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두 잔은 대부분의 정신과 약과 문제없이 함께 갑니다. 문제는 양과 시각, 그리고 어떤 병으로 어떤 약을 드시느냐입니다. 에너지드링크는 커피보다 카페인이 많고 당과 다른 각성 성분까지 섞여 있어 조금 다르게 봐야 합니다.
불안장애와 공황장애가 있다면 카페인 자체가 증상을 흉내 냅니다. 가슴 두근거림, 손떨림, 초조함, 잠이 안 오는 것. 카페인의 효과와 불안 발작의 증상이 거의 같습니다. 그래서 항불안제나 항우울제로 불안을 치료하는 동안 하루 서너 잔의 커피를 유지하면, 약은 불안을 끄고 커피는 켜는 셈이 됩니다. 실제로 공황장애가 있는 분은 같은 양의 카페인에도 발작이 더 잘 유발된다는 것이 실험으로 확인돼 있습니다. 카페인과 불안의 관계는 팩트체크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불안으로 치료 중이라면 하루 한 잔, 오전에만, 이 정도가 실용적인 선입니다.
수면제나 불면 치료 중이라면 오후 카페인이 약의 효과를 깎습니다. 카페인은 몸에서 절반이 빠지는 데 대여섯 시간이 걸립니다. 오후 3시의 커피 한 잔은 밤 9시에도 절반이 남아 있습니다. 졸피뎀을 먹으면서 오후 커피를 유지하는 것은 액셀과 브레이크를 같이 밟는 것과 같아서, 약을 늘리기 전에 카페인을 정오 전으로 옮기는 것이 먼저입니다.
ADHD 약과 에너지드링크는 겹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콘서타 같은 자극제는 그 자체로 맥박과 혈압을 올립니다. 여기에 카페인이 고농도로 든 에너지드링크를 더하면 두근거림, 손떨림, 불안, 불면이 겹쳐서 옵니다. 청소년에서 이 조합으로 응급실에 오는 사례가 보고돼 있습니다. 약 효과가 빠지는 저녁에 피로해서 에너지드링크에 손이 가는 패턴이 특히 흔한데, 그 시간의 피로는 약이 빠져서 오는 것이라 카페인으로 메우면 밤잠까지 잃습니다.
약 성분과 직접 부딪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리튬을 드시는 분은 카페인 섭취량이 갑자기 크게 바뀌면 리튬 농도가 흔들릴 수 있어, 커피를 끊거나 늘릴 때 담당 의사에게 알려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플루복사민(듀미록스)은 카페인이 몸에서 빠지는 것을 크게 늦춰서, 평소 마시던 양으로도 잠을 설치고 두근거릴 수 있습니다. 클로자핀도 카페인과 농도가 서로 얽히는 약입니다.
에너지드링크에서 하나 더. 한 캔에 커피 두세 잔치 카페인이 들어 있고, 마시는 속도가 빠르고, 당이 많아 혈당이 오르내리며 기분과 집중을 흔듭니다. 술과 섞어 마시면 취한 느낌이 가려져 더 마시게 되는데, 정신과 약을 드시는 분에게는 두 배로 위험한 조합입니다.
녹차, 홍차, 콜라, 초콜릿에도 카페인이 있다는 점도 빠뜨리기 쉽습니다. "커피는 안 마시는데요"라고 하시는 분의 하루를 따라가 보면 차와 음료로 커피 두 잔치가 나오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커피를 끊으라는 말이 아닙니다. 불안이나 불면으로 치료 중이라면 양을 줄이고 시각을 앞당기는 것만으로 약 효과가 달라 보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카페인을 급하게 끊으면 며칠간 두통과 처짐이 오니, 줄일 때도 천천히 줄이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