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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2026.07.16

정신과 약을 먹는 동안 술을 마셔도 되나요?

리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아주 자주 받는 질문이고, 솔직하게 답하면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무조건 "한 방울도 안 된다"는 뜻은 아니고, 어떤 약을 드시는지에 따라 위험의 성격이 크게 다릅니다. 계열별로 나눠 말씀드리겠습니다.

수면제·신경안정제(졸피뎀, 벤조디아제핀 계열)라면 — 이 조합만큼은 예외 없이 피하세요. 술과 이 약들은 뇌를 가라앉히는 같은 방향으로 작용해서, 함께 하면 진정 효과가 단순히 더해지는 게 아니라 위험하게 증폭됩니다. 기억이 통째로 끊기거나, 자다가 일어나 돌아다니는 행동이 나타나거나, 심하면 호흡이 억제될 수 있습니다. 넘어져 다치는 사고도 이 조합에서 잦습니다. "자기 전에 술 한잔 하고 수면제도 먹는" 습관이 특히 위험합니다.

항우울제라면 — 응급 상황급 위험은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치료를 거꾸로 돌립니다. 알코올은 그 자체가 뇌를 가라앉히고 다음 날 기분과 수면의 질을 떨어뜨립니다. 애써 우울·불안을 치료하는 동안 술이 반대 방향으로 잡아당기는 셈입니다. 또 졸림을 유발하는 항우울제를 드시는 경우, 술이 그 졸림을 크게 키웁니다. 항우울제 치료 중 술자리가 잦은 분들이 "약이 잘 안 듣는 것 같다"고 느끼는 경우가 실제로 드물지 않습니다.

기분조절제·항정신병약이라면 졸림과 어지러움이 커질 수 있고, 리튬을 드시는 분은 음주로 인한 탈수가 혈중 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따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약 종류와 무관하게 하나 더 — 우울이 깊은 시기의 음주는 판단력과 충동 조절을 흔듭니다. 힘든 밤에 마신 술이 충동적인 선택의 위험을 높인다는 것은 잘 확인된 사실입니다. 술이 당기는 시기가 대개 가장 마시면 안 되는 시기라는 게 이 문제의 어려운 점입니다.

그래도 마시게 되는 자리가 있다면, 흔한 오해 하나만 바로잡고 싶습니다. "술 마시는 날은 약을 건너뛰면 되지 않나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대부분의 경우 약을 거르는 쪽이 더 나쁩니다. 항우울제는 하루 걸렀다고 몸에서 사라지는 약이 아니어서 상호작용은 그대로 남고, 복용 리듬만 깨져 중단 증상과 재발 위험을 키웁니다. 마시게 된다면 약은 평소대로 드시고, 양을 소량으로 제한하고, 수면제·안정제 복용 시간과는 확실히 거리를 두는 것이 현실적인 차선입니다.

시기도 중요합니다. 약을 처음 시작했거나 용량을 바꾼 직후의 몇 주는 특히 피하세요. 이 시기는 몸이 약에 적응하며 졸림·어지러움 같은 반응이 나타나는지 지켜보는 구간인데, 술이 끼어들면 그게 약의 부작용인지 술 때문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됩니다. 부작용 평가가 흐려지면 약 조정 자체가 늦어집니다.

반대로, 상태가 안정된 분이 항우울제를 복용하며 아주 가끔 소량을 반주로 하는 정도까지 전부 금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핵심은 어떤 약을, 지금 어떤 상태에서 드시는가입니다. 그러니 "술 마셔도 되나요?"를 참았다가 몰래 마시는 대신, 진료 때 편하게 물어봐 주세요. 드시는 약과 상태에 맞춰 구체적으로 안내해 드릴 수 있고, 그게 훨씬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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