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에 따라 다릅니다. 확실히 찌는 약이 있고, 거의 안 찌는 약이 있고, 오히려 빠지는 약도 있습니다. "항우울제는 살찐다"는 말은 절반만 맞는 셈이어서, 어떤 약을 드시는지가 답의 전부입니다.
분명히 찌는 쪽. 레메론(미르타자핀)이 대표입니다. 식욕을 직접 올리는 작용이 있어 처음 몇 달 안에 체중이 느는 분이 많고, 잠을 잘 재우는 장점과 한 세트로 옵니다. 오래된 삼환계 항우울제(아미트립틸린 등)도 체중이 느는 편이고, SSRI 중에서는 팍실(파록세틴)이 같은 계열 안에서 가장 찌는 약으로 꼽힙니다. 우울증에 보조로 쓰는 일부 항정신병약(올란자핀, 쿠에티아핀)은 항우울제보다 체중 영향이 더 큽니다.
거의 중립인 쪽. 렉사프로(에스시탈로프람), 졸로푸트(설트랄린), 벤라팍신, 둘록세틴은 처음 몇 달에는 체중이 거의 변하지 않습니다. 다만 1년 이상 길게 먹을 때 1~2kg 정도 서서히 느는 경향이 보고돼 있어 "완전히 무관"은 아닙니다. 플루옥세틴은 초기에 식욕이 줄어 오히려 살짝 빠지다가 길게 가면 원래대로 돌아오는 편입니다.
빠지는 쪽. 웰부트린(부프로피온)은 항우울제 중 거의 유일하게 체중이 줄거나 적어도 늘지 않는 약입니다. 그래서 체중이 걱정인 분에게 먼저 고려되는 선택지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울증 자체가 체중을 바꿉니다. 입맛이 없어 빠지는 분도 있고, 무기력해서 움직임이 줄고 단 것에 손이 가서 찌는 분도 있습니다. 약이 들어 우울이 걷히면 입맛이 돌아오면서 원래 체중으로 회복되는데, 이것이 "약 때문에 쪘다"로 느껴지는 경우가 실제로 흔합니다. 진료실에서 체중 이야기가 나오면 저희가 먼저 묻는 것이 "우울하기 전 체중이 얼마였나"인 이유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나요. 체중이 중요한 문제라면 약을 고를 때 미리 말씀하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같은 효과를 내면서 체중 영향이 적은 약이 대부분의 경우에 있습니다. 이미 먹고 있는 약으로 살이 쪘다면 두 갈래입니다. 약을 바꾸거나, 약은 유지하고 식사와 활동을 조정하거나. 어느 쪽이든 약이 잘 듣고 있다면 그 효과를 버리지 않는 방향으로 짜는 것이 원칙입니다. 우울증에서 운동은 체중 관리를 넘어 그 자체로 치료 효과가 확인된 방법이기도 합니다.
체중이 늘고 있다면 언제 말해야 하나. 시작 후 두세 달 안에 3kg 이상 늘었거나, 허리둘레가 눈에 띄게 변했다면 그 시점에 말씀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 뒤로는 되돌리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진료 때 체중을 재어 오시면 이야기가 빨라지고, 당뇨나 고지혈증 가족력이 있는 분은 처음부터 알려 두시면 약 선택에 반영됩니다.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살이 찐다는 이유로 약을 혼자 끊지 않으시는 것입니다. 체중은 조정할 수 있는 문제이고, 재발은 훨씬 큰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