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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2026.09.23

약을 깜빡 잊고 안 먹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

리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원칙은 간단합니다. 생각난 시점이 원래 시각에서 멀지 않으면 그때 바로 먹고, 다음 복용 시각에 가까우면 그 회차는 건너뛰고 다음 회차를 평소대로 먹습니다. 두 번 치를 한꺼번에 먹지는 않습니다. 이 원칙은 대부분의 정신과 약에 공통이지만, 약 종류에 따라 조금씩 사정이 다릅니다.

항우울제라면 하루 거른 것으로 큰일은 나지 않습니다. 렉사프로졸로푸트 같은 약은 몸에 며칠 머무르기 때문에, 하루 빠뜨렸다고 효과가 바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저녁에 생각났다면 그때 드셔도 되고, 다음 날 아침이 됐다면 그냥 평소 시각에 한 알만 드시면 됩니다. 다만 몸에서 빨리 빠지는 약은 하루만 거르러도 어지럼, 전기가 오는 듯한 찌릿한 느낌, 메스꺼움 같은 중단 증상이 올 수 있습니다. 팍실(파록세틴)과 벤라팍신이 대표적이라, 이 약을 드시는 분은 되도록 빠뜨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 증상은 위험하지는 않고 다시 먹으면 하루 안에 가라앉습니다.

수면제·안정제는 상황이 다릅니다. 자기 전에 먹는 수면제를 새벽에 깨서 뒤늦게 먹으면 아침까지 약이 남아 운전이나 출근에 지장을 줍니다. 잠들 시각을 놓쳤다면 그날은 건너뛰는 것이 낫습니다. 하루 여러 번 먹는 안정제를 한 번 거른 경우에는 다음 회차를 평소대로 드시면 되고, 거른 만큼을 보태지 않습니다.

기분조절제와 항정신병약은 빠뜨리지 않는 것이 특히 중요합니다. 리튬은 혈중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 핵심인 약이라 자주 거르면 효과가 흔들리고, 반대로 거른 것을 만회하려고 한꺼번에 먹으면 농도가 위험하게 올라갈 수 있습니다. 항정신병약은 며칠씩 빠지면 재발 위험이 올라갑니다. 이런 약을 자주 잊는다면 그 사실 자체를 진료 때 말씀해 주세요. 하루 한 번 제형으로 바꾸거나,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바꾸는 선택지가 있습니다.

자주 잊는다면 잊지 않는 장치가 먼저입니다. 요일별 약통, 휴대전화 알람, 양치질처럼 매일 하는 행동에 붙이기. 단순하지만 이 세 가지만으로 복약 누락이 크게 줄어듭니다. 특히 우울할 때는 기억력과 실행력 자체가 떨어져 있어서, 의지로 기억하려 하기보다 장치에 맡기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며칠을 통째로 걸렀다면 다시 시작할 때 원래 용량으로 바로 돌아가도 되는지, 낮은 용량부터 다시 올려야 하는지는 약에 따라 다릅니다. 라믹탈(라모트리진)처럼 며칠 이상 끊었으면 처음부터 천천히 다시 올려야 하는 약도 있습니다. 5일 이상 거른 경우에는 다시 먹기 전에 병원에 한 번 물어보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약을 거른 사실을 진료 때 숨기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잘 먹고 있는데 효과가 없다"와 "자주 빠뜨리는데 효과가 없다"는 전혀 다른 문제이고, 후자를 전자로 오해하면 필요 없는 증량이나 약 교체로 이어집니다. 일주일에 몇 번 빠뜨리는지 솔직하게 말씀하시는 것이 가장 빠른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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