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은 뇌에 세로토닌이 부족해서 생기는 거래요."

진료실에서, 그리고 일상에서 정말 자주 듣는 말입니다. 많은 분이 이걸 거의 상식처럼 알고 있고, 실제로 우울증 약을 드시는 분 상당수가 "나는 세로토닌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이해하고 계십니다. 설명이 워낙 깔끔하니까요 — 부족한 물질이 있으니, 그걸 채워주는 약을 먹는다.

그런데 이 익숙한 설명은 정말 사실일까요? 2022년, 이 질문을 정면으로 파고든 대규모 리뷰가 나오면서 큰 파장이 일었습니다. 이 글은 그 결과를 정확히, 그리고 오해 없이 정리합니다. 미리 강조해 둘 것이 하나 있습니다 — 이 글은 "항우울제를 끊어도 된다"는 이야기가 절대 아닙니다. 왜 그런지 끝까지 보시면 분명해집니다.

먼저, 이 믿음은 어디서 왔나

'세로토닌 부족설'은 사실 과학적 정설이었다기보다, 1990년대 SSRI(세로토닌계 항우울제)가 널리 보급되던 시기에 대중에게 퍼진 설명에 가깝습니다. "이 약이 세로토닌을 올려 우울증을 낫게 한다"는 메시지가 반복되면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렇다면 우울증은 세로토닌이 부족한 병이겠구나" 라고 거꾸로 이해하게 된 것이죠.

흥미로운 건, 많은 정신과 학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단순한 설명을 '지나친 단순화'로 여겨왔다는 점입니다. 영국 왕립정신과의사회도 2019년에 이 설명을 "과도한 단순화"라고 밝혔고, 옥스퍼드의 필 코웬 교수는 "우울증처럼 복잡하고 이질적인 병이 단 하나의 신경전달물질 부족에서 온다고 볼 전문가는 지금 아무도 없다" 고 말했습니다1. 즉 대중의 상식과 학계의 인식 사이에는 이미 오래된 간극이 있었습니다.

2022년, 그 믿음을 정면으로 검증하다

2022년 《Molecular Psychiatry》에 실린 한 논문이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뤘습니다. 조안나 몬크리프 등이 발표한 "우울증의 세로토닌 이론: 근거에 대한 체계적 umbrella review" 입니다2. 'umbrella review'란 여러 메타분석과 대규모 연구들을 다시 한데 모아 종합하는, 근거 피라미드의 가장 위쪽에 있는 방식입니다.

연구진은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우울증"이라는 가설과 관련된 여섯 개 영역을 모두 훑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이랬습니다.

2022년 umbrella review가 확인한 6개 영역 — 세로토닌 대사물, 혈중 세로토닌, 수용체, 운반체, 트립토판 고갈, 유전자 어디에서도 '세로토닌 부족→우울증' 근거가 없었다
2022년 umbrella review가 확인한 6개 영역 — 세로토닌 대사물, 혈중 세로토닌, 수용체, 운반체, 트립토판 고갈, 유전자 어디에서도 '세로토닌 부족→우울증' 근거가 없었다
  • 세로토닌 대사물(5-HIAA): 우울증과 연관이 없었습니다(최대 1,002명 대상).
  • 혈중 세로토닌: 우울증과 관계가 없었고, 오히려 낮은 세로토닌 수치는 '항우울제를 복용 중인 것'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병이 아니라 약 때문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 세로토닌 수용체(5-HT1A): 근거가 약하고 일관되지 않았습니다.
  • 세로토닌 운반체(SERT): 마찬가지로 약하고 들쭉날쭉했습니다.
  • 트립토판 고갈(세로토닌의 원료를 일부러 차단하는 실험): 건강한 사람 대부분에서 우울증을 유발하지 못했습니다.
  • 세로토닌 관련 유전자·유전자와 스트레스의 상호작용: 가장 크고 질 높은 연구들에서 연관이 없었습니다.

저자들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 "세로토닌과 우울증 사이에 일관된 연관의 근거가 없으며, 우울증이 세로토닌의 활동이나 농도 저하로 생긴다는 가설을 뒷받침하지 못한다."

"우울증 = 세로토닌 부족"이라는 단순한 등식은, 원 근거를 뒤져보면 그렇게 탄탄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 여기서 절대 오해하면 안 되는 것

이 대목에서 많은 사람이 위험한 비약을 합니다. "세로토닌 부족이 원인이 아니라면, 세로토닌 약(항우울제)도 소용없는 것 아니냐?" 그리고 심하면 "그럼 약을 끊어야겠다" 로 이어집니다.

이건 완전히 잘못된 결론입니다. 그 이유를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핵심 — "세로토닌 부족설의 근거가 약하다"와 "항우울제가 효과 없다"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항우울제가 효과가 있다는 근거는 별개로 탄탄합니다. 이 글을 읽고 절대 스스로 약을 끊지 마세요. 궁금하면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하세요.

왜 원인 이론이 틀려도 약은 들을 수 있을까요? 약이 듣는다는 것이, 그 병의 원래 원인 이론이 옳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쉬운 비유가 있습니다 — 두통약(진통제)은 두통에 잘 듣지만, 두통이 '진통제 부족' 때문에 생기는 건 아닙니다. 약의 효과와 병의 원인은 별개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항우울제의 효과 자체는 대규모 연구로 뒷받침됩니다. 21종의 항우울제를 종합한 대형 네트워크 메타분석에서 모든 약이 위약(가짜약)보다 효과적이었습니다3. 다만 약이 정확히 어떻게 우울을 개선하는지는 "세로토닌을 채운다"는 단순한 그림보다 훨씬 복잡해서, 요즘은 뇌의 신경가소성(신경망이 새로 연결되고 회복되는 능력)과 BDNF 같은 성장인자의 역할이 더 주목받습니다4.

영국 왕립정신과의사회도 이 리뷰가 나왔을 때 분명히 못 박았습니다 — "이 리뷰를 근거로 항우울제를 중단하는 것을 권하지 않으며, 약에 대해 걱정이 있으면 반드시 의사와 상의하라."

공정하게 — 이 리뷰에도 반론이 있습니다

한쪽 이야기만 전하면 그것도 편향입니다. 이 umbrella review에는 저명한 정신과 학자들의 반론도 있었습니다.

2023년, 야우하르·코웬 등 33명의 연구자가 "근거가 새는 우산은 쓸모가 거의 없다" 는 제목의 반박 논문을 발표했습니다5. 요지는 이렇습니다.

  • 여러 연구들은 시냅스의 세로토닌을 직접 잰 게 아니라 간접 지표(대리 측정) 를 쓴 것이라, "세로토닌이 아무 역할도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 우울증은 하나의 균질한 병이 아니라 여러 원인이 얽힌 이질적인 상태라, 이를 뭉뚱그려 판단하기 어렵다.

그래서 정확한 요약은 이렇습니다. 양측이 모두 동의하는 것은 "세로토닌 부족이라는 단순한 등식은 틀렸다"는 점입니다. 다만 세로토닌이 '아무 역할도 없다' 인지, '복잡한 그림의 한 조각' 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쟁 중입니다. 어느 쪽이든, 단순한 '부족설'로 우울증을 설명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그럼 우울증은 왜 생기나

세로토닌 하나로 설명이 안 된다면,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요? 현대 정신의학의 답은 "한 가지가 아니다" 입니다.

우울증은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다인성(多因性) 질환입니다6. 유전적 소인(유전율 약 35%), 어린 시절의 학대나 상실 같은 환경·스트레스 경험, 심리적 요인, 사회적 요인이 얽히고, 뇌에서도 스트레스 호르몬 축(HPA축), 염증, 신경가소성, 편도체–전전두엽 같은 신경망의 변화 등 여러 시스템이 관여합니다. 한마디로 "뇌의 화학물질 하나가 모자라서"로 환원되지 않는 병입니다.

이게 오히려 더 정직하고, 어떤 면에서는 더 희망적입니다. 원인이 하나가 아니라는 건, 약·상담·생활·관계 등 여러 경로로 회복에 접근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세로토닌 부족'이라는 설명의 그림자

이 단순한 설명이 꼭 나쁘기만 했던 건 아닙니다. "당신 탓이 아니라 뇌의 문제" 라는 메시지는 자책을 덜어주고 치료의 문턱을 낮추는 순기능도 있었습니다.

다만 그림자도 있습니다. "타고난 화학적 결함"이라는 프레임은, 때로 "나는 원래 고장 난 사람이라 어쩔 수 없다" 는 식의 무력감이나, 회복 가능성에 대한 지나친 비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울증은 화학물질 하나에 갇힌 병이 아니라, 여러 갈래로 나아질 수 있는 병이라는 사실은, 오히려 그 무력감에서 벗어나게 해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Q. 그럼 제가 먹는 우울증 약은 소용없는 건가요? 아닙니다. 항우울제가 위약보다 효과적이라는 근거는 별개로 탄탄합니다. '세로토닌 부족설'이 약하다는 것과 '약이 안 듣는다'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예요. 약은 세로토닌을 "채우는" 것보다 복잡한 방식(신경가소성 등)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Q. 그럼 약을 끊어도 되나요? 절대 이 글을 근거로 임의 중단하지 마세요. 항우울제는 갑자기 끊으면 중단 증상이 오고 재발 위험도 큽니다. 약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더라도,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해서 결정하세요.

Q. 그럼 제 우울증의 진짜 원인은 뭔가요? 한 가지로 딱 잘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유전적 소인, 스트레스·상실 같은 삶의 경험, 심리·사회적 요인, 뇌의 여러 시스템이 함께 작용합니다. "세로토닌이 부족해서"보다 훨씬 입체적인 그림입니다.

Q. 그동안 "세로토닌 부족"이라고 들었는데, 속은 건가요? 속았다기보다 지나치게 단순화된 설명을 들으신 것에 가깝습니다. 그 설명이 치료를 시작하게 도운 면도 있습니다. 다만 이제는 더 정확한 그림으로 업데이트할 때가 됐을 뿐입니다.

💬 전문의 한마디

이 이야기를 진료실에서 꺼내면, 어떤 분은 배신감을 느끼고 어떤 분은 불안해합니다. "그럼 지금까지 먹은 약이 다 헛것이었냐" 고요. 그래서 저는 늘 두 가지를 분리해서 말씀드립니다.

첫째, "세로토닌이 부족해서 우울증"이라는 문장은 지나치게 단순했던 게 맞습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의사들이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고, 2022년 리뷰가 그걸 데이터로 확인해준 겁니다. 이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의학이 스스로를 정직하게 점검하는 건강한 과정입니다.

둘째, 그런데 그것이 "약이 소용없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저는 매일 약으로 회복하는 분들을 봅니다. 약이 왜 듣는지에 대한 이론이 정교해지는 것과, 약이 실제로 듣는다는 사실은 별개예요. 두통약이 왜 듣는지 몰라도 두통은 가라앉는 것처럼요.

그래서 이 글을 읽고 "약을 끊어야겠다" 는 생각이 드셨다면, 그 결론만은 잠시 멈춰주세요. 바뀐 건 '설명'이지 '당신의 회복'이 아닙니다. 궁금한 건 언제든 저 같은 담당 의사에게 물어보세요. 그게 이 정보를 안전하게 쓰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우울증은 세로토닌이 부족해서 생긴다"는 단순한 설명은, 원 근거를 뒤져보면 일관되게 뒷받침되지 않습니다. 우울증은 하나의 물질이 아니라 여러 요인이 얽힌, 훨씬 입체적인 병입니다.

하지만 이 사실이 바꾸는 것은 '원인에 대한 설명' 이지, '치료가 듣는다는 사실' 도, '당신이 나아질 수 있다는 사실' 도 아닙니다. 오히려 우울증이 화학물질 하나에 갇힌 병이 아니라는 것은 — 회복으로 가는 문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라는, 조용한 희망이기도 합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용입니다. 약의 시작·변경·중단은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의하세요.

참고문헌

  1. Science Media Centre 전문가 논평
  2. Moncrieff 등, 2022
  3. Cipriani 등, Lancet 2018
  4. Castrén·Monteggia, Biol Psychiatry 2021
  5. Jauhar 등, Mol Psychiatry 2023
  6. Otte 등, Nature Reviews Disease Primers 2016