴 패치 한 가지1.25 (1.14~1.37)패치 단독보다 우세
바레니클린 vs 부프로피온1.36 (1.25~1.49)다른 금연약보다도 우세

여기서 부프로피온은 우울증약으로도 쓰이는 그 약입니다(웰부트린 글 참고). 금연약으로도 허가돼 있는데, 머리를 맞대면 바레니클린 쪽이 앞섭니다.

핵심 — 이 약은 금연 예정일 1주 전부터 담배를 피우면서 시작합니다. 먹는 첫날부터 끊으라는 약이 아닙니다. 이걸 모르고 "약 먹었는데도 담배가 당긴다"며 사흘 만에 그만두시는 분이 정말 많습니다.

붙었다가 떼어진 블랙박스 경고

이 약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입니다.

2009년, 미국 FDA는 바레니클린에 블랙박스 경고를 붙였습니다. 미국 의약품 경고 중 가장 무거운 등급인데, 이유는 우울·적개심·자살 사고 같은 신경정신 이상반응 보고였습니다. 그때부터 이 약에는 "금연약인데 자살 위험이 있다더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습니다. 정신과 진료를 받는 분들에게는 특히 무겁게 작용했죠. 정작 그분들이 담배를 가장 많이 피우는데 말입니다.

이 논란을 끝내려고 만든 연구가 EAGLES입니다. Anthenelli 등이 Lancet에 발표한 2016년 논문으로, 16개국 140개 기관에서 8,144명을 모았습니다. 참가자를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집단과 없는 집단으로 나눠, 바레니클린·부프로피온·니코틴 패치·위약을 이중맹검으로 비교했습니다. 금연 연구로는 이례적인 규모입니다.

중등도 이상의 신경정신 이상반응 발생률은 이랬습니다.

집단바레니클린부프로피온니코틴 패치위약
정신질환 병력 없음1.3%2.2%2.5%2.4%
정신질환 병력 있음6.5%6.7%5.2%4.9%

바레니클린이 위약보다 신경정신 이상반응을 늘린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병력이 없는 집단에서는 오히려 수치가 더 낮았고, 병력이 있는 집단은 어느 약을 쓰든 전반적으로 높았습니다. 즉 문제는 약이 아니라 원래 그 위험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었던 겁니다.

같은 연구에서 금연 효과도 확인됐습니다. 9~12주 금연 성공의 교차비는 위약 대비 3.61, 니코틴 패치 대비 1.68, 부프로피온 대비 1.75였습니다.

이 결과를 받아 FDA는 2016년 12월 블랙박스 경고를 삭제했습니다. 붙은 지 7년 만이었습니다.

정신과에서 이 약이 특히 중요한 이유

EAGLES가 남긴 진짜 메시지는 "안전하다"가 아니라 "정신질환이 있어도 쓸 수 있고, 효과도 유지된다" 입니다. 우울증이나 조현병을 앓는 분들의 흡연율이 높다는 건 오래된 관찰이고, 그분들은 담배로 잃는 것도 더 많습니다. 그런데 경고 하나 때문에 가장 잘 듣는 약을 못 쓰고 있었던 셈이니까요.

다만 진료실에서 제가 실제로 챙기는 건 따로 있습니다. 금연 자체가 기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니코틴은 그 자체로 각성·기분 조절에 관여하고, 우울증 병력이 있는 분은 끊는 과정에서 우울이 도질 수 있습니다. 이건 약의 부작용이라기보다 금단과 상실의 문제인데, 겪는 사람 입장에서는 구분이 안 됩니다. 그래서 금연을 시작할 때는 기분도 같이 지켜보자고 미리 약속합니다.

어떻게 먹나요

계단식으로 올립니다. 이 약의 구역질이 워낙 흔해서, 몸이 적응할 시간을 주는 설계입니다.

시기용량
1~3일0.5mg 하루 1회
4~7일0.5mg 하루 2회
8일째부터 12주까지1mg 하루 2회

금연 예정일은 복용 8일째 즈음으로 잡습니다. 첫 일주일은 담배를 피우면서 약을 올리는 기간입니다. 이 일주일 동안 이미 "담배 맛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는 분이 많고, 그 느낌이 금연일을 훨씬 수월하게 만듭니다.

기본 코스는 12주입니다. 12주에 성공한 분은 재발 방지를 위해 12주를 더 쓰기도 합니다. 신장 기능이 떨어져 있으면 용량을 줄입니다.

비용은 생각보다 부담이 적습니다. 국민건강보험 금연치료 지원사업1년에 3번까지 8~12주 프로그램을 지원합니다. 2회차 상담까지는 본인부담 20%가 있고 3회차부터는 진료비·약제비가 없으며, 의료급여 수급권자나 건강보험료 하위 20%는 처음부터 본인부담이 없습니다. 그리고 84일치를 투약해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냈던 본인부담금을 전액 돌려받습니다. 실패해도 손해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부작용, 무엇을 조심하나

  • 구역(메스꺼움) — 가장 흔합니다. 대개 견딜 만한 정도이고, 식후에 물 한 컵과 함께 먹으면 훨씬 낫습니다. 그래도 힘들면 용량을 조정합니다.
  • 이상하고 생생한 꿈 — 이 약의 단골 부작용입니다. 니코틴 수용체를 건드리면서 REM 수면에 영향을 주기 때문인데, 무서운 일이 생긴 게 아닙니다. (꿈이 많아지는 약들에 같은 이야기를 정리해뒀습니다.) 밤에 먹는 분량을 저녁 이른 시간으로 당기면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 불면·두통·변비 — 비교적 흔하지만 대개 초기에 지나갑니다.
  • 기분 변화 — 우울감, 초조, 평소와 다른 충동이 생기면 참지 말고 알려주세요. 블랙박스는 떼어졌지만, 이런 신호를 살피라는 안내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 — 바레니클린을 먹는 동안 평소보다 술에 빨리 취하거나 기억이 끊긴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금연 초기에는 술자리 자체가 재흡연의 최대 방아쇠이기도 하니, 이 시기만큼은 줄이시는 편이 낫습니다.

최근 연구 두 가지

이 약을 둘러싼 흐름이 최근에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첫째, 전자담배에도 듣는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2025년 JAMA에 실린 무작위 임상시험은 담배는 안 피우고 전자담배만 매일 쓰는 16~25세 261명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12주 치료의 마지막 한 달 동안 완전히 끊은 비율이 바레니클린군 51%, 위약군 14% 였고, 6개월 시점에도 28% 대 7%로 차이가 유지됐습니다. 이상반응은 세 군이 비슷했습니다. 전자담배를 '끊을 방법이 없는 것'으로 여기던 상황에서 나온, 실질적인 선택지입니다.

둘째, 니코틴 패치를 같이 붙이면 더 나을까? 2026년 Addiction에 실린 메타분석이 이 질문을 다뤘습니다. 7개 시험 2,631명을 모았더니 병용이 단독보다 금연율이 높긴 했습니다(RR 1.33). 다만 편향 위험이 큰 연구 한 편을 빼자 통계적 유의성이 사라졌습니다(RR 1.26, 신뢰구간 0.94~1.68). 즉 "해볼 만하지만 확실하다고 말하기는 이르다" 가 지금의 정직한 결론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약을 먹으면 저절로 끊어지나요? 아닙니다. 이 약은 담배를 덜 당기게 하고 피워도 밋밋하게 만들 뿐, 손이 가는 습관까지 없애주지는 않습니다. 상담이나 행동 요법을 같이 할 때 성공률이 가장 높습니다. 금연치료 지원사업이 약만이 아니라 상담을 묶어놓은 이유가 이겁니다.

Q. 정신과 약을 먹고 있는데 같이 써도 되나요? 대부분 가능합니다. 바레니클린은 간에서 거의 대사되지 않고 신장으로 나가는 약이라 약물 상호작용이 적은 편입니다. 다만 담배 자체가 일부 정신과 약(올란자핀, 클로자핀 등)의 혈중 농도를 낮추기 때문에, 금연에 성공하면 그 약들의 농도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건 바레니클린 때문이 아니라 담배를 끊었기 때문입니다. 주치의에게 금연 사실을 꼭 알려주세요.

Q. 12주를 다 못 채우고 다시 피웠습니다. 드문 일이 아닙니다. 금연은 대개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성공합니다. 지원사업이 1년에 3회까지 열려 있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실패한 시도는 낭비가 아니라, 다음 시도에서 어떤 상황이 방아쇠였는지 알려주는 자료입니다.

Q. 임신 중에도 쓸 수 있나요? 임신 중 사용은 근거가 충분하지 않아 권장되지 않습니다. 임신 중 금연은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하므로, 상담과 비약물적 방법을 우선 고려하고 반드시 산부인과·정신건강의학과와 상의해 정합니다.

💬 전문의 한마디

저는 금연 상담에서 성공률 숫자를 먼저 꺼내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묻습니다. "몇 번째 시도세요?" 대부분 서너 번은 됩니다. 그러면 이 말씀을 드립니다. 그 실패들은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맨손으로 붙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요.

바레니클린을 쓸 때 제가 가장 공들여 설명하는 건 효과가 아니라 첫 일주일입니다. 이 약은 먹자마자 끊는 약이 아니라, 일주일 동안 담배를 피우면서 뇌의 자리를 미리 차지해두는 약입니다. 그 일주일을 지나면 많은 분이 "맛이 없어졌다"고 하시고, 그때 금연일을 맞는 것과 아무 준비 없이 맞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자살 경고 이야기를 걱정하며 오시는 분께는 EAGLES 결과를 그대로 말씀드립니다. 8천 명을 놓고 봤더니 위약보다 높지 않았고, 그래서 경고가 떼어졌다고요. 다만 기분이 흔들리면 참지 말고 알려달라는 말은 꼭 덧붙입니다. 담배를 끊는다는 건 오래 함께한 무언가와 헤어지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담배를 끊는 일에 관해서라면, 저는 약이 만능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성공률을 두 배 넘게 올려주는 도구가 있는데 그걸 모른 채 맨손으로 다섯 번째 시도를 하고 있다면, 그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챔픽스라는 이름은 국내에서 사라졌지만 약은 남아 있고, 비용은 이수하면 돌려받습니다. 다음 시도를 언제로 잡을지만 정하면 되는 셈입니다.

함께 보면 좋은 자료

  • 금연 보조제의 신경정신 안전성과 효과, EAGLES 시험 (Anthenelli 등, Lancet, 2016): 원문
  • 니코틴 수용체 부분작용제의 금연 효과 (Livingstone-Banks 등, Cochrane Database of Systematic Reviews, 2023): 원문
  • 청소년·청년의 전자담배 금연에 대한 바레니클린 무작위 시험 (JAMA, 2025): 원문
  • 바레니클린과 니코틴 대체요법 병용의 효과 메타분석 (Addiction, 2026): 원문
  • 국민건강보험 금연치료 지원사업 안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